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익 에딧메이트(주) ·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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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창업가
대표님, 린스타트업 반대합니다!
대표님, 린스타트업 반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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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조직의 리더들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린(Lean) 스타트업을 도입합니다.

“변화가 빠르고 불확실한 시대이기 때문에, 우리는 제품을 출시 하기 전에 고객과 시장의 니즈를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그러니 빠르게 제품을 출시하고 고객의 피드백을 받아 개선해나가자!”

아래 그림은 린스타트업을 설명할 때 자주 인용됩니다. 윗 줄 처럼 처음부터 완벽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워터폴(waterfall) 방식으로 하지 말고, 아래처럼 빠르게 MVP(Minimum Viable Product)*를 출시하고 고객의 피드백을 받아 애자일(agile)하게 개선하다보면,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하지만 개발을 하는 실무진 입장에서는 선뜻 동의가 되지 않습니다. 개발자 노는 꼴을 못 봐서(!) 자꾸 일을 만드는 것 같은 쌔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처음부터 잘 설계하면 되는데, 제품 인사이트가 없으니까 이것저것 만들고 삽질시키는 거 아니야?’

정말 그림의 두 번째 줄처럼 린~하게 하면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을까요? 많은 스타트업은 두 번째 줄 같은 ‘린(Lean)’을 시도하지만, 대부분 실패합니다. 

왜 그럴까요?

 

1.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립니다.

시대가 변했습니다.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던 시절에는 앱이 별로 없었습니다. 정말 해보지 않고서는 모르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소셜미디어는 어떤 형태가 되어야 하는지, 메신저는 어떤 기능을 가져야 하는지 아무도 몰랐고, 벤치마킹할 만한 것도 없습니다. 그리고 기존에 없던 제품이었기 때문에 빨리 만들면 선점효과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속도가 중요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다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웬만한 앱은 이미 다 나와있고, 각 섹터마다 지배적인 플랫폼 공룡들이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이 있는데 굳이 다른 소셜미디어를 쓸 필요가 없고, 카카오톡이 있는데 다른 메신저를 쓸 필요가 없습니다. 빨리 만든다고 성과가 나는 시대가 아닙니다. 정말 고객이 필요한 제품을 뾰족하게 만들지 않으면 눈길조차 받을 수 없습니다

 

2. Lean의 핵심은 낭비없이 만드는 것입니다.

Lean 철학의 핵심은 빨리 만드는 게 아니라, 낭비를 없애는 것입니다. 오늘날 가장 큰 낭비는 무엇일까요? 바로 ‘쓸데없는 것을 개발하는 일’입니다. 인건비 중 개발자 인건비가 가장 비쌉니다. 불필요한 개발을 안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정말 ‘Lean’한 것입니다. 

서두의 자동차 그림에서는 아래 줄처럼 해야 Lean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아랫줄 방식은 스케이트보드, 킥보드, 자전거, 오토바이, 자동차, 다섯 개의 제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은 엄청난 비효율입니다. 개발에 착수하기 전에 자동차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미리 알 수 있었다면, 처음부터 자동차 하나만 만드는 게 훨씬 Lean하지 않을까요?

 

What is MVP Mindset? How can it help your company? | Le Wagon
어쩌면 MVP는 세번째 줄 그림과 같지 않을까… (출처 : le wagon)

 

3. 우리는 에릭 리스가 아닙니다.

린 스타트업을 쓴 에릭 리스는 예일대에서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했습니다. ‘Running Lean’을 쓴 애시 모리아도 로체스터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습니다. 이들은 개발자들입니다. 이들에게는 개발이 가장 쉽고, 시장과 고객에 대한 인사이트를 발굴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린 스타트업은 이런 배경에서 나왔습니다.  

‘고객을 아는 것은 우리 전문 분야가 아니니, 일단 개발하고 테스트하면서 고객을 알아가자!’

그런데 우리 팀의 핵심역량이 개발이 아니라면, 똑같은 전략을 쓰는 게 맞을까요? 이것저것 개발부터 하는 것은 엄청난 큰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개발은 (졸라) 비쌉니다. 

 

그럼 어쩌란 말입니까?

 

1. 근거 있는 가설을 도출할 때까지 개발하지 않는 게 오히려 좋을 수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학습할 케이스가 정말 많습니다. 잘되는 서비스는 왜 잘됐는지, 안되는 서비스는 왜 망했는지 사례를 찾고 배울 수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한 건 조금만 찾아보면 과거에 남들이 다 시도해봤던 것입니다. (제발 최초라고 우기지 맙시다.) 실패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은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것입니다. 그래도 해봐야지 알 수 있다고요? 아닙니다. 인간은 손을 데지 않고도 뜨거운 것을 알 수 있습니다.

‘Lean하게 만들자’는 얘기가, 사실은 '깊이 고민하기 싫으니까 일단 대충 빨리 만들자. (그리고 결과는 운에 맡기자.)’는 뜻일 때가 많습니다. 

오히려 진짜 Lean하게 하려면 제품을 개발하기 전에 최대한 리서치하고, 깊이 고민하면서 ‘만들 필요’ 대한 강력한 가설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개발’보다 ‘고민’이 더 빠르고 싼 방법입니다. 뇌는 손보다 빠르니까요. 

스타트업 종사자라면 아래 린 학습사이클 도표를 한 번씩은 보셨을 것입니다.

 

 

보통은 아이디어가 생기면 일단 제품을 만듭니다. 그리고 고객의 반응을 측정하고 가장 마지막 단계가 되어서야 가장 중요한 ‘학습’을 합니다. 

‘아! 우리 제품은 사람들이 별로 사용하지 않는구나’

를 비로소 깨닫습니다. 이렇게 한 사이클 도는 것만 해도 많은 시간과 돈이 투입됩니다. 이미 많은 낭비를 했습니다. (Lean하지 않죠.)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고생은 고생대로 했는데 배우는 것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구체적인 가설이 없었기 때문에 구체적인 개선의 방향도 나오기 어렵습니다. 기껏 할 수 있는 생각이 ‘제품을 더 잘 만들었어야 했나?’, ‘마케팅을 잘 못했나?’ 정도의 피상적인 회고들 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자연스레 생각이 여기에 다다릅니다.

‘피봇(Pivot)할까?’

좋은 책과 아티클이 넘쳐 나는 시대입니다. 조금만 부지런하면 많은 사례들을 처음부터 ‘학습’할 수 있습니다. 

 

 

학습과 고민을 통해 확률 높은 가설부터 세워야 합니다. 물론 한 사이클을 돈다고 끝이 아니고요. 그때부터 시작이죠. 그러나 시작점이 이미 탄탄한 가설 위에 세워졌기 때문에 매 사이클마다 진짜 혁신을 할 수 있습니다.

큰 성취를 한 선배 창업가들이 실행력을 강조하는 이유는, 그들은 이미 좋은 가설을 세웠기 때문입니다. 일단 실행을 하다 보면 좋은 가설이 세워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근거가 없습니다. 애초에 가설이 없으면, 검증할 것도 없고, 새로운 것을 배울 수도 없습니다. 결과의 원인을 분석하기도 어렵고, 운 좋게 좋은 성과가 한 번 나더라도 재현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좋은 가설부터 세워야 합니다.

예를 들어, 유튜브 동영상 편집 서비스를 기획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크몽이나 숨고의 UI를 벤치마킹해서 비슷한 매칭 서비스를 개발하면 사람들이 사용하겠지? 일단 만들어 놓고 점차 개선하면 성공할 수 있을 거야’ 정도의 얄팍한 가설을 가지고 개발하면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이미 크몽과 숨고라는 서비스가 있는데, 굳이 비슷한 새로운 서비스를 쓸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기존 서비스가 채워주지 못하는 고객의 니즈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발견하고 그것에 대한 해결책을 뾰족하게 제시해야 합니다. 

크몽과 숨고를 쓰는 사람들은 왜 쓰는지, 안 쓰는 사람들은 왜 안 쓰는지, 크몽은 무슨 고민을 하고 있는지 알아야 좋은 가설을 세울 수 있습니다. 잠재 고객도 인터뷰하고, 기사도 찾아보고, 관련된 책도 읽어보면 채워지지 않은 고객 니즈를 훨씬 더 구체적인 알 수 있습니다. 

‘재능마켓은 공급자가 자유롭게 드나드는 마켓플레이스 구조여서 공급자의 퀄리티를 통제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어렵구나. 고객들은 일관성 없는 서비스 퀄리티에 불만이 많구나. 기사를 보니 크몽과 숨고도 품질 관리(Quality Control)에 대한 고민이 많네. 그렇다면 공급자의 퀄리티가 보장된 영상편집 서비스를 만들면 신뢰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객들이 사용할 명확한 이유가 있겠네? 그렇다면 우리는 편집자의 역량을 철저히 검증하는 게 중요하겠구나’ 

이 정도의 구체적인 가설을 세우고 시작하면 훨씬 좋은 지점에서 출발할 수 있습니다. 설사 이 가설이 틀린 것으로 판명나더라도, 유의미한 학습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바탕으로 더 좋은 가설을 세울 수 있게 됩니다.

노션 같은 혁신적인 문서 툴도 MS 오피스를 따라 만든 게 아닙니다. MS 오피스는 뭐가 불편한지, 이전의 수많은 다른 문서 툴들은 왜 실패했는지 고찰하다 보면 웹 문서란 무엇이며, 어떤 기능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밑바닥부터 새로 정의하고 좋은 가설을 세울 수 있습니다. 

피그마나 슬랙 등의 혁신적인 서비스들도 기존에 있던 툴을 벤치마킹해서 만든 게 아닙니다. 오히려 기존의 툴을 부정하고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 출발했습니다. 혁신적인 제품은 시작점 자체가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전기차를 만들 때, 내연기관 자동차의 엔진룸에 모터를 넣고, 연료통을 배터리로 채운다고 전기차가 되는 게 아닌 것과 같습니다. 전기차를 만들려면 뼈대(플랫폼)부터 다시 설계해야 합니다.  

 

2. 그래서 모두에게 기획력이 필요합니다.  

혁신은 대표나 기획자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개발자들이 간혹 있습니다. 그러나 혼자서 그런 혁신을 만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들은 신이 아니기 때문에, 마법을 부려줄 것을 기대하면 안됩니다. 

어려운 과제일수록 팀 플레이가 중요합니다. 스티브 잡스도 혼자 혁신을 한 게 아닙니다. 개발자와 디자이너들과 함께 치열하게 토론하고 고민했습니다. 혁신에는 여러 관점이 필요합니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다양한 질문이 다양한 관점에서 답변돼야 합니다

어드민의 메인페이지는 왜 대시보드가 아니라 차트가 되어야 하는지, 왜 구글 로그인이 아니라 카카오 로그인으로 해야하는지, 인증은 왜 이메일이 아니라 휴대폰으로 해야 하는지, 지금 왜 간편결제를 붙이는 게 우선순위가 아닌지, 왜 웹이 아니라 앱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등의 의사결정을 UX 관점에서, 비즈니스 관점에서, 개발 관점에서 할 수 있으려면 모두가 기획자가 되어야 합니다.

 

3. Lean은 고객이 느끼는 가치여야 합니다. 

우리가 심플하게 일한다고 Lean이 아닙니다. 고객 입장에서 Lean하게 느껴지는 제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가 고민을 적게 하면, 고객이 고민을 많이 하게 됩니다. 우선순위가 낮은 80%를 과감히 드러내고, 진짜 핵심 20%만 남겨야 합니다. 애플의 제품이 그렇습니다. 테슬라가 그렇습니다. 이들 제품이 주는 가치는 심플하고 명확합니다. 그래서 고객에게는 단순한 선택지가 주어집니다.

‘우리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내린 최선의 결론은 이것입니다. 당신은 이것을 쓸지 말지만 선택하십시오’

 

 ‘린 스타트업’ 철학이 틀렸다는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진짜 린하게 일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낭비를 줄이고, 불필요한 액션을 제거해야 됩니다. 핵심에만 집중해야 생존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조직은 Lean하게 일하고 있습니까? 스타트업의 Lean을 재정의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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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최병익 에딧메이트(주) · CEO

사람을 살리는 기업가가 되고 싶습니다


댓글 3
'무엇을 위한 lean함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답글   ·   21일 전
귀한 의견 감사합니다!
답글   ·   21일 전
최병익 님의 글이 이오 뉴스레터에 소개됐습니다. 지금 이번 주 레터를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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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   2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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