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빌딩 #사업전략 #트렌드
지역창업생태계가 본 오픈이노베이션, 글로벌 성장 공식 [BOUNCE]

오늘날 창업자는 수익과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투자 황금기에서 긴축으로 경제의 무게중심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 핏에 맞는 시장(니치)을 먼저 찾아야 스타트업이 성장의 다음 챕터를 쓸 수 있다.  

이때야말로 지역에서 탄탄하게 성장한 스타트업에 주목할 때 아닐까. 이들은 중앙에서 아우르지 못하는 니치를 갖고 있다. 그 지역의 문제를 해결해 시장의 수요를 충족하거나 기술력으로 확장성에 도전한다. 지역창업생태계에서 출발해 글로벌 시장을 넘보는 창업자가 늘어난 지금, 더더욱 지역창업생태계의 니치를 조명해봄 직하다.

 

(출처 : BOUNCE 2024)

 

관건은 ‘확실한 연결’이다. 지역창업생태계의 각 플레이어를 제대로 연결해야 생산성을 극대화 할 수 있다. 연결이 필요한 주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그들에게 가장 맞는 핏을 찾는 디테일이 요구된다. 지난 10월 1~2일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주관한 제 8회 글로벌 스타트업 축제 ‘바운스2024’(BOUNCE 2024)는 거기에 초점을 맞췄다.

올해 본 행사는 스타트업, 대기업 등 파트너사 수요에 맞춰 제대로 연결점을 만드는 자리로 마련됐다. 밋업존에는 롯데, 이마트, 기술보증기금 같은 대기업, 중견기업, 공공기관을 스타트업과 매칭하는 오픈이노베이션 밋업이 활발했다. 600건 이상의 스타트업 신청을 받아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신청이 조기 마감될 정도로 그 열기가 뜨거웠다

글로벌존에선 미주, 일본, 호주, 독일, 중동 등 국내외 주요 거점 시장의 관계자가 오피스아워를 열었다. 글로벌 진출을 희망하는 창업자의 수요를 미리 조사해 해외 시장에 관한 멘토링 창구를 연 것이다. 실제 사업성 검토 및 후속 미팅으로까지 연결되는 결과가 있었다. 지역창업생태계에 이바지하는, 결정적인 “연결의 순간”이다.  

8년간 주최된 바운스2024, 올해 발견한 지역창업생태계 성장 공식과 니치는 무엇이었을까?

이번 아티클은 바운스2024 현장을 방문해 빠르게 성장하는 글로컬 창업가들, 오픈이노베이션 밋업과 지역창업생태계의 스타트업 이야기를 조명했다. 

 


[아티클 한 눈에 보기]

부산이라 뜬다? 스마트 해양 창업자를 위한 실전 조언 
지역창업생태계의 확장법 : 오픈이노베이션 실제 사례
‘로컬에서 글로벌로’ 지역 창업으로 더 크게 성장하려면
“서울이 낫지 않냐”는 질문에 대한 지역 창업가들의 답


 

(출처 : BOUNCE 2024)


 

부산이라 뜬다? 스마트 해양 창업자를 위한 실전 조언 

 

푸른 바다가 보이는 부산. 벡스코 내부는 민트색 물결로 가득했다. 바운스2024 입구부터 언컨퍼런스 무대, 밋업존, 글로벌존, 네트워킹존과 각종 부스 및 콜라보존까지 민트색에 물들었다. 싱그러운 기운과 함께 입구에는 통통 튀는 공들이 눈에 띄었다. 농구를 해보는 스타트업 대표부터 과자를 받는 행사 참석자까지 그야말로 남녀노소가 현장에 있었다. 

민트빛 입구를 지나니 곧바로 언컨퍼런스존이 사람들을 맞이했다. 언컨퍼런스에선 무대와 청중 사이에 거리를 좁혀서 연사가 청중의 반응을 지근거리에서 볼 수 있고, 청중은 바로 앞에 있는 연사에게 질문을 건넬 수 있었다. 

언컨퍼런스 무대에는 다양한 화두가 등장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제목은 <초격차 도전을 이끄는 스마트 해양 스타트업의 항해> 세션이었다. 부산에서 열리는 행사답게 '해양'이라는 니치에 주목하는 주제였다. 

스타트업 업계에 몸을 담고 있더라도 ‘스마트 해양’이라는 단어는 생소할 수 있다. 언컨퍼런스 무대에 선 BNK벤처투자 조재만 부장은 “스마트 해양 분야는 기간 산업과 관련된 특성이 있어 허들이 높은 편”이라고 짚었다. 그렇다 보니 테크 스타트업이 초기 투자를 유치한 후 비즈니스 모델 고도화를 통해 수익성을 증명하는 (상대적으로) 긴 기간과 인내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분야는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는 시장이기도 하다. 탭엔젤파트너스 장안나 부대표는 “해양 수산 산업에서 스타트업 매출이 발생하기까지 평균 4.9년이 소요된다”고 설명하면서도 “기술과 커머스를 중심으로 해양 수산 산업이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언컨퍼런스 발표 세션이 시작될 때 자리에 착석한 청중들, 출처 : BOUNCE 2024)

 

그렇다면 스마트 해양 분야에 도전하는 초기 창업가는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까? 언컨퍼런스 발표에 이은 오픈토크 세션에서 (선박 데이터 관리 시스템을 개발하는 스마트 해양 스타트업) 마리나체인의 창업자 하성엽 대표는 다음과 같은 조언을 전했다. 

“스타트업이 전체 비즈니스 플로우를 완벽히 커버하긴 어렵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잘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에 집중해 가능한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선택과 집중 덕분에) 2024년 3월까지 한국에서 유럽으로 가는 대부분의 선사와 계약을 완료했습니다.” - 마리나체인 하성엽 대표

마리나체인 초기에는 SaaS 모델에 연 구독료를 청구하는 사업 모델로 출발했다. 허나 지금은 온라인 플랫폼을 선박 관리 회사에 무료로 제공하고, 수집한 데이터를 가공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바꿨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모든 걸 다 아우르는 플랫폼을 만드는 접근보다는 기술 기반으로, 더 큰 시장의 수요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객석에서 청중의 질문이 이어지고, 오픈토크 패널들이 듣고 있다, 출처 : BOUNCE 2024)

 

언컨퍼런스 오픈토크 세션에서 토즈의 창업자 서광훈 대표는 창업 초창기에 사업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거쳤다고 회고했다. 서 대표는 “중국 시장을 타깃으로 VR 기반의 선박 설계 검증 솔루션을 개발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2년간 차질을 빚었다”며 이후 전략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기술력과 함께 장기적인 사업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조언이었다. 

“인맥만으로 중국 시장 진출이 해결되지 않는데, 그 시장에 대한 이해가 더 필요했다는 점을 반성합니다. 결국 나중에 사업 전략을 바꿔 민간 조선사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전개했습니다. 특히 PoC(개념 증명)과 실증 단계를 통해 시장에서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봤고, 1년간 25척 선박의 실증을 완료했습니다.” - 토즈 서광훈 대표

이러한 스마트 해양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 액셀러레이터 입장에서 기술력만큼이나 사업 전략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극초기 테크 스타트업에게는 기술이 가진 성장 가능성이 가장 매력적인 요소지만, 최소 프리 시리즈 A 투자 단계를 앞둔 창업자라면 매출 계획, 자금 확보 방안, 장기적인 사업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조언이다. 

“시드 투자 단계에서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얼만큼의 점유율을 예상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프리 시리즈 A 단계에서는 과거 성과와 더불어 앞으로의 성장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각 단계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투자 유치에 유리합니다.” - BNK벤처투자 조재만 부장



 

지역창업생태계의 확장법 : 오픈이노베이션 실제 사례

 

“2시 입장입니다!”

언컨퍼런스존에서 한 걸음 나오니 행사장 한 켠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대형 유통사를 포함한 대기업, 중견기업, 공공기관과 1대1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하려는 창업가들이었다. 구름떼 같은 인파가 밋업존으로 속속 들어갔다. 그 옆에 설치된 워크존에는 다음 타임 입장을 기다리며 업무를 하는 대표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미리 신청해 선정된 오픈이노베이션 밋업에 참여하려고 줄을 서있는 사람들, 출처 : BOUNCE 2024)

 

이날 밋업존에는 대·중견·공공기업 40개사, 스타트업 216개사가 출동했다. 376건의 밋업이 이뤄졌다. 스타트업의 사전 신청을 받은 후 파트너사에서 밋업 대상자를 선정해 매칭이 성사됐다. 그래서인지 다들 단단히 준비한 모양새였다. 스타트업에겐 영업의 기회가, 대·중견·공공기업에겐 발굴의 기회가 흔치 않으니 밀도 높은 대화가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오픈이노베이션 밋업존에서 비즈니스 미팅이 한창 이뤄지고 있다, 출처 : BOUNCE 2024)

 

밋업존 바로 옆에는 오픈이노베이션 부스존이 마련돼 있었다. 부스존에는 대·중견기업 6개사(롯데월드, 롯데건설, 롯데웰푸드, 조광페인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및 해당기업과 실제 오픈이노베이션 협업한 스타트업 12개사 공동 부스를 운영했다. 이들의 사례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 관계자들이 찾아와 창업자들과 대화하며 부스가 가득 채워졌다. 

부스존에서 만난 이상언 대표는 층간 소음을 줄이는 바닥재를 개발하는 테크 스타트업 RS101를 창업한 케이스였다. 

창업 계기를 묻자 그는 “대학원에서 시뮬레이션 기술을 연구하다가 더 큰 시장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실에서 진행된 건설사 미팅을 통해 층간 소음 저감 시뮬레이션에 대한 수요를 발견했고, 해당 연구 주제가 곧 니치한 시장이라는 걸 알았다. 이는 바닥 완충재 설계 및 개발로 이어졌다.  

같은 연구실에 있던 공동창업자들이 졸업을 준비하는 동안 이 대표는 여러 경진대회에 참여했다. 그 과정에서 비즈니스에 대한 자문을 구했고, 사업 계획을 뾰족하게 벼렸다.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의 대표적인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 ‘스타트업 오픈이노베이션 챌린지’를 통해 롯데건설을 만나 서비스 실증(PoC)의 기회까지 얻을 수 있었다. 

인터뷰에서 이 대표는 “(연구가 시장을 만나며) 10억이 1000억 규모로도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며 “현재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진행되는 PoC를 계기로 2년 안에 현장에서 가치 있는 제품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이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오픈이노베이션 밋업존 옆에 설치된 부스존의 모습, 출처 : BOUNCE 2024)

 

언컨퍼런스존과 부스존 사이에는 네트워킹존이 있었다. 언컨퍼런스 세션이 끝나면 네트워킹존에서 연사와의 네트워킹이 가능했다. 그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해당 존에서 진행됐다. 

행사 2일차 네트워킹존에 앳된 얼굴들이 눈에 띄었다. 서울대학교 대학연대 지역인재양성 사업단과 바운스2024가 함께 주최한 <대학연대 창업 네트워킹 DAY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서울 외 지역 인재들을 양성해 스타트업 같은 혁신기업에 연계하는 프로그램 취지에 맞춰 올해는 대학생 창업자가 사업 발표를 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었다. 

해당 프로그램에서 사업 발표를 마친 세이프그리드 박서현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본지 인터뷰에서 그가 “전라도 나주에 있는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연구실에서 창업에 합류했으며 현재 에너지공학부 학부생”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특허 출원, 북미 시장 진출 등 굵직한 사업 계획에 맞춰 사업화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역에서 초기 기업에 합류할 인재를 구하기란 쉽지 않다고도 첨언했다. 기술력, 사업화 전략, 오픈이노베이션 기회에 더해 팀빌딩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대등한 창업가로서 반짝이는 눈빛을 읽을 수 있었다. 

“(지역에서 창업하게 되면) 기술력이 있더라도 지역 내에서 창업 팀을 꾸리기 쉽지 않습니다. 피를 흘려야 배울 수 있다는 리스크를 함께 지는는 초기 팀원을 찾기 어렵죠. 또한 일반적인 변리사 서비스 등 (창업에 필요한) 전문 서비스는 초기 기업보다 후기 기업에 맞춰져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스타트업에 맞는) 파트너를 찾는 수고로움이 있습니다.” - 세이프그리드 박서현 COO

 

(네트워킹존에서 발표하는 박 COO와 청중들의 모습, 출처 : BOUNCE 2024)


 

‘로컬에서 글로벌로’ 지역 창업으로 더 크게 성장하려면

 

오픈이노베이션 밋업존, 부스존, 네트워킹존을 뒤로 하고 글로벌존으로 향했다. 언컨퍼런스존 바로 곁에 위치한 글로벌존에서는 글로벌 오피스아워로 인파가 붐볐다. 지역 창업가뿐 아니라 외국인 창업가까지 글로벌존을 찾았다. 총 76건의 밋업 지원이 있었고, 43개 스타트업이 글로벌 오피스아워에 참여해 해외 시장 진출에 관한 자문을 구했다. 

당해 글로벌 오피스아워는 글로벌 사업을 준비하는 스타트업들을 대상으로 사전 수요조사를 통해 준비됐다. 창업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거점 도시를 조사해 글로벌존 밋업에 반영한 것이다. 그에 따라 미국, 호주, 일본 오키나와, EU 독일, 중동 두바이 등 5개 해외 거점 도시와 국내 상담 창구가 마련됐다. 각 국가별 전문가가 글로벌존에 함께 했다. 

  • 일본 : IT이노베이션전략센터 오키나와(ISCO)
  • 호주 : 주한 뉴사우스웨일즈 주정부 대표부
  • 미국 : 젠엑시스
  • 독일 : 주한 독일상공회의소
  • 두바이 : AGCC
  • 한국 : KOTRA

 

글로벌존에서 주한 독일상공회의소 담당자와 길게 이야기를 나눈 히라이시 이타로 대표는 이번 바운스2024 행사를 통해 한국 창업생태계를 이해하고 독일 시장에 대한 조언을 받은 케이스였다. 이타로 대표는 일본 방탈출 게임 콘텐츠 기업 샐리(Sally)를 창업해 운영하고 있다. 

샐리 팀이 개발한 플랫폼 우주(Uzu)는 한국의 추리 게임 방송 <크라임씬> 같은 방탈출 게임 콘텐츠를 온라인 앱과 오프라인 장소를 통해 경험하도록 지원한다. 자체 게임 콘텐츠 외에도 일반 크리에이터들이 방탈출 게임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는 게 특징이다. 크리에이터가 게임을 만들수록 플랫폼 내 콘텐츠가 늘어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타로 대표는 대만에 이어 한국에 앱 론칭을 앞두고 있다. 독일 시장 진출도 고려 중이다. 그래서 바운스2024의 글로벌 오피스아워를 신청했다. 덕분에 독일상공회의소 담당자로부터 “독일 게임콘 등 주요 콘텐츠 행사에 참석하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현장에서 한국 VC와의 1대1 미팅도 진행하면서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진출 계획을 구체화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글로벌존에서는 글로벌 시장과 사업화 전략에 대한, 창업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출처 : BOUNCE 2024)

 

글로벌 진출이라는 화두는 언컨퍼런스존에서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첫째날 오후, <연결의 확장 : 일본 오픈이노베이션> 세션에서다. 일본 오픈이노베이션 사례와 시장 진출 노하우에 대한 경험담이 공유됐다. 

세션 연사로 무대에 선 위밋모빌리티의 강귀선 대표는 국내 오픈이노베이션 경험이 일본으로 이어졌던 과정을 소개했다. 원래 친구끼리 약속 중간지점을 찾는 앱으로 시작됐던 위밋모빌리티는 코로나19로 인해 B2B로 사업을 피봇했다. 경로 최적화 기술을 물류에 접목해 경로 및 배차 최적화 SaaS 솔루션을 개발해 오픈이노베이션 과제에 나섰다. 

(참고 : 위밋모빌리티 "연산량 많은 모빌리티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구축, 확장하기까지"

위밋모빌리티는 국내 의약품 기업이나 대기업과 협업을 이어갔다. 이렇게 B2B 참고 사례가 쌓이자 해외 시장으로 진출할 기회를 얻었다. 글로벌 진출을 돕는 사업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해 일본 시장에 솔루션을 소개한 것이다. 덕분에 일본에서도 의약품 배송이나 라스트마일 물류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었다. 

반대로 대기업이 나서서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하는 경우도 일본 오픈이노베이션 세션에 등장했다. 

한국요꼬가와전기 박용태 본부장은 일본 본사에서 한국 스타트업을 발굴해 오픈이노베이션 협업을 진행한 케이스를 소개했다. 일본 본사에서 글로벌 사업에 필요한 디지털 트윈* 솔루션을 찾다가 울산에 있는 테크 스타트업의 웹사이트를 발견했고, 이를 계기로 한국요코가와전기가 먼저 스타트업에 연락해 MOU를 체결했다는 소식이다.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 현실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여 이를 가상 화면에 반영하여 동일하게 구현하는 기술

(참고 : 팀솔루션, 요꼬가와 전기와 글로벌 디지털 트윈 리셀러 계약 체결

현재 공장 자동화 기술에 주목하는 만큼 한국요꼬가와전기는 지역 산업에 특화한 기술 스타트업을 더 찾고 싶다고 밝혔다. “제조업에 필요한 공장 운영 및 프로세스 효율화, 최적화 등에 전문성을 가진 스타트업을 만나고 싶다”고 첨언했다. 탄탄한 기술력을 갖췄다면 협업에 관한 논의가 순조롭게 흘러갈 수 있다고 강조하며 오픈이노베이션의 의지를 드러냈다. 

 

(일본 오픈이노베이션을 주제로 발언하는 박용태 한국요꼬가와전기 본부장, 출처 : BOUNCE 2024)

 

이처럼 지역 창업가에게도 국내외 오픈이노베이션 기회가 열려있다. 특히 바운스2024에서는 일본 시장을 조망했다. 현재 일본은 벤처 투자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붐이 교차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업가가 지역을 넘어 일본 시장에 진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영상 데이터의 개인정보 익명화 솔루션을 개발한 딥핑소스의 김태훈 대표는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한국에서 오픈이노베이션 협업을 진행할 때는 ‘다양하게 많은 걸 해달라’는 요청을 받지만 일본에선 ‘한 가지를 굉장히 잘 만들어달라’는 요구를 받습니다. 원하는 게 분명하다고 볼 수 있죠. 이 차이를 이해하고 일본 비즈니스 미팅에 임해야 합니다.” - 딥핑소스 김태훈 대표

예컨대 택배 도착 예상 시간을 안내받을 때도 한국과 일본 고객은 서로 다른 기대치를 갖고 있다. 한국에서는 적은 배송비로 택배가 빨리 문 앞에 도착하는 걸 선호하지만 일본에선 정확한 도착 시간을 아는 걸 중시한다. 우편물을 직접 수령하는 걸 선호하는 일본의 문화가 반영된 차이다. 이러한 시장과 문화의 차이가 비즈니스에도 적용된다고 한다. 

“(일본에서 오픈이노베이션 협업을 해보니) 멀리 있는 기업이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신뢰성 이슈가 있더라고요. 그렇다 보니 메일이나 화상미팅에 굉장히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한국에서 소통하거나 업무를 추진할 때의 3배 이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봤어요. 실제로 문자하듯 메일을 보내지 않고 정성스럽게 본문을 작성하면 꼭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 위밋모빌리티 강귀선 대표

“보통 일본 진출시 ‘오래 걸린다’는 조언이 많은데, 여기에는 숨은 함정이 있습니다. 절대 소통 자체가 느리진 않다는 점입니다. 장인정신을 원하기 때문에 신중할 뿐이지, 메일 답변이 2주 이상 걸린다면 긍정적인 시그널은 아닙니다. 오히려 핏이 잘 맞으면 업무 진척이 상당히 빠르게 됩니다. 때로는 스타트업과 협업하는 것처럼 템포가 빠를 때도 있습니다.” - 딥핑소스 김태훈 대표 

 

(글로벌 오피스아워를 열성적으로 진행하는 IT이노베이션전략센터 오키나와의 담당자들, 출처 : BOUNCE 2024)

 
 

“서울이 낫지 않냐”는 질문에 대한 지역 창업가들의 답

 

이처럼 경계를 넘나들며 비즈니스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선행 조건이 있다. ‘인재 영입’이다. 하지만 (앞서 박 COO가 언급했듯이) 지역 창업가에게 인재 영입은 난제에 가깝다. 

실제로 언컨퍼런스존에서 진행된 <지역창업생태계 커뮤니티> 세션에서는 “초기 팀빌딩을 어떻게 할 수 있느냐”는 청중의 질문이 나왔다. 지역에서 스타트업 창업을 위한 팀원을 모집하기 쉽지 않다는 고민이 엿보였다. 이러한 지역 창업가들의 고민에 대해  위캔 김치원 대표와 코라소프트 고선균 대표는 “지역 창업가라는 점을 십분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1) 지역에서 열리는 스타트업 행사 활용하기

“각종 경진대회, 스타트업 포럼에서 명함을 받고 커피챗을 자주 진행했습니다. 처음에는 대표로 만나더라도 이후 구직자로 만날 수도 있으니까요. (좋은 인재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쌓는 걸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 위캔 김치원 대표

 

(2) 지역 산업과 생태계의 특성 활용하기

“지역 특색에 맞는 사업을 계획하면 이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산업 특성에 맞게 사업 기회를 포착하면 의외로 할일이 많습니다. 지역 네트워크의 끈끈함이 이러한 사업 기회로 연결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 코라소프트 고선균 대표

 

(3) 지역에서 ‘눈에 띄는’ 창업 팀이 될 것

“오히려 지역에 창업 팀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조금만 노력해도 금방 눈에 띄게 됩니다. 그러면 지역 창업 지원 기관이나 투자자, 주변 선배 창업가들과 연결돼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본인 사업계획서까지 보여주시면서 적극적으로 도와주셨습니다. (그런 경험 덕분에) 저는 부산에서 창업한 게 오히려 좋았습니다.” - 위캔 김치원 대표

 

(언컨퍼런스존의 장점을 십분 발휘했던 Q&A 세션, 출처 : BOUNCE 2024)

 

지역창업생태계가 아예 물리적인 제약을 뛰어넘는 상상을 하는 것도 인재 영입의 어려움을 줄이는 방편이다. 여기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주제가 ‘원격근무’와 ‘워케이션’이다. 지역을 넘나들며 일하는 스타트업이라야 비로소 지역에서 출발해 전국, 글로벌 시장으로까지 확장할 수 있다는 관점이다. 

바운스2024에서도 2가지 주제에 주목했다. 언컨퍼런스 세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워케이션을 포함한 원격근무는 ‘일하는 방식의 혁신’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어디서 일하든 상관없이 성과를 내는 조직을 만드는 방식으로서 원격근무와 워케이션을 이해할 때 비로소 지역창업생태계가 더 큰 임팩트를 내는 데 앞장설 수 있다는 것이다.

“워케이션 여부가 아니라 조직원이 어떤 환경에서 일하든 상관없을 핵심 성과지표(KPI)를 디자인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 언바운드랩 조용민 대표

“워케이션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사람은 기본적으로 목표가 분명하고 생산성이 좋은 팀원입니다. 이들은 오히려 업무 공간에 변화를 줬을 때 업무 효율이 올라가는 걸 경험합니다.” - 탭엔젤파트너스 주진영 부대표

“실제로 3년간 1000명 넘는 임직원이 워케이션을 경험하면서 워케이션에 대한 정의를 제대로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놀러간다’는 개념이 아니라 워케이션을 통해 성과를 높일 수 있는지 봐야 하고, 이에 대해 임직원에게 충분히 안내해야 합니다.” - 이지스자산운용 이철우 부장

 

(언컨퍼런스존에서 언바운드랩 조용민 대표가 개별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 : BOUNCE 2024)

 

행사 첫째날 언컨퍼런스존에서는 <지역 스타트업이 IT 팀을 꾸리는 방법>에 대한 별도의 발표 세션도 진행됐다. 여기서도 전국 각지, 국내외에 포진해 있는 인재를 합류시키기 위해 ‘일하는 방식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점이 부각됐다. 

소프트스퀘어드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이자 유튜버 컴공선배로 활동하는 정우현 님은 “원격근무에 최적화한 커뮤니케이션 정책을 적용해야 한다”고 짚었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일하더라도 같이 일하며 원활한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코어타임을 설정하거나 업무 분업 구조를 문서로 명시해서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에 장애물이 없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식이다. 

실제로 이러한 원격 근무 방식을 적용하면서 정 CTO는 고객사가 예상한 6개월의 개발 기간이 4개월로 단축되는 등 생산성이 올라가는 경험을 했다고 전했다. 

원격근무를 넘어 일하는 방식에 혁신을 더하기 위해선 팀이 일해온 역사를 온라인에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그래야 누가 어디서 일하든 기록을 중심으로 협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연장선상에서 정 CTO는 “(내부에 개발 팀이 있다면) 시니어 개발자가 업무 지시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업무 문서화에 충분히 에너지를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재 영입을 위해서 팀 문화와 업무 처리 프로세스를 갖출 때 기업의 성과도 올라간다는 시각이다.

 

(오픈이노베이션 부스존 맞은 편에서는 워케이션을 재밌게 풀어낸 콜라보존이 운영됐다. 출처 : BOUNCE 2024)


 

지역창업생태계가 연결을 통해 기반을 다지기까지

 

종합해보면, 지역창업생태계에서 창업가로 첫 발을 내딛는 사람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 예비/초기 창업가
    • 창업 자체가 쉽지 않은 도전이다. 어떻게 비즈니스를 시작해 성장시킬지 혼자 A부터 Z를 모두 고민해야만 한다. 
  • 지역 창업가
    • 인재 영입이 어렵다. 특히나 초기 창업 팀의 허슬을 함께 감당할 수 있는 팀원을 구하긴 하늘의 별따기와 같다. 
  • 시대적 배경
    • 스타트업 투자 규모가 줄어들고, 성장성뿐 아니라 수익성도 중요해졌다. 창업의 난이도가 올라갔다. 
       

이에 바운스2024에서는 지역에서 시작하는 예비, 초기 창업가와 도약의 계기를 찾는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다음과 같은 실마리를 제공했다. 

  • 예비/초기 창업가
    • 오픈이노베이션의 기회를 놓치지 말라. 그러려면 초기 단계에서부터 기술력과 사업화 전략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 사업 지원 및 업계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 지역에서 초기 창업가를 돕는 다양한 모임과 행사, 협회와 지원 사업이 존재한다. 
  • 지역 창업가
    • 팀빌딩의 경우, 앞서 서술된 ‘지역창업생태계의 도움’을 받아 초기 팀원을 구하는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다. 
    • 원격근무, 워케이션 등을 통해 일하는 방식을 달리 하면 지역 스타트업의 매력도를 높일 수 있다. 
  • 시대적 배경
    • 기술, 로컬 등 뚜렷한 강점을 갖고 있다면 오히려 ‘살아남는 스타트업’이 될 수 있다. 
    • 다른 기업들도 고민이 많다. 오픈이노베이션과 글로벌 진출 기회를 통해 니치 마켓을 찾고 그들과 연결되어야 한다. 

 

지역창업생태계는 ‘확실한 연결’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지역의 연대를 발판 삼아 지역을 넘어서야 한다는 글로컬의 중요성을 먼저 알았기 때문이다. 연결의 장을 열기 위해 오픈이노베이션, 글로벌 오피스아워를 열어 적극적으로 매칭에 나선 바운스2024는 그래서 의미 있었다. 

지역창업생태계는 긴축의 시대에 니치함이 확실함으로, 확실함이 수익/성장/혁신으로 연결된다는 걸 지켜봐왔다. 결국 서로 가치를 발견할 수만 있다면 스타트업 뿐 아니라 기존 기업, 해외 시장도 가치를 얻는 윈윈(win-win)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 지역창업생태계가 가져올 변화에 주목해볼 시점이다.

 


 

글 : 김지윤 에디터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해당 아티클은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로부터 소정의 기고료를 받고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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