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청자의 삶은 그대로인 경우가 많다. 월요일 아침에 일어나 피곤한 눈으로 직장에 나가고, 학교에 간다. 동료와 친구와 부대끼며 하루를 보내고, 집에 와서 취미생활을 하다가 잠이 든다.
2. 월화수목금 반복이며, 주말 정도에만 스트레스를 푼다. 그리고 물가는 계속 오르고, 불경기라는 말 속에서 월급통장은 그대로다. 그래서 1-2년 전부터 무지출 챌린지를 하는 이들도 있고, 유튜버들 중엔 '만원의 행복' 콘텐츠를 찍는 이들도 늘어났다.
3. 이러한 상황에서 내가 3-4년 동안 작은 채널에서부터 봐왔던 유튜버가 대형 채널이 되고, 광고를 받고, TV/OTT 프로그램에 나온다.
4. 당연히 어렴풋이 '돈을 많이 벌겠지' 하며 응원을 하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인 내 삶이 한편으론 울적하다.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이 조금씩 들기 시작해서, 어차피 유튜브 채널은 너무 많기 때문에 다른 채널로 눈을 돌린다.
5. 한마디로 요약하면, 처음부터 'Rich 언니’, ‘금수저’가 아니라면, 영상 내에 '명품', '외제차', '한강뷰 이사', '퍼스트클래스 여행' 등 물질적인 부분은 노출하지 않는 게 훨씬 낫다. 처음에 "우와~"하고 신기하거나 놀랄 수는 있지만, 결국 그 감정은 일시적이다.
6. 물론 처음 시작했을 때의 경제적 상황과는 달라졌겠지만, 일부러 과시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시청자들이 유튜브를 보는 이유는 재미, 정보, 위로를 얻기 위함이며, 유튜브를 보는 시간도 한정되어 있다.
7. 기껏해야 평일 기준으론 퇴근 후(또는 하교 후) 정도인데, 유튜브뿐만 아니라 인스타, 틱톡, 웹툰/웹소설, OTT 등 볼 게 넘쳐나며, 오프라인 활동도 유튜브의 경쟁자다. 그런데 굳이 물질적 자랑을 하는 것을 볼 필요가 있을까?
8. 최근 해외 기반 소셜미디어상에서 주목받는 트렌드는 'Underconsumption Core'다. 말 그대로 '소비를 덜 하는 코어'이며, '필요에 맞게 적게 사고, 이미 가진 것을 오래 쓰고, 재활용하거나 중고·빈티지로 소비하는 태도'를 뜻한다.
9. 비슷한 의미로 'Normal Core'가 있는데, 평범하게 사는 것, 즉 특별하게 소비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10. 이는 인플루언서의 '쇼핑 하울', '최신 유행템 공개'와 같은 제품 추천 및 광고에 대한 피로감과, 물가 상승 및 경제적 압박으로 인한 피로감이 누적되어 발생한 결과다. 또한 환경에 대한 인식이 커진 부분도 있으며, Gen Z 중심 운동이기 때문에 틱톡을 중심으로 #underconsumptioncore가 나타나고 있다.
11. 이러한 관점에서 국내 유튜버 중 추천하는 영상은 2023년 12월에 업로드된 '가요이 키우기(구독자 76만 명)'의 '첫 차를 일시불로 지른 24살 대학생' 영상이다. 처음에는 벤츠 오픈카, 마이바흐를 보다가, 어차피 운전하면 내부 인테리어보다는 도로 상황에 집중하게 되니 500만 원 중고차 SM5를 구매한다.
12. 그리고 이는 중고차 거래 앱 '헤이딜러'의 광고 영상이며, 조회수는 150만 회가 나왔다. 좋아요는 1.2만 개, 댓글은 858개인데, "딸을 둔 아빠로 매우 행복했어요", "현명한 청년들입니다", "사회 초년생인데 어떻게 이런 성숙한 생각을 할 수 있어요?", "보는 내내 제가 행복합니다"와 같은 반응이 대다수다.
13. 즉, 유튜브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야 장기적으로 할 수 있긴 하지만, 시청자들에게 박탈감을 주면 시청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 결국 노출도가 줄어드니 채널이 죽을 수밖에 없다.
14. (아이돌급 팬덤을 쌓아온 채널이 아닌 이상) 유튜브는 대체되기 쉽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