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 아티클
#글쓰는창업가
처절하게 살아남은 스타트업을 위한 디즈니 드라마

(보실 분들은 강력한 스포에 주의하세요. 디즈니플러스의 드라마 <더 베어>입니다.) 

 

생존이라는 단어의 무게

알람에 눈을 뜹니다. 놀란 가슴을 부여잡지만, 가만히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샌드위치 가게에 고기가 부족하지만 현금이 없거든요. 식당에 있는 오래된 오락기의 현금 통을 뜯고, 집에 있는 오래된 청바지를 헐값에 팔아가며 고기 살 돈을 간신히 마련합니다. (나중에는 심지어 불법 마약인 코카인 까지 팔아 자금을 융통하기를 부탁하며 식당이 버틸 수 있는 자금을 마련하기도 합니다.)

스타트업 혹한기인 요즘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대표님들의 모습과 비슷합니다. 

드라마 <더 베어>에서 시카고의 오래된 음식점 ‘오리지널 비프 오브 시카고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카르멘은 본래 촉망받던 신예 셰프였습니다. 그러다 형 마이클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하루 아침에 유망 셰프가 아닌 동네 식당의 경영자가 됐죠. 잘나가는 대기업에 다니다 창업하는 모습이 스쳐 지나갑니다. 그러고는 면접을 보러 온 시드니에게 이런 질문을 받죠.

시드니: “미국 전역 통틀어 제일가는 식당에서 제일가는 굉장한 셰프잖아요. 여기서 뭐 하나 싶어서요.”

카르멘: “샌드위치 만들죠.”

하루 아침에 달라진 운명 속, 카르멘은 같이 일하는 팀원들과 언성을 높이며 부딪힙니다. 소리 지르고, 다치고, 욕설이 난무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조금씩 자신의 마음을 열고 나눕니다. 그리고 그 대사 모두가 요즘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또 위로합니다.

 "저기, 난 괜찮아. 정말이야, 그냥 가끔 숨쉬기가 힘들고 소리 지르며 깰 뿐이야."

“난 ‘푸드 앤드 와인'에서 선정한 최고의 신인 셰프가 된 다음 날에 튀김기에 불을 냈어요. 식당 전체를 태워 먹을 뻔했죠. 이상한 일도 일어나요. 짧은 순간에 불이 붙은 걸 보면서 이렇게 생각하거든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여긴 전소될 거고 그러면 내 모든 걱정이 사라질 거야.'”

곧 오는 오늘에 대한 걱정, 그리고 내가 시작한 무엇인가가 나를 짓누르는 상황을 보며 도망치고 싶은 마음들을 적나라 하게 이야기 합니다. 이렇게 ‘더 베어'는 정말 날 것 그대로를 그대로 그려줍니다. 

보는 내내 ‘바로 이것이 스타트업의 현장이지’라고 속으로 외쳐가며 지켜보게 됐습니다. 그래선지 한 매체에서는 경영자가 볼만한 TV쇼로 이 ‘더 베어'를 첫 번째로 소개하기도 했죠. 제품 메뉴 개발부터 하수구 문제까지, 경영이란 무엇인지 정말 적나라하게 그려냈다고 말하면서요.

이 레스토랑의 수 셰프(부주방장)이 되는 시드니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식당에서 쓸 육수를 끓이면서 '셰리든 케이터링'이라는 서비스를 창업한 이후 문을 닫을 때 까지의 과정을 카르멘에게 담담히 말합니다.

“장난 아니었어요. 너무 빨리 커졌죠. 식당을 낼 만큼 수익이 나오진 않아서 차고에서 했는데 어리석은 짓이었죠. 신용이 망가졌어요. 모든 게 엉망이 됐죠. 하룻밤도 빠지지 않고 불면증에 시달리면서 뭘 다르게 할 수 있었는지 생각했어요.”

“처음으로 내 뒤에서 소리를 지르고 압박하고 고함치는 완전한 사이코패스가 없이 일한 거고 나도 그걸 원한 줄 알았는데 결국 이렇게 됐잖아요.”

 

우리가 이 일을 하는 이유

창업은 너무 어렵고, 살아남는 것은 더욱 어렵습니다. 처절한 삶 속 발버둥을 보는 내내 마음은 참 무겁고 불편합니다. 그럼에도, 이들을 응원하게 됩니다. 왜 이렇게 어렵고 힘든 일을 해내고 싶은지 알고 있으니까요. 이 드라마의 백미는 경영주인 카르멘이 직원들과 한 명 한 명 대화하는 장면입니다. 속에 담겨있는 이야기를 짧지만, 묵직하게 전달하거든요.

파티셰로 일하는 마커스는 열정적입니다. 새로운 제품 개발에 몰두하며, 심지어 시간을 아끼려 식당에서 잠을 잡니다. 그러다 어느 날 준비가 조금 늦어지면서 급한 마음에 반죽기 속도를 올리다가 기계가 고장나버리며, 온 식당이 정전됩니다. 엄청난 큰 실수를 하고 나서 카르멘과의 대화를 하죠. 실수를 해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그럼에도 자신이 왜 이 일을 하고 싶은지 말합니다.

“첫 직장은 맥도날드였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없지. 그냥 로봇과 함께 일하는 거야. 모든 게 자동이고, 빠르고 쉬워….”

"다시는 실수 안 할게."

 

 

수 셰프인 시드니는 유능합니다. 이렇게 완전히 엉망인 동네 식당에서 일하기엔 좀 아깝다고 느껴질 정도죠. 하지만 시드니는 이 식당에서 일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여기서 일하는 이유는, 제가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 것 같아서에요. 변화를 일으키고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어요. 이곳을 더 좋게 만들 방법을 도입할 수 있어요. 다른 라인에서 일하거나 별로 신경도 안 쓰는 허브를 핀셋으로 집어 접시에 장식하거나 브런치를 만들면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구요.”

 

 

단순한 부품이 되길 원치 않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삶이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 능력과 창의성을 가지고 부딪혀 볼 수 있는 순간을 마주하고 싶은 거죠. 마커스와 시드니가 카르멘과의 갈등으로 잠시 식당을 그만두게 되고, 둘은 저녁식사를 하죠. 그리고는 서로가 가지고 있는 멋진 미션을 나눕니다.

시드니: “나도 그런 걸 하고 싶어요. 사람들을 위해 요리하고 행복하게 해주고 싶고 지구에서 가장 맛있는 베이컨을 주고 싶어요. 이미 그 자리는 누가 차지하고 있다고 하더라도요.”

마커스: “두 번째로도 좋아요.”

 

 

지금 이 순간 우리가 해야 할 일

이 작은 식당은 엄청난 진통을 겪어가며 이리저리 부딪히며 나아갑니다. 어떤 하나도 녹록치 않습니다. 도망치고 싶은 순간들이 한가득입니다. 

하지만 카르멘은 형의 말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드라마 마지막의 거대한 반전 직전, 형이 준 편지가 다시금 카르멘을 잡아 일으킵니다. 카르멘이 또 하루를 살아남는 것처럼, 우리도 치열하게나마 또 하루를 살아남기를 바라며, 이 편지를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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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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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공감되는데요? 그런데 영화도 한번 보고싶은데..이론..디즈니.. 구독을 해야하는... 커헙.. 아쉬움을 달래며.. 스토리 내용에 너무 공감공감하며.. 제 생각을 구체화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어요!!!^^
기회가 되면 유튜브 요약영상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그 급박함과 절박함, 그리고 그 순간의 번뜩임들이 정말 실감납니다:) 도움이 되셨다니 너무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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