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16z의 벤 호로위츠가 쓴 책<하드씽>을 읽다가, '좋은 제품 관리자 vs. 나쁜 제품 관리자’라는 글을 봤습니다. 제품 관리자에 대한 기준이 없어서 벤 호로위츠 직접 썼다는 쓴 글이, 지금까지도 실리콘밸리에서는 읽히고 있다고 합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좋은 VC와 나쁜 VC’에 대한 제 생각을 한 번 정리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어떤 회사가 좋은 벤처 투자 회사(VC)인지, 그 기준을 이야기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에 따르면 스타트업은, 특히 투자 유치 경험이 적은 초기 스타트업일수록 좋은 VC를 가려내는 것을 어려워하거나 큰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이게 매우 중요한 사안임에도 말이죠.
저희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DHP)는 이제 7년 차에 접어드는,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전문 투자 회사입니다. 지금까지 30개의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투자했고, 운용하는 펀드도 11개가 됐습니다. 그 기간 동안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투자를 해왔고, 많은 배움과 교훈을 얻었습니다. 참고로 DHP에 대해서 알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의 링크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이제 저희도 투자사로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내고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더 좋은 투자 회사가 되기 위한 고민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멀기는 합니다만, 여러 투자사들과 함께 일하고, 경쟁하기도 하면서 이제는 어떤 VC가 좋은 곳인지 나름대로 정의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동안 제가 생각해왔던 좋은 VC가 갖춰야 하는 조건에 대해서, 그리고 스타트업 입장에서 그런 VC를 알아보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1. 투자 수익률이 좋다.
이 부분은 너무도 당연하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을까 하다가, 가장 먼저 간단히 언급하고 넘어가려고 합니다. 투자사라는 업의 본질은 결국 투자이며, 투자사의 성과는 투자 수익률로 이야기해야 합니다. (참고로, 이제 5년이 되어가는 DHP의 1호 펀드는 이미 실현한 수익을 기준으로만 계산해봐도 500%가 넘어갑니다.)
하지만 투자 수익률은 결과적이라는 이야기도 덧붙이고 싶습니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결과가 어떤 과정을 통해서 나왔는지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좋은 투자 수익률이라는 결과가, 아래에서 언급할 좋은 지향점들을 통해 나온 것이라면 가장 좋을 것입니다.
2. 시장 앞에 겸손해야 한다.
모든 것은 결국 시장이 결정합니다. 아무리 뛰어난 경영자, 투자자도 시장을 거스를 수는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투자사로서는 두 가지의 시장을 대면하게 됩니다. 하나는 벤처 투자 시장을 직접적으로 대면하게 되며 (경쟁자는 다른 VC가 됩니다), 또 하나는 투자를 검토하고 있거나 이미 투자한 스타트업이 사업을 진행하는 시장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됩니다. (이때 경쟁자는 다른 스타트업이 됩니다.)
어느 경우이든 결국 기회와 위험은 모두 시장에 있습니다.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 제품 등의 가치를 결정하고, 그 가치에 대한 보상을 받을지는 시장이 결정합니다. 이걸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포트폴리오사에 항상 강조해드리는 부분이기도 하죠.
사업에 대한 답은 경영자의 머릿속, 전문가들의 자문, 투자사의 의견에 있지 않습니다. 답은 시장에 있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도 명심해야 합니다. 이를 알고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해야 합니다. 좋은 투자사라면 이런 스타트업에 투자합니다.
또한 벤처 투자 시장에서도 투자사는 항상 겸손해야 합니다. 벤처 투자 시장은 다수의 스타트업과 다수의 투자사로 구성된 무한 경쟁 시장입니다. 스타트업은 더 좋은 투자사에게 더 좋은 조건으로 투자를 받기 위해, VC들은 더 좋은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위해 경쟁을 합니다.
특히, 기존에는 보통 돈을 쥐고 있는 VC가 갑이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시장에 돈이 많이 풀린 상황에서는 그 관계가 오히려 역전되기도 했습니다. 즉, 좋은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VC가 오히려 스타트업으로부터 '간택'을 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최근의 경기 침체에 따라 벤처 투자 시장에서는 ‘겨울’이 오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만, 겨울이 온다면 유망한 스타트업이 여러 VC들의 러브콜을 받는 ‘빈익빈 부익부'는 더 심해지지 않을까 합니다.
결국 벤처투자 시장은 투자사의 평판과 수익률, 스타트업 대표님의 성향, 투자사들 간의 경쟁, 그리고 우연과 인연까지 작용하는 일종의 복잡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크고 실력 있는 투자사도 이 복잡계를 컨트롤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시장에서 우리가 견지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태도가 바로 ‘겸손’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시장 앞에서 그저 겸손해야 합니다. 누구도 시장을 거스를 수 없습니다.
3. 대표님들께 겸손해야 한다.
답이 시장에 있다면, 그 답을 찾는 것은 결국 스타트업의 대표님들입니다. 주연은 스타트업의 대표님들이며, 저희 같은 투자사는 결국 조연에 지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대표님들을 존중해야 하며, 대표님들 앞에서 겸손해야 합니다. 대표님들은 투자사보다 훨씬 더 큰 리스크를 짊어지고, 훨씬 더 어려운 일을 하는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답을 찾는 주체가 ‘스타트업’이 아니라 ‘대표님’이라고 좁은 범위로 특정한 것은 저희가 투자하는 대상이 극초기 팀들이기 때문입니다. 극초기 팀의 역량은 결국 대표자에 의해서 대부분 결정되기 마련입니다. (그렇게 시작하여, 회사의 역량이 대표자의 역량을 뛰어넘도록 발전해야 합니다. 그렇게 만드는 것 또한 대표자의 역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을 투자 검토하는 과정에서나, 투자하여 이미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경우라고 할지라도, 투자사는 대표님의 역량, 의사결정권, 자율성을 절대적으로 존중해야 합니다. 결국 의사결정을 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은 대표님이지, 투자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DHP는 헬스케어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이 돼 있기 때문에, 투자사의 의견이 강할 것이라는 (소위 '감 놔라 배 놔라’ 할 것 같다는) 이미지가 외부적으로 형성돼 있기도 합니다. 실제로는 그렇지도 않거니와, 그렇게 돼서도 안됩니다. 정말로 그런지는 저희 포트폴리오 대표님들께 물어보시면 됩니다.
노파심에 또 하나 덧붙이자면 대표님들의 열린 자세도 중요합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너무 과신해도 안되지만, 일방적으로 무시해서도 안 됩니다.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온 근거와 논리를 따져서 비판적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전문가의 의견에 너무 지나치게 흔들리거나, 혹은 반대로 귀를 닫고 무시하는 경우 모두 투자사에서 당연히 선호하지 않습니다.
4. 포트폴리오사의 문제 해결사가 돼야 한다.
저희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 중의 하나입니다. 초기 스타트업들은 제한적인 시간/인력/재원, 부족한 네트워크, 혹은 경험 부족으로 항상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좋은 투자사라면 이런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함께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좋은 투자사라면 초기 스타트업들이 겪는 어려움을 잘 이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네트워크와 인사이트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포트폴리오의 요청이 있을 때, 이런 어려움의 해결에 적극적으로 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실 DHP는 의료/헬스케어 특화된 투자사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유니크하게 기여할 수 있는 바가 큽니다. 포트폴리오가 혼자서 끙끙 고민하고 있는 문제들이, 알고 보니 저희가 이미 파악하고 있는 문제이거나, 이메일 한 두통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거나, 저희 내부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적임자를 연결해드릴 수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만약 저희 내부 네트워크에서 해결이 안 되는 문제라면, 결국 백방으로 수소문을 합니다. 제 페이스북에도 ‘우리 포트폴리오가 이런 사람을 찾는데, 혹시 소개 가능한 분이 계신가’하는 글이 올라오는 것이 바로 이런 경우입니다. 좋은 투자사의 투자를 받으면 투자사가 가지고 있는 직간접 네트워크를 모두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노력은 말이 쉽지만, 실제로 해보면 정말 어렵습니다. 아니, 어렵다기보다는 매우 번거롭습니다. 투자한 팀이 늘어날수록 이런 요청은 비례해서 늘어나고, 개별 팀에 할애할 수 있는 투자사의 시간은 비례해서 줄어듭니다. 어떨 때는 ROI가 안 나오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할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트폴리오사가 도움을 요청했을 때 문제를 적극적으로 파악하고, 해결해줄 수 있는 투자사가 좋은 투자사입니다.
5. 후속 투자를 연계해준다.
앞서 언급한 포트폴리오의 문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 혹은 가장 크리티컬한 문제는 역시 자금입니다. 대부분의 극초기 스타트업들은 시드 투지로 수혈을 받은 자금을 소진하기까지, PMF(Product Market Fit)을 찾지 못합니다. 따라서 절대 다수가 후속 투자를 받아야만 사업을 지속할 수 있습니다. 이 후속 투자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투자사가 좋은 투자사입니다.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투자사가 직접 팔로우 투자를 해주는 곳입니다. 이는 큰 펀드가 있는 대형사들의 경우에는 가능하지만, 많은 초기 투자사들은 펀드가 크지 않기 때문에 후속 투자를 집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후속 투자를 집행할만한 VC들을 연계해주는 역할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에 다른 투자 회사들의 컨택포인트만 단순히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각 투자사의 스타일과 평판, 펀드 현황 등을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DHP의 경우에는 국내 VC들 중에 헬스케어 분야에 어느 투자사가 관심이 있고, 어느 하우스의 어느 심사역이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그 회사가 운용하는 헬스케어 펀드 중에 투자 범위에 들어오는 것인지 등을 잘 파악하고 있습니다.
어느 하우스가 평판이 좋은지, 혹은 좋지 않은지도 파악하고 있죠. 평판이 좋은 투자사와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평소에 지속적으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우리 포트폴리오가 후속 투자를 받기에 적합한 VC를 소개해드리고 있습니다.
참고로 저희 포트폴리오를 다른 VC에게 소개하는 경우, 소개 메일을 투자사의 대표자인 제가 다른 VC의 대표님이나 임원급 핵심 멤버에게 하나하나 직접 따로 써서 보내드립니다. 단순히 스타트업 소개뿐만이 아니라, 왜 그 VC에서 이 회사에 관심을 가지셔야 하는지 ‘맞춤 메시지'도 최대한 포함합니다.
무척 번거로울 수 있는 일이지만, 그렇게 할 때 해당 VC가 우리 팀에 조금이라도 더 관심을 가지실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소개 받은 투자사 대표님들의 피드백을 나중에 받아보면 실제로 제가 직접 소개하는 경우 해당 딜에 더 많은 관심이 간다고 하십니다.
6. 연락이 잘 돼야 한다. (연락하고 싶은 대상이 돼야 한다.)
투자사는 피투자사 대표님들께 언제든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대상이 돼야 합니다. 사업상 어려움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어려움에 대해서도 편하게 털어놓고, 고민을 공유할 수 있는 상대가 돼야 합니다. 그것이 결국 사업에도 도움을 드리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와이콤비네이터의 투자자 스쿨(investor school)에서 샘 알트만이 강조한 초기 투자사의 조건 중의 하나가 ‘밤 늦은 시간에도 피투자사 대표님의 전화 상대가 돼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대표님들은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심지어는 공동창업자와 C-level 조차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고민과 스트레스에 시달립니다. 이런 어려움을 모두 해결해주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경청해줄 수 있는 상대는 돼야 합니다. 일종의 대나무 숲과 같은 역할을 해드리는 것이죠.
실제로 DHP 포트폴리오사 중에도 밤늦은 시간이나 주말에 연락하셔서 고민을 토로하시는 대표님들이 더러 계십니다. 이제는 (제가 가정을 꾸려서 집에 혼자 있지 않으니) 새벽이나 주말에 전화 통화는 잘 못하지만, 그래도 새벽 1~2시에도 슬랙으로 대표님의 고민을 들어드리고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대표님들의 고민에 대해서 저는 주 7일, 24시간 5분 대기조를 자처합니다.
투자한 팀들이 모두 하나의 슬랙에 모여서 하나의 커뮤니티를 이루고 있습니다. 슬랙에는 DHP 파트너, 자문가들 뿐만 아니라, 투자한 팀들의 대표님, 공동창업자들이 모두 모여 있습니다. 개별 팀의 채널, 모든 팀이 함께 보는 채널, 대표님들만 모여 있는 채널 등이 있어서 투자사-포트폴리오, 그리고 포트폴리오사 사이에서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합니다.
저도 깨어 있는 시간이라면 슬랙에 24/7 접속해 있습니다. 미팅이나 일정 중이라면 답변이 늦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실시간으로 대표님들이나 투자 팀 채널에 올라오는 메시지를 확인하고 답장을 ASAP 드립니다. (이것 역시 대표님들께서 판단하실 영역입니다만) 이렇게 함으로써 저는 대표님들과 DHP가 항상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받으시기를 원합니다.
7. 가치를 제공하되, 강요하지는 않는다.
좋은 투자사라면 단순히 투자금 이외에 스타트업에 추가적인 가치를 제공해드려야 합니다. 앞서 언급한 후속 투자이든, 네트워킹이든, 전문가의 자문이든 말이지요. 하지만 이러한 추가적인 가치는 대표님들이 언제든 선택하실 수 있는 ‘옵션’이어야지, 반드시 받아야만 하는 ‘의무’가 돼서는 안 됩니다.
대표님이 맛있게 식사하실 수 있도록 여러 음식을 잘 준비하여 밥상을 차려드리는 것까지 투자사의 역할입니다. 그 밥상에 차려진 음식을 드실지, 언제 드실지, 어떻게 드실지는 결국 모두 대표님이 결정하는 것입니다. 투자사는 대표님에게 든든한 후원자가 돼야 하지, 결코 부담이 돼서는 안 됩니다.
투자사에서 아무리 좋은 음식을 많이 차려놓았다고 해도 결국 아무 음식을 먹지 않겠다고 결정하는 것도, 혹은 밥상 앞에 앉지 않겠다고 하는 것도 결국 대표님의 결정입니다. 투자사의 고객은 결국 피투자사이므로, 고객의 입맛을 존중하고, 다음에는 고객의 입맛에 더 맞는 음식을 준비해드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DHP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대표님들에게 가치를 제공해드리고 있습니다. 전담 파트너, 개별 멘토링, 포트폴리오 멘토링, 오피스아워, 대표님과 이사님들 사이의 네트워킹, 심지어는 헬스케어 스타트업 대표님 전용 트레바리 북클럽까지도. (시즌1, 시즌2) (이 북클럽의 멤버로는 당연히 저희 대표님들을 최우선으로 받습니다.)
이 모든 것들을 우리는 밥상 위에 차려드리고, 결국 이를 집어 들지 여부는 대표님들께 온전히 맡깁니다.
8. 투자사-피투자사 관계보다는 동반자가 된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보면 저는 가장 좋은 투자사는 결국 스타트업의 동반자라고 생각합니다. 돈을 투자한 투자사, 돈을 투자 받은 피투자사의 관계에 그치는 것이 아닌 것이죠. 스타트업 투자를 단순히 기능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스타트업과 함께 숨 쉬고, 어려움을 함께하며 대표님을 깊이 이해하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투자사가 돼야 합니다.
저희는 투자를 집행한 이후에, 투자를 받아주셔서 감사하다는 의미의 웰컴키트로 선물을 몇 가지 보내드립니다. 이 선물의 레터에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우리는 헬스케어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서 세상을 더 건강하게 만들려는 투자사이며, 우리 포트폴리오들은 그런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자랑스러운 동반자로 여깁니다.'
저희가 이렇게 동반자적 관계를 적극적으로 맺을 수 있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투자사의 창업자이자 대표인 제가 적극적으로 앞장서기 때문입니다. 물론 장단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의의 입장에서는 가능하면 투자사의 ‘대표’와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활발하게 할 수 있는 곳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월급을 받는 사람과 월급을 주는 사람 두 가지로 나뉜다고도 하죠. 업계에 훌륭한 심사역들이 많이 계시지만, 결국 피고용자로 일하는 심사역과 그 심사역에게 월급을 주는 대표자가 바라보는 세상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큰 간극이 있어요. 대표는 대표가 가장 깊이 이해합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자신을 잘 이해해주는 투자자가 결국 좋은 투자자입니다.
결론: 피투자사들이 ‘여기에서 투자받으라’고 하는 투자사
그렇다면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이런 투자사를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요? 사실 이를 구분하기란 너무도 어려운 일입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VC 관련하여 거대한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VC들은 자신을 좋은 투자사라고 이야기하며, 달콤한 이야기들을 스타트업에게 전합니다.
어떤 투자사는 정말 큰 가치를 제공하며 스타트업의 동반자가 돼주지만, 안타깝게도 또 많은 경우 그런 장밋빛 약속들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습니다. 투자한 이후에 스타트업은 소위 ‘잡은 물고기’가 되기 때문이죠. 적지 않은 투자사들이 투자한 이후에 아무런 가치도 제공하지 않고 그냥 스타트업을 방치합니다. 이들 중에는 외부에는 화려한 이미지를 자랑하는 유명한 투자사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입장에서 투자사들이 단순히 겉으로 보여지는 이미지가 아니라, 실제로 어떤 철학과 태도를 가지고, 어떤 프로세스에 의해서 피투자사들에게 얼마나 가치를 제공하는지 파악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단 한 가지 방법을 제외하고는 말입니다.
누가 그 투자사의 실제 모습을 가장 잘 알고 있을까요? 누가 그 투자사가 투자금 이외의 가치를 제공하는지 가장 잘 알까요? 그 투자사가 투자 전에 했던 약속들이 투자 이후에도 잘 지켜지는지 누가 가장 잘 알고 있을까요?
바로 그 투자사로부터 기존에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들입니다. ‘잡은 물고기’인 피투자사들이 그 투자회사의 실제 모습을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투자사의 실제 모습이 궁금하다면, 반드시 투자사가 아닌 피투자사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여기가 정말 좋은 투자사인지, 왜 그러한지, 다시 또 투자 받을 만큼 좋은지 말입니다.
저는 스타트업들에게 투자 오퍼를 받았을 때, 반드시 그 오퍼를 준 투자사의 기존 포트폴리오 대표님과 이야기를 해보라고 권합니다. 마찬가지로, 저희가 스타트업에게 투자 제안을 드릴 때에도 저희가 투자 이후에 어떻게 해드리는지 DHP 포트폴리오 대표님들께 물어보라고 말씀드립니다. 혹시 말씀을 나눠보고 싶은 대표님이 있으시면 적극적으로 연결도 해드립니다.
참고로 저희가 이렇게 해드린 경우, 저희의 투자 제안은 대부분 성사됐습니다. 대표님들도 과거에 비슷한 과정을 거쳐서 투자를 받으셨기 때문에, 이런 레퍼런스 체크 요청에 적극적으로 응해주십니다. 만약 저희 DHP가 정말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하시면, 저희 대표님들께 언제든지 물어보셔도 좋습니다. 혹은 아래의 인터뷰 시리즈를 참고하셔도 됩니다.
- 좋은 죽음을 만듭니다, 웰다잉 스타트업 빅웨이브
- 의료 교육의 문제를 메타버스에서 해결하는, 뉴베이스
- 사람 심리의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는, 블루시그넘
- 지금 실천 가능한 습관을 만듭니다, 루티너리
- 반려동물이 있어도, 마음껏 외출할 수 있도록, 펫페오톡
즉, 좋은 투자사를 판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준은 피투자사가 추천하는 투자사인지 여부입니다. 투자사에게 가장 직접적인 고객은 결국 피투자회사들, 특히 피투자회사의 대표님들입니다. (펀드에 자금을 출자해주신 LP도 주요 고객이지만, 저는 스타트업의 대표님을 만족시키면, 결과적으로 LP들도 만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고객이 만족하는 회사, 고객이 추천하는 회사가 좋은 회사입니다. 반대로, "내가 만약 다시 창업한다면 여기에서는 다시 투자 받지 않겠다”고 한다면 그곳은 좋은 투자사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저희는 DHP 포트폴리오 대표님들과 동고동락하며, 대표님들께 만족을 드리고자 합니다. 저희 대표님들께서 다른 스타트업 대표님들에게 ‘DHP에서 꼭 투자받으라’고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투자사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기존에 생산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었는데요. 회사 소속일때 만났던 투자자들 중에
제가 소속된 회사를 오로지 돈으로만 보는 분들을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절대적인 갑의 위치에서 부당한 대우도 겪게 되기도 하고,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한
브랜드 대표님들도 절대 투자를 받지 않겠다는 분들이 주변에 많았는데요.
최근에 제 개인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투자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너무 좋은 글이네요!
단순히 돈이 아니라, 파트너 어쩌면 부부? 같은 관계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사업 준비가 진행되시면 저희에게도 또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