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유튜브 인급동 사라진 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반응은 "유튜브에 볼 게 없다"이다.
2. Reddit에서도 "새로고침을 해도 늘 똑같은 영상만 뜬다," "유튜브 추천이 고장 난 것 같다"며 피로감을 호소한다.
3. 인급동은 내 취향이 아니더라도 '지금 남들이 다 보는 메가 트렌드'를 우연히 발견해 주는 디지털 광장이었다. 이 광장이 사라지자, 알고리즘은 과거 시청 기록에 따라 비슷한 영상만 무한 제공하고 있다.
4. 즉, '신선한 자극'을 주는 새로운 장르나 낯선 포맷을 접할 통로가 끊어졌기에, 시청자들은 역설적으로 '볼 게 없다'고 느끼게 된 것.
5. 대체제가 된 것이 스레드다. 검색 기능도 추가되면서 "맛집은 스레드다"라고 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처럼, 아직 정제되지 않은 '날것'이 스레드의 핵심 장점
6. 유튜브에서 대중적으로 재밌거나 유익한 것도, 스레드를 모니터링하면 알 수 있다. 3월 16일 기준, 재미는 핑계고 - 주지훈, 김남길, 윤경호 편이 핫하며, 정보 소재는 99만 원 맥북 네오다.
7. 이번 핑계고는 100회 특집으로 100분 동안 이야기할 수 있는, 말 많은 '배우' 3인방을 초대했다.
8. 스레드에서 가장 많이 바이럴되는 것은 <관상> 비하인드다. 수양대군이 등장하는 엄숙하고 긴장된 장면 촬영 전, 윤경호는 이정재에게 두 번 인사하는 바람에 "아까 했잖아"라는 서늘한 일침을 들었다고 한다.
9. 촬영에 들어갔는데 혼자만 말(馬)을 제어하지 못해 화면 밖으로 유유히 걸어 나간 슬랩스틱 같은 장면이, "알고 보니 너무 웃기다"라는 반응과 함께 바이럴되고 있다.
10. 김남길이 팬미팅을 5시간 40분이나 한 것에 대해, 주지훈이 "팬들 고문 아니냐. 형은 메타인지가 안 된다"라며 팩폭을 하기도 한다.
11. 주지훈은 큰 키 덕분에 배우 포스가 느껴지는데, 말을 탈 때 "콩콩이"를 해서 그것 좀 그만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12. 셋에 대한 평가는, “셋 다 말은 많긴 한데 묘하게 셋 다 다르게 말이 많다”며, "이 멤버 그대로 풍향고 갑시다"라는 댓글도 달린다.
13. 스크린에서 배우의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던 시대는 끝났다.
14. 허술한 모습에 공감하여, 시청자들은 타임스탬프를 찍고 댓글을 단다. 완벽하게 정제된 영상은 "멋지다"로 끝나지만, 빈틈이 있는 영상은 시청자가 능동적으로 개입하고 싶어진다. 이번 핑계고 영상의 댓글은 1.1만 개, 좋아요 8.3만 개, 조회수 441만 회다.
15. 심리학에 '실수 효과(Pratfall Effect)'라는 게 있다. 평소 유능하고 완벽해 보이는 사람이 사소한 실수를 할 때, 오히려 인간적인 매력이 극대화되고 호감도가 급상승하는 현상이다.
16. 매체 문법 자체가 '동경'에서 '동질감'으로 바뀌고 있다. TV 드라마, 영화, CF는 동경을 기반으로 소비하는 수직적 매체다. 하지만 유튜브는 동질감과 친밀감으로 수평적으로 소비하는 매체가 유튜브다.
17. 유튜브에서 배우 중심으로, 완벽한 모습만 보여주는 채널 대다수가 실패한다. "우와 신기하네, 잘 살고 있네" 정도의 감상으로 끝나며, 유튜브 문법에 맞춘 배우가 살아남는다.
18. 이미숙은 특유의 털털함도 있지만, 60세가 넘는 나이에도 이미주가 시작한 '갸루 화장'을 따라하며 완벽하지 않은 모습을 기꺼이 보여줬다.
19. 아이돌인 이미주는 ADHD가 커뮤니티화됨에 따라 최초로 ADHD 검사를 받기도 했고, 태연은 넉살 채널에서 은둔형 집순이의 모습을, 수영은 게으른 완벽주의자의 모습을, 박재범은 화려한 셀럽이 아닌 집에 얹혀사는 38살 캥거루족의 모습을 보여줬다.
20. 브이로그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해외에서는 “Romanticize your life”라는 트렌드가 확산됐는데, 브이로거의 완벽한 삶을 과시하기보다 지금 가진 평범한 일상을 영화처럼 바라보며 즐기자는 메시지를 담는다.
21. 즉 이상적인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기보다는, 커피를 마시는 순간·산책·집에서 보내는 시간 같은 사소한 장면을 낭만적으로 기록하며, 시청자에게 ‘너의 일상도 충분히 의미 있다’는 정서를 전달하는 브이로그 형식이 인기다.
22. 유튜브에서 완벽한 모습은 박탈감을 들게 할 뿐이다.
23. 한때 카카오톡 이모티콘 캐릭터들이 왜 인기를 끌었는지 생각해 보자. 어딘가 허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