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JTBC 프로그램 ‘최강야구’가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시즌1을 시작해서 현재 시즌2를 진행 중인 이 프로그램은 은퇴한 선수들이 주력이 돼 아마추어 선수들과 함께 몬스터즈라는 팀을 꾸렸다. 다양한 아마추어 혹은 프로 2군 팀들과 경기를 진행하면서, 스포츠에 예능적 요소를 가미해서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오늘은 최강야구를 보면서 느꼈던 스타트업에 대한 생각을 나눠보려 한다.
1.은퇴했지만, 계속 성장하고 싶은 선수들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선수들은 현역 선수들이 아니라 프로무대에서 이미 은퇴를 했다. 사실상 성장의 이유가 없다.
(방송에서도) 여느 연예인들처럼 일정 수준의 리얼리티와 예능적 재미만 보여주면 될 뿐인데, 이들은 마치 현역 선수라고 착각하는 것처럼 많은 개인 시간을 들여서 연습에 매진하고 땀을 흘리고 몸을 만들어 낸다. 뿐만 아니라, 선수단을 이끄는 김성근 감독은 돈을 받고 예능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선수들을 ‘프로’라고 재정의해버린다(아, 이건 너무 간 것 같은데).
2.넘치는 승부욕, 징크스
당연히 몬스터즈는 모든 경기를 이길 수 없다. 김성근 감독은 경기에서 패배할 때면, 항상 이 다음 경기에서 이상한 행동을 한다. 그것은 바로 징크스를 없애는 것이다.
이전 경기와 반대로 실행하는 것인데, 웜업 때 감독실에서 나가지 않았고, 코치에게 선수 명단 작성을 맡기기도 했다. 게다가, 해설위원과 캐스터에게 그라운드에 내려와서 인터뷰를 진행하지 못하게 하기도 했다. 그로 인해 선수단 모두는 경기 전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었고, 다행히도 이 모든 이상한 행실은 좋은 결실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3.선수 간 격려와 응원
선수들은 경기가 잘 풀릴 때는 함께 기쁨의 감정을 나누고, 잘 풀리지 않을 때는 격하게 서로를 격려한다. 한 선수가 실수를 하면 여전히 괜찮다고 말해주고, 어린 선수가 안타를 치면 넘치는 축하를 보낸다. 마음이 한없이 불편할 수 있을 아마추어 선수들은 다른 선수들에게 얼마나 부담스러웠을까 싶어, 프로그램을 보는 내내 마음이 적잖게 쓰였다.
몬스터즈가 고교팀과 경기를 할 때면, 고교팀의 응원은 더 힘차게 느껴졌다. 고교팀의 감독들도 선수들을 격려하고 응원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승패를 떠나 좋은 경기 경험을 통해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마음 쓰는 것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4.아마추어와 전설의 만남
몬스터즈 팀은 프로 은퇴 선수들을 주축으로 하지만 일부 아마추어 선수들도 구성돼 있다. 전설 같은 선수들을 만나는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이 기회는 특별히 가슴 벅찰 것임이 틀림없다. 또한 경기를 진행하는 상대팀 아마추어 선수들도 연신 전설 같은 선배들의 경기를 보며 몸소 배울 수 있으니, 무척 소중한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지난 시즌1에서는 최강야구 막내를 담당하는 두 대학리그 아마추어 선수들의 드래프트 선발 장면이 방송됐다. 이때 많은 시청자들이 가슴 벅찬 기쁨과 공감이 느껴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운동만 바라보며 지내온 두 대학생과 가족의 간절함이 내게도 넉넉히 전해졌다.
스타트업도 최강야구처럼
1.스타트업은 성장 그 자체다
모든 스타트업 대표들은 어떤 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든, 사업하는 내내 성장을 경험한다. 대부분 사업은 처음이기 때문에, 20대 대표나 50대 대표나 동일하게 맨바닥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 시작할 때에 충분히 고민했던 전략대로 최대한 빨리 한방에 성공적인 사업을 기대하지만, 실상은 나의 성장과 조직의 성장을 거치면서 성공으로 아주 천천히 다가간다.
2.괴롭지만 승부를 피할 순 없다
스포츠 선수들에게 승부욕이 넘치듯 스타트업 대표들도 승부욕이 넘친다. 시장을 파악하고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무척 예민하게 관찰하고, 과감하고 민첩하게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말이 쉽지, 대게는 셀 수 없을 만큼의 반복적인 도전과 이것도 성장인가 싶을 만큼의 저속 성장을 경험한다. 그러다 보면 깊은 마음 속 답답함과 공황에 가까운 현상이 발현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의 승부욕은 숙명이다.
3.격려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조직 구성원들과 함께 성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위 선수들처럼 격려와 응원을 나누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무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사업이 수 개월, 수년으로 이어지면 당연히 조직의 근육이 예전과 같지 않다. 조직력 개선을 위한 루틴한 격려와 응원 시스템이 스타트업에 절실하다. 회사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런 대표들의 마음씀씀이가 조직원들에게 전달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4.스타트업 다양성과 역량 개발
대기업/중견기업의 경우 비슷한 학력과 성향의 사람들이 모이는 데 반해, 스타트업은 그야말로 다양한 사람들이 넘쳐난다. 학력과 무관한 전설적인 고수를 만날 수도 있고, 일은 잘 하지만 어처구니없는 인격의 상사를 만날 수도 있다. 그 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다. 이런 모래알 같은 성향의 구성원들과 성공적인 협업을 이루려면, 대표/리더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 그래서 HR과 조직문화에 대한 역량 개발이 스타트업 리더들에게 더 중요하게 여겨져야 한다.
오늘은 지난해부터 최강야구를 보면서 느꼈던 감정들이 사뭇 스타트업에서 느끼는 감정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표현하려 포스트를 작성했다. 한낱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어도 왜 우는지 궁금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서비스들은 있는지 검색창을 열어보는 사람답게 방송을 보면서도 스타트업에 대한 생각을 떠올렸다. 이런 걸 보면 필자도 스타트업으로 사는 사람인 듯 싶다. 무엇을 보고 경험하든, 나의 스타트업 성장일기와 닿아 있으니까.
(언제가 될 지는 모르지만) 만루홈런을 치는 명장면이 내게도 그려지기를 기대해본다. 최강야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