3억 5천만 원짜리 햄버거의 정체
2013년, 네덜란드의 한 연구실에서 세계 최초의 배양육 햄버거 패티가 공개됐습니다. 가격은 무려 25만 유로로, 한화로 약 3억 5천만 원에 달했습니다.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이 투자한 이 실험적인 버거는 당시 "SF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일"이라는 반응을 얻었습니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2026년 현재, 이 비싼 실험은 ‘세포 농업’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글로벌 빅테크와 투자자들을 이 생소한 기술에 배팅하게 만드는 것일까요?
세포 농업의 핵심, 고기를 재배하는 3단계 메커니즘
배양육(Cultured Meat)은 동물을 도축하지 않고 세포를 실험실에서 배양해 만든 ‘진짜 고기’입니다. 식물성 원료로 고기 맛을 흉내 내는 대체육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며, 그 제조 과정은 마치 농작물을 재배하는 것과 유사한 공정을 거칩니다.

Step 1. 세포 추출
- 살아있는 동물의 근육 조직에서 소량의 샘플을 채취하여 줄기세포나 근육세포를 추출합니다.
- 이 세포들은 고기로 성장할 수 있는 씨앗 역할을 하며, 이론적으로는 한 번의 추출로 막대한 양의 고기를 생산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집니다.
Step 2. 세포 증식과 바이오리액터
- 추출된 세포를 바이오리액터(Bioreactor)라는 대형 배양기에 넣습니다.
- 이곳에서 세포들은 배양액(배지)이라는 액체 비료를 먹고 자랍니다. 배양액에는 세포 성장에 필수적인 아미노산, 비타민, 미네랄 등 풍부한 영양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이 과정에서 산소 공급과 온도 균일성을 유지하는 것이 기술의 핵심입니다.
Step 3. 세포분화 및 성숙
- 단순히 늘어나는 세포들을 실제 고기의 식감으로 바꾸는 단계입니다.
- 지지체(Scaffold)를 이용해 세포들이 근육이나 지방 등 3차원 조직으로 자라도록 유도합니다.
- 이를 통해 세포 덩어리는 비로소 우리가 아는 고기의 구조를 갖추기 시작합니다.
Step 4. 수확 및 가공
- 충분히 성장한 세포 조직을 수확하여 패티, 너겟, 소시지 등의 최종 제품으로 만듭니다.
- 초기에는 다진 고기 형태의 가공품이 주를 이루며, 스테이크처럼 정교한 마블링을 구현하는 기술은 시연 단계에 있었습니다.
- 최근 국내 스타트업들은 3D 바이오프린팅과 자가치유 지지체 기술을 통해 실제 꽃등심 같은 마블링을 구현하는 '정육(Whole-cut)' 단계까지 기술력을 끌어올렸습니다.
왜 지금 배양육에 주목하고 있는가?
세포 농업이 이토록 뜨거운 감자가 된 이유는 기존 축산업이 가진 구조적 한계와 맞물려 있습니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환경 문제입니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4~18%가 축산업에서 발생하며, 가축을 기르기 위한 막대한 토지와 물 소비는 아마존 산림 벌채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식량 안보 역시 무시할 수 없는 과제입니다. 2050년 인구 100억 시대를 맞이하면 육류 수요는 급증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의 생산 방식으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공장식 축산의 비윤리성에 대한 인식 변화와 밀집 사육 환경에서 발생하는 인수공통 감염병, 항생제 내성균 문제 등이 더해지면서 “고기를 다르게 생산할 수 없을까?”라는 질문이 본격적으로 제기되었습니다.
이러한 위기 속에 줄기세포 연구와 조직공학 기술의 발전은 세포 농업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습니다.
글로벌 상용화의 최전선과 차가운 현실
2025년 현재, 배양육을 일반 식품으로 승인한 국가는 싱가포르, 미국, 이스라엘 세 곳입니다. 가장 앞서가는 기업으로는 싱가포르에서 세계 최초로 치킨 너겟 시판 승인을 받고 실제 가정 배송 서비스까지 구현한 ‘잇저스트(Eat Just)’가 꼽힙니다.

빌 게이츠의 투자로 유명한 미국의 ‘업사이드 푸드(Upside Foods)’ 역시 FDA와 USDA의 승인을 받아 판매가 가능해졌으며, 이스라엘의 ‘알레프팜스(Aleph Farms)’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배양육 생산에 성공하며 기술력을 증명했습니다.
하지만 상용화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아직은 갈 길이 멉니다. 현재 배양육은 대부분 일부 고급 레스토랑에서 한정 메뉴로 판매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이는 품질이 월등해서가 아니라 생산 단가가 워낙 비싸기 때문입니다. 일반 마트에서 누구나 쉽게 배양육을 살 수 있는 단계까지는 여전히 기술적, 경제적 장벽이 높게 솟아 있습니다.
기술적, 경제적 넘어야 할 산
배양육의 가능성은 증명되었으나, 아제는 “경제적으로 가능한가”라는 숙제가 남았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전체 생산비의 70~80%를 차지하는 배양액(배지) 비용입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소태아혈청(FBS)은 가격이 매우 비쌀 뿐 아니라 역설적으로 동물 도축이 필요하다는 윤리적 결함이 있어, 이를 대체할 저렴한 무혈청 배지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물리적인 스케일업 역시 큰 과제입니다. 실험실 수준의 성공을 공장 단위로 확장할 때, 바이오리액터의 크기가 커지면 산소 공급이나 온도 균일성이 깨져 세포 품질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스테이크처럼 마블링이 있는 덩어리 고기를 구현하기 위한 3D 바이오프린팅과 스캐폴드 기술도 여전히 시연 단계에 머물러 있어, 대량 생산을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입니다.
혁신은 틈새에서 시작된다
결국 배양육 산업의 성패는 기존 육류와 동등한 가격을 달성하는 ‘가격 패리티(Price Parity)’에 달려 있습니다. 투자 시장은 이미 냉정해졌습니다. 2023년 글로벌 배양육 투자가 전년 대비 급감한 것은 시장의 진전이 기대보다 느리다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타트업은 ‘육류 시장 전체의 파괴’라는 거창한 비전보다는 구체적인 틈새시장을 타겟팅하는 생존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규제 허들이 상대적으로 낮고 윤리적 가치에 대한 지불 의사가 높은 반려동물 사료 시장이나, 물과 자원이 부족한 우주 식품, 군용 식량 및 재난 구호 식품 등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틈새시장에서 먼저 가치를 증명하고 기술적 성숙도를 높이는 것이 일반 시장으로 나아가는 가장 확실한 경로가 될 것입니다.
배양육은 분명 식탁의 혁명을 가져올 기술이지만, 단순히 “만들 수 있다”는 것과 “사람들이 먹고 싶어 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소비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가치를 찾아 기술과 시장, 인식이 맞물려 돌아갈 때 비로소 그 혁명은 현실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높은 규제 장벽을 마주한 한국의 배양육 스타트업들은 어떤 전략으로 이 험난한 파도를 넘고 있을까요? 이들의 치열한 도전기는 [2편]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