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DHP) · 대표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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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대표의 정신 건강
스타트업 대표의 정신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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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디캠프에서 스타트업 창업자의 정신 건강이 위험 수위에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실 스타트업 대표의 정신 건강이 일반인들에 비해서 유의미하게 좋지 않다는 것은 여러 조사와 연구를 통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나는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는 회사의 대표이기 때문에, 스타트업 대표님들의 정신 건강에 대해서 특히 관심이 많다. 세상을 더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일단 대표님들의 몸과 마음부터 건강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표님들의 정신건강은 너무도 중요하면서도 해결하기가 어려운 문제이다. 나는 여러 대표님들과 함께 부대끼면서 이 문제의 심각성과 어려움을 수년 동안 체감했다. 그리고 나 역시 초기 스타트업과 같은 작은 회사를 운영하는 한 사람의 창업자이자 대표로서 이런 문제를 직접 겪고 있기도 하다. 이 문제는 직접 경험해본 사람이 아니라면 그 심각성을 이해하기가 너무도 어렵다. 

문제의 특성상 자세한 상황을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나는 우리가 투자한 스타트업의 대표님들을 포함하여 주변에서 정신 건강의 문제로 회사 경영에도 크고 작은 지장을 받는 경우를 숱하게 봤다. 또 (이것은 기사로도 공개됐으니 이야기할 수 있지만) 우리가 투자한 회사의 대표님께서 안타깝게도 갑자기 쓰러지셔서 돌아가시는 일도 겪었다. 이 역시 대표님이 평소에 받으시던 스트레스와 중압감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대표님들의 정신 건강은 말 그대로, 죽고 사는 문제와 연관된다. 

 

무료 켜진 화면 앞에 앉아 남자 스톡 사진
(출처 : pexels)


스타트업 대표는 왜 그렇게 힘든가

이 문제를 논하려면 일단 스타트업의 속성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사실 모든 회사의 대표들은 스트레스와 부담감, 불안에 시달린다. 하지만 스타트업이라는 특수한 회사의 대표는 구조적으로 더욱 큰 스트레스와 부담감, 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나는 스타트업을 ‘시장의 문제를 제한적인 자원으로 해결하여,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내는 조직’ 정도로 정의한다. 제한적인 자원을 활용하여,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낸다는 것은 결국 비합리적이거나,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즉, 스타트업의 대표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목표를 이루기 위한 조직을 이끄는 사람이다. 스타트업은 돈도 없고, 시간도 없고, 인력도 없다. 이런 불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 대표는 모든 책임감과 부담감을 안고서, 결국에는 폭발적인 성장을 만들어 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존재다. 

흔히 스타트업을 절벽에서 떨어지는 동안에 비행기를 조립해야 살아남는 조직으로 비유한다. 이것이 단순한 비유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런웨이*가 다가오는 (즉, 통장에 돈이 떨어져 가는) 창업자들은 이와 맞먹는 스트레스와 불안을 느끼게 된다.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것은 스타트업 대표자의 대부분이 이런 문제를 맞닥뜨릴 준비가 충분히 되지 않은 채로 절벽에서 뛰어내린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직장 생활 경험이 많이 없는 젊은 인재들이 창업 전선에 뛰어들기 때문도 있다. 최근 몇년 동안 한국에서 대학생들 사이에서 스타트업 창업은 유행이 됐고, 각종 지원금, 경진 대회 상금, 넘쳐나는 투자금과 난립하는 엑셀러레이터와 지원기관을 통해서 한국은 소위 ‘창업 권하는 사회’가 되었다. 그래서 충분한 준비나 자격을 갖추지 않은 사람들이 창업 전선으로 자의에 의해서든, 혹은 타의에 의해서든 내몰리게 됐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어쩌면 ‘대표자가 되기를 준비하는 것’이 원래 불가능하다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벤 호로위츠의 ‘하드씽’에는 이런 문구가 등장한다. 나는 여기에 스타트업 대표들이 ‘구조적으로’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지 않은가 한다. 

"CEO가 겪는 첫 번째 문제는 CEO가 돼서야 CEO가 되는 법을 배운다는 점이다. 관리자나 임원, 또는 다른 역할을 수행하면서 쌓은 훈련이 실제 회사를 경영할 수 있도록 당신을 준비시켜주지는 못한다. 회사를 경영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유일한 방법은 실제로 회사를 경영하는 것이다. 이는 곧 당신에게 없는 기술을 필요로 하며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를 광범위한 일들과 직면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모든 사람들은 당신이 이런 일들을 할 줄 안다고 생각한다. CEO니까." 

그리고 대표자는 회사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에 무한대의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회사에서는 항상 계획대로 일은 진행되지 않고, 항상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특히 앞서 언급했다시피, 스타트업은 ‘비상식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특수한 조직이므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빈도나 크기가 더 클 수밖에 없다. 또한 제한적인 자원 때문에 작은 문제에도 크게 흔들릴 수 있는 것이 스타트업이다. 이 모든 것은 결국 대표의 책임, 부담감, 스트레스로 돌아온다. 다시 ‘하드씽’에 나오는 문구로 돌아가 보자. 

"회사가 어느 정도 성장하고 나면 회사 차원에서 아주 형편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당신이 그런 종류의 무능함과 연관됐다는 게 상상조차 되지 않을 만큼 말도 안 되는 일이 눈앞에서 벌어진다는 뜻이다. 예컨대 돈을 낭비하고 서로의 시간을 허비하며 엉성하게 일을 처리하는 직원들을 보면서 당신은 상심에 빠질 것이다. CEO라면 그런 것을 보고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도 당연하다.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말이겠지만, 이 모든 게 당신 책임이다.”

"만약 누군가 잘못된 이유로 승진했다면 그건 내 잘못이었다. 만약 우리가 분기 실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면 그것도 내 잘못이었다. 훌륭한 엔지니어가 그만두었다면 그것도 내 잘못이었다. 세일즈 팀이 제품 구성에 대해 불합리한 요구를 해도 내 잘못이었다. 제품에 버그가 너무 많아도 내 잘못이었다. CEO라는 자리는 그렇게 구렸다." 

 

green tree on sand
(출처 : unsplash)

 

대표는 혼자이다

대표는 결국 혼자다. 이것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자, 문제의 해결을 극도로 어렵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흔히 대표는 당연히 외로운 존재라고들 이야기한다. 하지만 대표는 대표가 아닌 사람들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외롭고, 고독하며, 혼자서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는 존재다. 

외람된 이야기일 수 있겠으나,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만약 대표자가 아니라면, 대표자가 짊어지는 책임과 부담감의 무게를 절대로, 절대로 짐작하지 못한다. 미안하지만 그것이 사실이다. 오직 그 자리의 무게를 직접 경험해본 대표자만이 이를 실감할 수 있다. 

안타깝지만, 심지어는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직원은 물론, C-level 이사진들이나, 부대표와 같은 높은 직책의 사람들도 대표가 짊어지는 책임과 자리의 무게를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한다. 당연하게도 대표자와 같은 이불을 덮고 자는 배우자나, 가족, 연인도 결코 대표가 어떤 책임을 지고 중압감을 이겨내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이유로 대표들이 찾아가는 정신과 의사나 상담사들조차도 그 심정을 근본적으로 이해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대표님들은 이 이야기에 동감할 것이다.

대표는 표정 관리를 해야만 하는 존재다. 회사에서 표정이 좋지 않거나, 무심코 한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직원들의 사기가 저하될 수 있다. 내가 알고 있는 한 대표님은 회사에서 항상 밝은 표정을 짓는다. 그 회사는 현재 상장에 도전하고 있지만 내가 알기로 상황이 좋지 않다. 대표님의 속은 아마 애간장이 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알면 직원들이 흔들릴까 봐 철저히 숨기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속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고 혼자서 고민을 안고 있는 것이 결코 정신 건강에 좋을 리가 없다.

대표는 어려움을 가족에게도 털어놓지 못한다. 일단 (앞서 언급했듯이) 가족에게 털어놓아도 그들이 온전히 그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한다. 사랑한다는 것과 내가 모르는 것을 이해한다는 것은 별개이니까. 

오히려 본인의 어려움을 털어놓거나, 가족이 눈치채게 되면 가족들이 불안해할지도 모른다. 대표로서 마지막 기댈 수 있는 보금자리는 아마도 가족일 것이며, 대표로서 정말 마지막까지 지키고 싶은 것은 가족들의 행복일 것이다. 그런 가족들이 흔들리면 결국 대표도 흔들린다. 그래서 대표는 집에서도 표정관리를 해야 한다. 이것도 결코 정신 건강에 좋을 리가 없다.

그래서 대표는 결국 혼자다. 
결국에는 모든 것을 혼자서 감내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대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표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우울해지고, 불면증에 시달리고, 술에 의존하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귀결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다. 스타트업을 창업하겠다는 어려운 결심을 한, 평균 이상의 의지력과 정신적인 강인함을 가진 사람이라도 결국에는 대부분 그렇게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로 말이다. 

(이것은 내 개인적 추측이지만) 오히려 예외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창업자들이 오히려 정신적으로 비정상의 언저리에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비정상적으로 목표 지향적이거나, 공감능력이 떨어지거나, 무모할 정도로 자신감이 강하거나, 결핍이나 열등감이 강한 사람이 대표를 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들이 오히려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달리 스트레스와 중압감, 책임감을 덜 느끼기 때문에 어떨 때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예외적인 큰 성공을 거둔 경영자들 중에서 성격이 특이한 사람들이 간혹 있는 것이 이런 이유일 수도 있지 않을까. 

 

The Playlist on Netflix dramatises the implausible rise of Spotify — review  | Financial Times
“성공적인 사업가 상당수가 가벼운 병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지." 출처 : 넷플리스 드라마 ‘플레이리스트’)

 

왜 해결이 어려운가 

그러면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정답은 나도 잘 모르겠다. 앞서 언급했듯이 스타트업 대표자의 정신 건강 문제는 어찌 보면 필연적일 정도로 매우 구조적인 문제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해결책은 구조적이고 체계적일 수가 없다. 

일단은 일반적인 우울증 환자나 번아웃 증후군에 시달리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할 수 있는 해결책들이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는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대표들은 정말 너무너무너무 바쁘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잠을 충분히 자고, 꾸준히 운동을 하고, 좋은 음식을 먹고..' 이런 조언들이 대표자들에게는 사치로 여겨질 만큼 말이다. 밤을 새우고, 주말에도 일하지 않으면 업무를 끝마칠 수 없고, 끼니도 제대로 챙겨 먹기 힘들 정도로 바쁜 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대표자들 개인적으로는 노력을 해야만 한다. 의식적으로라도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가지고, 운동과 같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분명히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개인의 노력에만 맡길 수는 없는 일이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투자사로서 나는 이 문제를 해결해보려는 시도를 다방면으로 해봤다. DHP는 여러 명의 파트너들로 구성되는데, 절반 정도가 의료인이다. 그중에는 정신과 전문의도 있다. (내가 알기로 현재 스타트업 투자사에서 정신과 전문의를 보유하고 있는 곳은 아직은 우리밖에 없다.) 이 분을 통해서 다양한 노력을 해봤다. 

예를 들어서, 우리 포트폴리오 대표님들에게 정신 건강에 대한 강의를 해드린 적도 있는데, 아무래도 일방적인 강의만으로는 크게 효과가 있었던 것 같지 않았다. 또한 대표님들께서 실명으로 고민을 털어놓기 어려울 것 같아서, 온라인으로 익명 상담 세션을 열었던 적도 있다. ZOOM에 가명으로 접속하고, 카메라는 끄고 채팅으로만 대화한다. 상담을 하는 정신과 선생님만 카메라를 켜고 실명으로 참여하시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표님들의 참여가 미미했다. 

이런 경험을 통해서 내가 알게 된 이 문제의 어려움은 이것이다. 정신 건강에 대해서 도움이 필요한 대표님들 중에 많은 분들이 오히려 더 구석으로 숨어버린다. 정신 건강이 좋지 않으니, 사업에도 지장을 받고, 사업이 잘 안되니, 정신 건강에 더 악영향을 주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것은 내가 투자사의 입장에서 피투자사 대표님들과의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는 특수성에서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표님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가지게 되었을 자의식, 자신감 등의 변화를 고려하면, 이렇게 숨으려고 하시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라 느껴진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는 해결하기 어렵다. 국가든 창업지원기관이든, 투자사든 정신적으로 힘든 스타트업 대표가 누구인지 체계적으로 파악하는 것도, 그리고 이들이 ‘의무적으로’ 상담이나 치료를 받게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결국 각 대표자들 스스로의 결정에 맡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투자사의 대표로서 힘들어하는 대표님들에게 별다른 도움을 드리지 못한다는 생각에 무력감을 느끼기도 한다.

 

대표님들의 연대 만들기

현재 내가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는 일은 바로 대표님들끼리 활발하게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많이 만들어드리는 것이다. 앞서 대표는 혼자이고, 대표의 심정은 같은 회사의 이사들이나, 가족도 이해하지 못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런데 대표의 심정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있다. 바로 다른 회사의 대표들이다. 

아마도 대표자로서 가지는 고민이나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가족보다도, 다른 회사의 대표들이 더 잘 이해할 것이다. 심지어 어떤 경우는 경쟁 관계에 있는 대표들이 사적으로는 서로를 더 잘 이해하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비슷한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업무적으로는 경쟁관계이지만, 인간적으로는 동지애를 느끼기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는 경쟁 관계에 있는 스타트업들의 대표가 사석에서는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는 관계가 되는 것을 여러 번 보았다. 그래서 투자사의 대표로서 나는 우리가 투자한 스타트업의 대표자들끼리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자리를 자주, 정기적으로 만들고 있다. 우리는 헬스케어라는 한 분야의 스타트업에만 투자하므로 대표님들끼리 서로 동질감을 느끼고 교류하기에 상대적으로 더 좋은 환경이기도 하다. 

일단 우리의 투자를 받으면 스타트업의 대표님, 이사님 등 주요 멤버는 DHP 슬랙에 초대된다. 우리 슬랙에는 다양한 역할을 하는 채널들이 있는데, 특히 피투자사의 대표이사들만 초대되는 채널들이 몇 개 있다. 업무 이야기를 하는 채널도 있지만, 부담 없이 수다를 떨 수 있는 채널도 있다. 

또한 포트폴리오 전체를 대상으로 매달 2회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멘토링 강의에서도 ZOOM으로 접속한 대표님들이, 온라인으로나마 서로의 얼굴을 익히고, 강의에 대한 질문과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해서 익숙해지고, 가까워지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어떤 경우는 외부 강사 초빙 없이, 특정 주제 (예를 들어, ‘그로스 해킹’, ‘국가 과제 제안서 쓰는 법')에 대해 대표자들끼리 서로 노하우를 교환하고 토론하는 시간도 있다.

 

(출처 : DHP)

 

그리고 오프라인에서도 정기적인 교류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매달 소위 '금요 미식회’라는 행사로 금요일 점심을 시간이 되는 대표님들끼리 함께 하실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이때가 슬랙과 온라인 강의에서 봤던 분들이 오프라인에서 실제로 만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교류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더 나아가서, 분기에 한 번 ‘DHP 패밀리 데이’라는 네트워킹 행사도 한다. 저녁 시간에 펍을 대관해서 맥주와 피자 등의 간단한 음식을 먹으며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또한 (DHP 공식 행사는 아니지만) 내가 클럽장으로 운영하는 트레바리 ‘헬스케어 스타트업: CEO’ 북클럽에서도 여러 헬스케어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정기적으로 모여서 경영학 책을 읽고 토론하며, 서로 교류하는 자리를 가진다. 이 때도 모임 전에는 식사를 함께 하고, 모임 이후에는 간단히 맥주를 마시며 뒤풀이를 한다. 이 북클럽에 참여하는 멤버들도 상당수가 우리 DHP의 투자를 받으신 스타트업의 대표님들이다. 

 

(제공 : 최윤섭)

 

스타트업의 대표는 회사 내에서는 본질적으로 혼자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회사 밖으로 눈을 돌리면 자기와 같은 처지에서 고민과 스트레스로 고생하는 다른 대표님들이 있다. 이런 대표님들끼리 서로 교류하고 연대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만으로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물론 이 방법도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다. 사업이 잘 되지 않는 대표님들은 자격지심에서 이런 모임에 나오는 것을 꺼려하시는 경우가 있다. 또한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는 분들은 이렇게 다른 회사의 대표님들과 교류하는 일의 우선순위를 매우 낮게 보시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기회를 지속적으로 대표님들께 만들어드리는 일은 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연대하는 대표님들이 혼자가 아니라고 느끼는 것은 정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예방적 의미도 있을 것이다. 이런 분들이라면, 어려움을 혼자만 겪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아실 테고, 또 어려울 때면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동료들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대표님이 건강해야, 스타트업도 건강하다

평소에 스타트업 대표님들의 정신 건강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생각을 쓰다 보니 생각보다 글이 길어졌다. 정리하자면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스타트업이라는 조직이 가지는 본질적인 이슈에서 기인하는 매우 구조적이고도, 불가피하다고까지 할 수 있는 문제이다. 스타트업은 고도의 불확실성 속에서 제한적인 자원을 활용하여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낸다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목표를 달성해야만 하는 특수한 조직이기 때문이다. 

또한 대표자의 스트레스, 부담감, 중압감 등은 대표자가 아니면 결코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대표자들은 물리적, 정신적, 시간적 여유가 없고, 또 이런 문제를 겪는 분들일수록 문제를 드러내기보다, 문제를 더 숨기고 회사 내부로 숨어버리려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이를 구조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런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대표님들이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전문가의 도움을 구하는 등의 개인적인 노력도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더 나아가, 이런 문제의 해결을 함께 해결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주변에서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나는 대표님들의 고민은 다른 대표님들이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에, 여러 대표님들이 교류하고 연대할 수 있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드리려고 하고 있음을 언급했다.

스타트업 대표님들의 정신 건강은 너무도 중요하다. 나는 한국 산업의 미래는 스타트업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활력이 떨어진 한국 산업의 돌파구는 결국 스타트업들이 만들어낼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의 역량은 결국 대표자의 역량에 크게 좌지우지된다. 그리고 대표자의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만 그 회사도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너무도 위대하면서도, 너무도 어려운 역할을 해내고 계시는 스타트업의 대표님들께 큰 존경과 응원을 보내며, 몸과 마음이 건강하시기를 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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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DHP) · 대표파트너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미래에 투자합니다.


댓글 9
최윤섭 님의 글이 EO 뉴스레터에 게재됐습니다. 이번 주 뉴스레터를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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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   15일 전
이글은 정말 공감이 너무 되네요
답글   ·   18일 전
감사합니다!
답글   ·   17일 전
제가 궁금한게…전문의를 추천받을 수 있나요??
이런쪽 이력이 많음준이여!!
답글   ·   20일 전
안녕하세요? 저도 잘 몰라서 특정인을 지목해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사실 상담자-내담자 사이에서도 서로 fit이 이라는 것이 있어서.. 대부분 어느 정도의 trial and error 를 거치면서 자신에게 맞는 분을 찾으시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답글   ·   18일 전
안녕하세요, DHP와 같은 건물 7층에 입주해 있는 디스콰이엇의 팀원 박종한입니다 ㅎㅎ 지나치게 많은 압박감을 받는 리더가 많다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저희 디스콰이엇도 어떻게  하면 스타트업 대표님들께서 서로 정신적인 지지 를 주고받으실 수 있을까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답글   ·   23일 전
안녕하세요! 디스콰이엇의 활발한 활동 잘 보고 있습니다! 매쉬업과도 마루에서 오피스아워 함께 하시던데, 저희와도 재미난 일 많이 해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ㅎㅎ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답글   ·   22일 전
오!! 영광입니다. 개인적으로 이전부터 윤섭님 팬이었어요 ㅎㅎ 제작년에 학교에서 프로젝트로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만들면서 ‘디지털 헬스케어’ 책도 잘 읽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재미있는 협업 해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답글   ·   22일 전
@박종한
헉..ㅋㅋ 감사합니다! 디스콰이엇 분들하고 언제 한번 티타임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ㅎㅎ
답글   ·   2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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