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전략 #운영 #기타
심사역들이 '와디즈' 단어만 나오면 사업계획서를 덮는 이유

오늘 예비창업자분들과 사업계획서 멘토링을 하면서 느낀 점이 하나 있습니다. 예전처럼 "SNS 홍보하겠습니다"라고 대충 적는 분들은 이제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요즘은 너무 구체적인 '하나의 방법'에만 매몰되어, 그게 시장 진입 전략(Go-to-Market)의 전부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더 많아졌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 (흔한 착각 1 – 론칭 만능주의)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으로 초기 고객 500명을 모으고 매출을 발생시키겠습니다.”
  • (흔한 착각 2 – 인맥 의존형) “제가 영업직 출신이라 관련 협회장님을 알고 있습니다. 그분 통해 영업하겠습니다.”

 

 

물론, 훌륭한 전술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전쟁터에서 당장 쏠 ‘총알이지, 전쟁을 이기기 위한 ‘작전 지도’가 아닙니다. 이런 단편적인 계획의 가장 큰 문제는 ‘다음(Next Step)’이 없다는 것입니다. 펀딩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다음 달엔 뭘 할까요? 협회장님이 은퇴하시면요? 그때 가서 우리 팀원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길을 잃게 됩니다.

그렇다면 좋은 GTM 전략은 무엇일까요? 거창한 경영학 이론을 들이밀기 전에, 실제로 치열한 고민을 통해 시장을 뚫어낸 두 스타트업의 사례를 먼저 소개합니다.

 


 

거창한 이론보다 강력한 ‘현장의 전략’

여기, 화려한 마케팅 용어 대신 집요한 고민과 발로 뛰는 검증으로 전략을 증명한 두 팀이 있습니다.

 

사례 A : 시니어 교육 앱 ‘똑디’

이 팀은 디지털 소외계층인 노인들에게 교육 앱을 서비스합니다. 보통의 창업자라면 “노인들이 많이 보는 TV 채널 전후에 광고하겠습니다”라고 전략을 수립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들은 고객을 해부하듯 분석했습니다.

(출처 : 벤처기업협회 유튜브, 넥스트커넥트)

 

  • 타겟의 분리 : 실제 사용자는 ‘노인’이지만, 돈을 지불하는 구매자는 예산을 효율적으로 써야 하는 ‘복지관(기관)’임에 주목했습니다.
  • 진입 전략 : 온라인 마케팅을 포기하고, 복지관 현장으로 매일 출근해 직접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앱을 썼더니 어르신들의 재접속률이 90%더라”는 살아있는 데이터를 만들었습니다.
  • 메시지 : 이 데이터를 들고 다른 기관장들을 찾아가 설득했습니다. “강사 1명이 10명을 관리할 수 있어 예산이 절반으로 줍니다.” 이것이 바로 고객(기관)이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습니다.

 

사례 B : 멘탈케어 앱 ‘그린메이트’

청년들을 위한 AI 심리상담 앱입니다. 앱 서비스니까 앱스토어 런칭하고 인스타그램 홍보부터 했을까요? 아닙니다.

(출처 : 벤처기업협회 유튜브, 코지메이커스)

 

  • 초기 검증 : 앱이 완벽히 개발되기도 전에 오프라인 행사장에 ‘고민 상담 부스’부터 차렸습니다.
  • 데이터 확보 : 지나가는 청년들을 붙잡고 테스트한 결과 “평균 18분 33초 동안 고민을 털어놓더라”는 데이터를 확보했습니다. 온라인이 아닌 현장에서 ‘니즈’를 숫자로 증명한 것입니다.
  • 확장 전략 : 단순히 B2C 앱 판매로 끝내지 않았습니다. 이 검증된 효용성 데이터를 근거로 정부 지원사업(B2G)과 기업 임직원 상담 시장으로 확장하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GTM은 우리 팀이 길을 잃지 않게 해주는 ‘지도’입니다

 

 

위 두 사례의 공통점이 보이시나요? 단순히 “홍보해서 팔겠다”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우리 팀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명확한 ‘로드맵(Roadmap)’이 있다는 점입니다.

사업계획서에 GTM 전략을 적는 근원적인 목적은 심사위원을 설득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우리 팀원들이 흔들리지 않고 실행하기 위함입니다.

  • 1단계 (진입 & 검증) : 개인기나 이벤트(펀딩, 부스 운영)로라도 초기 데이터를 만든다. → 개발팀과 마케팅팀이 당장 해야 할 일이 명확해집니다.
  • 2단계 (안착 & 레퍼런스) : 확보된 데이터로 논리를 만들어 B2B/B2G 등으로 안정적인 매출처를 뚫는다. → 비즈니스의 지속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 3단계 (확장 & 시스템) : 시스템을 만들어(강사 양성 등) 대표의 개인기가 없이도 돌아가게 만든다. → 구성원 모두가 회사의 성장 비전을 공유하게 됩니다.

 


 

막막하다면? 4P와 STP로 ‘사각지대’를 점검하세요

전략을 짜다 보면 “이게 맞나?” 싶고 시야가 좁아질 수 있습니다. 이때 경영학 교과서에 나오는 STP와 4P Mix를 ‘숙제’처럼 채우지 말고, 내가 놓치고 있는 ‘사각지대’를 체크하는 도구로 활용해 보세요.

 

STP : 타겟을 쪼개고 좁혔는가?

“20대 남녀 전체”라고 타겟을 너무 넓게 잡지 않았나요? 앞선 사례의 ‘그린메이트’처럼 ‘서울에 사는 1인 가구 청년’으로 아주 좁게 쪼개서(Segmentation) 시작해야 합니다. 그래야 뾰족한 메시지가 나옵니다.

혹시 “시장을 너무 좁게 잡으면 매출이 안 나오지 않을까?” 걱정되시나요? 걱정하지 마세요. 평생 그 시장에만 머무르라는 뜻이 아닙니다.

  • 1단계 :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좁은 시장(거점 시장)에서 압도적인 1등을 하고 검증을 마칩니다.
  • 2단계 : 그 성공 사례를 무기로 바로 옆의 인접 시장으로 영토를 넓혀가면 됩니다. (예: 서울 1인 가구 → 수도권 청년 → 전국민 멘탈케어)

아마존도 처음에는 ‘책’만 팔았고, 페이스북은 ‘하버드대생’만 가입할 수 있었습니다. 좁혀야 뚫리고, 뚫려야 넓힐 수 있습니다.

 

 

4P Mix : 전술의 균형이 맞는가?

경영학 교과서에 나오는 4P(Product, Price, Place, Promotion)를 단순히 빈칸 채우기 숙제처럼 쓰지 마세요. 이것은 우리 사업의 ‘전술적 균형’이 무너지지 않았는지 체크하는 진단 도구입니다.

대부분의 초기 창업자는 Product(제품 기능)와 Promotion(홍보)에만 90%의 에너지를 씁니다. “기가 막힌 기능을 만들어서, 인스타에 광고하면 대박 나겠지?”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실제 사업이 망하는 이유는 나머지 두 가지, Place(고객을 만나는 접점)와 Price(수익 구조)가 부실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 두 가지 사각지대를 집중적으로 점검해 보세요.

 

Place(유통/채널) : 고객이 있는 곳으로 내가 가고 있는가?

  • 습관적으로 '앱스토어', '자사몰'만 적지 않았나요? 그건 그냥 제품을 올려두는 창고일 뿐입니다.
  • 내 고객이 노인이라면, 그들이 모여 있는 '오프라인 복지관'이 진짜 Place입니다. '그린메이트'가 청년들이 모이는 축제 현장에 부스를 차린 것처럼, 고객이 있는 곳이 곧 우리의 유통 채널이 되어야 합니다.

 

Price(가격/수익모델) : 구매자가 지갑을 열 명분이 있는가?

  • 단순히 "경쟁사보다 싸게 9,900원"이라고 적는 건 전략이 아닙니다.
  • 앞선 '똑디'의 사례를 보세요. 구매자인 복지관의 고충(예산 부족)을 파악하고, "예산을 절반으로 아껴주는 구조"를 제안했습니다. 단순한 '저가 정책'이 아니라, 고객의 지불 구조(Budget Structure)를 파악하고 그 틈을 파고드는 가격 전략이 필요합니다.

 


 

마치며

사업계획서의 Go-to-Market 파트는 여러분의 창의적인 ‘상상력’을 뽐내는 곳이 아닙니다. 거친 시장 상황 속에서 대표님 스스로가 흔들리지 않고, 우리 직원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구체적인 승리 시나리오’를 적는 곳입니다.

오늘,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칸을 채우는 계획이 아니라, 내일 우리 팀이 당장 실행할 수 있는, 치열한 고민이 담긴 계획을 적어보세요. 그 진정성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설득의 무기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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