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들에게는 매순간이 용기와 결단이겠지만, 특히 피봇은 결정하는 일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피봇은 계획한 사업이 처음의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적극적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방향을 전환하는 과정이니까요.
스타트업들은 자원이 한정됐다 보니 피봇을 하려면 기존의 전략을 중단하고 새로운 전략을 실행해야 할 텐데요. 그러한 의사결정은 누구에게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피봇을 통해 활로를 찾고 있는 국내 스타트업들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그중 다섯 곳을 소개하며 왜, 어떻게 피봇을 단행했고 어떤 성과를 보이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아티클 내비게이션>
1. 화이트큐브: 습관 앱에서 ‘뷰티 득템’ 플랫폼으로
2. 두잇: 묶음 배달 서비스에서 1인 가구 지원 플랫폼으로
3. 더스윙: 공유 모빌리티 서비스에서 운영 대행 서비스로
4. 글로랑: 유학 매칭에서 AI 탤런트 테크 서비스로
5. 리버스마운틴: 2번의 피봇을 거쳐 HR SaaS로
화이트큐브: 습관 앱에서 ‘뷰티 득템’ 플랫폼으로
화이트큐브는 2018년부터 ‘챌린저스’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챌린저스는 습관 형성 서비스로 시작해서 서비스 출시 3개월 만에 알토스벤처스에서 1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고요. 이후 연간 두 배 이상 성장했고 250만 다운로드까지 달성한 성공적인 앱이었습니다.
그러나 챌린저스은 리텐션을 유지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사용자 행동 측면에서 자기계발을 꾸준히 하기 어렵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수익화를 하는 데도 고민이 따랐습니다. 게다가 2023년 투자 시장은 냉각기였고요.
따라서 챌린저스는 본질로 돌아가 ‘습관 시장 중에서도 사용자 리텐션을 높일 수 있는 영역이 무엇일지’ 면밀히 검토했고, ‘외모 관리를 위해 화장품을 산다’는 사용자 행동에 주목했습니다.
여기서 성공 기회를 본 챌린저스는 ‘뷰티 득템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피봇에 성공했습니다.
챌린저스는 1) 제대로된 시장과 타깃 고객을 잡았고, 2) 브랜드 광고에도 도움이 되는 솔루션을 제공하며 피봇에 성공했습니다.
나스미디어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시장 규모는 2025년 139억 달러(한화 20조 3,774억 원)에 달하고 오는 27년에는 148억 달러(21조 6,938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합니다. 화장품 주 소비층은 20대~40대 여성입니다.
챌린저스의 뷰티 득템 할인 서비스는 이 시장을 공략했어요. 뷰티 득템 할인은 타깃 고객이 20대~40대 여성이고, 그들의 니즈를 파악해 뷰티 상품을 최대 9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서비스입니다. 사용자는 각종 챌린지에 참여해 할인 기회를 획득할 수 있어요.
또 챌린저스는 마케팅 효과를 측정하기 어려운 단순 노출(CPM)이나 클릭(CPC) 광고에서 아쉬움을 느낀 브랜드를 대상으로, 사용자 행동이나 매출을 보장하는 CPA(Cost Per Action)·CPS(Cost Per Sales) 광고 상품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후 챌린저스에서 뷰티 제품을 판매하는 브랜드 고객들의 재계약률이 62%에 달했고, 덕분에 2024년 매출이 15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5배 성장했으며, 영업이익은 2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챌린저스는 글로벌 시장을 적극적으로 겨냥하고 있으며 앞으로 150조 원의 매출을 일으키는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설정할 수 있게 됐습니다.
두잇: 묶음 배달 서비스에서 1인 가구 지원 플랫폼으로
두잇은 2022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배달 음식 플랫폼입니다. 두잇의 초기 콘셉트는 배달비 없는 묶음 배달 주문 서비스였습니다.
두잇의 첫 서비스는 사용자 근처 이웃들의 배달 음식 수요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묶음 배달을 해서 동선을 최적화함으로써 배달료를 0원으로 만들었습니다. 팀 배달 주문이 성사되면 해당 매장에 주문이 전달되고, 조리가 완료되면 전담 라이더가 일괄 픽업해 각각 집 앞으로 배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두잇은 앱 출시 1개월 만에 이미 80%가 넘는 월 재주문율을 기록했고, 관악구 4개 동 인구의 약 20%를 회원으로 확보했습니다. 또 해시드와 비디씨엑셀러레이터 등으로부터 26억원의 시드투자를 유치하는 등 가능성을 보여주었어요.
그러나 배달 업계 경쟁은 갈수록 극심해졌어요. 두잇도 갈수록 기존 배달 서비스와 차별화를 해야 하는 부담을 겪었고요. 그래서 배달 앱 사용자 중 ‘1인 가구’라는 새로운 사용자군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피봇을 진행했습니다.
두잇은 피봇을 하며 1인 가구 사용자들에게 크게 4가지의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 무료 배달 및 저렴한 최소 주문: 최소 주문 금액 9000원만 맞추면 1인분도 평생 무료배달을 제공합니다.
- 큐레이션: 매일 7가지 1인분의 메뉴를 7900원에 큐레이션해 주는, ‘두잇777’이라는 서비스를 운영합니다.
- 하이퍼로컬 공동구매: 1인 가구의 가격 부담을, 근처 이웃과 함께하는 소비로 경감해주는 서비스입니다. 기존의 묶음 배달과 같습니다.
- 라이프스타일 지원: 두잇은 배달 음식 외에도 생활비 절감, 외로움 해소, 건강 관리까지 1인 가구의 생활 문제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두잇은 출시 3년 만인 2025년 거래 고객 수가 328배나 성장했고요. 2025년 1월, 굿워터캐피탈, SBVA, 베이스벤처스, 해시드, 비디씨랩스 등 다양한 국내외 벤처캐피털로부터 총 306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해서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더불어 최근 두잇은 아마존, SK텔레콤, 토스뱅크 등에서 플랫폼 비즈니스를 이끈 김지웅 최고전략책임자(CSO)를 영입했습니다. 이번 영입을 기반으로, 두잇은 앞으로 1인 가구 고객의 지출 점유율을 확보하고 기업의 외형을 확장하는 전략을 본격적으로 실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어요.
더스윙: 공유 모빌리티 서비스에서 운영 대행 서비스로
길거리에서 많이 보이던 더스윙 전기자전거, 전동킥보드가 어느 순간 사라졌습니다. 2018년부터 개인 대상 공유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던 더스윙이 피봇을 했기 때문입니다.
더스윙은 2023년 기준 국내 최대 수준인 약 7~9만대 이상의 퍼스널모빌리티 디바이스를 보유했고, 160만 회원을 확보했습니다. 게다가 K-IFRS 기준 2022년 매출 470억원을 돌파하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였어요.
그러나 공유 이동 수단, 특히 전동킥보드 때문에 안전사고가 급증하면서 법적 규제가 강화됐습니다. 2021년 이후 전동킥보드에 자동차와 유사한 수준의 제재가 가해졌습니다. 또 불법 주정차 단속도 강화되어 인도와 금지구역에 방치된 공유 이동 수단은 즉시 견인되어 과태료가 부과됐어요.
이에 따라 2021년 이후 공유킥보드 이용자는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더스윙은 이렇게 기존 시장에서 성장의 한계를 맞닥뜨렸고, 외부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비즈니스에 큰 타격을 입게 되었어요. 따라서 2023년 말부터 서울시에서 전동킥보드 공유 사업을 전면 중단했고, 이후 마이크로모빌리티 사업을 점차 줄여 나갔습니다.
한편 더스윙은 위기에 대응하여 기업 및 공공영역을 대상으로 한 운송 수단 운영 대행 사업으로 방향을 틀었고 비즈니스를 다각화 했습니다.
더스윙은 수년 동안 B2C 공유 모빌리티 서비스를 운영하며 쌓은 기기 관리, 재배치, 충전, 수리, 고객 응대 등의 운영 노하우를 다른 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에 제공하기 시작했어요.
즉, 더스윙은 B2B, B2G 클라이언트들에게 단순히 전기자전거나 전동킥보드를 빌려줄 뿐만 아니라 대학교 캠퍼스, 대규모 산업단지, 주거 단지 등 특정 구역에서 공유 모빌리티 서비스를 도입하고자 하는 기업이나 지자체를 대상으로 컨설팅 등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 지자체의 공유 자전거, 공유 킥보드 사업 운영을 위탁받기도 합니다.
운영 대행 서비스와 더불어 더스윙은 비즈니스도 다각화하고 있는데요. 전동 킥보드를 넘어 전기자전거, 전기 오토바이, 초소형 전기차까지 범위를 넓히며 다양한 모빌리티 기기를 포트폴리오에 추가했고요. 이에 따라 택시 호출 서비스, 배달 오토바이 리스, 배달 대행, 자동차 렌탈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나아가 더스윙은 옐로우버스, 리버스랩을 인수해서 통학 차량을 운영하고, 서울경찰청에 전기자전거 구독 서비스를 제공해서 여의도 순찰에 활용하게끔 지원하는 등 공공영역으로도 사업을 점점 더 넓혀 나가는 추세입니다.
피봇에 성공한 더스윙은 2025년 5월 85억 원 규모의 시리즈 C 신규 투자를 유치해서, 2천억 원 안팎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글로랑: 유학 매칭에서 AI 탤런트 테크 서비스로
글로랑은 2018년 유학 매칭 플랫폼 ‘유스(YOUS)’를 론칭했습니다. 유스는 오프라인에 흩어져 있던 모든 유학 정보를 온라인을 통해 한 곳으로 모았고 강의 콘텐츠도 제공했어요. 론칭 2년 만에 현지 유학생 크리에이터 500명을 확보했고 누적 콘텐츠 이용자 수는 50만 명을 넘었으며 월활성사용자(MAU) 수는 15만 명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2020년 터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면 유학 시장이 급속히 위축됐어요. 이에 따라 유스는 전체 환불 사태를 맞기도 했고, 트래픽의 경우 순식간에 -90%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글로랑이 이 일에 대응하는 데만 3~4개월이 걸렸고, 2020년 6월부터 9월 사이에는 원치 않는 공백기가 생겼습니다.
이때 글로랑은 한달 만에 사업 전략과 방향성을 바꾸어, 온라인 키즈교육 서비스 '꾸그'를 론칭했어요.
꾸그는 현재 743명 이상의 교사와 함께, 5~19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국어, 영어, 수학 등의 교과목들을 비롯해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 큐브, 독서, 원어민 영어 등의 카테고리에서 5872개의 클래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꾸그는 서비스 오픈 5개월 만에 100개 수업을 열었고, 월 평균 서비스 성장률이 117%로 급성장했습니다. 그리고 글로랑은 2021년 이 같은 성장세를 인정 받아 누적 투자·지원금 50억원을 유치했습니다.
글로랑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학생들의 사고력, 창의력 등 추상적인 교육 지표를 표준화하는 심리진단검사를 개발하고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현재 6600개에 달하는 초/중/고등학교가 고객사로 함께하고 있으며, 200만 명에 달하는 초, 중, 고등학생들이 매년 이 검사를 받고 있습니다. 더불어 기업, 교육청 및 병원, 대학교에서의 수요도 늘고 있다고 해요.
해당 심리진단검사 결과는 꾸그에 적용됩니다. 꾸그의 실시간 클래스와 방대한 교육 콘텐츠에 학생의 이력, 정서, 재능 지수를 분석한 결과를 반영해서 최적의 커리큘럼과 인터랙티브 활동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렇게 성공적으로 피봇을 진행한 후 글로랑은 2024년 6월 90억 원 규모의 시리즈 A2 투자를 유치했고 같은 해 매출 211억 원을 달성했습니다. 그리고 2025년 올해 매출 400억 원과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목표로 삼고 있어요.
리버스마운틴: 2번의 피봇을 거쳐 HR SaaS로
리버스마운틴은 2021년 법인 설립 이후 2번의 피봇을 거쳤습니다. 창업 초기 티키타카를 취미 커뮤니티, 개인 맞춤형 취미 영상 큐레이션 서비스, 시간관리 등 여러 모델로 실험했기 때문입니다. 이때 실험했던 서비스들은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하지 못해, 시장에서 충분한 반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이때 창업자가 대규모로 내부 구조조정을 해야 했어요. 그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경험을 하며 스타트업·중소기업 조직의 '성과관리', '커뮤니케이션' 미흡이 생존과 성장의 큰 장애물임을 실감했다고 해요. 그래서 조직에서 주체적인 시간 관리, 성과관리,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을 지원하는 서비스로 피봇을 하기로 했습니다.
이후 리버스마운틴은 2023년부터 자금난을 겪으며 생존모드로 들어가 수익화에 사활을 걸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내놓은 서비스가 지금의 ‘인력 생산성 측정 및 조직 성과 관리 시스템 : 티키타카’입니다.
티키타카는 업무 관리 데이터와 성과 관리를 연동해 개인별, 조직별 생산성을 측정하고, 다양한 목적에 따라 데이터 분석 결과를 볼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더불어 업무 효율성을 강화하고 사용 편의성을 강화하는 AI 기능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 서비스는 고객 기업 규모에 따라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또는 맞춤형 솔루션 형태로 제공되고 있어요.
티키타카는 두 번의 피봇 후 다시금 활발하게 성장 기회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2024년 기준, 시드 투자를 받았고, 팁스에 선정됐어요. 그리고 글로벌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우수기업에 선정되어, 미국 내 대기업 및 제조업체와 유료 PoC(개념 검증)을 통해 서비스의 시장성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피봇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찾는 국내 스타트업들을 알아봤습니다.
- 챌린저스: 초기 서비스의 리텐션이 떨어지자, 새로운 시장과 소비자의 니즈를 공략했습니다.
- 두잇: 경쟁이 극심한 시장에서 특정 사용자 세그먼트에 집중해 차별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 더스윙: 기존과 비슷한 시장에서 규제가 비교적 적은 비즈니스 모델로 수정했습니다.
- 글로랑: 팬데믹 위기 속에서 오히려 더 큰 시장과 소비자 니즈를 파악할 기회를 찾았습니다.
- 리버스마운틴: 2차례 피봇을 거치며 얻은 뼈아픈 교훈을 새로운 기회로 만들었습니다.
스타트업들은 이미 기존 사업 전략과 방향성에 적지 않은 자원과 마음을 쏟았기 때문에, 새로운 전략을 실행하려는 시도가 말보다도 훨씬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러 연구와 설문조사에 따르면 스타트업의 70~90%가 피봇을 한다고 합니다. 자신의 전략이 올바른지 검증하기 어려운 스타트업 환경에서는 어쩔 수 없이 크든 작든 수정을 해야만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다른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피봇 시도를 하며 성공의 길을 찾고 있다는 이야기겠지요.
어떨 때는 용기와 결단이 필요할 때 다른 성공 사례들이 힘이 되기도 하는데요. 이번 글에 나온 스타트업 다섯 곳의 현재진행형 피봇 사례가, 필요한 분들에게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편집: 김지윤
- 글 : 장혜림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