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자들에게 AI로 사라질 작업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AI가 발전하면서 사라질 직업이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AI를 잘 이해하고 있는 현직자들을 만나, 어떤 작업들이 대체될 것 같은지 물어봤어요. 첫번째 인터뷰 시리즈를 공개합니다.

요약

사모펀드, 컨설팅 : 정형화된 데이터를 가공하고 분석하는 일들은 AI가 하게될 것 같아요. 사람의 마음을 사는 일을 잘하는 것이 훨씬 중요해질 거예요.
데이터 분석가 /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 기본적인 데이터 분석은 AI가 하게 될 거예요. 데이터 분석가 포지션이 많이 줄어들 거라고 생각해요.
UX 디자이너 : LLM을 사용해 사용자 경험을 설계할 수 있는 디자이너의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사모펀드, 컨설팅 인턴 - Jiho님

배경 설명

한국에서 스타트업 전략팀, 전략 컨설팅 리서치 어시스턴트, 사모 펀드 인턴을 경험했어요.

Q&A

Q. 어떤 일들이 AI로 쉽게 대체될 거라고 보시나요?

정형화 되어있는 데이터를 가공하고, 분석하는 업무들은 쉽게 대체될 것 같아요. 저는 Dart에 공개되어 있는 공시자료를 긁어온 다음에, 엑셀에서 전처리를 해 보고서를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걸 왜 아직도 사람이 하고 있는 거지? 싶은 생각이 들어요. Dart의 공시 자료는 규칙이 명확한 데이터라서 AI가 작업하기 용이할 것 같거든요. 마찬가지로 판례 데이터도 정형화 되어 있다는 관점에서 AI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 같고요.

이렇게 반복 노동 작업들이 확실히 많이 줄어들 것 같아요. 유명한 컨설팅 펌은 자체적으로 PPT를 만들어주는 AI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쓴다고 하더라고요. 또 다른 컨설팅 펌은 반복 노동을 인도에 아웃소싱해서 작업하고 있고요. AI로 인해서 해외로 아웃소싱 보내는 시장이 줄어들지 보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단순 반복 작업은 AI가 맡고, 사람은 마지막에 살짝 개선하는 정도로 업무 형태가 바뀌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Q. 대체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영역도 있나요?

사회 생활의 본질은 타인의 마음을 사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전략 컨설팅 회사가 클라이언트와 미팅을 하는 것, 상장사 대표님이 사모펀드에게 회사를 파는 것, 투자 검토를 받는 것 모두 결국 사람의 마음을 사는 일이거든요. 이런 일들은 대체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앞으로 네트워킹이 더 중요해질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네트워킹은 능력이 아니라는 식으로 평가 절하되고 있지만요.

실리콘밸리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 Via님

배경 설명

Via는 실리콘밸리의 테크 기업에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일하고 있어요. 앞으로 데이터 분석가와 데이터 싸이언티스트 직무가 사라질 거라고 보시더라고요. 데이터 분석 능력을 장착한 PM, 혹은 AI 리서처 & 머신러닝 엔지니어로 양극화 될 것이라고 예상하셨어요.

Q&A

Q. 왜 데이터 분석가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사라질 것이라고 보셨나요?

옛날에는 SQL이나 코드를 써야 데이터를 분석하고, 시각화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데이터 직군들이 흥했어요. 그렇지만 요즘은 PM이나 경영진들도 기본적인 데이터 분석을 하게 되었어요. 데이터 분석 도구들이 발전해서 코딩을 못해도 데이터를 다룰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곧 “이 데이터를 이렇게 분석해서 그래프도 그려줘” 라고 말하면 AI가 잘 만들어 낼 거라고 봐요. AI가 잘하는 것 중 하나는 기술적으로 어려웠던 것들을 훨씬 쉽게 만들어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데이터 직무는 양분화될 것 같아요. 엄청 어려운 문제를 푸는 박사급과 연구원과 엔지니어가 한 축을 맡을 것 같고요. 다른 한 축에서는 AI 툴을 이용해 데이터 분석을 직접 진행하는 PM과 마케터들이 부흥할 것 같아요. 그 사이에 있었던 데이터 분석가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들은 사라지고요.

Q. 실제로 미국 현지에서 데이터 분석가의 입지가 좁아지는 게 눈에 보이시나요?

제 경험으로는 데이터 분석가의 입지가 원래부터 그리 넓지 않았어요. 개발자에 비하면 수요가 훨씬 적었죠. 디자인, 프로덕트, 세일즈 직군보다도 덜 중요하게 여겨지고요. 데이터 분석가가 정확히 뭘 하는 사람인지 모호한 경우가 많아요. 빅데이터 열풍 때 잠깐 뜨긴 했는데, 이제는 그 역할들이 줄어들고 있어요.

Google 출신 UX 디자이너 - David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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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님은 미국 Wall Mart, Gopro, Google에서 UX 디자이너로 일했어요. AI가 빠르게 발전하는 걸 보면서 시장에서 디자이너에게 원하는 역할이 달라질 것이라는 걸 몸소 느끼셨다고 해요. 독학으로 코딩을 공부해, Google의 UX Engineer로 직무를 변경하셨습니다.

Q&A

Q.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코딩을 공부해서 UX Engineer로 직무를 바꾸신 이유가 뭔가요?

20년 가까이 디자이너로 일을 했었는데요. 지금까지 4번 정도의 큰 트렌드 변화가 있었어요. 거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디자이너들이 도태되는 걸 봤었고요.

그래픽 디자인을 하다가 웹 디자인으로 넘어가지 못한 분들이 많이 힘들어 했어요. 웹 디자인만 하다가 UX를 하지 않은 분들도 도태가 되었어요. 웹 UX만 하다가 모바일 UX로 넘어가지 못한 분들도 힘들어 했고요.

AI 역시 이런 인생을 바꾸는 큰 흐름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번 흐름을 놓치면 도태될 수 있겠다고 본거죠.

Q. AI 시대에는 어떤 디자이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거라고 보신 건가요?

UX 디자이너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가설 검증이라고 생각해요. AI 시대에는 LLM을 활용하지 않고는 가설 검증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 올 것이라 보았어요. 기존의 UX 디자이너들은 “이 버튼을 누르면 이렇게 작동할 것이다”라는 내용을 몇 장의 이미지나 와이어프레임으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AI 시대에서는 실제 사용자가 LLM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LLM이 생성하는 데이터, 텍스트, 비디오, 이미지 등을 실제로 사용자에게 보여줘야만 가설을 제대로 검증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이미지나 와이어프레임을 가지고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은거죠.

제가 생각하는 AI 시대의 디자이너는 단순히 AI 도구를 사용해 이미지를 생성하거나 와이어프레임을 만드는 디자이너가 아니예요. 그렇다고 코딩을 통해 앱을 만드는 디자이너도 아닙니다. 인간과 AI 시스템(특히 대형 언어 모델) 간의 원활한 소통을 설계하는 디자이너가 AI 시대에 가장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어떤 능력들이 필요해 질 거라고 보세요?

API를 활용해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자연어 기반의 인터페이스를 설계하며, 화면에 고정된 2D 디자인을 넘어 실제 상호작용을 반영하는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능력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 같아요. 이러한 기술이 있어야만 가설을 검증하고 의미 있는 AI 제품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AI 스타트업 대표 - Geo님

배경 설명

AI 스타트업 대표로, 수많은 기업들이 AI로 업무를 자동화 하는 걸 도와줬어요.

Q&A

Q. 어떤 일들이 AI로 쉽게 대체될 거라고 보시나요?

AI는 데이터를 가공하고, 반복적으로 처리하는 일을 사람보다 훨씬 빠르게 잘 합니다. 텍스트, 이미지, 영상 모두 포함해서요. 이런 데이터가 많이 쌓여 있고, 반복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작업들은 쉽게 대체될 것 같아요.

Q. 예시를 들어주실 수 있나요?

우선 이커머스 플랫폼의 MD 조직을 예시로 들어 볼게요. 상품의 카테고리를 분류하거나, 상품 정보를 반복적으로 추출하고 업로드 하는 업무, 상세페이지를 제작하고 번역하는 업무는 상당 부분 대체될 것 같습니다.

반면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 가격 협상을 하는 것이나, 완전 감각적인 의사결정이 필요한 일은 대체되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월마트는 장비 공급 업체와 협상 과정에서 AI 챗봇을 사용한다는 뉴스가 떴네요…)

퍼포먼스 마케터를 다른 예시로 들어 볼게요. 제품의 핵심 장점을 명확히 정의하거나, 최종적인 예산 집행을 하는 건 계속 사람이 할 것 같아요. 반면 그 앞단에서 하게 되는 반복적인 업무들의 상당수는 대체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광고 배너, 숏폼을 제작하는 것부터 시작해 광고 예산을 최적화 하거나, 마케팅 지표를 분석하는 것 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