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IR 자료 내용에서 창업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고민 중 하나인 “비즈니스 모델(BM) 장표를 어떻게 그릴 것인가”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볼까 합니다.
많은 분이 "비즈니스 모델은 무조건 도식화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복잡한 화살표와 아이콘으로 장표를 가득 채우거나 돈버는 설명을 위해서 “비즈니스 모델 = 수익 모델”로 잘못 알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투자자가 이 페이지에서 보고 싶은 것은 화려한 그림이나 수익모델만이 아닙니다.
"도대체 이 회사는 누구에게, 어떤 명분으로, 어떻게 돈을 버는가?"

즉, 돈의 흐름(Cash Flow)입니다.
내 사업의 비즈니스와 수익 구조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방법은 사업의 유형에 따라 달라져야 합니다. 무작정 남의 장표를 베끼지 마세요. 내 비즈니스가 아래 3가지 유형 중 어디에 속하는지 먼저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취해야 합니다.
* 비즈니스 모델이 잘 정립되었다는 가정하에 이후 내용이 서술됩니다. 더 잘 표현하는 방법 위주로 다룹니다.
유형1. 플랫폼, 양면 시장(Marketplace)이라면?
“생태계 구조도(Structure Map)”로 승부하세요.
배달의민족, 크림(KREAM), 에어비앤비처럼 참여자가 둘 이상(공급자-수요자)이고, 우리 플랫폼이 그 사이를 중개하는 모델이라면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왜 그럴까요? 플랫폼 비즈니스의 상품은 ‘앱’ 자체가 아니라, 참여자들 간의 ‘상호작용’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투자자는 단순히 “사람을 모았습니다”라는 말에 투자하지 않습니다. 그 모인 사람들이 서로 어떤 가치를 주고받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플랫폼은 어떤 역할을 하길래 수수료를 가져가는지(명분)가 한눈에 보여야 합니다.
관계도가 명확하지 않으면 우리 회사는 생태계를 만드는 ‘플랫폼’이 아니라, 단순히 통행세만 걷는 ‘통행료 징수원(Tollgate)’처럼 보일 위험이 있습니다.
올바른 작성법(How-to)
- 플레이어 배치 : 우리 플랫폼을 중앙에 두고, 공급자와 수요자를 양옆(또는 위아래)에 배치합니다.
- 화살표의 구분 : 이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서비스/재화의 이동'과 '돈의 이동'을 서로 다른 색상이나 선 모양(실선/점선)으로 구분하세요.
- 수익 포인트 명시 : 돈이 우리 플랫폼을 들어오는 화살표 위에 구체적인 수익 모델(예: 중개 수수료 10%, 광고비 월 5만원)을 텍스트로 표기 해 주세요.

배달앱이나 중개 플랫폼이 참고하기 좋은 구조도입니다. 회색 화살표는 ‘가치/제공 서비스(음식, 방 등)’의 흐름을, 붉은색 화살표는 ‘돈’의 흐름을 나타냅니다. 투자자는 붉은색 화살표가 ‘우리 회사’를 거쳐 갈 때 수수료가 발생한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주의사항 (Don'ts)
서비스 흐름도(UX)를 그리지 마세요. 유저가 앱을 켜고, 로그인하고, 결제 버튼을 누르는 과정을 그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건 기획서에 들어갈 내용입니다. 투자자는 '앱 사용법'이 아니라, 돈이 도는 생태계를 보고 싶어 합니다.
유형 2. 제조, 바이오, 하드웨어라면?
"밸류체인(Value Chain)"을 강조하세요.
제조나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보는 투자자의 가장 큰 걱정은 "만드는 데 돈이 너무 많이 들거나(원가 문제)", "파는 과정이 너무 복잡하지 않을까(유통 문제)?" 하는 점입니다.
따라서 단순히 [원료-생산-판매] 과정을 나열하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남들은 10단계 걸릴 것을 우리는 3단계로 줄였다거나, 남들은 비싼 원료를 쓸 때 우리는 신소재로 원가를 반으로 줄였다는 '프로세스 혁신(Process Innovation)'이 BM 장표에서 드러나야 합니다.
올바른 작성법 (How-to)

- 전체 프로세스 나열 : [원재료 → 가공 → 유통 → 도매 → 소매] 등 해당 산업의 일반적인 과정을 블록 형태로 나열합니다.
- 혁신 구간 하이라이트 : 전체 체인 중 우리 기술이 들어가는 단계를 색상으로 강조(Highlight)합니다.
- 가치 수치화 : 강조된 구간에 말풍선을 달아 구체적인 효용을 적으세요. (예: "이 단계에서 AI 공정 도입으로 생산 원가 30% 절감", "중간 유통상 3단계를 제거하여 마진율 20% 확보")
주의사항 (Don'ts)
단순 나열은 금물입니다. 남들도 다 하는 뻔한 생산 과정을 설명 없이 나열만 하는 건 공간 낭비입니다. 기존 방식(As-is)과 우리의 방식(To-be)을 비교하거나, 우리가 혁신한 포인트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밸류체인은 무의미합니다.
유형 3. 단순 제품 판매, SaaS라면?
"수익성(Economics)과 숫자"로 증명하세요.
"제품을 만들어서 팝니다" 혹은 "월 구독료를 받습니다". 비즈니스 구조 자체가 직관적이라면, 억지로 복잡한 생태계 그림을 그리지 마세요. 오히려 "별것도 없는데 있어 보이려고 애쓰네"라는 역효과만 납니다.
이 경우 투자자의 관심은 오로지 하나, "계산이 서는가?"입니다. 고객 한 명을 데려오는 비용보다 고객이 쓰는 돈이 더 많은지(Unit Economics), 그리고 고객이 늘어날수록 마진이 좋아지는 구조인지 '숫자'로 증명하는 것이 가장 강력한 도식화입니다.
올바른 작성법 (How-to)
- 가격 정책(Pricing) 제시 : Freemium, Basic, Pro 등 티어별 가격과 제공 기능을 표(Table) 형태로 깔끔하게 정리합니다.
- 유닛 이코노믹스(Unit Economics) : 고객 1명을 데려오는 비용(CAC)보다 고객이 평생 주는 돈(LTV)이 더 크다는 것을 도식화하세요. [LTV > CAC] 공식을 보여주면, "마케팅비를 쓰면 쓸수록 돈을 버는 구조"임이 증명됩니다.
- 확장성(Scalability) : 지금은 단품 판매지만, 향후 데이터 판매나 부가 서비스로 객단가(ARPU)를 어떻게 높일지 계획을 텍스트로 추가합니다.

주의사항 (Don'ts)
억지 도식화 금지. 단순히 "물건을 만든다 → 판다"는 구조를 있어 보이려고 복잡한 순환 구조로 그리지 마세요. 투자자는 "그래서 마진이 얼마인데?"가 궁금할 뿐입니다. 심플함이 곧 무기입니다.
마지막 점검, BM 장표와 재무제표의 '싱크로율'을 확인하세요
비즈니스 모델 장표를 완벽하게 그렸다고 끝이 아닙니다. 투자자는 BM 장표를 본 직후, 무의식적으로 '추정 재무제표(Financial Projection)' 페이지를 넘겨봅니다.
이때 '앞뒤가 다른 소리'를 하고 있다면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흔한 불일치 사례 :
- BM 장표에는 "우리는 확장성 있는 SaaS 구독 모델이다"라고 멋지게 그려놓고,
- 정작 재무제표의 향후 3년 매출 계획에는 "구축형 용역(SI) 매출"이 80%를 차지하는 경우
투자자는 "아, 이 회사는 말로는 플랫폼을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용역으로 연명하는 에이전시구나"라고 판단합니다. BM 장표에서 강조한 핵심 수익원(Main Revenue Stream)이 실제 매출 추정표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적어도 성장하고 있는지) 반드시 '크로스 체크' 하세요.
논리적 정합성(Consistency)이 맞을 때, 투자자는 비로소 여러분의 사업 계획을 '현실'로 받아들입니다.
마치며, 결국 BM은 '그림'이 아니라 '설득'입니다
IR 자료를 작성하다 보면 디자인과 도식화에 매몰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잊지 마세요. 투자자가 보고 싶은 것은 예쁜 다이어그램이 아니라, "이 기업이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리적인 대답입니다.
오늘 소개한 3가지 유형 중, 여러분의 비즈니스는 어디에 속하시나요?
- 복잡한 생태계를 조율하는 플랫폼인가요?
- 공정의 비효율을 뚫어낸 혁신 기업인가요?
- 확실한 마진을 남기는 실속형 기업인가요?
남들이 좋다는 방식을 무작정 따라 하지 말고, 내 몸에 딱 맞는 옷을 입히세요. 내 사업의 본질이 가장 잘 드러나는 방식, 그게 바로 최고의 비즈니스 모델 장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