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DHP) · 대표파트너
글쓰는창업가
하버드 MBA 교수가 분석한 ‘스타트업이 망하는 6가지 패턴'
실패를 피하고 싶은 스타트업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

책 <세상 모든 창업가가 묻고 싶은 질문들>에 대한 서평입니다. 이 책의 원제 <Why Startups Fail>로 알 수 있듯이, 스타트업이 왜 실패하는가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분석한 책입니다.

이 책은 하버드 경영대학원(MBA)에서 기업가정신을 강의하고 있는 토머스 아이젠만 교수가 수많은 스타트업들의 실패 사례를 분석해서, 초기부터 후기에 이르기까지 스타트업들이 각 단계에서 빠질 수 있는 여러 함정들에 대해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준 교과서와 같은 책입니다. 

 

 

저는 이 책을 필자인 제가 클럽장으로 있는 트레바리 북클럽,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경영학 읽기’에서 여러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대표님들과 함께 읽었습니다. 저는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전문 투자사,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DHP)’의 대표/창업자로서 어떻게 하면 스타트업 대표님들의 경영 역량을 높일 수 있을지를 항상 고민하고 있죠. 

스타트업의 성장은 결국 대표자의 성장에 달려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 고민 끝에 시작하게 된 것이 이 북클럽입니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대표님들로만 멤버를 구성하여 매달 스타트업 경영에 대한 책을 한 권씩 읽고 토론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이 <세상 모든 창업가가 묻고 싶은 질문들>라는 책을 골랐던 이유는 스타트업이 왜 실패하는지를 미리 알 수 있다면, 반대로 그만큼 성공에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어떤 기업이 왜 성공했는지에 대한 사례 분석은 많지만, 반대로 왜 실패했는지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은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스타트업이라고 하는 특수한 형태의 기업이 왜, 어떻게, 어떤 과정으로 실패하는지에 대해서 알기는 더욱 어렵죠. 그래서 창업자에게 이런 스타트업의 포스트모템*을 체계적으로 진행한 책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습니다.

 

트레바리 클럽 소개.

 

‘교과서와 같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설명해줍니다. 이 책의 장점은 스타트업이 성장하면서 자주 맞닥뜨리게 되는 실수, 함정, 어려움 등을 단계 별, 유형 별로 나눠서 체계적으로 분석해준다는 겁니다. 여기에 나오는 실패의 유형들이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모든’ 원인을 총망라한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중요한 실패 요인들은 대부분 분석되고 있습니다. 아주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은 유형들입니다. 

 

초기 스타트업의 실패 패턴

  1. 좋은 아이디어와 나쁜 동료 : 창업자가 좋은 아이디어를 포착하였음에도, 공동 창업자, 직원, 전략적 파트너 (대기업, 외주사 등), 투자자 등을 포함한 스타트업에 핵심 자원을 제공하는 이해관계자 때문에 실패하는 경우. 
  2. 잘못된 출발 : 시장 수요가 없는 제품을 너무 서둘러서 출시하는 것 때문에 실패하는 경우
  3. 긍정의 오류 : 초기 얼리어답터 시장의 좋은 반응을, 이후의 주력 시장에서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잘못 판단하기 때문에 실패하는 경우

 

후기 스타트업의 실패 패턴

  1. 속도의 함정 : 매력적인 시장의 기회를 찾아냈음에도, 회사가 감당할 수 있는 속도와 범위 이상으로 지나친 성장을 추구하다가 실패하는 경우
  2. 자원의 고갈 : 스타트업이 고속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자금 조달이나, 인적 자원(경영진, 중간 관리자, 스페셜리스트)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
  3. 기적의 연속 : 특히 문샷*을 노리는 도전적인 스타트업의 경우, 기적이 연속으로 일어나야만 성공할 수 있을 정도의 낮은 확률의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실패하는 경우 

 

특히 초기 스타트업들 사이에서 ‘잘못된 출발’, ‘긍정의 오류’ 등은 주변의 스타트업에서도 꽤나 자주 볼 수 있는 유형입니다. 트레바리를 함께 한 여러 대표님들께서 본인 회사가 현재 겪고 있는 상황을 심각하게 돌아보게 됐다고 하셨어요. 현재 꽤 좋은 지표를 얻고 있는 대표님들 사이에서는 특히 현재 ‘긍정의 오류'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후기 스타트업의 입장에서는 ‘속도의 함정'이 큰 고민일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국내 헬스케어 스타트업 중에서는 지나치게 빠르게 성장하다가 오히려 '속도의 함정'에 빠지는 케이스를 많이 보지는 못했습니다.) 

스타트업과 그 스타트업에 투자한 벤처캐피털(혹은 그 결과 구성된 이사회)의 이해관계가 미묘하지만 크게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거기에서 오는 문제점들도 여러 번 언급됩니다. 

벤처캐피털은 구조적으로 개별 투자건에서 모두 홈런을 노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나치게 스타트업의 성장을 압박하기도 하고, 때로 경영진이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리게끔 하기도 합니다. (이 부분은 동감되는 것도 있었고, 국내 실정과는 좀 동떨어진 것도 있었네요.)

 

 

이렇게 스타트업의 입장에서는 향후 자신들이 마주할 가능성이 높은, 혹은 이미 현재 진행형으로 저지르고 있는 실수들을 펼쳐놓고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입니다. 

이 책을 함께 읽으신 한 극초기 스타트업 대표님께서는 ‘예방주사’를 맞은 것 같다는 표현을 하시기도 했죠. 아무래도 다른 선배 창업가들의 오답노트가 있으면 같은 문제를 틀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질 테니까요. 

또 다른 (시리즈C 단계를 진행 중인) 스타트업의 대표님은 이 책을 읽으면서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걸릴 것 같다고도 말씀하셨습니다. 예전에 저질렀던 실수들이 그만큼 잘 설명돼 있었다는 의미일 겁니다.

반면, ‘교과서와 같다’는 것이 이 책의 단점이기도 합니다. 책을 읽어보면 전형적인 MBA 교수가 쓴 책이라는 인상이 짙었습니다. 6S, RAWI 와 같은 여러 프레임워크가 등장하며, 마치 컨설팅 보고서를 읽는 것처럼 구조적으로 서술돼 있습니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심도 깊은 인사이트를 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느 교과서가 그러하듯, 이 주제 전체에 대해서 넓고 얕은 배경지식을 주는 정도에 그칩니다. (그래서 그런지 책장이 그리 쉽게 넘어가는 편은 아니에요. <Good to Great>이나 <하드씽> 처럼 머릿속에 강렬하게 남는 무엇인가 많지는 않습니다.)

이 책에서 언급되는 각 부문, 예를 들어 린스타트업, 시장 조사, 지표 분석, 인사(HR), 투자 유치 등에 대해서는 별개의 책으로 다뤄야 할 만큼 큰 주제들입니다. 따라서 이 책만 읽어서 각 실패 원인에 대한 매우 구체적인 해결책이나 행동으로 옮겨야 할 사항 등을 다 알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각 사항들이 (예를 들어, LTV*/CAC* 분석이나, 코호트* 분석) 등이 어느 상황에서, 왜 중요한지, 이걸 얼마나 많은 기업이 빠뜨리고 있으며, 왜 해야 하는지, 하지 않았을 때 어떤 문제가 벌어지는지 전달하는 선에서 이 책은 제 몫을 합니다. 

특히 충분한 시장 니즈를 파악하지 않았거나('잘못된 출발'), 시장 지표를 충분히 파악하지 않는(‘긍정의 오류’) 팀들은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액션 아이템들을 이 책을 통해 얻어가셨을 것 같습니다. 북클럽 멤버들 중에서는 이 책을 읽고 LTV/CAC 분석을 처음 해보셨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 머릿속에 계속해서 떠올랐던 질문이 있었습니다.

‘이런 실패의 유형들을 모두 피해간다면 결국 스타트업이 성공하는 것일까?’ 

즉, “실패하지 않는 것 = 성공하는 것”인지 여부입니다. 여러 치명적인 실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를 엄청나게 잘 해서 성공하는 스타트업도 있고, 또 ‘운이 좋아서' 잘 되는 경우도 없지 않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실패의 유형을 미리 학습한다고 해서 ‘이런 실패를 피해갈 확률이 정말 유의미하게 높아질까?’라는 질문도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혹은 경영에서 생기는 여러 문제들을 우리가 미리 안다고 해서 항상 피해갈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럴 수만 있다면 우리 인생도, 경영도 이다지 어렵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문제가 앞으로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을지 대략적으로라도 미리 알 수 있다면 (비록 문제를 미연에 모두 방지하지는 못하더라도) 그 상황에 접어들었을 때 빠르게 문제를 진단하고, 충격과 문제의 확산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는 않을까 합니다. 예방주사를 맞았다고 병을 완전히 피해갈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심각한 상황에 이르는 가능성은 많이 줄일 수 있는 것처럼요. 

분명 이 책을 명저나 고전의 반열에 올려놓기에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만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한번쯤 읽어보면 분명히 도움이 될 책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아직 경험이 부족하거나, 지금 ‘무엇인가’ 잘못돼 가고 있다는 것은 느낌적으로 알고 있지만 정확히 무엇이 잘못돼 가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한 초기 창업가들이 ‘예방주사’를 맞듯이 읽어볼 만한 가치는 충분한 책이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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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미래에 투자합니다.

댓글 1
책 구매했고 이제 읽어보려고 합니다. 좋은 북리뷰 감사합니다!
Reply   ·   3달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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