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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차 UX디자이너가 말하는 '행동을 유도하는 법'

목요일이나 금요일에 상암동에 가면 방송국 앞에서 하루 종일 서 있는 사람들의 무리를 볼 수 있습니다. 30도가 훌쩍 넘는 해가 쨍쨍한 날에도, 영하로 한참 내려간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K팝 아티스트들의 팬들입니다. 목요일, 금요일은 방송국에서 음악방송을 하는 날이거든요. 사전 녹화 입장을 위해서, 본방송의 입장을 위해서 하루 종일 기다리는 거예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놀라운데, 일부 녹화는 팬클럽에서 ‘선발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고 합니다. 분명 출근할 때 서 있던 분들이 점심 먹으러 나갔을 때도 그 뙤약볕에 꿈쩍하지 않고 서 있는 것을 보면서 그들의 사랑을 목격하는 것 자체가 뭉클한 경험이 됩니다.

 

 

유저를 이해하는 것이 먼저다

이렇게 K팝은 팬의 사랑이 행동의 원칙으로 작동하고, 이것이 플랫폼에서 권력이 됩니다. 최애를 응원하기 위해 단합하고, 그들을 위해 모인 자신들에게 특별한 이름을 붙이고, 1위를 만들기 위해 집단행동을 하고, 구매력으로 영향을 행사하죠.

이들을 위한 서비스는 디지털에서도 다른 문법으로 작동합니다. 그들의 사랑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게 해줘야 하고, 그 사랑이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바로 그 행동이 만들어내는 성취와 몰입이 우리가 고객에게 제공해야 할 진짜 만족이고, 서비스에서 ‘행동 유도’의 기본 콘셉트가 되죠. 아무리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도 이러한 K팝 팬들의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면 K팝 서비스는 만들 수 없습니다.

 

 

유저를 중심에 둔 전략적 경험 설계

엠넷플러스는 단순한 시청 서비스에서 벗어나, 팬이 직접 행동하고 참여하며 머무르는 참여형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콘텐츠를 바라보는 관점 역시 ‘보여주는 것’에서 ‘함께 만드는 것’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플랫폼은 이를 위해 팬덤 구조 전체를 다시 설계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확장합니다.

이 플랫폼의 핵심은 팬의 여정을 하나의 폐쇄 루프로 만드는 데 있습니다. 콘텐츠 시청은 참여의 출발점이 되고, 참여는 보상과 연결되며, 보상은 다시 다음 행동을 유도하는 형태로 이어집니다. 사용자는 영상을 보거나 아티스트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투표, 출석, 포인트 적립, 소통 같은 참여 행동으로 이동합니다. 이 일련의 흐름은 단순히 인터페이스의 편의 기능이 아니라, 팬덤 경제를 중심에 둔 전략적 경험 설계입니다.

이러한 전략은 화면 곳곳에서 경험 중심으로 구체화됩니다. 팬이 ‘지금 무엇을 할지’를 즉각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행동 단서를 전면에 배치하고, 감정적 몰입을 높이는 카드형 인터랙션이나 게임화된 보상 구조를 적용합니다. 팬이 머무는 시간, 참여 빈도, 감정적 연결을 장기적으로 강화하는 데 목적을 둡니다. 특히 Z세대가 선호하는 속도감, 명료함, 감정적 피드백을 반영하여 플랫폼 전체가 하나의 리듬을 갖고 움직이도록 설계합니다.

 

 

결과적으로 이 플랫폼은 팬을 단순한 콘텐츠 소비자가 아니라, 행동하는 사용자로 정의합니다. 사용자가 행동을 반복할수록 더 많은 보상과 콘텐츠가 연결되며, 참여가 곧 플랫폼 내 영향력과 즐길거리로 환원됩니다.

이는 단순한 UI 개선이 아니라, 팬덤의 구조와 경제적 가치까지 고려한 일종의 경험 전략입니다. 플랫폼은 이러한 구조적 설계를 통해 팬이 깊이 머물고 오래 기여하며, 동시에 더 넓은 대중까지 자연스럽게 유입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갑니다.

 

UX디자이너가 말하는 ‘일의 본질’

사람들은 여전히 이 일을 쉽게 정의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묻고 또 묻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직업의 가치를, 그리고 디자인이 가진 본질을 더 잘 설명할 수 있을까?”

그러다보니 디자인의 본질이란 ‘생각하는 방식’을 다듬는 일로 여기게 되었습니다. 감정과 직관으로 시작했던 질문들이 어느새 사고의 구조와 논리의 언어로 옮겨가고 있었고, 사업적으로 나온 수치를 디자인으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디자인은 더 이상 감각 혹은 논리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보이는 것 뒤에 숨어 있는 원리와 맥락, 그리고 사람의 움직임까지 함께 설계하는 일로 확장된 것이죠. 그 과정에서 좋은 디자인은 결국 ‘다양한 각도와 관점에서의 사유의 결과’이며, 생각의 질감과 치열함이 곧 결과물의 품격을 결정합니다.

하지만 사고의 구조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좋은 것을 보고 배우는 능력, 그리고 그 학습을 통해 자신만의 사유 체계를 쌓아가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글. 올리비아 리 《일을 위한 디자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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