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익 에딧메이트(주) · CEO
크리에이터 아티클
#마인드셋 #아이템 선정 #팀빌딩
초기 창업가는 정부지원사업을 꼭 해야 할까요?
초기 창업가는 정부지원사업을 꼭 해야 할까요?
0:00
/
--:--

저는 미국과 유럽에서 사업을 해봤지만, 우리나라 만큼 정부가 스타트업 창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는 곳은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창업자들에게 예비창업패키지, 초기창업패키지, 청년창업사관학교, 팁스 등의 정부지원사업은 스타트업 창업의 필수 코스로 여겨지며, 안 받으면 손해라는 인식이 팽배한 것 같습니다. 유튜브에서 검색해 보면 정부지원사업 선발 요령에 대한 팁과 후기를 쉽게 찾을 수 있고, 심지어 이것을 대행해주거나 컨설팅해주는 업체의 페이스북 광고나 마케팅 메일도 종종 받게 됩니다. 

정부지원 사업은 정말 공돈일까요? 우리는 정부지원 사업의 대가에 대해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정부지원사업은 공짜가 아닙니다. (공짜 점심은 없지요.) 지원서를 준비하는 것부터가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물론 시장의 문제점과 사업의 핵심 가설을 세우는 것은 지원사업이 아니더라도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불필요한 문항에까지 답을 하느라 에너지를 써야 한다는 점입니다. 

 

1.일단 채워야 할 양식이 방대합니다. 

최소 수 개월에서 몇 년 치의 사업비 예산을 구체적으로 수립해야 하고, 개발 계획, 마케팅 계획, 매출 확대 전략, 수출 전략, 인력 채용 계획, 투자유치 계획, M&A나 IPO 등의 출구 전략, 특허 등의 기술 보호 계획, 성과공유제 등 사회적 가치 실천 계획 등이 들어가야 합니다. 

이런 것들은 창업 초기에 알기도 어렵고, 사실 그렇게 중요하지도 않습니다. 현실과 상관없는 판타지 소설에 가까운 것들입니다. 게다가 ‘제품의 경쟁력’, ‘창업 아이템의 독창성’, ‘기술의 차별성’, ‘핵심 기술’ 등 비슷한 질문이 반복되어 나오는데, 각 항목을 어떻게 다르게 답해야 할지 생각하는 것도 고역입니다.

 

2.지원 사업에 드는 시간이 만만치 않습니다.

어렵게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한 두 번의 면접 심사를 통과해 선발이 됐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할 일이 많습니다. 적지 않은 시간을 들여 필수 교육과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석해야 하고, 이런저런 이벤트에 참석을 요구받게 됩니다. (계속 거절하기도 어렵습니다.) 

예산 사용 증빙이나 각종 관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됩니다. 또 최초 제출한 예산안대로 개발비, 마케팅비를 쓰고, 인력을 채용하다 보면 불필요한 개발 외주나, 마케팅 캠페인을 하게 되고, 심지어 불필요한 인력도 채용하게 됩니다. 사업 검증에 필요한 액션을 하는 게 아니라 돈을 쓰기 위한 액션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각종 증빙, 중간 보고서, 최종 보고서 등의 서류를 작성하는 데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사용하게 됩니다. 이런 시간들은 진짜 고객 문제를 찾고 해결책을 찾는 데 사용했어야 할 시간들입니다.

 

무료 어두운 방에서 불타는 종이 들고 사람 스톡 사진

 

3.사업 계획을 중간에 바꾸기 어렵습니다.

정부지원사업에 신중해야 하는 더 큰 이유는 최초의 사업 계획을 중도에 바꾸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수립한 예산으로 많은 심사 인력을 들여 선발한 사업계획이기 때문에 사업 내용이 중도에 바뀌면 그 타당성을 또 다시 검증해야 한다는 리스크가 생깁니다. 

헌데 스타트업은 시장이 원하는 사업 아이템을 찾기까지 끊임없는 실험과 많은 변화를 겪게 됩니다. 과제 때문에 사업의 방향이 묶이는 것은 큰 문제가 됩니다. 시장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된 사업 아이템은 과감하게 버리고 다른 아이템을 찾아야 하는데, 지원사업 수행하느라 시간만 낭비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사업과 지원과제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사실 정부지원사업 뿐만 아니라 많은 기관들과 대기업들의 지원사업, 창업경연대회, 전시회 참가 등도 그 의도를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말 순수하게 우리 회사를 도와주는 게 목적일까요? 모기업이나 기관의 실적과 이해관계 때문에 생겨난 지원 사업이 아닐까요? 데모데이 같은 행사는 정말 우리 회사를 위해 하는 것일까요? 네트워킹 파티에서 만난 투자자나 스타트업 전문가들은 정말 우리 회사의 성장에 도움이 될까요?

사업에 깊이 몰입한 창업가는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에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없습니다. 정부로부터든 민간으로부터든 어떠한 지원을 받고 있다면, 그것을 이용하고 있는 것인지, 그것에 이용당하는 것인지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지원, 민간지원, 창업경연대회, 네트워킹 행사 등이 나쁘다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닙니다. 그 자체는 가치중립적인 ‘수단’일 뿐입니다. 사업의 ‘목적’에 부합하면 지원 사업들은 훌륭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사업의 방향이 정해지고 매출도 발생하는 시점에서는 정부지원사업이 훌륭한 자금 조달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창업자들이 지원 사업에 선발되고 창업경연대회에서 상 받는 것 자체를 성과로 착각하는 것을 봅니다. 이런 것들은 실제로 성취감을 주긴 하지만, 기업의 본질적 성과는 아닙니다. 고객 문제 해결이 목적이고, 나머지는 모두 수단입니다. 목적과 수단을 헷갈리면 사업은 위태로워집니다. 열심히 해도 성과가 안 나고, 이유도 모른 채 쳇바퀴에 갇히게 됩니다. 

아직 비즈니스 모델이 검증되지 않았는데 정부지원사업을 고민하고 계신 창업자들이라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다시 한 번 상기해보면 어떨까요?

링크 복사


프로필
최병익 에딧메이트(주) · CEO

사람을 살리는 기업가가 되고 싶습니다


댓글 5
최병익 님의 글이 이번 주 뉴스레터에 실렸습니다. EO 뉴스레터를 확인해보세요!

👉️ 뉴스레터 보러 가기
답글   ·   29일 전
좋은글입니다.  그러나 창업패키지 종류에서 나오는 돈과 교육과 네트워킹은 대표님 말씀대로 아무것도 모르는 대표님들에게는 도움이 많이됩니다.
창업계 베테랑들이나 처음에 팀도 짜고 자본도 어디서 휙휙들고오고 아이템 검증도 휙휙하는것이지 저처럼 인생 1회차 창업가들은 돌아보면 저 순간이 있었기에 창업이라는 게임의 플레이방법을 익힌것 같습니다.
사실, 아직도 잘 플레이하지는 못하지만요 ^^;
답글   ·   30일 전
정훈님, 귀한 의견 감사합니다. 

말씀하신대로 사업에 전혀 경험이 없으신 대표님들은 현실적으로 어떤 인풋이라도 들어가야 생각의 수레바퀴가 돌기 시작할 것 같습니다. 저도 직장인일 때는 사업가의 관점을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글에서 전달하고자 했던 것은 정부사업이 좋다,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수단’으로서 그 의미를 잘 알고 ‘활용’해야 한다는 취지였습니다. 내가 들고 있는 무기가 어떤 특성을 가졌고,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 것인지는 알아야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으니까요. ‘남들이 다 하니까 나도 해야지’식의 사고는 사업가에게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서술하였습니다.

저도 정훈 님처럼 아직 잘 플레이하지 못하지만, 계속 사업 실력을 쌓아나가고 있습니다. 우리 같이 화이팅해요!
답글   ·   29일 전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되네요.
답글   ·   30일 전
귀한 나눔 감사합니다 성주님!
답글   ·   29일 전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