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 디에스랩컴퍼니 ·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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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을 대하는 스타트업 창업자의 말말말
직원을 대하는 스타트업 창업자의 말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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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명이 근무하는 조용한 대기업 전산실. 어느 한 구석에서 한 팀장이 신입직원에게 고성과 함께 호통을 치며 고요를 깬다. 

‘넌 대체 뭐하는 놈이냐. 생각이 있는 거냐. 무슨 생각으로 일을 이 따위로 해!’ 

잠시 후 태풍이 지나가고 나서야 신입직원은 쥐 죽은 듯이 업무를 수습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몇 달 후 이 일에 대해 팀장은 이렇게 말한다. 

‘내가 이렇게 혼내야 다른 사람들이 널 우습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 팀을 호락호락하게 보지 않는다’

 

S#2

새로운 마음으로 출근을 시작한 지 한 달. 보통 20분 전에는 회사에 도착했는데, 오늘은 무슨 정신이 팔렸는 지 아침부터 지각 예정이다. 서울역에서 내리자마자 한걸음에 회사까지 뛰어 올라갔다. 

도착 시간 9시 3분. 나는 연신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말하면서 자리에 앉았고, 조용한 사무실에 혹시나 숨소리리도 들킬까 조용히 호흡을 죽이며, 업무를 시작했다. 

그리고는 점심을 먹자는 나의 말도, 질문을 시작하려는 나의 말도 우리 팀장은 모두 듣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오후 6시가 넘어서야, 그는 내게 날카롭게 말했다. 

‘다시는 지각하지마. 신입직원에게는 절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니까.’

 


 

이 에피소드들은 매우 '라떼'같은 이야기들이다. 20세기 말, 21세기 초에 필자가 겪은 경험인데, 그 때는 이런 군대문화를 닮은 호통과 삼엄(?)한 사내 분위기가 매우 일반적이었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사내에서 혹은 현장에서 만나는 40대 이상의 선배들은 이런 문화를 싫든 좋든 경험하고 온 사람들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촬영장에서 상수(PD)가 한 직원에게 막말과 욕설을 쏟아내자, 은정(프리랜서)이 상수를 꾸짖는 장면. 출처: JTBC 멜로가 체질>

 

창업자는 지내온 경험과 환경에 따라 매우 다양한 문화를 경험한다. 창업자 혹은 대표이사가 됐으면 어느 정도의 인덕(?)과 여유가 있을 것이라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자신의 전문 영역(영업, 기술 등)에서야 전문가 소리를 들어왔겠지만, 그 외의 영역에서는 기본 교육도 누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의 현장에서 직원들을 만나는 창업자의 몇 가지 모습에 대해 열거해보자. 

 

뒷담화하는 창업자

뒷담화는 언제나 짜릿하다. 술자리 최고의 안주는 함께 나누는 팀장 욕이다. 하지만, 창업자도 같은 마음으로 뒷담화에 참여해도 괜찮을까. 개발팀과 영업을 욕하고, 영업팀과 개발을 욕하다보면 양쪽 모두에게서 인심을 잃을 수 있다. 

필자에게는 아들 셋이 있는데, 가끔 싸움을 관찰하다보면, 각자들 입장이 있어 조율이 어려울 때가 많다. 이 때 요령 중 하나는 진실 파악을 통한 명쾌한 사건 해결만큼 이해와 합의를 통한 조율이 유익할 때가 더 많다는 점이다. 

작은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데 인원이 넉넉할 리가 없다. 그런 와중에 조직원들끼리 뒷담화를 한다고?

‘이번 신입 왜 그러니’, ‘우리 개발자들은 말을 왜 이렇게 함부로 하지?’, ‘결혼했다고 유세냐’

적어도 창업자는 직원들을 가르고 나누는 일에 나서면 안될 뿐만 아니라, 모든 조직원들이 서로 조화롭고 화합할 수 있도록 마음을 써야 한다. 혹시나 휘둘리지 않도록 조심하고 또 조심하자.

 

<남을 씹어도 말을 옮기지 말라는 이경규의 말 출처: SBS 돌싱포맨>

 

직원을 무시하는 창업자

사람은 모두 틀리다. 아니 다르다. 소위 왕년에 잘 나갔던 창업자들이 가끔 실언을 쏟는 경우들이 있다. 

‘코스닥도 상장하지 못한 작은 회사에서 성과가 무슨 의미가 있나요?’, '그 회사에서 업무를 했다면, 능력이 없다는 반증입니다’, ‘OO 대학이 자랑할만한 학교는 아니지요?’, ‘석사는 유명대학에서 하셨는데, 학부는 어디서 했나요?’, ‘그 대학 박사 누가 인정해줍니까.’, ‘능력없는 사람은 다 잘라야 해요.’ 

이런 문장을 통해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알겠지만, 입 밖으로의 표현은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 마음 속 말을 꺼낼 때 누구와 있는 지를 염두해두고 말을 꺼내야 한다. 창업자도 물론 실수를 할 수 있지만, 실수가 반복되면 인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과거 공부도 잘 하고 대기업에서만 일해봐서 보통사람(?)들의 마음을 잘 모를 수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 스타트업은 다양한 사람들과 일하는 작은 회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디서 어떻게 만날 지 모를 일이고, 세상 참 좁다.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들은 밥에는 예쁜 곰팡이가, ‘짜증나’라는 말을 들은 밥의 곰팡이는 흉하게 변했다. 출처: MBC 한글날 특집, ‘말의 힘’>

 

감사를 표현하는 창업자

‘선배님, 올해가 첫 결혼 기념일이면 좋은 선물이 없을까요?’라고 묻는 내게, 선배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런 걸 챙기기 시작하면 너의 남은 인생 동안 계속 챙겨야 하는 부담이 생기는 거야. 애초부터 기대를 하지 못하도록 기대를 주지 않는 편이 쉬워.’ 다행히 필자는 선배의 말을 어기고 19년째 매 결혼기념일마다 작은 선물 혹은 이벤트를 준비한다. 

대표이사가 직원들에게 급여를 준다고 함부로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감사의 마음을 표현할 필요가 있다. 함께 일하고 있음에 감사하고, 자주 자잘하게 표현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이유로 필자는 가장 쉬운 생일 축하 이벤트를 권한다. 모든 직원들이 매 생일 마다 케이크와 박수를 맞는 것은 아닐 수 있는 요즘 세상인데, 회사가 이를 생각한다면 당연히 감동을 선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야근자나 혹은 주말 출근자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창업자에게는 언제 어디나 회사로 인식돼 주말 출근이 익숙할 수 있지만, 직원에게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주말 근무까지 마다하지 않는 직원에게 ‘고마워요’라는 문장과 커피 쿠폰이라도 선물한다면 얼마나 스윗한 창업자로 비춰질까. 

나아가, 직원의 가족까지 챙기는 사례들도 있는데, ‘6일 약국 갑시다(저자: 김성오)’ 책에는 매 어버이날 직원들의 가족을 초청하여 직원들의 애씀을 칭찬하며 감사를 표현한다고 하고, 오픈놀의 권인택 대표는 카네이션연금을 통해 부모님 용돈을 드린다고 한다. 

회사의 규모에 따라 상황은 다를 수 있겠지만, 작은 감사를 표현하는 행위는 매우 중요하다. 어떤 회사는 직원 뿐 아니라 청소해주시는 분들께도 명절마다 홍삼 세트를 선물하기도 하고, 택배직원들께 귤과 음료수를 건내기도 한다. 

연인도 아니고 가족도 아닌 회사에서 이렇게 감사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아주 작은 움직임이지만, 건조한 회사를 훈훈하게 만들고 튼튼한 조직 문화를 만들어 가는 데에 큰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직원들과 함께 공부하는 창업자

창업자에게 독서는 매우 중요하다(최윤섭, 2022). 물론 창업자 뿐 아니라 모든 직원들에게도 독서는 똑같이 중요하다. 예전 면접 때는 입사 후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면접자에게 회사는 공부하는 곳은 아니라고 야단을 치는 면접관들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회사에서 공부하고 연구하는 인재가 각광받는 시대이다. 회사의 업무를 위해 연구하는 것 이 외에도 나를 위한 자기 계발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요즘 트렌드이기 때문이다. 

대진대학교 이원희 교수(전 CJ 텔레닉스 대표)는 책 ‘주인공빅뱅’에서 과거 대표이사 시절 ‘북새통(책으로 새로워지는 소통)’ 경영을 통해 직원들과 함께 공부하는 문화를 강조했다. 실제로 그 외 많은 기업들도 사내 독서 문화를 조성하고 조직과의 함께 성장을 애쓰고 있다. 

규모가 크지 않은 스타트업에서 책을 같이 읽고 나눈다는 것은 대기업의 그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창업자와 함께 읽는 독서는 창업자의 시각과 생각을 전파하고 독려할 수 있는 매우 자연스러운 기회이므로 이런 문화를 조성하는 것은 조직 경영의 관점에서 매우 유익하다.

필자의 회사, 디에스랩컴퍼니(대표이사 조용현)는 직원들이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대학원 입학을 강력하게 권장한다. 

많은 회사들이 바쁜 업무로 인해 대학원 입학을 싫어하는데(심지어 어떤 분들은 이를 근거로 악용해 대학원 입학을 핑계로 회사를 그만두기도 한다), 우리 회사는 거꾸로 직원들을 파트타임 대학원생이 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새로운 연구와 활발한 발제 활동을 권장한다. 이는 오랜 역사의 조선해양 분야에서 사이버보안 스타트업의 존재를 알릴 수 있는 효과적 방법들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필자도 그렇게 파트타임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나가며

“까라면 까”라는 식의 군대문화가 일상적이던 회사 조직이, 이제는 직원들의 눈치를 보며 경영을 해야 하는 시대로 변모했다. 창업자라면, 직원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어떻게 대할 지에 대해 꾸준한 공부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인사 방향을 수립하고 효과적 운영 방법을 찾는 창업자만이 지속적인 경영이 가능한 시대이다. 

나아가 더 늦지 않도록 완전한 솔직함(실리콘밸리의 팀장들, 2019)으로 직원들과 소통하고, 회사의 성장과 함께 조직의 성장을 이루어 내는 조직으로 변화해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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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   15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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