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확한 비전이라도, 팀원들이 그것을 실행할 수 있다는 집단적 믿음, 즉 '팀 효능감'이 없다면 공허한 구호에 그친다. 오히려 너무 큰 비전은 팀을 압도하고 무기력하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창업가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단순히 비전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 팀의 '자기 효능감'을 설계하고 키워주는 것이다.
PART 4. 역량론
STARTUP CODEX 17. 비전을 어떻게 실행으로 만드는가?
비전은 말이 아니라, 실행으로 증명되어야 하는 방향이다
‘비전이 있다’는 말은 스타트업 세계에서 가장 흔하지만, 가장 많이 오해되는 말이기도 하다. 많은 창업가들이 멋진 문장으로 비전을 표현하지만, 그 비전이 팀의 일상, 제품 개발, 투자 전략까지 이어지지 못한 채 액자 속 구호로만 머무는 경우가 많다.
창업가나 사업개발자는 미지의 대륙을 꿈꾸는 '탐험가'와 같다. 그리고 비전은 그 대륙을 찾아가기 위한 '지도'다. 지도는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할지 알려주는 북극성과 같다. 하지만 진짜 탐험가는 지도를 손에 들고 그 위대함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직접 험난한 길을 걷고, 강을 건너며, 지도를 현실의 '개척된 길'로 만드는 사람이다.
팀은 창업가의 말보다 행동을 따르고, 시장은 계획보다 실행을 믿으며, 투자자는 명분보다 구조를 본다. 비전이 실행으로 번역되지 않으면, 조직은 방향을 잃고 결국 멈추게 된다. 창업가의 리더십은 비전을 ‘말하는’ 능력이 아니라, 비전을 매일의 ‘행동으로 증명하는’ 능력이다.
비전은 어떻게 실행 계획으로 만들어지는가?
비전은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매일의 실행 안에 살아 있어야 한다.
"세상의 모든 정보를 연결하겠다"는 거대한 지도는, "오늘 어떤 정보를 누구를 위해 연결할 것인가"라는 구체적인 나침반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비전은 팀이 움직일 수 있는 작은 단위로 끊임없이 쪼개지고 구조화되어야 한다.
✓ 1단계 (비전 → 문제)
이 비전은 누구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인가?
✓ 2단계 (문제 → 상품)
이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 것인가? 그 구조는 무엇인가?
✓ 3단계 (상품 → 실행)
누가, 언제, 무엇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
✓ 4단계 (실행 → 학습)
시장의 반응에 따라 어떤 전략을 버리고 살릴 것인가?
운은 우연이 아니다
기회를 부르는 확률 설계
위대한 탐험의 역사에는 항상 '운'이 따른다. 하지만 창업가에게 운은 예측 불가능한 외부 요인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조건이다. 성공한 창업가들이 "운이 좋았다"라고 말할 때, 그 본질은 '적절한 시기(Right Time)에 적절한 사람(Right Person)을 만나는 것'이다.
이것은 확률의 문제다. 하나의 시도는 실패할 수 있지만, 10개의 시도 중 한 번은 기회를 만나게 된다. 결국 운이란,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얼마나 자주 시도하고,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나 기회의 그물망을 촘촘히 설계했는가에 달려있다. 실행하지 않는 비전에는 운도 다가오지 않는다. 운 좋은 사람은 실행으로 확률의 모수를 높이는 사람이다
사례
게임의 실패 속에서 운을 찾은 ‘슬랙’의 탄생
오늘날 최고의 협업툴로 꼽히는 슬랙은, 사실 실패한 온라인 게임 ‘글리치(Glitch)’의 폐허 속에서 태어났다. 창업자 스튜어트 버터필드와 그의 팀은 몇 년간 모든 것을 쏟아부은 게임의 실패라는 끔찍한 위기를 맞이했다. 대부분의 팀이었다면 여기서 해산을 선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수년간 게임을 개발하며 매일같이 사용하고 개선했던 '자체제작 내부 메신저'가 있었다. 이것은 그들의 위대한 비전이 아니라, 더 나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매일 치열하게 실행했던 과정의 부산물이었다. 즉, 그들은 게임 개발이라는 메인 퀘스트에 실패했지만, 그 과정에서 수만 번의 '실행(메신저 사용 및 개선)'을 반복하며 누구보다 뛰어난 소통 도구를 연마해 온 셈이었다.
팀은 이 작은 도구의 가능성에 마지막 베팅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게임을 만들며 겪었던 소통의 문제를 다른 개발팀 역시 겪을 것이라 확신했다. 이 결정은 외부에서 보면 실패한 게임사의 '운 좋은 전환'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운'은, 수년간 쌓아 올린 압도적인 실행의 모수가 있었기에 잡을 수 있었던 필연적인 기회였다. 슬랙의 탄생은 위대한 비전이 아니라, 멈추지 않았던 실행이 어떻게 스스로 기회를 만드는지 보여주는 가장 극적인 사례다.
방법론
비전을 팀의 실행으로 바꾸는 4단계
1단계. 비전을 질문으로 번역하라
추상적인 비전을 구체적인 질문으로 바꿔야 팀이 움직일 수 있다.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은 "이번 분기, 우리는 어떤 고객의 삶을 어떻게 더 낫게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이 되어야 한다.
2단계. 행동으로 비전을 증명하라
리더의 시간과 행동은 가장 강력한 메시지다. '고객 중심'을 비전으로 말하면서, 정작 모든 회의를 재무 지표 점검에만 사용한다면 팀은 재무 지표만을 따를 것이다. 리더가 비전과 일치하는 행동을 반복적으로 보여줄 때, 비전은 팀의 문화로 전염된다.
3단계. 비전이 전염되도록 구조를 설계하라
비전은 한 번 말한다고 공유되지 않는다. 회의, 보고, 일상 대화에서 "이 일은 우리의 비전인 OOO과 연결됩니다"처럼 리더가 직접 말로 선을 그려줘야 한다. 또한, 신규 입사자도 쉽게 비전을 이해할 수 있도록 온보딩 과정에 비전을 녹여내는 등, 공유를 위한 구조적 노력이 필요하다.
4단계. 실행의 모수를 높여 운을 설계하라
비전이 팀 전체에 명확히 번역되고 공유되었다면, 이제 팀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더 많은 시도를 할 수 있는 준비가 된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운은 우연이 아니라 확률이다. 리더의 역할은 팀원들이 비전에 부합하는 작은 실험과 도전을 더 많이, 더 자주 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그 과정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렇게 실행의 모수가 늘어날수록, 우리는 '운 좋은' 기회를 만날 확률을 의도적으로 높일 수 있다.
리더십의 심리학
자기 효능감이 팀의 실행력을 만든다
왜 어떤 팀은 거대한 비전 앞에서 열광하며 달려들고, 어떤 팀은 "과연 우리가 할 수 있을까?"라며 주저할까?
그 차이는 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가 제시한 '자기 효능감(Self-Efficacy)', 즉 '우리가 이 일을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아무리 위대한 비전이라도, 팀원들이 그것을 실행할 수 있다는 집단적 믿음, 즉 '팀 효능감'이 없다면 공허한 구호에 그친다. 오히려 너무 큰 비전은 팀을 압도하고 무기력하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창업가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단순히 비전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 팀의 '자기 효능감'을 설계하고 키워주는 것이다.
리더가 먼저 행동으로 성공 경험을 증명하고(2단계), 거대한 비전을 달성 가능한 작은 질문들로 쪼개주며(1단계), 팀이 수많은 작은 성공을 경험하도록(4단계) 도울 때, 팀의 자기 효능감은 극대화된다. 결국, 위대한 리더는 비전을 공유하는 사람이 아니라, 팀 스스로가 "우리는 이 비전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라고 믿게 만드는 사람이다.
질문
생각을 다시 되묻는 피드백 루프
Q1. 우리의 비전은 액자 속 슬로건인가, 아니면 매일의 의사결정을 위한 기준인가?
Q2. 우리 팀원들은 오늘 자신이 하는 일이 회사의 비전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명할 수 있는가?
Q3. 우리는 지금 '운'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가, 아니면 '운'을 만날 확률을 높이는 행동을 하고 있는가?
Q4. 우리는 완벽한 한 번의 실행을 계획하고 있는가, 아니면 수많은 작은 실행을 독려하고 있는가?
마지막으로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
당신은 미지의 대륙 지도를 자랑하는 지리학자인가, 아니면 그 지도를 들고 길을 내는 탐험가인가?
비전은 설득이 아니다. 당신의 움직임이 팀을 설득하고, 그 팀이 기회를 현실로 만든다. 창업가는 비전을 가장 먼저 믿고, 가장 먼저 실행하며, 가장 먼저 증명해야 하는 사람이다.
실패하지 않는 사업의 비밀은 고객을 설정하고 제품을 상품으로 만들어 시장으로 진입하는 일입니다. 아직 이전 아티클을 읽지 않으셨다면 아래 글을 먼저 읽어보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PART 1. Decode the Customer 고객론
Codex 1. 시장에서 우리의 진짜 고객을 정의하고 찾아내기 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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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x 3. 고객의 진짜 문제, 어떻게 정의하지? 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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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x 5. 고객 확장을 통한 성장, 어떻게 하지? LINK
Codex 6. 고객 데이타는 '투자결정자산'이다. LINK
PART 2. Engineer the Sellable Product 상품론
Codex 7. 제품과 상품의 차이 모른다면 사업가가 아니다 LINK
Codex 8. 당신의 제품을 '반드시' 팔리는 상품으로 만드는 법 LINK
Codex 9. 'Only One'을 만드는 상품 설계법 LINK
Codex 10. 기술보다 타이밍이 중요한 이유 LINK
Codex 11. 반복되는 매출의 “구조”를 설계하는 법 LINK
PART 3. Engineer the Growth 성장론
Codex 12. 성장과 확장을 위한 시장조사 설계법 LINK
Codex 13. 경쟁자 분석을 통해 스케일업 루트 찾는 법 LINK
Codex 14. 사업화 전략 : 선점, 연계, 확장은 어떻게 설계되나? LINK
Codex 15. 구조적인 성장전략을 설계하는 법 LINK
Codex 16. GTM 전략 - 시장진입 설계 LINK
[Startup Codex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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