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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메인 도그마 경계하기

 

네가 참 궁금해 그건 너도 마찬가지

이거면 충분해 쫓고 쫓는 이런 놀이

- LOVE DIVE, IVE


도그마(dogma)라는 단어를 알게 된 것은 영화계를 통해서였습니다. 1995년, 라스 폰 트리에(Lars von Trier)와 토마스 빈터베르그(Thomas Vinterberg)는 ‘도그마95’라는 영화 제작 운동을 선언했습니다. 이 운동은 전통적인 영화 제작 관행과 대형 제작 시스템을 거부하고 본질로 돌아가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도그마95는 창의적 제약을 도입하는 데 그 특징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로케이션 촬영만을 허용하거나, 핸드헬드 카메라로만 촬영해야 한다는 규칙을 제시했습니다. 선언문에서 명시된 규칙을 모든 영화 제작에 엄격히 따르기는 현실적이지 않았지만, 이러한 시도가 가지는 상징성은 영화 제작의 순수성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에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제품 관리에서도 도메인 도그마(Domain dogma)를 극복하고 진정한 전문성을 얻기 위해서는 기존의 관행과 믿음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Shreyas Doshi는 "진정한 도메인 전문성은 도메인 지식에서 도메인 도그마를 뺀 것"이라고 정의하며, 혁신을 가로막는 도그마를 깨뜨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합니다.

도그마95 운동처럼, 제품 관리에서도 도그마를 창의적 제약으로 삼아 새로운 사고를 적용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이는 제품 팀이 단순히 관행을 따르는 것을 넘어, 혁신적인 해결책을 찾는 데 있어 필수적인 접근 방식이 될 것입니다.

영화 셀레브레이션 (The Celebration, 1998)
영화 셀레브레이션 (The Celebration, 1998)

 

 

 

도메인 전문성이란?

도메인 전문성이란 특정 분야에서의 깊이 있는 지식과 통찰력을 의미합니다. Shreyas Doshi는 이를 ‘도메인 지식에서 도메인 도그마를 뺀 것’으로 정의하며, 단순히 정보를 습득하는 것을 넘어 무비판적 믿음과 가정을 배제하는 과정을 강조합니다. 이는 기존 관행을 깨고 혁신적 사고를 통해 얻어진 지식을 의미합니다.

도메인 지식의 본질은 호기심, 도메인 적성, 그리고 꾸준한 노력에서 시작됩니다. Doshi는 "진정한 도메인 전문성은 도그마를 피할 수 있는 능력에서 비롯된다"며 도메인 도그마의 위험성을 언급합니다. 특히 그는 "진정한 도메인 인사이트는 도메인 전문성에 창의성이 더해진 것"이라고 말하며, 창의성이 제한적이고 복잡한 환경에서 가지는 역할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도메인 전문성은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이해하고, 시장의 변화에 따라 제품 방향을 설정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Doshi가 지적하듯, 정보 축적에만 머물 경우 혁신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창의적 접근과 비판적 분석을 결합한 전문성만이 가치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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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메인 도그마가 생기는 원인

“제가 예전에 이 프로덕트를 만들어 봤는데요, 이 분야에서는 이 요구사항을 반드시 구현해야 합니다.”

“작년에 실행했던 프로모션이 이미 성공적이었어요. 이번에도 이 방법이 확실합니다.”

이런 이야기는 우리가 제품 개발 과정에서 흔히 마주하는 피드백입니다. 특정 도메인에 대한 높은 전문성을 가진 동료가 전하는 자신감 있는 조언처럼 들리죠. 사실, 많은 경우 기존 도메인 지식을 이해하는 것은 필수적입니다. 산업 규제나 제약, 기존 고객의 특징, 업계의 일반적인 플랫폼 설계 등은 우리가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도메인 지식이라는 것이 단순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는 오랜 시간에 걸쳐 쌓아 올린 복잡한 성과물이거나, 많은 사람의 손을 거친 결과물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단순히 계승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변화하는 고객의 니즈와 시장의 흐름에 유연하게 대응하려면, 도메인 지식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도메인 도그마는 특정 분야에서 널리 수용된 믿음이나 가정을 비판 없이 따를 때 발생합니다. 이를 더욱 심화시키는 주요 요인들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확실성과 예측 가능성에 대한 욕구: 도메인 도그마는 인간이 불확실성을 피하고 안정성을 추구하는 본능에서 비롯됩니다. 사람들은 확실성과 예측 가능성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얻지만, 이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위험 회피로 이어져 기존 방식에 집착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경향은 변화와 혁신을 저해하고 도그마를 강화하는 주요 원인이 됩니다.

익숙함과 편안함: 특정 분야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사람들은 익숙한 방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는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며 기존 방식을 유지하는 데 안도감을 줍니다. 그러나 이러한 익숙함은 변화와 혁신에 대한 저항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오래된 가정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거나 새로운 접근 방식을 시도하기를 꺼리게 되어, 기존 도그마를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과거 성공에 대한 감정적 연결: 개인과 조직은 과거에 성공을 가져다준 방식이나 전략에 대해 감정적으로 집착할 수 있습니다. 환경이 변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방식이 최적이거나 적절하지 않을 경우에도 이를 고수하려는 경향이 도메인 도그마를 강화합니다.

사회적 동조: 개인은 특히 직업적 또는 사회적 그룹 내에서 주변 사람들의 믿음과 행동에 영향을 받습니다. 그룹 내의 동료와 권위자의 지배적인 의견을 따름으로써 도메인 도그마가 형성되고, 반대 의견은 억압되는 집단사고(groupthink) 문화가 조성될 위험이 있습니다.

인지적 편향: 인간은 본질적으로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 기존 신념을 강화하는 정보를 추구)과 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 가장 쉽게 떠오르는 정보를 신뢰하는 경향)에 취약합니다. 이러한 편향은 도메인 도그마를 형성하고 지속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요인들은 도메인 도그마를 공고히 하며, 창의적 사고를 저해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이를 인식하고 대처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가정을 도전적으로 검토하고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제가 예전에 이미 해봤는데요
제가 예전에 이미 해봤는데요

 

 

도메인 도그마 경계하기

도메인 도그마는 인간의 본능과 조직의 메커니즘이 얽혀 있어 극복하기 쉽지 않습니다. 문제는 도메인 도그마가 혁신을 방해한다는 점입니다. 도메인 도그마를 극복하려면 개인과 조직 모두 과거의 성공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하지만, 이는 결코 간단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도그마를 극복한다’는 표현보다는 ‘도그마를 경계한다’는 표현이 더 적절해 보입니다. 결국, 도메인 도그마에서 벗어나려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이러한 실천을 추구해야하는 것입니다.

도메인 도그마를 경계하는 방식은 새롭게 도메인에 진입한 PM과 오랜 경험을 가진 PM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도메인 인사이트 개발: 새로운 도메인에 진입한 PM

도메인을 처음 접하는 PM은 처음부터 깊게 도메인 지식을 쌓기 보다, 도메인 인사이트(domain insight)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기업과 팀이 보유한 도메인 지식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의문 없이 받아들여지는 믿음이나 가정이 없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또한, PM 본인이 팀에 합류하기 전에 경험했던 다른 도메인이나 배경, 그리고 다양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호기심을 기반으로 가정을 점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도메인 도그마와 지식을 구분하려는 전략: 오랜 경험을 가진 PM

오랫동안 특정 도메인을 경험한 PM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도메인 지식과 도메인 도그마를 구분하기 위해 몇가지 전략을 실행해 볼 수 있습니다.

"Why"를 통해 회고하기: 도메인 내에서 강하게 믿고 있는 가정을 마주할 때, 잠시 물리적으로 시간을 가지고 멈춰 봅니다. 우리가 왜 그런 믿음을 가지고 있는지 자문해 봅니다. "근거(evidence)에 기반한 것인지" 아니면 "전통, 개인적인 경험, 권위자의 의견에 뿌리를 둔 것인지?" 이러한 가정의 기원을 추적해봅니다.

가정을 검증하기: 가능한 테스트, 실험, 데이터 분석을 통해 기존의 가정을 검증해 봅니다. 이미 제품에 반영된 가정이라면 데이터와 정성적인 분석을 통해 다시 근거가 있는지 점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존의 가정을 네 가지 리스크(value, feasiblity, usability, viability) 관점으로 구분하고 향후 진행하는 제품 개발에 있어 아이디어 테스트를 진행해 봅니다. 다른 리스크들도 주의 깊게 살펴야 하지만,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낮은 가치(low-value) 리스크입니다. 이러한 검증 과정을 통해 팀의 도메인 지식도 보다 높은 확신 수준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습니다.

건설적인 자기 비판: 특정 도메인을 오래 경험하면서 내 자신이 팀 내에 가장 강력한 도그마의 변호자가 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자신의 의사결정 과정을 정기적으로 되돌아보며, 편견이나 가정이 선택에 영향을 미친 사례를 찾아봅니다. 이러한 정직한 자기 평가를 통해 숨겨진 도그마를 발견하고 사고를 정제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도그마를 도구로 활용할 수 없을까?

도그마를 완화하는 대신, 이를 혁신의 도구로 활용할 수는 없을까? 사실 제가 직접 실행해보지 않아서 자신있게 주장할 수 없지만 몇 가지 전략적 사고를 상상해 봤습니다.

도그마 해체하기: 도메인 도그마를 경계하는 대신, 이를 해체(분해)해 봅니다. 도그마를 구성하는 요소를 분석하고,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며, 이를 형성한 근본적인 가정을 찾아봅니다. 이 과정은 도메인의 한계와 가능성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귀중한 통찰을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창의적 제약으로서 도그마: 제품 개발에 있어 제약은 아이러니하게도 창의성을 촉진합니다. 도메인 도그마를 창의적 제약으로 바라보고, 그 한계 안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사고해 봅니다. 이러한 제약 속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참신한 해결책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단, 유의할 점은 기존 구조에 타협하는 것이 아닙니다. 

새로운 발판: 도메인 도그마를 “만약에”라는 질문을 던지는 새로운 발판으로 삼아 봅니다. 예를 들어, “만약 이 도그마의 반대 가정이 진실이라면?”, “만약 이 도그마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같은 도발적인 질문을 던져 봅니다. 여기서 답을 얻기 보다는 이러한 사고 실험을 통해 새로운 가정과 아이디어를 촉발하고 기존 관점에 도전해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도메인 도그마를 완전히 없앨 수 없습니다. 목표는 도그마를 없애기 보다다, 도그마를 혁신의 장애물이 아니라, 이를 이해하고 획기적인 사고를 이끄는 촉매제로 바꾸는 것입니다. 도그마와 창의성 사이의 긴장을 수용함으로써, 도메인 인사이트를 더 깊이 탐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도메인 지식이 엄격한 분야는?

일부 도메인은 높은 수준의 전문 지식과 규율을 요구합니다. 의료, 법률, 세무, 항공 등과 같은 부문은 해당 도메인에 대한 지식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마티 케이건은 책 Transfromed에서 이러한 경우 여러 프로덕트 팀이 함께 협업할 수 있는 전담 도메인 전문가를 채용할 것을 추천했습니다.

모빌리티, 긱 이코노미와 같은 마켓플레이스 제품은 비즈니스 전반적인 매출 인식, 공급자와 정산, 세금 처리 등과 관련해서 기업 내 소속된 세무 담당 부서의 전문가와 여러 프로덕트 팀이 협업하면서 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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