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옆에 있는 사람과 경쟁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요. 오히려 시장의 판도를 바꾸기 위해서 협력하는 관계를 만들어야죠. 저는 실리콘 밸리에서 이런 win-win 문화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안소윤 Odo CEO (YC 24 배치)
위대한 기업가들은 큰 꿈을 꾸고, 미래를 낙관하고, 함께 만들어 간다는 세 가지 원칙을 끝까지 지킨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럼 위대한 기업가를 다수 배출해 낸 실리콘 밸리에서는 과연 정말, 실제로 이런 가치들이 잘 꽃피울 수 있는 문화가 형성돼 있을까요?
EO가 주관하는 행사 <BOLD : Seoul 2025>에서 안소윤 Odo CEO에게 그 답을 들을 수 있습니다.
안 대표는 뉴욕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다가, 핀테크 플랫폼 회사 로빈후드(Robinhood)로 이직해 비즈니스 빌더, PM으로 근무했습니다. 이후 창업의 길로 뛰어들었고 2024년 여름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 이하 YC) 프로그램에 선정됐어요. 지금은 AI 이메일 비서 스타트업 Odo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O가 안소윤 CEO를 만나 발표 내용의 일부를 먼저 들어봤습니다. 블라드 테네브(Vlad Tenev) 로빈후드 CEO와의 퇴사 면담에서 투자 받을 약속을 받아낸 썰부터 YC에서 생애 최고로 열일한 이야기까지,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좋겠어요!
💡안소윤 CEO의 메인 키노트 발표, ‘로빈후드와 Y Combinator에서 경험한 스타트업의 Win-Win 문화’의 풀버전은 <BOLD : Seoul 2025>에 참여하면 즐기실 수 있습니다. 안소윤 CEO를 행사에서 직접 만나 더 큰 인사이트를 얻어 가세요!
시장의 빈 곳을 찾아 만든 ‘이메일 어시스턴트’
Q. 안 대표님, 안녕하세요. 본인을 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Odo의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안소윤 대표입니다.
저는 뉴욕에서 컨설턴트로 4년, 로빈후드에서 5년 동안 근무한 뒤, 더 좋은 자극을 받고, 더 빠르게 배우고 싶어서 창업을 했어요. 처음에는 정부 계약을 수주하는 기업들을 지원하는 AI 플랫폼을 만들었고, 올 7월쯤에는 피봇해서 이메일 어시스턴트 서비스 Odo를 빌드하고 있어요.
저는 스스로를 뼛속까지 프로덕트 빌더라고 생각합니다.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프로덕트를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큰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로빈후드에서 일하며 배웠는데요. 이것이 정말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앞으로도 프로덕트 빌더로서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Q. Odo는 어떤 서비스인가요?
Odo는 B2B 서비스이자 AI 이메일 어시스턴트 서비스예요. 지금은 이메일 초안 작성과 비즈니스 검색, 이렇게 두 가지 기능이 있습니다.
이메일 초안 작성 기능의 경우, ChatGPT가 이메일에 임베디드된 서비스라고 보시면 돼요. AI가 사용자의 받은편지함에 있는 이메일들을 학습해서 맥락을 읽고 문체를 따라해서 새로운 이메일을 작성하는 기능이에요.
비즈니스 검색 기능의 경우, AI를 통해 사용자가 받은편지함 안에서 한 단계 더 깊은 검색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서비스입니다. 기존 이메일은 기본적인 키워드 검색만 되는 반면, Odo는 사용자에게 더 풍부한 경험을 제공해 줍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우리 고객사 현대카드의 OOO님이 보낸 마지막 이메일을 요약해줘”라고 검색하면 결과를 딱 맞게 보여주죠.
Q. 왜 Odo를 만들게 되셨나요?
미국 시장에서 세일즈를 할 때 이메일을 정말 많이 쓰기 때문에 여기 큰 니즈가 있을 것이라고 봤어요. 저희도 피봇 전의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매일 같이 콜드메일을 작성했고, 고객사에게 이메일을 통해 다른 고객사를 소개받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이메일에 AI와 LLM을 제대로 적용한 프로덕트를 만들어 보자고 생각했어요. 지금의 AI 서비스 트렌드를 보면, 엔지니어들은 커서(Cursor) 등 AI가 임베디드된 코딩 자동화 도구를 코딩할 때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반면, 엔지니어가 아닌 근로자들은 AI를 자신의 생업에서 그렇게 유용하게 사용하지 못하고 있거든요.
특히 고객 서비스 분야, 영업 분야 등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직무는 이메일을 굉장히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AI를 적용했을 때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이 큰데요. 그럼에도 AI 기술이 매끄럽게 녹아든 이메일 솔루션이 시장에 없었어요.
Q. 그런데 이메일에 AI 기술을 적용한 서비스는 이미 있지 않은가요? Odo는 어떻게 다른가요?
네, 그런데 사용자의 맥락을 정말 잘 읽고 특성을 개인화하는 방식으로 AI를 적용한 제품은 없어요.
이메일은 길지는 않아도 보내는 사람의 개성이 드러나는 글로서, 받는 사람에게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해서 행동을 취하게 하거나 기억에 남아야 해요. 따라서 보내는 사람들은 받는 사람들에게 (본인이) 의도한 영향을 미치도록, 자신만의 방식으로 설득하는 글을 써야 합니다.
그런데 ChatGPT로 쓴 이메일은 사실 다 티가 나게 마련이에요. 그렇지 않나요? 그리고 그런 이메일은 받았을 때 성의도 없고, 사실 읽고 싶지도 않아요. 그래서 발신자의 화법을 이해해서 그 사람이 쓴 것처럼 ‘사람 냄새’나는 이메일을 쓸 수 있는 솔루션으로서 Odo를 차별화했습니다.
또 ChatGPT를 활용해 Odo가 출력해 내는 이메일처럼 쓰려면, 사용자가 기존의 이메일을 전부 입력해서 학습을 시켜야 하는데요. Odo는 사용자의 이메일에 AI 시스템을 임베드해서 기존에 인박스에 있는 이메일들을 학습하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죠.
로빈후드와 YC에서 경험한 ‘협력’ 문화
Q. 창업 후 2024년에 YC 여름 기수에도 선정되셨죠. YC에서는 무엇을 배우셨나요?
크게 두 가지를 배웠어요. 첫 번째로 배운 점은, 창업 초기에는 ‘코딩’과 ‘고객과의 대화’만 하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YC에 선정됐다고 하면 VC들이 바로 컨택을 하는데요. YC에서는 이 투자자들과 당장은 만나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선정된 스타트업들이 프로덕트를 빠르게 빌드해서, 신속하게 론칭하고, 피드백을 받아서 개선하는 과정에만 집중해도 시간이 모자란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도 세 달 동안 정말 쉬지 않고 일했어요. 프로덕트의 완성도를 더 높여나갔고, 새로운 파트너를 찾았으며, 마케팅의 일환으로 링크드인 글도 정성스럽게 많이 썼어요. 영업을 하느라 컨퍼런스도 자주 갔고요. 그러니 주말 반납은 물론이고, 그때까지 살면서 가장 열심히 일한 것 같아요. 그때 “이렇게 해야 무에서 유를 창조하겠구나”라고 몸소 느꼈어요.
YC에서 두 번째로 배운 점은, 서로 도와야 같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YC 동기 중에서도 서로 경쟁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팀들이 있어요. 최근에는 특히 AI를 기반으로 솔루션을 만드는 팀이 많아서 비즈니스 모델 또는 아이템이 겹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그럼에도 YC에서는 오히려 같은 업계에서 비슷한 서비스를 만들면 통하는 게 많기도 하고, 서로 잘 보여야 좋은 점이 더 많다는 분위기가 형성돼요. 그래서 자신들이 쓰고 있는 좋은 툴이 있으면 서로 소개해 주기도 하고, 시장 진출 노하우와 전략을 공유하기도 해요.
Q. YC에서는 ‘허슬’과 협력을 중시하는군요. 로빈후드에서도 5년 동안 근무하셨는데 여기서는 무엇을 가장 크게 얻으셨나요?
기본적으로 로빈후드에서도 경쟁보다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대담한 꿈을 꾸는 시각을 중요시 해요. 그래서 저는 여기서 비즈니스 스킬 측면, 정신력 측면에서 두 가지를 학습했습니다.
비즈니스 스킬 측면에서는 잘 만들어진 프로덕트 디자인에 관한 경험을 제대로 할 수 있었습니다. 로빈후드에서는 제3자가 보면 간단한 디자인이지만, 그 뒤에서는 사용자의 ‘진짜’ 니즈를 파악해서 솔루션으로 잘 녹여낸 성공적인 프로덕트들을 어떻게 하면 만들 수 있을지 항상 고민했어요.
그리고 정신력 측면에서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어요. 로빈후드에서 내놓은 모든 프로덕트가 다 잘 되지는 않았고 실패한 테스트도 많았어요. 하지만 누군가에게 안 좋은 결과를 책임지라고 하기보다, 구성원들이 그 결과에서 무엇을 배웠는지를 더 중시하는 문화가 있었습니다.
관련해서 좋은 사례가 있었는데요. 제가 PM으로서 ‘로빈후드 골드’라는 서비스를 론칭했을 때였습니다.
로빈후드 골드는 한 달에 5달러를 지불하면 추가 기능을 제공하는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였어요. 저희는 이 서비스의 구독자를 늘리기 위해, 사용자의 계좌에서 투자하지 않은 현금의 이자율을 올려주는 번들을 구성해 보자는 아이디어를 냈죠.
이 아이디어에 대해 로빈후드 재무팀은 이자율을 낮추어 손해를 줄이자고 했지만, 대표는 구독자가 늘면 괜찮을 것이라며 저희 팀의 제안 그대로 진행하자고 결정했습니다.
다행히 로빈후드 골드는 성공적이었어요. 로빈후드에서는 이렇게 당장의 실적과 실패를 지나치게 두려워하지 않고, 큰 그림을 보며 장기적으로 도전했어요. 그래서 이런 성공도 맛볼 수 있었죠.
Q. 실리콘 밸리에서는 대담한 꿈, 낙관주의, 협력과 같이, 창업자로서 성공하기 위해 꼭 필요한 가치들을 실제로 중시하고 강조하네요.
네. 그래서 <BOLD : Seoul 2025>에서도 저의 이런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실리콘 밸리 스타트업들의 협력적인 문화를 이야기해 드리려고 해요. 발표는 크게 세 가지 꼭지로 준비하고 있어요.
첫 번째는 로빈후드에서 ‘경쟁보다 패러다임의 변화를 추구하는’, 대담한 꿈을 꾸는 법을 배운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로빈후드에 갓 입사했을 때, 저는 컨설턴트였던 사람답게 경쟁 핀테크사들을 조사해서 직원들 앞에서 발표를 했어요. 그런데 정작 경영진은 뜨뜻미지근한 반응인 거예요.
그래서 발표를 마친 후 그들에게 “경쟁사들을 파악하고 그들에게 대응하는 전략을 수립하는 게 중요하지 않나요?”라며 왜 더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지 물었죠. 그랬더니 그들은 산업 자체를 완전히 바꿔놓을 꿈을 꾸고 있기 때문에 바로 옆에 있는 상대를 경쟁의 대상으로 보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했어요. 그때 저의 시야가 한층 넓어졌던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는, 실리콘 밸리 스타트업의 선순환 구조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해요. 로빈후드를 퇴사할 때 CEO 면담에서 창업을 한다고 했더니, 대표와 임원진이 선뜻 프리시드 투자를 해주었어요. 물론 저희의 가능성도 보셨기 때문에 투자를 하신 것이겠지만요.
한편으로는, 실리콘 밸리의 성공한 대표로서 차세대 창업자에게도 투자를 하며 생태계를 지속가능하게 선순환시키려는 의지도 보였습니다. 실제로 이런 사례들이 실리콘 밸리에는 많이 있어요.
마지막 세번째 파트에서는 실리콘 밸리 창업자 네트워크에서 서로 협력하는 문화에 관해 이야기할 거예요.
저희가 창업을 하고 YC에 지원할 때, 로빈후드 출신 중 YC를 준비하던 친구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그들은 저희의 지원서에 피드백을 해주었고, 모의 면접부터 추천까지 다방면으로 서포트해 주었어요. 이렇게 창업자들끼리도 상부상조하는 문화를 실리콘 밸리에서 몸소 체험했어요.
물론 실리콘 밸리 창업자인 저도 마찬가지로, 가능하다면 여타 동료 창업자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해요. 특히 너무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제공해줄 수 있다면 “Why not?(당연하지)”이라는 생각으로 기꺼이 도우려고 하죠.
💡로빈후드와 YC에서 배운 실리콘 밸리의 win-win 문화가 더 궁금한 분들은 <BOLD : Seoul 2025>에 참가해 더 자세히 들어보세요!
실리콘 밸리 창업자에게 꿈, 낙관주의, 협력이란?
Q. 로빈후드에서의 경험 덕분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인상깊었어요. 사실상 미래를 낙관하면서 대담한 꿈을 실현하라는 말과 비슷해서요.
맞아요. 로빈후드는 저에게 비전을 주는 회사이기도 했습니다.
로빈후드는 초기에 트레이딩 회사 중 유일하게 거래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용자를 빠르게 늘릴 수 있었어요. 그런데 2019년쯤 미국의 3대 트레이딩 회사가 전부 거래 수수료를 없앤 거예요.
내부에서는 이에 대해 아무래도 술렁일 수밖에 없었죠. 왜냐면 로빈후드의 차별점이자 경쟁력이 사라지는 상황이었으니까요.
그런데 대표는 이런 변화에 대해 “잘됐다!”는 의외의 반응을 보이면서, “로빈후드가 시장에 압력을 넣어서 실제로 판도를 바꾸었고 변화를 일으켰다”고 말하는 거예요.
나아가 뉴욕타임즈에 전면 광고를 실으며, “로빈후드는 지속적으로 투자자들에게 최고의 혜택을 제공하고, 금융업계의 판도를 바꾸는 데 집중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그때 이렇게 비전을 주는 회사가 많지 않다는 생각에 마음이 뭉클했고, ‘회사 다닐 맛 난다’ 싶었어요.
Q. 그렇군요. 그럼 대표님에게 꿈, 낙관주의, 협력은 어떤 의미인가요?
세 가지 가치는 정말 밀접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제가 발표하는 주제가 ‘협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보니) 꿈과 낙관주의가 결국 협력의 시작점이라고 봐요.
혼자서 낙관적이고, 혼자 꿈을 꾸는 건 불가능하거든요. 왜냐면 한 사람이 꿈을 꿀 수 있도록 알게 모르게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서로 활발하게 협력하는 결과로서 큰 꿈을 꾸는 사람들과 미래를 낙관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도 생각해요.
Q. 마지막으로 <BOLD : Seoul 2025>에 꼭 참가해야 하는 이유를 말씀해 주세요.
“Why not?( 당연히 참가해야죠!)”
창업은 고생길이에요. 그래서 혼자 스타트업을 시작하고 외롭게 꿈을 꾸면 너무 힘듭니다. 안 그래도 안 되는 것 투성이거든요. 그래서 서로가 서로의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에서도 <BOLD : Seoul 2025>와 같은 행사를 기반으로 서로 다같이 잘 되는 문화를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
💡 <BOLD : Seoul 2025>에서 실리콘 밸리에서 낙관적인 미래를 위해 열일하며, 다른 사람들과 협력해서 AI 이메일 어시스턴트 프로덕트를 성공시키겠다는 대담한 꿈을 꾸고 있는 안소윤 Odo 대표를 직접 만나보세요!
글|장혜림
편집|김지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