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주 일기예보를 보니 눈이 온다고 합니다.
눈 소식을 듣자마자 문득 ‘제설제’가 떠올랐고, 그러다 보니 예전에 어느 데모데이 영상에서 봤던 한 스타트업이 생각났습니다. 바로 불가사리로 친환경 제설제를 만든다는, 꽤나 인상적이었던 ‘스타스테크’였죠.
그때는 “아, 재밌는 아이디어네” 정도로 넘겼는데,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됐을까? 그래서 제설제 시장부터 다시 찾아보기 시작했고, 생각보다 훨씬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겨울철 우리가 마주하는 도로는, 사실 보이지 않는 값비싼 비용을 치르고 있었습니다.
눈 내리는 풍경은 아름답지만, 그 이면의 도로는 '염화칼슘'이라는 오랜 숙제와 싸우고 있습니다. 도심의 회색빛 잔설은 단순한 불편함이 아닌, 우리 사회가 매년 막대한 비용으로 감당하는 '인프라 부식'과 '환경 오염'의 증거입니다.
투자자의 관점에서 '제설제' 시장은 매력적입니다. 겨울철마다 반드시 수요가 발생하는 필수재 시장이자, 정부와 지자체를 상대하는 B2G(조달) 시장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계절성이 있지만 거래 규모를 무시할 수 없음) 하지만 이 거대한 시장은 지금, '친환경'이라는 거대한 변곡점 위에 서 있습니다.
이 글은 단순한 '착한 기업' 소개가 아닙니다. 기존의 방식을 답습하는 것이 아닌, 명확한 사회적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며 새로운 시장 가치를 창출하는 두 혁신 기업, 스타스테크와 쉘피아에 대한 분석입니다.
두 개의 재앙 : '10배의 보수 비용'과 '100% 수입 의존’
우리가 당연하게 사용하던 염화칼슘 제설제는, 사실 두 가지의 거대한 '재앙'을 숨기고 있었습니다.
첫째, 환경적/경제적 재앙 (The "10x Cost")
염화칼슘의 염소 성분은 아스팔트와 콘크리트의 부식을 가속화합니다. 이는 교량, 도로 등 핵심 인프라의 수명을 단축시킵니다. 스타스테크의 분석에 따르면, 이로 인해 발생하는 '보수 비용'은 제설제 '구매 비용'의 무려 10배에 달합니다. 우리는 100원의 효과를 위해 1000원의 손실을 감수하는, 경제적으로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있었습니다.
둘째, 국가 공급망의 재앙 (The "100% Import")
더 큰 문제는, 한국이 염화칼슘을 자체 생산하지 못하고 100% 중국 등에서 수입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국가 기간 산업(도로)의 필수 자재를 특정 국가의 수출 정책에 의존하는 '공급망 리스크'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중국의 수출 제한으로 국내 제설제 가격이 폭등했던 사태는 이 문제가 현실임을 증명했습니다.
'Negative Cost' 원료의 마법
시장은 더 이상 '싸고 강한' 제설제만을 원하지 않습니다. B2G 조달 시장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핵심 평가지표가 되면서, '친환경'은 필수적인 구매 조건이 되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두 기업은 '해양 폐기물 업사이클링'이라는 매우 영리한 해답을 제시합니다.
이들이 활용하는 원료는 그 자체로 막대한 처리 비용이 드는 ‘골칫덩이’들입니다.
- 불가사리 (스타스테크 원료) : 연간 120억 원 규모의 양식업 피해를 주는 '바다의 포식자'
- 굴 패각 (쉘피아 원료) : 연간 30만 톤 이상이 발생하여 악취와 토양 오염을 유발하는 ‘해양 쓰레기’
투자자의 관점에서 이는 '비용 구조'의 혁신입니다. 두 기업은 '돈을 주고 사 오는' 원재료가 아니라, '오히려 처리 비용이 드는' 폐기물(Negative Cost)을 '0원(무상)'에 가져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이상적인 모델을 갖고 있습니다.
두 개의 솔루션 : '시장 1위'와 '국내 유일’
이 거대한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기 다른 원료와 전략으로 접근하는 두 플레이어가 있습니다.

스타스테크 (Star's Tech) : '불가사리'로 '시장 1위'가 된 퍼스트 무버
- 독보적인 부식 억제 기술(ECO-ST1)로 국내 친환경 제설제 시장 1위를 차지했습니다.
- 단순 제설제를 넘어 '화장품 원료(페넬라겐)', '비료'까지 사업을 확장하며 IPO를 준비 중인 스케일업 단계의 기업입니다.

쉘피아 (Shelpia) : '굴 패각'으로 '국내 유일' 제조사가 된 하이 포텐셜
- '염화칼슘 100% 수입 의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굴 패각으로 염화칼슘을 직접 제조하는 '국내 유일'의 기술을 보유했습니다.
- 서울시, 김포시 등 레퍼런스를 확보하며 폭발적인 초기 성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부를 마치며 : 혁신의 다음 단계, ‘겨울’을 넘어서

스타스테크와 쉘피아는 환경 오염과 공급망 리스크라는 거시적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기술과 명분을 가졌더라도, 투자자로서 반드시 확인해야 할 냉정한 현실이 남아있습니다.
바로 제설제 사업의 숙명인 '계절성(Seasonality)'입니다. 눈이 오지 않는 계절에도 이 기업들은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을까요?
이어지는 2부에서는 먼저 시장 1위 '스타스테크'를 심층 분석합니다. 재무제표 속에 숨겨진 '겨울 왕국'의 딜레마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들이 178억 원의 현금을 들고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파헤쳐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