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헤어지고 만나고 익숙해지고
또 그냥 그런대로 살아가고… (2022, 폴킴, 우리 만남이)
인생은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다.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과 영원할 것 같은 시간도 언젠가 끝날 수 있다. 더 이상 만나고 싶지 않은 미운 사람들과의 인연도 때가 되면 끝나기 마련이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도 이런 만남과 헤어짐은 계속 이어지는데, 오늘은 헤어짐에 대한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 특히 스타트업에서 겪은 헤어짐에 대해 아스라이 나누고자 한다.
그녀와 헤어지다.
22살에 그녀를 만났다. 바야흐로 대학 1학년을 마치고 군대 제대를 앞둔 시기였고, 첫사랑 그녀와 여러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녀와의 달콤한 사귐보다 졸업을 앞둔 나의 계획(공부 및 해외 유학 등)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나는 헤어짐을 결심했다. 그런데, 쉽게 말이 떨어지지 않았고, 거의 3개월 정도 계속 마음을 번복하며 불편한 데이트를 유지했다.
그러다가, 꼭 말해야겠다고 마음을 정한 날이 왔다. 마침 나의 생일, 그녀의 생일 축하 꽃다발을 건네 받고, 나는 그녀와 헤어졌다. 굳이 내 생일날 헤어져야 했을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정한 마음을 더 미루는 게 더 어려워서, 이기적인 마음으로 헤어짐을 수행했다.
“과장님, 커피 한잔 하시겠어요?”
나름 어려운 3000:1의 경쟁률을 뚫고 신입사원 공채로 S기업에 입사했다. 그리고 수년을 일하면서, 출퇴근길 짬을 활용해 매년 50여 권의 책을 읽었는데, 그 책들이 나의 새로운 지경을 열어주었다.
‘과연 이 일이 나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 ’전산실에 근무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회사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에 대해 여러 날을 고민하다, 그대로 잔류에는 답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누구 하나 아는 사람 없는 미국 시골 마을 대학에 지원을 했고, 입학 허락을 받았다. 이윽고, 햇살 좋은 봄날, 조직을 떠날 결심을 했다.
마음을 정리하고, 침착하게 팀장님에게 커피 한잔을 요청드렸다. 부하 직원의 커피 한잔 요청을 받고 따라 나선 팀장님에게, 나는 날벼락 같은 퇴사의 뜻을 전했다.
그 당시 팀장님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허나 나의 유학길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간의 유학을 위한 과정을 켜켜이 설명드렸고, 우리 조직(정년이 가능한 안정적인 기업)에서 나와 같이 퇴사하는 사람은 처음이라며 넌더리를 치셨다. 물론 퇴사가 기정 사실이 되고 나서는, 꼭 잘돼라며 응원의 마음을 전해주셨다.
“여러분 매우 미안합니다.”
회사를 창업하고, 각종 형태의 지원금과 대출금으로 회사를 운영했다. 그러나 고객을 향해 날카롭지 못한 제품은 그 빛을 내지 못했다. 부족한 경영 실력은 더 커져갔고, 마침내 회사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직원들과 헤어질 결심이 필요한 시간이었다.
‘여러분, 이제 회사를 운영할 자금이 없습니다. 너무 송구해서 드릴 말씀도 없습니다. 염치 없지만, 여러분께서 이번달 말로 퇴사하시면 저도 회사를 접겠습니다.’
직원들에게 회사의 사정을 한 명씩 이야기하며 양해를 구했다. 모두 화를 내며 대표이사를 꾸짖을 만한 상황이었지만, 조용히 차분한 마음으로 가는 날까지 정리를 도와주었다. 모든 직원을 퇴직 처리했다. 황량한 사무실에 앉아 오가는 정신을 부여 잡았다. 며칠을 울기도 하고, 신께 기도하기를 반복했다. 창업은 내가 감당할 그릇이 아니었나 낙심하고 매일 매일 괴로움을 삼켰다.
“대표님 잠깐 면담 요청드립니다”
작은 스타트업에 ‘이사’라는 직함으로 입사했다. 어려운 상황에 놓인 터라,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 했다. 지금 상황을 잘 마무리하고, 새로운 시작이 가능할 수 있도록 동료들과 파트너들의 마음을 사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어려운 시기를 잘 보내고, 회사가 다시 정상화되고 있을 차에, 난 다시 헤어질 결심을 했다. 늦깎이 나이에 대학원 학업 때문에 정상적인 회사 생활이 어려울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언제 미팅을 요청하는 것이 좋을까 고민했다. 월요일 오후는 한 주의 처음이라 부담스럽고 금요일은 마음 무거운 주말을 선물하게 될까 걱정했다. 그러다, 대표님이 바쁘지 않을, 그리고 힘든 기색이 없는 어느 오후의 찰나를 노려 면담을 요청했다. 대표님은 역시 안타까워 했다. 나 역시 죄송하고 면목없다며 양해를 구했다.
잘 헤어지기 위한 TIPs
'잘 헤어지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스타트업 바닥은 워낙 좁아서, 몇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람들 천지다. 헤어질 결심이 생긴 분들을 위해 팁 몇 개를 공유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 마음을 정했다면, 빨리 수행하자
- 머리 속 말보다는 스크립트로 정리하자.
- 혹시 모를 가장 안 좋은 결과에 대해서 미리 상상한다.
- 헤어지고 난 후에 다시 만나자.
헤어질 결심이 생겼다면, 말할 타이밍을 얼른 잡는 것이 중요하다. 헤어질 생각을 한 채 계속 일을 하는 것은 서로에게 불편할 수 밖에 없고 생산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최소한 법적으로 문제가 없도록 1개월 전에 마음을 전해야 하며, 가급적 그보다는 조금 더 일찍 시간을 정하여 결심의 말을 전하는 것이 좋겠다.
또한 헤어질 결심은 감정적으로 전할 이유가 없으므로, 그에 대한 명분을 잘 찾고 정리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한낱 소모임이나 동아리를 탈퇴하는 것이 아니고, 프로페셔널한 직장을 그만두는 것이므로, 이에 대해서는 꼭 명심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자는 헤어질 결심에 대한 스크립트 작성을 추천한다. 아주 건조하고 이성적으로 헤어질 결심의 내용을 스크립트로 작성하고 이를 몇 번 되뇌이다 보면, 생각도 정리할 수 있고, 말이 꼬이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화를 내거나 자리를 떠나는 등의 반응을 보이는 상대를 만날 수도 있다. 그래서 가장 안 좋을 상황에 대해서도 먼저 상상하고 이를 예견하 듯 시나리오를 써보면 현장에서 확실히 도움이 된다. (이는 우리도 함께 화를 내거나 당황하여 엉뚱한 수를 놓으면 안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제, 잘 헤어졌다면, 일정 시간이 지난 후 괜한 미팅을 만들어 관계를 한 번 더 잘 정리하는 것을 추천한다. 상대방의 마음을 만져주며 서로에게 양해를 구할 때, 관계가 망가지지 않고 계속 이어질 수 있다. 만남과 헤어짐은 인생에서 숱하게 있는 일이니 만큼, 좋은 경험 내지는 수업료로 생각하고 서로를 위로할 수 있다면 좋겠다.
부디, 우리 더 좋은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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