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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의 '망해가는 여관'과 '이름 없는 시골집'으로 어떻게 월 천만 원 버는 브랜드를 만들었을까?

제주 서귀포, 대한민국에서 가장 치열한 관광지 중 하나인 이곳에선 매일 수십 개의 가게가 문을 열고, 비슷한 수의 가게가 소리 없이 사라진다. 모두가 최신 유행의 인테리어와 자본력을 무기로 싸우는 이 전쟁터에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자신만의 영토를 구축한 두 브랜드가 있다.

한 명은 먼지 쌓인 40년 된 여관의 '시간'을, 다른 한 명은 지도에도 없는 시골집의 '이름'을 무기로 삼았다. 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공간을 예쁘게 꾸민 창업기가 아니라, 버려진 것들에서 어떻게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찾아내 비즈니스 자산으로 만들었는지에 대한 집요한 탐사기에 가깝다.

그 주인공은 바로 서귀포 구도심의 오래된 여관을 리모델링해서 여행객들의 성지를 만든 ‘미도호스텔’과 

서귀포 남원읍 태흥리에 제주 옛집을 손수 리모델링해서 꿈의 숙소를 만든 ‘폴개우영’이다.

 

 

 

1. '미도장 여관'의 운명

철거할 것인가, 끌어안을 것인가

 

서귀포 구도심, 한때는 가장 번화했지만 지금은 서귀포 신시가지에 밀려 활기를 잃어가는 골목. 그곳에 '미도장'이라는 낡은 여관이 있었다. 40년의 세월 동안 수많은 사람이 머물렀지만, 이제는 그저 철거를 기다리는 오래된 건물일 뿐이었다.

 

[철거 공사 중인 '미도장' 입구. 이곳에서 '여행자들의 공화국'이라는 꿈이 시작되었다.]

 

2015년, 세계일주를 마치고 돌아온 한 남자가 모두가 외면하던 이 건물을 샀다. 그의 선택에 주변에서는 고개를 저었다. "그 돈이면 신도시에 번듯한 새 건물 올리겠다"는 핀잔이 쏟아졌다. 하지만 그는 건물을 부수는 대신, 그 시간의 무게를 끌어안기로 결심한다.

그의 머릿속에 있던 것은 평범한 숙소가 아니었다. 전 세계를 떠돌며 만났던 자유로운 영혼들이 서로 교류하고, 쉬고, 다시 떠날 용기를 얻는 '여행자들의 공화국'. 이 비전을 실현하기에, 새로 지은 빤한 건물보다 구도심의 이야기가 담긴 '미도장'이 더 어울린다고 판단했다.

물론 과정은 험난했다. 낡은 배관, 비효율적인 단열, 요즘 세대에게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구조. 그는 문제점들을 해결해나가면서도, '미도장'의 흔적을 의도적으로 남겼다. 촌스럽지만 정감 있는 옛 간판의 폰트를 로고에 녹여냈고, 1층 라운지 천장에는 '미도장' 시절의 낡은 방문짝들을 그대로 옮겨와 설치했다. 고개를 들면 40년의 시간이 말을 거는 듯한, 이 공간만의 압도적인 오리지널리티가 완성된 것이다.

그렇게 '미도장 여관'은 '미도호스텔'로 다시 태어났다.

 

[과거의 흔적을 품고 여행자들의 커뮤니티 허브로 재탄생한 미도호스텔의 1층 라운지]

 

이곳은 잠만 자는 곳이 아니다. 미도호스텔에서는 10년 넘게 이어진 인기 프로그램 '미도미식회'가 매일 밤 열린다. 여행자들이 올레시장에서 각자 사 온 음식을 나누며 스스럼없이 친구가 된다. 미도호스텔은 낡은 건물을 '재생'시키는 것을 넘어, '관계'를 만들어내며 침체된 구도심 골목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었다. 그는 모두가 버리려던 '시간'을 가장 강력한 '브랜드 자산'으로 만든 것이다.

 

[미도호스텔의 인기 프로그램 미도미식회 모습]

 

 

 

2. 이름 없는 공간에 이름을 붙이다

'폴개'와 '우영'의 만남

 

미도호스텔로부터 차로 20분 거리, 서귀포 남원읍의 한적한 시골 마을. 이곳에도 이름 없는 제주 옛집 한 채가 있었다. 특별할 것 없는 빨간 지붕의 시골집은, 그저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평범한 시골집이었던 폴개우영의 '시작'. 이곳에 '완벽한 쉼'의 가치를 담아내고자 했다.]

 

폴개우영의 박민선 대표는 건물을 뜯어고치기 전에, 다른 일부터 시작했다. 바로 '이름'을 찾는 일이었다. 마을 어르신들을 찾아다니고, 낡은 지도를 뒤지며 이 지역의 이야기를 파고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는 이 동네의 옛 지명이 '폴개'였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그는 여기에 '정원' 또는 '텃밭'을 의미하는 정겨운 제주어 '우영'을 더했다. '폴개우영'. 발음조차 낯선 이 이름에는 그의 모든 브랜딩 전략이 담겨 있었다. '이 땅의 고유한 정체성을 오롯이 담은, 자연 속의 쉼터'. 그는 이 추상적인 가치를 이름 하나로 구체화했다.

이름이 정해지자 공간은 스스로 방향을 찾았다. '폴개우영'의 경험은 현관문을 여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외부 시선은 철저히 차단하되, 내부에서는 모든 창이 정원을 향하도록 설계했다. 방문객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제주의 자연과 완벽하게 교감한다. 폴개우영을 찾은 어떤 손님은 ‘정원에서 진정한 치유를 받았다’ 며 눈물을 흘리고 갔다고 한다.

 

[통창 너머로 보이는 귤나무. 폴개우영은 공간의 모든 요소가 '제주 자연과의 교감'을 위해 설계되었음을 보여준다.]

폴개우영의 이름이 약속한 '완벽한 쉼'의 경험이 고객에게 전달된 것이다. 최근에는 제주의 사진작가, 서울의 독립책방 편집자와 협업해 '산보와사진전'을 열며 공간의 경험을 숙박 너머로 확장하는 등, 끊임없이 브랜드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3. 광고, 학습, 그리고 끝없는 개선

 

혹자는 미도호스텔과 폴개우영의 성공을 '감각'이나 '운'으로 치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들은 결코 가만히 앉아서 브랜드가 만들어지길 기다리지 않았다.

그들은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지금도 꾸준히 인스타그램과 네이버 키워드 광고를 집행하며 고객을 모았고, '하이아웃풋클럽' 같은 커뮤니티에 가입해 스몰 브랜드의 마케팅 방법을 배웠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아는 사람을 찾아가 물었고, 배운 것은 즉시 자신의 브랜드에 적용했다.

브랜드는 한 번 만들면 끝나는 완성품이 아니었다. 그들은 끊임없이 고객의 피드백을 받고, 불편한 점은 즉시 고쳐나갔다. '미도미식회'의 진행 방식을 개선하고, '폴개우영'의 비품 하나까지 고객의 후기를 바탕으로 교체했다. 이 지독한 실행력과 끝없는 개선의 과정이야말로, 두 브랜드를 '진짜'로 만든 핵심 동력이었다.

이들의 이야기는 비단 제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당신이 발 딛고 선 그 동네의 낡은 건물, 잊혀가는 지명, 사투리에도 아직 발견되지 않은 브랜드 스토리가 잠들어 있을지 모른다.

낡은 여관과 이름 없는 시골집이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브랜드가 되었는지, 그 치열했던 고민과 날카로운 실행의 과정을 두 창업가에게 직접 듣고 싶다면, 오는 8월 11일 열리는 [미도호스텔x폴개우영] 로컬 공간 브랜딩 온라인 토크에 참여해보자.

▶︎ [미도호스텔x폴개우영] 로컬 공간 브랜딩 온라인 토크 신청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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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산솔 솔앤유 · 콘텐츠 크리에이터

제주도에서 솔앤유 전자책 독립 출판사를 운영합니다.

댓글 2
공간에서 관계를 만드는 일은 정말 매력적인 거 같습니다. 기회가 되면 그 공간에 저도 머물러 봐야겠어요.
폴개우영, 미도호스텔 각각 전혀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어서, 제주 여행 오신다면 두 곳 다 머물러보시길 추천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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