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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지 않는 가치를 설계하는 법

시간을 견딘 디자인

토넷 체어는 지금도 사용되는 것들 중에 가장 오래된 근대 디자인 제품 중 하나로 꼽힙니다. 19세기 중반, 마이클 토넷이 만들어낸 이 의자는 증기 굽힘 기술을 통해 처음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가구였습니다. 산업적 생산 기술을 디자인 형태와 결합한 첫 사례로 평가받으면서도, 더 놀라운 건 그 형태가 1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수많은 디자인이 시대의 유행 속에서 사라졌지만, 토넷 체어는 그 구조와 비례, 용도를 그대로 유지한 채 여전히 전 세계의 카페와 집 안에 존재합니다. 그것은 인간의 몸과 공간, 그리고 생활 리듬에 완벽히 맞아떨어진 형태이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시간을 견딘 디자인’ 혹은 ‘형태의 생존력’을 보여주는 예로 봅니다.

 

익숙함과 변화 사이의 균형

토넷 체어가 물리적 형태의 생존력을 보여준다면,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디지털 서비스는 '무형의 신뢰'를 통해 시간을 견뎌냅니다. 서비스를 개선하는 일은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것과 또 다른 결의 고민이 필요합니다. 이미 수많은 사람의 삶에 스며든 습관과 기억을 지켜내면서도 앞으로의 시간을 다시 이어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익숙함을 지켜내는 일과 변화를 설득하는 일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가장 깊은 과제처럼 느껴집니다. 순간의 결말이 아니라, 시간이 흘러도 이어지는 삶의 지속을 위해서는 신뢰가 필요합니다.

 

 

신뢰는 한 번의 편리로 생기지 않습니다. 일관성에서 시작됩니다. 같은 맥락에서는 같은 표현을 쓰고, 동일한 규칙이 반복적으로 적용될 때 사용자는 불필요한 추측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언어, 시각적 패턴, 동작의 결과가 예측 가능할 때 사용자는 시스템을 믿을 수 있게 됩니다. 눈에 띄지 않지만 계속 지켜보는 손길이 결국 사용자의 마음속에 ‘안전하다’는 감각을 심습니다.

 

당신의 일을 설계하라

단순한 일관성을 넘어 사용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치열한 '교차'를 감당해야 합니다. 디자이너의 특이점은 이질적인 두 세계를 하나로 교차시키는 데서 출발합니다. 눈에 보이는 형태와 보이지 않는 개념, 드러낼 것과 숨겨놓아야 할 것, 차갑게 계산된 기능과 순간순간을 흘러가는 마음, 문제와 해답. 서로 반대편에 있는 것들을 하나의 화면, 하나의 장면, 하나의 순간 안에 함께 끌어들입니다.

직업인이라면 누구나 문제를 풀고, 협업하고, 미래를 준비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다른 하나는 부차가 되거나, 각각 분리되어 다루어지곤 합니다. 이것들 중 한 가지만 하는 경우도 많고요. 하지만 숫자만 봐서는 감정을 놓치고, 개념만 붙잡으면 형태를 잃습니다. 문제와 해답을 따로 두면 실행이 느려지고, 실행만 서두르면 본질을 잃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디자이너처럼 생각하는 것이 AI 시대의 혼란 속에서 문제를 풀고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사유의 방식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디자인은 직업이 아니라 사유의 훈련이고, 디자이너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더 성장하는 직업인이 되기 위해 필요한 힘입니다.

 

글. 올리비아 리 《일을 위한 디자인》 중에서

- 프로덕트, 브랜드, 마케팅 디자이너
- 다수의 대기업과 스타트업에서 UX 및 자체 서비스 디자인, 브랜딩 총괄
- CJ ENM Mnet Plus 디자인 자문, 잡코리아 AI디자인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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