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있는 비즈니스를 2개로 나누는 관점이 있다.
첫째는 Share of Time, 고객의 시간을 점유하는 제품이고
둘째는 Share of Wallet, 고객의 지출액을 점유하는 제품이다.
시간을 점유하는 회사들 = 네이버, 카카오, 유튜브
지출을 점유하는 회사들 = 쿠팡, 올웨이즈 등
하지만 크리에이터는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크리에이터는 기본적으로 컨텐츠를 판매한다.
이 컨텐츠는 다음 중 넷 중 하나이거나, 두 개 이상이 혼합된 형태이다.
텍스트, 비디오, 이미지, 오디오.
웹툰은 이미지와 텍스트 (그리고 가끔은 오디오)의 결합이고,
유튜브는 비디오다.
웹소설은 텍스트다.
카드뉴스는 이미지 + 텍스트.
넓은 의미에서 우리는 웹툰 작가, 유튜버, 웹소설 작가 등을 모두 크리에이터라 부르고, 인스타그램 등에서 활동하는 분들도 크리에이터라 할 수 있다. 이들은 모두 이미지 또는 텍스트, 비디오 등을 본인에 상황에 맞게 혼합하여 활용한다.
우리는 이를 통해 잠재고객이 평균적으로 해당 플랫폼을 이용하는 시간 중, 일부 시간을 점유하게 된다. 그 시간에 광고를 붙여서 돈을 번다.
크리에이터 비즈니스를 처음 하고 어느 정도 트래픽이 높아지면 이 수익과 관련된 고민을 누구나 하게 된다. 대부분 플랫폼 사 광고만으로는 채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구글 광고를 붙이면서 나오는 수익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고, 갑자기 어디선가 온 유료 광고 메일을 뒤적거리기도 한다. 아무 광고나 막 받았다가 팔로워 수 떨어지면 어쩌지? 라는 고민을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콘텐츠로 돈을 버는 방법은 광고 뿐일까?
이러한 광고업을 제외하면, 한국에서 제일 많은 콘텐츠 기반 비즈니스는 교육과 게임, 드라마/영화다. 그런데 이 중 개인이 할만한 것은 교육밖에 없다. 그래서 VOD로 강의를 만들거나 전자책을 팔기도 한다. 오프라인 모임을 열어서 스터디로 돈을 받기도 한다.
그리고 나도 이러한 고민을 바탕으로 종이책도 내고, 강의도 해보았다. 페이스북 페이지에 광고도 붙여보았다. 모객이 쉬우니 제품이 잘 팔렸다. 하지만 나는 이후에 유튜브 성장세가 꺾여버렸고, 유튜브를 접게 되었다.
2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깨닫는다. 모든 걸 잘못 생각했음을.
강의를 팔 때 나는 바보같게도, 강의 가격이 10만원일 때 '10만원 어치의 값어치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했다. (이걸 보고 '그게 뭐가 문제냐'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이 글을 통해 얻어갈 게 반드시 있으니 꼭 끝까지 읽으시길 바란다.)
콘텐츠 상품 대다수는 단순히 그 가격뿐만 아니라 시간의 사용을 동시에 요구한다. 예를 들어 15,000원인 소설책을 샀다면, 적어도 다 읽는데에 3시간은 걸릴 것이다. 그렇다면 소비자가 실제로 지불한 것은 15,000원이 아니다.
적어도 15,000원 + 3시간을 지불한다.
도입부에서 이원화된 비즈니스 분류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 점이 이것이다. 크리에이터 비즈니스는 대부분 2가지를 동시에 지불하게 된다.
무료인 거 같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도 전혀 무료가 아니다. 짧게는 초단위, 조금 길게는 분단위의 비용을 고객이 매순간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다가 아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컨텐츠는 썸네일, 인트로 등 컨텐츠 초입부에서 고객에게 컨텐츠에 대한 기대를 형성하는 역할을 하는 part가 반드시 있다. 웹툰 같은 경우는 무료분일 것이고, 게임 같은 경우는 lite 버전이나 Freemium 모델이 그런 부분이다.
'썸네일/도입부 형성한 기대' + '고객이 사용할 시간' + (optional : '고객이 지불할 금액' ) << 콘텐츠의 실제적 가치 (재미, 유용성 등등)
이렇게 되어야만 해당 크리에이터 비즈니스가 성장한다.
당연하게도, 우변이 좌변을 크게 압도할수록 빠르게 성장한다.
성인교육에서는 강의 퀄리티가 기대치보다 적어서 불만족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우변이 좌변을 압도하지 못해서다.
이게 크리에이터 비즈니스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좌변에서 시간이나 금액은 둘째치더라도, '기대'를 정량적으로 추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꼭 '금액'을 받지 않더라도 저러한 '기대'는 어떤 형태의 제품과 비즈니스이든지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 계속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저걸 '감으로 알고 콘텐츠로 구현할 수 있다'고 하는 사람들이 정말 가끔 있는데, 이런 사람들이 크리에이터가 될 재능이 강한 사람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나는 살면서 3명밖에 보지 못했다.
나는 이러한 사항들을 고려하지 못해서 실패했다.
어떻게 하면 돈을 버는지, 그 방법론들에서만 고민하고
파이프라인을 늘리는 데에 치중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돌이켜보면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크리에이터는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는지 고민하는 사람이 아니라,
위 부등식의 우변을 높여서 좌변을 압도할 생각을 해야 한다.
이런 데에 과연 공식이 있을까? 없다.
썸네일 기법... 제목... 이런 건 좌변을 높이기만 할뿐 장기적인 성장에는 의미가 없다. 1일 1영상/1블로그의 법칙 같은 거 다 개소리다. 기술적인 SEO 제외하면 그냥 콘텐츠에만 집중해야 한다.
기업이 아닌 개인이 유튜브 100만 이상 채널을 2개 보유했으며
엑싯에 성공한 솔파 스튜디오의 대표, 솔파는 자신의 비결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적당히 만들어서 업로드했을 때, 누가 봐줄 거라고 생각하고 만들지 않는다. 누군가 그냥 봐줄거라는 기대를 하지 말고 나라면 끝까지 볼 것인지 초 단위로, 심하면 프레임 단위까지 편집하면서 작업한다'
우리는 위 공식에서 적어도 2개는 환산할 수 있다.
내 컨텐츠를 보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유료 제품일 경우) 지불하는 금액이다.
나라면 10분을 써서 이 블로그를 다 읽을까, 이 영상을 다 볼까?
이 질문을 하면서 시간도 돈으로 환산해서 생각해볼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정말 어지간한 컨텐츠는 다 발행하기 싫어지고 책상 앞에서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비즈니스가 목적이 아닌, 크리에이터를 '해보는 것'이 목적인 사람은 이러한 조언이 적절하지 않다. 하지만 비즈니스를 할 생각이라면 이 부분을 다시 고민해봐야 한다.
'아, 나는 저렇게 책상 앞에서 계속 수정하고 퇴고하는 과정을 반복할 수 있을까?'
'나는 사람들이 원하는 걸 콘텐츠라는 포맷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러한 고민과 기획과 수정의 연속이 지속가능할까?'
개인이 할 수 있는 비즈니스라 해서, 아무나 잘할 수 있는 비즈니스가 될 수는 없다. 성장하려면 각고의 노력과 고민이 필요하다.
옛날 소설책을 뒤적거리다 김언수 작가의 수상소감을 보았다.
이 뉴스레터를 읽는 데에도 수 분이 걸릴 것이다.
적어도 내가 1000원의 가치를 하는 글을 써야, 의미있는 글이라 할 수 있다.
제목에서 기대한 바와 1000원의 가치를 합한 가치를 이 글이 갖고 있을까?
나는 여러분에게 페레로로쉐 2알 정도의 가치를 이 글로 주었을까?
다이소 150매 물티슈만큼의 가치를 주었을까?
모르겠다.
여전히 고민된다.
콘텐츠를 통해 무언가 일하려는 사람들이라면 꼭 이런 고민을 동반해보시길 바란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