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의 경험을 가르는 원칙, 시간
UX 디자인은 다양한 디자인 분야 중에서도 시간을 직접 다루면서 움직임과 행동을 만들어내는 독특한 분야입니다. 건축은 맥락과 리듬으로, 서비스는 단계와 과정으로, 제품은 기계적 프로세스로 시간의 축을 고려한다면 UX 디자인에서 시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디자인의 본질이 됩니다. 사용자의 행동이 곧바로 결과를 ‘움직임’으로 돌려받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화면, 버튼, 제스처에 반응하는 찰나 단위의 행동과 시간을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움직임으로 설계하는 과정인 것이죠.
원칙 1. 작은 시간 단위로 설계하라
사용자의 시간은 화면 위의 작은 상태 변화에도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브라우저에서 탭을 정리할 때 여러 탭을 닫아야 한다면, 브라우저에 따라 마우스를 옮기지 않고도 이 행동이 가능하게 설계한 경우가 있습니다. 사용자는 같은 손동작을 연속해서 반복하기만 하면 됩니다.
반대로 어떤 브라우저는 탭이 닫히면서 정렬이 바뀌고, 닫기 버튼의 위치도 이동합니다. 사용자는 매번 마우스를 다시 옮겨야 하고, 이 작은 움직임이 시간을 끊어 놓습니다.
이 차이는 몇 초 되지 않는 사소한 일이지만, 경험의 밀도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전자의 경우 사용자는 ‘매끄럽다’, ‘빠르다’라는 인상을 받지만, 후자의 경우 에는 불필요한 지연과 번거로움을 기억하게 됩니다. 결국 사용자의 인상은 ‘기능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이처럼 작은 시간 단위의 설계에 의해 결정되기도 합니다.
원칙2. 필수는 최소한으로
UX에서 사용자의 시간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사례로 ‘입력’과 ‘선택’ 등이 있습니다. 이름, 이메일, 주소, 비밀번호 같은 '입력'은 단 몇 줄이라도, 실제로는 행동의 흐름을 끊어버리는 가장 큰 벽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언제나 ‘필수는 최소한으로’라는 말을 원칙처럼 붙들고 있습니다. 꼭 필요한 입력만 남기고 나머지는 덜어내야 합니다.
또한 사용자가 길을 잃지 않도록 안내하거나,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제시하거나, 때로는 제품이 대신 처리해주어야 합니다. 해야하는 일이 있더라도 그것이 막막하게 느껴지지 않고 환영받는 듯 느껴질 때, 사용자의 시간은 분절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경험이 됩니다.
원칙3. 모든 선택지보다 몇 개의 대안을
입력보다 더 시간을 갉아먹는 것은 선택입니다. 우리는 흔히 사용자를 배려한다는 이유로 여러 선택지를 나열하곤 합니다. 그러나 사용자의 마음속에서는 ‘이 중에 뭐가 나한테 맞는 걸까?’라는 불안과 망설임이 시작됩니다. 관심 카테고리를 고를 때, 직무 분류를 찾을 때, 결제 수단을 고를 때마다 사용자는 시간을 들여 머뭇거려야 합니다.
친절하다고 내민 옵션이 오히려 시간을 빼앗는 경우가 잦습니다.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가져왔어’라는 의도는 취향을 존중하는 좋은 방향일 수 있지만, 사용자가 하고 싶은 일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고민이 들어간 몇 개의 대안이 더 책임감 있는 설계가 되기도 합니다.
사용자 경험은 단순한 편리함이 아니라, 멈춤과 움직임, 빠름과 느림의 리듬을 만들어내는 일입니다. 디자인은 사람의 시간을 재단하는 기술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호흡을 맞추는 사려 깊은 비서여야 합니다.
글. 올리비아 리 《일을 위한 디자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