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미팅은 설득의 자리가 아니라 정보 교환의 자리다.
· 가설을 공유하라
· 리스크를 먼저 설명하라
· 투자자 앞에서 불확실성을 먼저 꺼내야 하는 이유
VC 미팅을 앞둔 파운더 대부분은 같은 상태에 놓인다. 조금 과장하면, 시험 전날의 수험생 같다. “이 질문 나오면 뭐라고 답하지?”, “이 숫자 말해도 되나?”, “리스크를 말하면 불리해지지 않을까?”
긴장을 이어, 덱을 과하게 꾸미고, 리스크를 숨기고, 질문을 피한다.
문제는 이 모든 준비가 VC 미팅을 시험으로 착각한 데서 시작된다는 점이다.
실수하면 끝나는 자리 맞는데, 투자자 입장에서 그런 미팅은 아무 정보도 주지 않는다.
“아직 스스로도 잘 모르고 있구나.”
경험 많은 VC일수록 이런 미팅을 속으로 이렇게 정리하기 마련.
특히 미국 VC들과 미팅을 해보면 투자자들이 가장 빠르게 흥미를 잃는 순간이 파운더가 설득 모드로 들어갈 때다는 것을 반드시 참고해야 겠다.
VC 미팅은 설득의 자리가 아니다. 정보 교환의 자리다.
이 팀이 어떤 가설을 가지고, 어떤 방식으로 배우고, 얼마나 솔직하게 업데이트 하는지를 보는 것.
1️⃣ 가설을 공유하라
“우리는 이렇게 될 겁니다”가 아니라 “지금 우리는 이걸 검증 중입니다”를 말하는 습성을 기르자.
- 왜 이 시장이라고 생각하는지
- 어떤 가설이 아직 틀릴 수 있는지
- 무엇이 증명되면 방향을 바꿀 건지
투자자는 정답을 원하는 게 아니다. 사고 구조를 보고 싶어 한다.
2️⃣ 리스크를 먼저 설명하라
“이 팀은 아직 제대로 문제를 못 봤네.”
리스크를 숨기면 VC는 미팅이 끝난 뒤 대부분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고로 우리의 기술적 불확실성, 세일즈 병목, 조직 리스크 등을 스스럼 없이 밝히자.
당신이 먼저 말한 리스크는 이미 절반 해결된 리스크다.
좀더 덧붙여, 나는 불완전한 미팅이 오히려 투자 기준선을 넘긴다고 본다. 이는 연애에도 마찬가지. 행동과학(Behavior Science)에는 신호 이론(Signaling Theory)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사람은 말보다, 비용이 드는 행동을 신뢰한다는 이론이다. VC 미팅에도 동일하게 적용할수 있는데,
예컨대, “우리는 잘하고 있습니다”는 그 어떤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다. 하지만,
아직 검증되지 않은 가설을 공개하고 치명적일 수 있는 리스크를 먼저 설명하고 “이 부분은 아직 모릅니다”라고 말하는 파운더는 심리적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는 팀들은 대부분 VC의 신뢰 기준치를 가장 빠르게 넘기게 되며 이는 파운더의 에고를 VC가 확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중 하나이다. 실제 First Round Capital의 리서치에 따르면, 초기 투자 결정에서 시장 규모보다 더 큰 영향을 주는 요소는 창업자의 판단력과 학습 속도였다는 점을 기억하자.
3️⃣ 조언을 ‘질문’으로 요청하라
“어떻게 해야 할까요?”는 사실 나쁜 질문이고, 대부분의 좋은 질문은 이런 형태를 띈다.
- “이 가설이 틀렸던 팀을 본 적 있나요?”
- “이 단계에서 VC들이 가장 자주 오해하는 지점은 뭔가요?”
이런 질문들이 나은 이유는, 눈앞에 있는 투자자를 심사자에서 사고 파트너로 전환시키기 때문이다. 참고로 매번 심사만 강요당하는 VC에게 이런 접근법은 활력소이다.
4️⃣ 업데이트를 약속하라
투자는 대부분 첫 미팅에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하자.
따라서 투자자와의 초기 미팅들에서는 반드시 끝날 때쯤, 다음을 기약하는게 좋다.
“2달 뒤에 이 지표로 다시 업데이트 드리겠습니다.”
이런식으로 던져놓은 그 약속을 VC는 기억하며, 그 다음 미팅에서 당신의 말이 아닌, 당신의 실행 속도를 객관적으로 어필할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결론.
더이상 VC 미팅이 설득이 아닌, 정보 교환 이라는 구조로 구성되었다는 점을 꼭 기억하라. 그리고 아래 다섯 단계를 기억하자.
A. 가설 공유: 지금 우리가 맞다고 믿는 전제는 무엇인가
B. 리스크 설명: 이 가설이 틀릴 수 있는 지점은 어디인가
C. 조언 요청: 판단이 가장 어려운 선택지는 무엇인가
D. 업데이트 약속: 무엇이 검증되면 다시 이야기할 것인가
E. 관계 관리: 이 대화를 연속된 로그로 남기는가
앞으로 VC 미팅에서 완벽해 보이려 하지 말자.
VC를 평가자가 아닌 사고 파트너로 은근슬쩍 초대하자.
혹시 독자들 중에서도 정보 교환의 관점으로 무거운 IR 미팅을 전환시켰던 적이 있는가?
가장 효과적인 질문은 무엇이었나? 댓글로 각자의 경험과 관점을 공유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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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Paradise City, Inch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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