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주 eo · 기획자
크리에이터 아티클
#마인드셋 #시장조사 #아이템 선정
3조 원 써본 기업가에게도 창업은 쉽지 않았다

‘몸을 낮추는 자만이 남을 다스릴 수 있다.’

 

수퍼빈 김정빈 대표를 만난 후 떠오른 구절입니다. EO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의 부족함을 자주 언급했어요. 취업을 못했고, 승진을 못했고. 창업을 한 후에도 ‘내 경험이 옳다’는 생각에 시행착오를 반복했다고요. 

이런 이야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꺼내기 쉽지 않은데, 그는 거리낌 없이 몸을 낮췄습니다. 스스로 부끄럽고, 그러나 그걸 인정하니 부끄러움이 용기가 됐다고 덧붙였죠.

그가 수퍼빈을 창업한 계기도 겸손에서 비롯됐습니다. 중년을 바라보면서 “5년 안에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가 됐으니 ‘내 생의 마지막 모습’을 고민하게 됐던 것이죠. 그 고민의 끝에 자원 재활용에 기여하는 스타트업 ‘수퍼빈’이 탄생했습니다. 

참 멋진 분이죠. 그래서일까요. EO 인터뷰 영상에 달린 댓글에는 ‘존경한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어려운 환경 문제를 기업가로서 해결한다고요. 

이런 반응에 대해 그는 웃으며 말합니다. “재활용도 놀이가 될 수 있습니다!” 순환자원 로봇 시스템을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고,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참여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자칫 ‘존경스럽지만 나와 거리가 먼 일’로 그칠 수 있는데, 김 대표는 한 번 더 몸을 낮추고 손을 내미는 창업가입니다.

물론 겸손하다고 꿈의 크기가 작은 것은 아니에요. 수퍼빈이 궁극적으로 도시를 설계하는 스타트업이 되고자 합니다. 당연히 물음표가 따라붙겠죠…?!

“돈을 어떻게 벌건데?” 
“스타트업이 그걸 할 수 잇을까?” 
“환경 문제 해결하면서 수익 구조가 나오나?”

김 대표 특유의 겸손함은 이런 의문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품에 안죠. “인정하지 않으면, 극복할 수 있는 용기가 발휘되지 않아요.” 

세상을 바꾸겠다는 스타트업의 포부는 이런 형태로도 표현되는 듯합니다. 수퍼빈이 재활용의 현실을 인정하고, 미래를 위한 변화를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EO가 자세히 들어봤습니다.

 

※ 읽는 이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인터뷰 질문 및 답변을 일부 편집했습니다.

(출처 : 수퍼빈)

 

쓰레기가 돈이 되는 시대

 

Q.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도 쓰레기와의 전쟁을 치열하게 하고 있는 수퍼빈의 선장 김정빈입니다.

 

Q. 수퍼빈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스타트업인가요?

우리가 버리는 많은 폐기물들이 재활용으로 연결되는 새로운 방법을 공부하고 사업화하는 회사입니다. 쓰레기가 버려진 다음 실제로 재활용이 되기 위해서는 쓰레기를 잘 분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네프론이라는 순환자원 회수 로봇을 통해 재활용이 가능한 폐기물을 분류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또 네프론을 통해서 현금으로 또는 포인트로 경제적 이익을 보상받을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합니다. 폐품들을 직접 가공해서 다시 산업에 제공하는 사업 모델도 가지고 있습니다.

 

수퍼빈의 네프론 로봇. (출처 : 수퍼빈)

 

Q. 쓰레기를 잘 분류한다는 것은 무엇인가요?

누군가 돈을 주고 폐기물을 사 갈 때 재활용의 가능성이 가장 높아집니다. 다시 말해, 어떤 폐기물을 어떻게 모아야지 구매자가 돈을 주고 사가는지 공부하는 것이 1순위입니다. 필요한 폐품을 골라낼 수 있는 기준을 정하고, 인공지능에게 이것을 학습시키는 거죠.
 

Q. 좋은 폐품을 분리해 가면 그게 돈이 되나요?

엄청 돈이 되죠. 돈이 되는 시대가 왔습니다. 누구나 들으면 아는 화장품, 음료 회사들이 이제는 석유가 아닌, 폐기물을 소재로 제품을 만들어야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는 시대로 진입을 하고 있습니다.

 

Q. 우리가 알만한 구체적인 회사들이 어디가 있나요? 

코카콜라, 펩시, 에비앙 같은 음료회사들이 2025년부터는 모든 음료 용기를 폐 플라스틱으로 만든다고 비전을 선포했습니다. 록시땅, 샤넬, 루이비통도 폐 플라스틱이나 기존에 폐기되던 재활용품을 혼합해서 화장품 용기 소재를 만들라는 요구를 이미 하고 있습니다.

HP도 키보드에 들어가는 플라스틱을 해변가에서 50km 이내에 있는, 즉 해변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은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한 소재로 만들어서 납품해달라는 아주 구체적인 요구를 하고 있죠.
 

펩시가 2020년 발표한 환경 보고서의 일부. 2025년까지 재활용 또는 생분해가 가능한 페트병으로 100%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출처 : Pepsi)

 

더 나아지기 위해선 스스로 움직여야 했어요.

 

Q. 구체적인 창업 이야기를 하기 전에, 창업 이전의 대표님은 어떤 사람이었는지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앞뒤를 재지 않고 실행하는 사람에 속했던 것 같습니다. 학부 졸업할 때는 내가 가지고 있던 핸디캡을 극복해보겠다며 그냥 유학을 툭 가버리고, 회사도 창업하기 전까지 일곱 번을 옮겼거든요.
 

Q. 어떤 부분이 핸디캡이라고 생각하셨나요?

그때 당시에는 특정 학교를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사회 분위기였습니다. 학교에서 좋은 성적으로 졸업했는데 (소위 좋은 대학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사회에서 그만큼 인정을 못 받는 거죠. 

그게 불공평하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제가 가지고 있는 약점이라면, (좌절하기 보다는) 딛고 올라서야 겠다는 판단이 섰고, 유학을 가게 됐습니다.

 

학부 조기졸업을 할 정도로 학업에 열중했던 김 대표의 학창시절. (제공 : 김정빈)

 

Q. 유학을 가서는 어떤 공부를 하셨나요? 

어학연수부터 시작했어요. 영어가 안 돼서 어학 연수를 받으면서 오리건대학 수학과 학부로 편입을 했습니다. 졸업할 때 미적분학을 맨날 1등 할 정도로 성적이 좋았어요. 수학의 정석으로 미적분학을 공부하고 시험을 보면 성적이 잘 나왔어요.

근데 저는 경제학을 공부하고 싶었어요. 당시 지도교수님이 제가 경제학을 공부하고 싶어하는 것을 아셔서 추천서를 잘 써주셨습니다. 그 덕분에 코넬대학교에 장학금을 받으면서 입학하게 돼요. 그 이후에는 하버드 케네디스쿨로 옮겨서 MBA 과정을 2년간 했습니다.

 

Q. 유학생활은 어땠나요. 순탄치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IMF라 너무 힘들었어요. 워낙 물가가 비싸니까 학생식당에서 일했어요. 퇴근할 때 빵이랑 과일을 챙겨나올 수 있었는데, 그걸로 다른 끼니도 해결했었습니다. 학생식당 일이 없는 날엔 맥도날드 모닝 세트 1달러 99센트 짜리를 3봉지 사서 아침, 점심, 저녁을 다 그걸로 먹는 거죠.

 

Q.힘든 유학 생활을 통해 얻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그렇게 어려운 환경에서 버틴 경험이 그 이후에 다른 결정을 하거나 시도를 할 때 굉장히 중요한 기초 체력이 되더라구요. 창업까지 하면서, 어려운 의사결정을 할 때 불편하거나 고통스러운 상황을 잘 견뎌내는 태도가 됐어요.

 

IMF 외환위기로 힘든 시기에도 열심히 유학생활을 보내는 모습.  (제공 : 김정빈)

 

Q. 귀국한 이후는 어땠나요. 창업을 하기 전까지 여러 회사에서 일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삼성화재에 연봉 1억 이상 받는 비싼 대리로 입사를 했습니다. 입사하고 2년 있다가 과장 진급 대상자였는데 진급이 안됐어요. 떨어진 거죠. 부끄럽고 창피했어요. 인정 받지 못했다는 억울함도 있었고요. 그래서 컨설팅 업계로 또 한번의 이직을 시도했습니다. 

유명한 외국계 컨설팅 회사들이랑 인터뷰를 쭉 했는데 한 곳에서도 입사 제안을 못 받았습니다. 제가 부족함이 많았던 거죠. 그래서 기회가 닿았던 HR 컨설팅 업계에서 2년 동안 우선 일을 하고, KPMG에 전략 컨설턴트로 이직에 성공합니다.

전략 컨설팅을 한 2년 정도 하고, 클라이언트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아는 지인을 통해 철강 회사가 메인인 ‘코스틸홀딩스’라는 지주사로 옮겨가게 됩니다. 이 철강 회사가 당시 여러 가지 부도 문제가 있었어요. 그때 회장님의 권유로 철강회사 CEO로 가서 구조조정 및 신규 사업을 4~5년 동안 했어요.

 

Q. 다양한 업계와 역할로 이직을 많이 하셨는데, 기준이 있었나요. 

직감. 내가 원하는지가 중요했죠. 근데 그 직감이 작동되는 기저는 꼭 있습니다. 목숨을 걸고 한 일을 2년 정도 하면 다른 재미있는 걸 찾고 싶은 기저가 작동했던 것 같습니다. 그럴 때 주어지는 여러 선택지 중에 제 직감에 따라 갔습니다. 사람이 좋든 산업이 매력적이든, 아니면 회사에 대해서 갖고 있던 이미지가 좋든, 그런 것들을 따르는 것 같아요.

때로는 잘 몰라야 시작할 용기가 납니다. 김 대표도 그랬죠. ‘창업을 어떻게 하게 됐냐’는 질문에 “내가 잘못 판단한 것"이라고 즉답했습니다. 수퍼빈은 무지로부터 나오는 용기에서 출발해 “오판을 인정하는 용기”로 성장했습니다.

 


 

사업, 해봤으니 쉬울 줄 알았죠. 잘할 줄 알았어요. 


Q. 철강회사의 CEO를 하다가 어떻게 창업을 결심하게 되셨나요? 이직과는 또 다른 결정이었을 것 같습니다.  

38살부터 한 42살까지 철강회사의 CEO로 있으면서 돈을 3조 정도 써봤어요. 그랬더니 세상이 돌아가는 형태가 좀 보이더라구요. 대기업 중심으로 산업을 이끌고, 중소기업들이 벤더 구조를 형성하는, 이러한 성장 동력이 과연 더 지속될 수 있는가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바뀌어야 하는 순간이 굉장히 가까이 왔다는 것을 느꼈어요. 이런 상황에서 스타트업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출처 : 수퍼빈)

 

Q. 직접 창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있었을까요?

오판. 잘못 판단한거죠.(웃음) 저는 (창업이) 되게 쉬울 줄 알았어요. 이만한 규모의 사업을 못한다는 게 사실은 상상이 좀 안 됐죠. 제가 잘할 줄 알고 창업을 했어요. 근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처음에는 액셀러레이터로 스타트업 업계에 발을 들였어요. 투자를 하고 싶어서 눈여겨봤었던 창업가 중 한 명이 저한테 그러셨어요.

“대표님은 하버드 MBA도 나오시고, 전략 컨설팅도 하시고, CEO도 하셨는데, 창업은 해보신 적 없잖아요.”  

이 생태계에서 어울리려면 창업이라는 정공법을 택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죠. 수퍼빈 팀을 꾸리면서 그렇게 창업의 길로 들어왔습니다. 잘 될 줄 알고, 잘할 줄 알고 들어왔는데, 제가 틀렸다는 걸 깨닫는 데 한 3년 걸렸습니다.

 

Q. 3년 간의 이야기를 좀 더 해주실 수 있을까요? 창업가가 되면서 겪은 시행착오가 있으셨는지요. 

가장 큰 시행착오는 창업하기 전에 제가 갖고 있었던 성공 경험이었어요. 이전 회사들에서 성공했던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창업 생태계에 적용하려고 했던 것이 가장 큰 시행착오입니다. 

초기 스타트업은 시스템과 방법론과 프로세스로 움직이는 게 아니고 사람들 간의 연결과 연대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2015년 6월 수퍼빈을 창업했을 때는 제대로 된 사무실도 없이, 지인이 빌려준 회의실에서 종이에 회사 이름 써 붙이며 시작했어요. 그때 인원은 총 4명이었습니다. 6년이 지난 지금은 약 80명의 동료들과 함께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출처 : 수퍼빈)

 

죽음을 가까이 두니 무엇을 해야 할지 보이더라고요.

 

Q. 다시 수퍼빈 이야기로 돌아가서, 창업 아이템은 어떻게 선정하셨나요? 

이거 역시 제 트라우마와 핸디캡에서 오는 것 같아요. 2005년에 한국에 들어와서 삼성화재 대리로 일을  할때 스마일빈이라는 회사를 만들었었습니다. 수퍼빈의 네프론 같은 기계를 해외에서 들여와서 한국형으로 서비스를 했었습니다. 근데 그게 실패를 했죠.

그 당시 스마일빈을 창업했을 때 도와줬던 동료들이 있었습니다. 1, 2년 동안 아무런 보상 없이 저를 열심히 도왔는데 사업이 정리 된 거죠. 그들이 2005년에 스마일빈이라는 회사를 도왔던 것이 잘못된 결정이 아니었고, 사실은 꽤 괜찮은 결정이었다는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 아이템을 다시 꺼낸 거죠.


Q. 아이템 특성상 환경과 연관이 돼요. 이런 사회 문제에 포커스를 두셨던 이유가 있으실까요?  

처음에는 사실 호기심이 더 컸습니다. 네프론에 재활용품을 넣으면 그에 대한 보상으로 쿠폰이나 포인트 같은 걸 주면 어떨까.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했습니다. 

호기심으로 시작했지만, 실제로 제품이 세상에 나오면 그때부터 세상이 새로운 경험과 깨달음을 얹어서 줍니다. 생각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로 지구 환경의 생태계가 붕괴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생태계 붕괴의 가장 큰 원인은 인구 수의 폭발적인 증가예요. 지구 환경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 인구가 폭증했고 이에 따라 폐기물이랑 에너지 사용량이 많아지면서 질병의 문제도 커지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됐을 때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것 중 가장 뼈아프게 놓치는 것은, 생물의 다양성이라고 봤어요. 극단적인 보고서에 의하면 다음 세대의 미래는 사람과 사람이 키우는 몇 개 동물 외에는, 수많은 포유동물이나 자연 생태계의 동식물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Q. 아이들이나 미래 세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그런 관점이 생긴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저도 젊을 때는 제 삶이 영원히 지속될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서 내일보다는 오늘 미래의 시간에 대한 귀함이 좀 덜했죠.

이제는 5년 안에 제가 죽을 수 있다는 생각도 언제든지 해요. 이 정도 나이가 되면 죽음을 되게 여러 번 보게 되거든요. 당장 제 주변에 누구도 당장 죽을 수 있다는 걸 알아요. 죽음이라는 사건이 굉장히 가까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 거죠. 그렇다면 무엇을 하고 죽는 게 유의미한가 생각하게 됩니다.

 

Q. 대표님은 창업을 통해서 ‘무엇을 하고 죽는 것이 유의미한가’에 대한 대답을 찾으시려는 것이군요. 

다음 세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다음 세대를 위한다는 건 어쩌면 돈이나 물질적인 것보다는 인프라를 만드는 것 같습니다. 제 사견이기는 해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은 생산자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다음 세대로 넘어가게 되면 기업의 역할이 사회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까지 확산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공공 영역인 소득 재분배, 교육, 노후 문제에 기업들이 정부를 대신해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사회적인 인프라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는 좋은 기업들이 많이 생겨나고 그런 기업 중에 하나가 되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다음 세대를 위한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를 설계한다

 

Q. 수퍼빈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더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수퍼빈은 선형경제가 아닌 순환경제를 설계한다고 얘기합니다. 선형경제에서는 생산하고, 소비하고, 처분합니다. 이중에서도 가장 마지막 단계인 처분이 중요해요. 처분되는 걸 가지고 재활용하고 처분된 걸로 소각 매립하죠. 그래서 선형 경제에서는 마지막 단계에서 폐기된 것들이 생산자에게 공급되는 사례가 거의 없습니다. 

 

(출처 : 수퍼빈)


반면, 순환경제에서는 생산하고 소비하는 주체들에게 추가적인 역할을 부여합니다. 단순히 쓰레기통에 버려서 ‘처분'하는 것이 아니라, 재활용이 가능한 것들을 너희들이 따로 모아보라고 역할을 주는 거죠.

이런 순환 경제 구조 속에서 폐기물들을 잘 수집하고 선별하는 첫 번째 비즈니스 모델이 있습니다. 수집되고 선별된 폐기물을 유통하거나 하는 부분이 두 번째입니다. 세 번째가 그렇게 모인 폐기물로 소재를 만드는 가공 영역입니다.

순환자원이 잘 선별되고, 유통되고, 마지막에 가공까지 되는 것이 순환경제의 마지막 완성 고리라고 생각합니다. 유리나 철강회사들에게 화학물질을 대체할 수 있는 소재를 공급할 수 있도록 소재를 가공하는  것을 사업 모델로 보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화성에 4200평 규모의 국내 최대 플라스틱 가공 폐기물 공장을 착공해서 만들고 있습니다.

 

폐기물을 모으고, 선별하고, 유통하고, 가공하는 순환경제를 만들고 있는 수퍼빈. (출처 : 수퍼빈)

 

Q. 수퍼빈이 없던 때랑 현재를 비교했을 때 세상이 어떻게 더 달라졌다고 생각하시나요.

가장 큰 변화는 쓰레기가 돈이 된다는 인식을 심어줬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수퍼빈의 네프론을 사용하는 사용자들은 페트병이나 캔이 돌아다니는 걸 보면 ‘돈이다!’라고 얘기하세요. 아직까지 네프론이 그렇게 많이 보급되진 않았는데, 아이랑 어머니가 같이 일부러 멀리서 찾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불편해도 아이들에게 그런 기회를 주는 게 유익하다고 보시는 겁니다. 재활용이 놀이가 되는 문화를 수퍼빈이 전달하는데 성공한 것이죠.

 

Q. 교육적인 측면 이외에도 있을까요?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하게 된 것도 큰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우리가 믿었던 분리수거 체계가 사회적 이면에서는 작동되고 있지 않았거든요. 아무도 그게 작동되고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았고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그 사실을 인정했고 이야기했기 때문에 저희가 이 사업을 시작한 것입니다.

수퍼빈은 환경과 폐기물에 대해서 ‘기존의 방식이 맞고, 이 방식 말고는 대안이 없다’라는 현재 상황에 사업으로서 새로운 시도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출처 : 수퍼빈)

 

Q. 수퍼빈의 비전은 무엇인가요.

저희들의 꿈은 사실 되게 커요. 수퍼빈의 비전은 도시를 설계하는 회사가 되는 것입니다. 지금은 네프론이라는 기계로 폐기물 자원순환을 하고 있지만, 나중에는 도시를 설계하는 단계부터 자원순환 시설이 지하에 매립되거나, 빌트인 형태로 아파트나 상업 빌딩에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현재 도시 설계에 상수, 하수, 전기, 통신, 도로가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폐기물의 자원순환도 도시의 중요 인프라로 들어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세종시와 부산에 있는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에 네프론으로 캔,페트병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폐비닐, 음식물 등을 선별해서 수집하는 더 넓은 범위의 순환자원 회수 스테이션이 설계됐습니다.

도시를 설계할 때부터 순환자원 회수 인프라를 어떻게 갖춰나가야 하는지 함께 연구하고 실제로 반영될 수 있는 부분을 지금부터 차근차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본 아티클은 2021년 12월 공개된 <3조 원 써본 경영인은 창업이 쉬울까?>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수퍼빈 대표 김정빈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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