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먼저 대한민국 미디어에서 공포/괴담/실화/미스테리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살펴보자.
2. 1990년대~2000년대 TV 중심 시절에는 <전설의 고향>, <토요미스테리극장>, <서프라이즈>처럼 재연과 드라마타이즈 중심이었다.
3. 서사와 흐름을 제작자가 완벽히 통제하며, 시청자는 수동적으로 공포를 경험하는 방식이었다.
4. 이후 인터넷과 아프리카TV로 흉가 체험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곤 했으나, 2010년대는 기술적 한계가 명확했다. 저화질과 끊김 현상으로 매니아층만 즐기는 경향이 강했다.
5. 유튜브 초창기부터 엔데믹(2023)까지 오디오 중심으로 급격하게 발달했다. 팬데믹 때 오디오 시장이 급격히 커진 영향도 있고, 공포/괴담/실화 장르가 오디오 기반 스토리텔링으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콘텐츠였기 때문.
6. 대표 채널은 디바제시카(262만), 돌비공포라디오(113만), 썸머섬머(106만)이며, 여름이 아닌 겨울에도 빠더너스, 유병재가 꾸준히 오디오 기반 공포 콘텐츠를 하고 있고, 공포 영상툰도 꾸준한 수요가 있다.
7. 하지만 2024년 하반기부터 해당 카테고리는 '듣는 콘텐츠'에서 '보는 것 중심', 즉 리얼리티 기반 콘텐츠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채널은 익스트림한(36만)이다.
8. 익스트림한 채널은 공포/괴담/실화 장르를 오디오 중심에서 다큐멘터리 영역으로 확장시켰는데, 이 채널만의 차별점이 있다.
9. 특수부대 출신이기에 '익스트림한'이라는 채널명처럼 극한의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을 것 같은 이미지를 풍긴다. 야간 촬영뿐 아니라 수중 탐색, 드론 등 고가의 장비로 영상미를 뽑아내며, 가스총, 나이프 등 비살상용 방어 수단도 갖추고 있다.
10. 특히 귀신보다는 실제로 사람이 죽었던 장소나, 한국의 특수한 지정학적 상황인 '북한 땅굴' 같은 공간을 실제로 탐험하여 시청자들에게 생생하게 보여주며, 최근 납치 관련 뉴스가 많이 나온 만큼, 납치당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직접 알려준다.
11. 이 지점이 핵심이자, 익스트림한 채널에서 쇼츠보다 롱폼이 잘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포/실화/괴담 쪽은 숏폼으로 도파민 역치가 높아져서 숏폼 하이라이트 형태가 잘 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12. 시청자는 익스트림한이 위험을 무릅쓰고 대신 보여주는 그 생생한 여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싶기 때문에, 숏폼보다 롱폼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13. 이처럼 자극 강도가 높은 콘텐츠가 뜨는 건 불경기와도 연결된다. 경기 불황기에 소액 사치 소비가 증가하는 '립스틱 효과'가 디지털 콘텐츠 영역으로 확장된 것이다.
14. 요새 Hype 순위에 꾸준히 오르는 귀웅(3,800명) 채널도 비슷한 특성을 지닌다. True Crime보다는 귀신 같은 공포 영역에 초점을 두며, 단순히 체험하는 게 아닌 '기술적 장비'를 통해 검증한다.
15. 예전 EMF 탐지기 같은 주파수가 아닌, 요즘 시대에 맞게 '테슬라 자율주행 차량'을 활용해 공동묘지나 터널을 지나갈 때 화면에 사람이 잡히는지 검증한다.
16. 썸네일도 요새 유행하는 '챌린지' 형태를 띠고 있으며, 귀웅 채널 역시 시청자들이 롱폼 스토리를 쭉 따라가다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놀라는 경험을 원하기 때문에 시청 지속 시간이 매우 높을 것으로 보인다.
17. 두 채널 모두 롱폼 기준으로 구독자 수 대비 평균 조회수가 높다. '평점이 낮은 곳을 직접 체험'하는 어쩔 수 없는 윤화(30만)의 "사이비 마을에서 살아남기"도 같은 맥락으로 조회수 86만을 기록했다.
18. 기술의 발달로 오디오 팟캐스트 중심의 공포/괴담/실화 장르도 이제 ‘보는 콘텐츠’로 시청자를 만족시켜야 할 것이다.
19. 이전에는 영상툰이나 공포라디오 채널의 화면을 일일이 수작업해야 했지만, 생성형 AI 기반으로 '기괴한 영상'을 쉽게 만들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20. AI를 통해 공포 라디오 채널들이 그림을 쉽게 채워감에 따라, 유튜브의 기본인 '시청(視聽)'을 둘 다 만족시키는 형태로 갈 것이다. 그 형태가 평균 시청 지속 시간이 더 높을 수밖에 없고, TV로 틀어놓기에도 좋은 형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