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인재 유치와 스타트업의 성장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관계에 놓여있습니다. 스타트업이 성장가도에 올라야 핵심인재를 유치할 수 있는데, 얄궃게도 핵심 인재를 확보해야만 스타트업은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죠.
성장이 핵심 인재 유치의 핵심 조건이라면, 창업 기업 10곳 중 6곳이 5년 이내 폐업하는 한국에서 핵심 인재들이 스타트업을 떠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입니다.
수백억대 투자금을 유치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리즈 B~C 이상의 스타트업이 아닌 아직 성공 궤도의 오르지 못한 스타트업은 넉넉히 보상을 줄 수 없기 때문에 핵심 인재를 영입하는 것도, 오래 붙잡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이때 중요한 가치가 바로 창업자의 비전입니다. 듣는 사람을 감화시킬 정도로 확고하고 진정성 넘치는 창업자의 비전은 모든 기업이 탐내는 인재를 소규모 팀에 영입하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아티클에서는 창업자의 명확한 비전과 진정성으로 핵심 인재를 영입해 드라마틱한 성과를 만든 세 가지 사례를 소개해 드리고,
성장하는 스타트업들의 법률 자문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스타트업에서 핵심인재를 유치하고 붙잡기 위해선 어떤 노력을 해야하고 또 어떤 제도를 활용해야 하는지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창업자분들은 핵심 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팁을 얻는다는 생각으로, 재직자 분들은 나의 가치를 높여줄 창업자를 알아보는 팁을 얻는다는 생각으로 이 아티클을 읽어 보세요!
확고한 비전으로 핵심 인재를 영입한 3가지 사례
1. 호텔 업계 거장을 영입해 숙박업의 판도를 바꾼 에어비앤비의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창업자 브라이언 체스키(Brian Chesky)는 숙박 공유를 통해 전 세계 사람들이 현지인처럼 어울려 살아보는 새로운 경험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호텔을 대신하는 새로운 숙박 문화를 만들기 위해선 전통 호텔 산업에서 성공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인재가 꼭 필요했죠.
그런 인재가 바로 미국의 부티크 호텔 체인 ‘조이 드 비브르’(Joie de Vivre)의 설립자이자 CEO로 24년간 재직하며 50여 개의 개성 있는 호텔을 성공시킨 호텔업계의 거장, 칩 콘리였습니다. 50대에 접어든 콘리는 우여곡절 끝에 회사를 매각한 뒤 호텔 업계를 잠시 떠나 있었습니다.
체스키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콘리를 찾아가 전 세계 사람들이 현지인처럼 어울려 사는 세상을 함께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당시 체스키의 나이는 31세, 콘리는 52세였습니다.
콘리에게는 규모가 크지 않았던 에어비엔비도 처음 듣는 회사였고 공유 경제 역시 생소한 개념이었습니다. 하지만 체스키의 진심 어린 열정에 감명을 받아 그는 숙소 공유라는 새로운 물결이 바로 부티크 호텔의 혁신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일단 일주일에 15시간만 일하는 파트타이머로 입사했고, 그러다 입사 후 몇 주가 지난 시점부터 콘리는 하루에 15시간 일을 하며 글로벌 전략 책임자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에어비앤비는 콘리 영입 후 호스트 커뮤니티 중심의 전략을 더욱 강화하여 숙박 공유 서비스에 환대의 감성을 불어넣었습니다.
콘리는 세계 각지를 돌며 에어비앤비 호스트들에게 체계적인 환대 교육과 네트워킹 행사(Airbnb Open) 등을 도입해 신뢰 구축과 서비스 품질 향상에 크게 기여했고 이를 통해 에어비앤비는 ‘여행의 본질은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것’이라는 브랜드 미션을 명확하게 정립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에어비앤비는 2010년대 중반부터 빠르게 성장해 기업 가치가 수백억 달러에 이르는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습니다.
2. 구글 임원을 영입해 10배 성장을 이뤄낸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을 창업한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에게는 “세계를 연결한다”는 자신의 비전에 공감하고, 함께 회사를 키워줄 파트너가 필요했습니다.
2008년 당시 페이스북은 사용자 수가 폭증하며 잠재력이 매우 컸지만 명확한 수익 모델이 없어 적자를 내고 있었습니다. 경험 많은 경영자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었죠.
이에 저커버그는 구글에서 온라인 광고 사업을 크게 성장시킨 한 셰릴 샌드버그(Sheryl Sandberg)를 영입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는 2007년 겨울부터 약 6주 동안 지속해서 샌드버그를 찾아가 페이스북의 꿈과 비전을 설명하며 합류를 요청했습니다.
샌드버그는 당시 페이스북 팀이 초창기부터 품고 있던 ‘전 세계를 연결한다’는 비전에 공감했고, 저커버그가 자신에게 과감하게 실질적인 권한을 준다는 점에서 진정성을 느꼈습니다. 마침내 페이스북은 2008년 3월 그녀를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영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샌드버그 합류 이후 페이스북은 비즈니스 모델 구축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며 성장 궤도에 올랐습니다.
그녀는 페이스북에 소셜 광고 모델을 도입하여 수익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합류 후 불과 3년 만에 전 세계 이용자 수가 7,000만 명에서 7억 명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같은 기간 매출 역시 매년 두 배씩 성장하며 페이스북을 적자를 내던 스타트업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탈바꿈시켰죠.
저커버그는 훗날 “페이스북의 비전을 실제 사업으로 연결시켜 준 사람이 바로 샌드버그”라고 평가하며, 자신보다 뛰어난 인재를 영입한 것이 회사 성공의 결정적인 전환점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여기까지 해외 사례 두 가지를 소개해 드렸는데요. 이번엔 국내 사례 하나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3. 세계적 디자이너를 영입해 국제 디자인상을 휩쓴 기아의 정의선
2006년, 당시 기아차 사장을 맡고 있던 정의선 사장은 디자인 경영을 통해 기아차를 혁신하겠다는 확고한 비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만성적인 실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던 기아차를 살리기 위해서는 독창적인 디자이너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죠.
이에 1990년대 아우디·폭스바겐 그룹에서 수석 디자이너로 명성을 날리고 2000년대 중반에는 업계 최고 수준의 디자이너로 인정받던 피터 슈라이어(Peter Schreyer)를 영입하는 프로젝트에 직접 나서기로 했죠. 정의선 사장은 슈라이어에게 최고디자인책임자(CDO) 직위를 제안하면서 기아의 디자인 방향을 전적으로 맡기고 새로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슈라이어는 한국을 방문한 적도 없었고 기아라는 브랜드 역시 잘 알지 못했습니다.
그런 슈라이어를 설득하기 위해 정의선 사장은 그를 한국으로 초청해 기아 디자인센터에서 내부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습니다. 당시 기아의 SUV 모델인 쏘렌토의 참신한 디자인에 관심을 갖고 있던 슈라이어는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기아 디자인팀의 가능성을 확인했고,
마치 빈 캔버스를 얻은 듯한 기분으로 자신의 철학과 아이디어를 마음껏 펼칠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합류를 결심했습니다. 기아 경영진이 제시한 과감한 권한 위임과 글로벌 톱 브랜드로 도약하겠다는 명확한 비전이 그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죠.
슈라이어가 부임한 이후 기아차는 빠르게 디자인 혁신의 성과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브랜드 정체성을 명확히 하기 위해 “로고가 없어도 알아볼 수 있는 패밀리룩”을 지향했고 아우디의 싱글프레임 그릴과 견줄 만한 기아만의 얼굴로서 ‘호랑이 코’ 디자인을 만들어냈습니다. 이 디자인을 바탕으로 2010년 선보인 K5는 처음으로 현대 소나타를 제치고 국내 중형차 판매량 1위를 기록했고, 2011년에는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국제적인 디자인상을 휩쓸었습니다.
슈라이어를 영입한 지 10년 만에 기아차의 브랜드 가치는 비약적으로 상승했고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는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지금까지 확고한 비전으로 핵심 인재를 영입해 극적인 성과를 이뤄낸 세 가지 사례를 소개해 드렸는데요.
이 사례들을 보면서 아마 이런 생각을 하신 분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건 에어비엔비, 페이스북, 기아니까 가능했던 거 아닌가요?”
앞서 소개해 드린 페이스북과 에어비앤비는 업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기업들이었고, 기아 역시 대기업이었습니다.
그래서 세 가지 사례를 보시면서 “아니, 저 정도의 기업이니까 당연히 핵심 인재를 유치할 수 있었던 거지!”라는 생각이 든 분도 계실 겁니다.
타당한 생각인데요. 반대로 생각해 볼 필요도 있습니다.
이미 유니콘이나 대기업의 반열에 오른 회사들조차도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자신들의 비전을 열심히 전달하려고 노력하는데, 아직 증명해야 할 것이 많은 초기 스타트업이라면 그 무엇보다 자신들의 비전을 전달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죠.
AI 시대에서 더 중요해지는 핵심 인재
“어떤 역량을 가진 사람이 핵심 인재인가?”라는 질문에는 각자의 생각과 답이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정 규모 이상의 회사를 다녀보신 분이라면 ‘파레토 법칙’(80%의 결과는 20%의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이 회사에서도 통용된다는 점에 공감하실 겁니다.
핵심 인재가 회사에서 얼마나 큰 파급력을 가지는지 가장 임팩트 있게 설명한 사람은 바로 스티브 잡스인데요.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평범한 사람이 해낼 수 있는 일과 최고의 인재가 해낼 수 있는 일 사이에는 50배에서 100배의 차이가 있다. 그러므로 당연히 최고의 인재를 찾아야 한다. A급 인재로 구성된 소수 정예 팀은 B급, C급 인재로 구성된 큰 조직을 뛰어넘는다.”
잡스는 “똑똑한 사람을 고용해놓고 시키는 대로만 하라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오히려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그들에게 물어봐야 한다”라고 말할 정도로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AI 시대가 도래한 지금, 핵심 인재의 중요성은 그때보다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AI는 사용자 역량과 활용 방식에 따라 결과물이 크게 달라지는 도구이기 때문에 핵심 인재의 역량을 증폭시키거나 복제하는 효과를 만들어 냅니다.
앞으로 자신의 분야에서 AI를 능수능란하게 활용하는 핵심 인재는 2인 분, 3인 분을 넘어 회사 전체를 먹여 살리는 성과를 만들어 낼 수도 있습니다. 원래도 그러했지만 AI시대에서는 핵심 인재를 영입하고 지켜낼 수 있느냐 없느냐가 정말로 스타트업의 생사를 가를 수도 있는 것이죠.
이에 따라 창업자가 회사의 비전과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이를 핵심 인재와 공유하려는 노력은 더욱더 중요해지고 있는데요. 바로 이때, 활용할 수 있는 게 스톡옵션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법률가 입장에서 스톡옵션에 대해 말씀드리면 바로 뒤따라오는 말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스톡옵션은 받아도 어차피 쓸모 없지 않나요?”하는 질문이죠.
스톡옵션,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스톡옵션은 미리 정해진 행사가격으로 주식을 구매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보상 제도입니다. 회사의 주식 가치가 높아지면 그 차액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미래에 받는 인센티브’라고 볼 수 있죠.
스타트업 재직자들이 스톡옵션을 가치 없게 느끼는 가장 주요한 이유는 부족한 연봉을 보충하기 위한 도구처럼 인식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스톡옵션이 현금화될 확률은 생각보다 현저히 낮습니다.
국민대 플랫폼 SME 연구센터가 스타트업 정보 제공 플랫폼 혁신의 숲, 더브이씨(The VC) 등을 통해 2017년 이후 한 건 이상의 투자를 받은 플랫폼 스타트업 1098곳의 투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Seed 투자를 받은 뒤 M&A나 IPO를 통해 Exit에 성공하는 확률은 약 10%이었습니다.
그 힘든 시절을 다 이겨내고 Exit에 성공하더라도 기업 가치를 높게 평가받지 못한다면 직원들이 스톡옵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은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점에서 스톡옵션은 그저 부족한 연봉을 메우기 위한 허울 좋은 핑계처럼 여겨지기 쉽죠.
하지만 스톡옵션은 창업자가 직원들에게 자신이 해결하려는 문제는 무엇이고, 세상을 어떻게 바꾸려고 하는지 얼마나 잘 전달했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창업자의 비전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구성원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면 스톡옵션은 그저 휴지 조각과 다름없지만, 창업자의 비전이 충분히 전달되고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면 스톡옵션은 ‘함께 성공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강력한 소속감을 불러일으키는 원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핵심 인재 중에는 꼭 돈이 목표가 아니라 자신에게 의미를 주는 일을 찾는 사람이 있다는 점에서, 스톡옵션이 모든 사람에게 쓸모 없는 건 아닙니다.
또한 성장 잠재력이 큰 초기에는 ‘high-risk high-return’의 특징을 가진 스톡옵션을 지급하고, 안정기에 접어든 단계에서는 일정 기간 후에 조건을 충족하면 실제 주식을 지급하여 주가 하락에도 일정한 가치가 보장되는 RSU를 지급하는 유연한 인재 유치 전략을 세울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스톡옵션에 대한 더욱 자세한 정보(스톡옵션의 가치, 행사 조건, 행사 절차 등)를 알아보고 싶은 분은 아래의 링크를 통해 이어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 스톡옵션 자주 묻는 질문 6가지 총정리(장단점, 부여/행사 절차, 가격 책정 기준, 세금)
극소수의 스타트업만이 유니콘으로 등극하는 한국에서 핵심 인재가 스타트업을 떠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철저히 준비해야 하는 이슈입니다. 따라서 글로벌 기업들이 어떻게 핵심 인재를 유치해 드라마틱한 성장 그래프를 그려왔는지 살펴보는 건 가치가 있습니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창업자의 확고한 비전으로 핵심 인재를 영입해 드라마틱한 성과를 만든 에어비엔비, 페이스북, 기아의 사례와 스타트업이 핵심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왜 총력을 기울어야 하는지, 그리고 이때 스톡옵션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말씀드렸습니다.
회사와 핵심 인재가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을 만드는데 이 아티클이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스타트업 전문 변호사들이 모여 창립한 스타트업을 위한 로펌, 임팩터스는 다음에도 스타트업을 위한 인사이트가 담긴 아티클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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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