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2월이 되면 조직 구성원들은 불안합니다. 인사 평가 때문이죠. ‘올해 평가는 어떨까?’, ‘상사가 날 어떻게 평가할까?’ 같은 걱정들이 다가옵니다.
평가하는 쪽도 고민이 깊어집니다. 피드백은 어떻게 전달할지, 평가가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신경 써야 하니까요. 이처럼 연말 평가가 모두에게 힘든 데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겁니다.
크린텍도 2007년, 처음으로 연말 평가 시스템을 도입했을 때 같은 문제를 겪었습니다. 1년에 한 번만 평가가 이뤄지니, 직원들은 느닷없이 통보받는다고 느꼈습니다. 연초에 평가 기준을 안내해도, 바쁜 일상에서 잊히곤 했죠.
그래서 오랜 시행착오 끝에, 크린텍은 ‘예측 가능성을 극대화한다’는 방향성을 설정했습니다. 그리고 이 원칙에 맞춰 평가 방식을 만들어갔죠.

분기별 1:1 면담: ‘깜짝’을 없애다
현재 크린텍은 분기마다 1:1 면담을 진행합니다. 질문은 단 두 개입니다. 이번 분기 특히 잘했다고 생각하는 점. 그리고 아쉬웠던 점.
면담 후 구성원들은 본인 답변을 이메일로도 발송합니다. 이런 기록이 쌓이면 올해 성과가 어떨지도 예측 가능해지죠. 본인의 강점과 약점도 선명하게 보이고요.
이와 별개로, 사내 KPI별 진행도는 매달 대시보드로 전사에 공유됩니다. 본인이 현재 어느 위치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죠. 크린텍은 성과가 급여와도 연동되기에, 언제든지 자기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겁니다.
시작하자마자 잘 된 건 아닙니다. 중간관리자들이 이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데만 5년 이상 걸렸습니다. 평가 시스템의 완성도는 결국 평가자의 역량과 비례하니까요.
당장의 성과보다 ‘방향성’을 제안하는 게 더 큰 성과입니다
크린텍에서는 재고회전율을 5회전에서 6회전으로 늘렸다면 B등급입니다. ‘양적 달성’이죠. 하지만 "내년에 6회전을 달성하려면 어떤 방법이 필요한지" 제안하면 A등급이 됩니다. ‘다음 해 목표 개선을 위한 제안’을 했으니까요. 단순 목표 달성을 넘어,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의견을 내는 것을 더 높게 평가합니다.
이는 크린텍이 속한 업계 특성에 기인합니다. B2B 중장비 산업 분야는 많은 변수가 얽혀 있습니다. 고객사 예산 집행 시점만 달라져도 매출 발생 시기가 달라지고, 기획과 마케팅 등 모든 기업 활동이 영향을 받죠. 그래서 분기마다 면담하며 ‘계획 대비 어떻게 달라졌는지’, ‘다음 분기는 어떻게 대응할지’를 함께 논의해야 합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렇게 현재 상황을 파악하고, 개선 의견을 내는 게 쉽지는 않죠. 그래서 크린텍은 비전 간담회, 월간 회의 등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는 데 익숙해지도록 지원합니다. 올해는 AI 활용법도 공유하며 직원들이 업무 개선안을 더 쉽게 도출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건강한 조직은 예측이 가능합니다
결국 좋은 평가 시스템의 핵심은 직원들이 자기 성과를 예측할 수 있는 것입니다.학생들이 모의고사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 시험 성적을 짐작해 보는 것처럼, 조직 구성원들도 분기별 피드백을 통해 연말 평가를 예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시스템이 정착되면 첫째, 연말 평가 결과에 대한 직원들의 수용도가 높아집니다. 깜짝 발표가 아니라 이미 예상한 결과니까요. 둘째, 상사와 부하 직원 간 신뢰가 쌓입니다. 정기적으로 대화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이 늘어나니까요. 셋째, 조직 전체의 성과가 올라갑니다. 개선점을 빨리 발견하고 조정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쉽지 않습니다. 시스템 정착에만 5년이 걸렸다는 말은, 그만큼 전사적 차원에서 시행착오를 인내하고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한 번 안착하면, 그 효과는 오래 지속됩니다.
‘올해 끝’이 아닌 ‘내년의 시작’을 앞서 바라보는 조직. 그 비밀은 거창한 혁신이 아니라, 분기마다 꾸준히 대화하고 기록을 남기는 작은 습관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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