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토스 팀이 남들보다 3만 시간 덜 일하고 더 잘 나가는 방법
토스의 일하는 방식을 만드는 '일잘러들' 디자인플랫폼팀의 강수영 리더

김지윤
· 에디터

요즘 바쁘신가요? 

토스 이야기가 궁금해서 들어왔더니 웬 뚱딴지 같은 질문? 하지만 오늘 eo가 만난 토스 디자인플랫폼팀 강수영 리더를 이해하려면 이 질문이 필요합니다. 

요즘 바쁘신가요? 
혹시 이렇게 바쁘시진 않나요?

 

“너무 바빠서 혁신할 시간이 없어요.” (출처 : twitter)

 

이 그림 유명하죠. 스타트업씬에서 소위 ‘비효율의 숙달’이라 부르는 내용입니다. 하던 대로 하는 데에 능숙해져서 계속 비효율적으로 일하는 것. 비효율적으로 일하기도 바빠서 혁신할 시간이 없다는 표현이 뼈를 때립니다. 

수영 님은 딱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합니다. 동료들이 효율적으로 일하는 시스템을 고민합니다. 그들이 핵심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아예 ‘플랫폼 디자이너’라는 이름을 만들었어요. 더하기, 곱하기가 아니라 제곱의 임팩트를 내기 위함이었죠. 

실제로 2020년부터 디자인 시스템 개편을 통해 디자인플랫폼팀은 약 3만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고 해요.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후 궁금해졌어요. 그래서 물어봤습니다. 

어째서 플랫폼 디자이너라는 직함을 만들었는지, 디자인플랫폼팀이 정확히 무엇인지, 어떻게 토스 전체의 효율을 끌어내는지, 실제로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등등. 

수영 님의 대답은 놀라웠습니다. 모든 질문이 ‘똑같은 걸 해도 토스가 하면 왜 다를까?’에 대한 답으로 이어졌거든요. 

 

(출처 : eo스튜디오)

 

플랫폼 디자이너 : 세상에 없던 직업을 만든 이유

 

Q.원래 다니셨던 직장을 그만두고 토스로 이직하신 계기가 있나요?

(토스를 다니기 전에는) 아이콘 하나 디자인하는 데에 1픽셀, 1.2픽셀, 1.4픽셀, 1.6픽셀, 이렇게 여러 개 그려놓고 테스트 할 때가 많았어요. 그 작업을 하면서 약간 현타가 온 거죠. 의문이 들었어요.

‘과연 내 작업을 사용자들에게 임팩트 있게 전달하고 있는 게 맞나?’

그러면서 더 큰 책임을 갖고 더 큰 결정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2018년도에 토스에는 디자이너 일곱 분이 계셨는데, 어떤 책임감을 갖고 의사결정을 하는지 궁금해졌죠. 이미 컸고, 더 커지고 있었거든요. 배우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이직을 결정했습니다.

 

Q.토스에서 플랫폼 디자이너라는 직군이 있는 게 흥미로웠어요. 좀 더 소개해주시겠어요?

토스의 디자인플랫폼팀은 디자이너, 개발자들의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한 작업을 합니다. TDS(Toss Design System)라는 토스 디자인 시스템을 만들고 관리하거나 내부에서 쓰이는 툴을 기획하고 디자인합니다. 급진적인 프로토타입을 만들어서 팀원들을 놀래키는, 그런 상상력을 더하는 작업도 하고요.

 

Q.이 직함을 새로 만드셨다고 들었어요. 왜 이 이름을 만드셨나요?

그때 (토스 내부에서) 파란색도 7가지, 버튼 스타일도 7개, 텍스트 스타일도 7개, 이런 식으로 다 달랐어요. 디자인 통일성이 필요했어요. 

매번 일관성을 위해 합을 맞추는 비용이 더 들고 있었고요. 부채가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이었다고 볼 수 있어요. 제품은 커지고 사람은 늘고 있엇으니까요. 

디자인 통일성이라는 약속을 지금이라도 맞추는 게 미래에 가장 효율적일 것이라는, 회사 전체의 공감대가 있어서 (디자인플랫폼팀 작업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디자인 통일성이 필요했던 토스 초기 서비스 화면 모습. (제공 : 토스)

 

Q.따로 내부에 팀을 둘 정도로 필요했던 건가요?

일단 토스가 일하는 구조를 좀 더 설명을 드리고 싶은데요. 토스는 애자일 조직 구조로 일하고 있어요. 송금, 대출, 혜택 기능 등에 대한 결정 권한을 가진 각 팀이 쪼개져 있습니다. 이 팀을 사일로라고 불러요. 

(디자인플랫폼팀은) 각 사일로에 계신 디자이너나 개발자, PO분들이 빠른 속도로 제품을 개발하고 만들 수 있게끔 돕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사일로에서 만드는 제품을 음식에 비유하자면 TDS는 그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를 알맞은 크기로 다 썰어놓고, 세상에서 제일 잘 썰리는 칼을 만들어보기도 하고, 그 다음에 레시피를 정량화하기도 하는, 그런 역할을 하는 거죠. 

 

Q.토스 각 사일로가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 디자인플랫폼팀이 필요한 셈이네요.

(각 사일로가) 달걀을 1분을 삶아야 되는지, 10분을 삶아야 되는지 테스트를 하지 않고 디자인플랫폼팀에서 ‘그냥 3분 삶으면 이게 짱입니다!’라고 공유하는 것과 같아요. 

📢그거 그냥 가져다가 쓰시면 됩니다!📢 이런 식으로 굉장히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끔 도와요. 그 과정에서 다른 팀원들에게 이런 말을 들었던 게 기억에 남아요. 사일로의 속도를 체감할 수 있었어요.  

‘폰트가 18인지 19인지 20인지 상관없다.’ 
‘고민하는 시간도 줄여서 제품 설계를 하고 싶다.’ 
‘(관련해서) 디자인플랫폼팀 결정을 다 따르겠다.’ 

아무래도 조직 전체에서 속도가 제품 성공에 굉장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애자일 조직 구조로 일하다 보니까 굉장히 극단적으로 빠르게 제품을 출시하는 것, 그리고 빠르게 실패하는 것에 재능이 있는 조직이라고 생각합니다.

 

TDS에 대해 발표하는 강수영 리더의 모습. (제공 : 강수영)

 

언어결정론 : 일하는 도구를 바꾸자 토스에 생긴 변화

 

Q.토스가 전사 차원에서 TDS를 도입하셨던 과정도 궁금합니다.

원래 토스 팀도 (여느 스타트업처럼) 스케치, 피그마, 제플린 같은 앱을 썼어요.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하면 개발자가 실제로 디자인에 맞게 프로덕트가 동작하게끔 구현하는 식이었죠. 

(그러다 보니) 디자이너가 상상하는 디자인을 개발자에게 설명하기 위해 이런저런 부가작업을 해야 했어요. 같은 화면을 수십 개 그리기도 했죠. (디자인이나 플로우 설계보다 이런 비효율을 개선하는 데) 시간을 많이 쓰게 됐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0년 9월부터 프레이머로 이사를 가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기존에 쓰던 툴과 달리) 프레이머는 코드 기반의 디자인 환경이기 때문이었어요. 

디자이너가 직접 코딩을 해야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디자이너가 사용하는 디자인 컴포넌트(요소)가 코드로 이뤄져 있다는 게 차별점이에요. 예전에는 각 사일로 개발자분들이 (디자이너가 작업한) 버튼 요소를 보고 따로 코딩을 하셨다면, (새로 옮겨가는) 툴에서는 그 요소의 코드가 바로 복붙해서 쓸 수 있도록 제공됐어요.

또한 이 컴포넌트가 코드로 돼있기 때문에 (디자이너가) 이걸 뜯어서 일일이 수정한다거나 변경하는 게 어려워요. 그러면 소소하게 1픽셀, 2픽셀 튜닝하는 시간을 없어져요. 제품의 최소 단위를 만드는 데 고민하는 시간을 굉장히 줄여준 겁니다. 

 

Q.이렇게 바꾸면서 가장 크게 변화한 부분이 무엇인가요?  

‘도구가 일하는 사람의 사고를 규정하는구나’를 크게 배웠어요. 왜냐하면 스케치, 제플린 앱 쓸 때는 아무도 ‘이거 왜 코드가 출력이 안 돼요?’라는 피드백을 안 하셨거든요. 그게 가능할 리 없으니까 관성대로 업무를 진행했어요.

근데 프레이머를 통해 일하니까 코드가 안 나오는 게 이상한 상황이 된 거예요. (디자인 요소에 코드가 구성돼 있으니) 기계가 코드를 안 짜주는 게 이상한 상황이 돼버렸어요. 저는 이걸 ‘언어결정론’이라고 봐요. 

 

프레이머에서 디자인 요소를 곧바로 코드로 가져올 수 있다. (출처 : 프레이머)

 

언어가 인간의 사고를 규정한다는 게 언어결정론이잖아요. 썸이라는 말이 없었을 때는 썸 타는 것 자체가 없던 것처럼요. 이런 식으로 언어가 인간의 사고를 규정하는 부분이 (디자인에도) 있다고 느꼈어요. 

기존에는 비효율이 아닌 줄 알았던 것이 툴을 바꿈으로써 너무 고통스러운 비효율로 느껴지는, 정말 값진 경험이었어요. 지금 팀원들이 겪고 계시는 비효율을 더 급진적으로, 더 포악하게 자동화할 수 있는 방향을 계속 찾고 있습니다💪

 

Q.원래 일하던 도구를 바꾸면서까지 효율화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토스의 디자인 시스템이 토스 디자이너 분들의 창의성을 위해서 존재한다고 봐요. 나의 창의성이 가장 빛날 수 있는 부분, 그 외의 것은 최대한 효율적으로 자동화하는 것이죠. 그래서 TDS가 창의성을 해친다면 디자인 시스템이 없어져야 된다고도 생각해요. 

이때 나 혹은 내가 소속한 팀에서 어떤 단계부터 효율화할지 정확하게 판단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예를 들어 김치찌개를 만들어야 하는 디자이너라면 여러 가지를 고려하겠죠. 김치도 들어가고, 돼지고기도 들어가고. 그런데 김치찌개는 농사를 짓는 것부터 고려해야 할 수도 있잖아요. 

나는 품종개량부터 김치찌개의 혁신으로 만들 수 있을지, 아니면 다 필요 없고 밀키트만 있어도 되는지. 이 기준을 분명하게 정한 다음에 나머지 과정을 전부 시스템에 맡겨버리는 태도가 중요한 것 같아요. (효율화를 시스템에 과감하게 맡기고) 내 창의성을 문제 해결에 전부 투자하는 게 훨씬 전략적인 사고방식이죠.

 

Q.그 시스템을 만드시기까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디자인 시스템을 쫙 다 만들면 그걸 디자이너분들이 잘 활용해서 제품 통일성이 한 번에 맞춰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똑같은 레고 블록을 드렸으니까요. 근데 그 레고를 사용해서 누군가는 궁전을 만들고, 누군가는 해적선을 만들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더 높은 레벨의 통일성을 맞추기 위해서 노력해야 되는구나 깨닫고 다양한 작업을 더했어요. 조금 더 큰 단위의 블록들을 만든다든지, 아니면 디자이너의 툴 자체에 개입해서 ‘얘는 어떨 때 사용하세요’라고 분명한 가이드를 준다든지, 아예 사내 캠페인을 많이 진행한다든지. 

 

(출처 : eo스튜디오)

 

Q.사내 캠페인은 어떤 식이었나요?

굉장히 캐주얼한 캠페인이나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했어요. 슬랙 이모지를 만들어서 TDS가 잘 지켜진 화면에 (이모지를) 다 찍고 다닌다거나, 세션을 만들어서 디자이너분들께 TDS 테스트 결과를 안내해드리거나 툴을 더 잘 사용하는 방법을 안내해 드렸답니다.

 

Q.토스 맞춤으로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엄청 신경쓰셨다고요.

디자이너 분들은 어느 정도 프레이머 디자인을 할 수 있었지만, 초반에 이 툴이 제플린 만큼 개발자분들이 쓰시기 편한 툴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그걸 극복하기 위해서 프레이머 팀, 대표님과 직접 화상미팅을 해서 빨리 제품 개선을 하려고 노력했어요. 

그 과정에서 하루 만에 솔루션이 나와서 디자인플랫폼팀 개발자분들이 일주일 만에 제플린 같은 기능을 개발해주셨던 때도 있었어요.

아예 적극적으로 소통하려고 프레이머와의 슬랙 채널이 따로 있어요. 실시간으로 오류 났어, 버그 같아요, 이렇게 피드백을 드리면 바로바로 대응을 해주세요. 이제는 지구 반대편 네덜란드에 있는데도 바로 옆에서 협업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정해진 판에서 최선을 다 하는 게 아니라 판을 새로 짜는 능력. 눈에 띄는 스타트업의 특징 같습니다. 토스 디자인플랫폼팀도 비슷한 길을 걸었는데요. 시스템을 통째로 바꾸는 결정이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조직을 움직이는 결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은데…

 

신뢰자산 : 판을 바꾸기 위해 관계를 적립합니다.

 

Q.프레이머로의 이사를 준비하셨을 때 반대하는 분은 없었나요?

툴을 바꾼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잖아요. 디자이너 분들은 하루에 한 80%의 시간을 스케치 앱에서 보내셨는데, 갑자기 이걸 바꾼다고 하면 어색할 테니까고요. 거의 4~5년간의 데이터베이스가 스케치랑 제플린 플랫폼에 다 쌓여 있기도 했어요. 

그래서 토스팀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는데, 플랫폼 이동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딱 한 가지의 이유를 꼽자면 토스 팀원분들의 마인드셋이라고 봐요. 

토스 팀원분들 머리 속에 ‘그냥 하던 대로 하자’는 문장 자체가 들어있지 않거든요. 그래서 어떤 팀이든 10배 좋은 거 만들길 바라지 않고 100배 좋은 걸 만들기 위해서 빨리 시도하고 빨리 실패하는 걸 응원해요. 실패해도 축하하는 문화랄까요.

 

Q.그럼에도 내부 설득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는 예감은 들어요. 

그쵸. 싫어하는 사람이 없는 솔루션은 진짜 솔루션이 아닐 확률이 높아요. 갈등 없이 조율했다면 저는 실패한 디자인 시스템을 만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반대 의견이 많을 만한 결정이 하고 싶다면 평소에 굉장히 작은 것들에서라도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팀원들에게 도움이 되는 작업이나 조언, 협업을 최대한 많이 해놓고 나중에 제가 정말 도전적인,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 그 ‘신뢰자산’을 써서 실행을 이끌어내는 거죠.

만약에 그게 성공한다면 더 큰 신뢰 자산을 얻을 수 있겠죠. 그렇게 만든 신뢰 자산으로 더 큰 결정을 해나갈 수 있어요. 실패해도 회복탄력성을 발휘해서 다시 (신뢰 자산을) 쌓고요. 마치 베팅을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Q.신뢰자산의 중요성을 실감하셨던 계기가 있나요?

제가 토스에 입사하고 한 3~4개월 동안은 다른 디자이너분들 혹은 개발자분들이 요청하시는 걸 무조건 하루 안에 끝내자는 개인적인 목표를 세웠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든, 오래 걸리는 것이든, 처음 해보는 것이든 상관없이 하루 안에 끝내는 방향으로 다 일을 쳐내는 시간이었어요. 

(이렇게 협업을 해두니) 제가 뭘 잘하고 못하는지 팀에 많이 알려져 있더라고요. 그래서 오히려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됐어요. (이사 프로젝트를 실행할 때도) 그때까지 제가 모은 신뢰자산을 써가면서 팀원분들을 설득할 수 있었죠. 

프레이머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열심히 공수표를 날렸지만😂 (시스템을 바꾸던) 당시로서는 사실 얻는 것만큼 잃는 것도 많아 보이는 상황이었거든요. (신뢰자산 덕분에) 제가 테스트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할 수 있게 됐던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출처 : eo스튜디오)

 

Q.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 ‘관계가 쌓여야 한다’는 말처럼 들리네요.

제가 토스팀에 와서 많이 달라진 점 중에 하나는, 유저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솔루션을 내려고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동료들한테도 그런 에너지가 가게 된 것이에요. 동료의 입장에서 내가 이 사람을 어떻게 설득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될까 많이 고민하게 됐어요.

이전까지 저는 저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고 봐요. 남이 어떻게 느낄지 깊게 생각해보지 않고 추측만 했던 것 같아요. 이게 일하는 방식에도 그대로 적용돼서, 내가 아는 걸 남들이 다 알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내 의견만 전달할 때가 많았어요. 

근데 (토스에서 일하면서)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거죠. 미친 듯이 일만 하거나 문제 해결에 너무 100% 시간을 쏟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나오는 아이디어들을 실제로 실험해보는 식으로 움직이게 됐어요. 

 

Q.예를 들자면…?

디자인플랫폼팀에 개발자, 인터랙션 디자이너 등등 다양한 직군이 모여있다 보니 상상하는 건 뭐든 만들 수 있어요. 커피를 마시거나 밥 먹으면서 나온 아이디어들을 생각해놨다가 바로 구현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캐주얼한 시간을 일부러 많이 가지려고 노력해요. 

예컨대 매일 아침 슬랙에 ‘나의 점수’를 한 줄씩 남기는 데일리 체크인을 해요. 디폴트가 10점인데 왜 9점인지, 왜 8점인지, 나의 상태를 공유를 하는 시간이에요. 동료들의 어떤 상태나 기분이 될 수도 있고, 경사를 알게 되면서 (관계가 쌓일 수 있죠).

 

Q.효율화 측면에서 신뢰나 관계, 타인을 생각한다는 게 인상 깊네요.

동료들의 입장을 고려하는 설득의 첫 번째가 공감이에요. 설령 공감이 안 되더라도 공감을 하고 나서 제 의견을 논리적으로 얘기하고, 마지막에 다시 공감으로 끝내는 커뮤니케이션을 한는 것이죠.

의견이 대립될 때 시각적인 자료를 두고 얘기하는 것도 좋아요. 디자인 얘기를 할 때는 무조건 시각 자료를 첨부하거나 다른 제품의 예시를 들거나 토스 제품 내의 다른 예시를 드는 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려 해요. 

역설적으로 제 작업이나 생각을 평소에 자주 공유하려고도 했어요요.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찾아가야 할 사람이 바로 떠오르지 않는 게 너무 비효율이라고 생각해서요. 남들이 궁금해 하지 않아도 그냥 ‘나는 이런 걸 하는 사람이다!’라고 구성원들에게 전달해요.

 

 

진짜 임팩트 : 일하면서 수단과 목적을 헷갈리지 말 것

 

Q.TDS 도입이 현재진행형이라고 들었어요. 요즘 가장 신경 쓰시는 부분이 무엇인가요?

요즘 그런 생각을 해요. ‘목적과 수단을 헷갈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 제 지난날의 실수는 저 자신을 디자인 시스템 만드는 사람, 디자인 시스템을 잘 관리하고 퍼뜨리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던 게 아닌가 해서요. 

사실 디자인 시스템은 수단이잖아요. 유저에게 동일한 경험을 빠르게 제공하는 것, 토스 구성원들이 효율적으로 제품을 만들 수 있게 하는 도구일 뿐이거든요. 근데 디자인 시스템에 갇혀서 생각하면 이 이상의 무언가를 하기가 힘들어지더라고요. 

스스로 토스 구성원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워크플로우’를 설계하는 사람이라고 규정한다면 디자인 시스템을 벗어나서 새로운 툴을 만들 수도 있겠죠. 캠페인을 할 수도 있을 테고. 제품에 대한 챌린지를 적극적으로 할 수도 있어요. 심지어 디자인 시스템이 팀에 비효율적이라면 얘를 과감하게 안 하는 선택을 하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생각해요. 

목적과 수단을 철저하게 분리해서 변하지 않는 목적을 설정하고 수단은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마인드가 생겼습니다.

 

(출처 : eo스튜디오)

 

Q.갇힌 생각을 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제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저는 관성을 벗어나려고 엄청나게 많이 노력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가정법을 굉장히 많이 써요.

토스 제품 디자인이 OS 구조랑 비슷하다면?
은행 창고 같은 경험을 드린다면 어떻게 돼야 할까?  
토스에 만보기가 있다면? 그 걸음수가 화폐라면? 

이런 식으로 ‘하던 대로’를 벗어난 생각을 많이 하고, 실제로 디자인으로 옮기기도 합니다. 물론 이렇게 말씀드리면 ‘수영 님은 되게 상상력이 좋은 분이구나’라고 보실 수도 있지만, 다 학습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봐요🤓

 

Q.학습이라는 게 정확히 어떤 의미일까요?

예를 들어 저는 엑셀에다가 토스 제품들을 쫙 쓰고, 그 다음에 제가 개인적으로 쓰는 음악 앱이나 기록 앱, 운동 앱 같은 제품을 쫙 써요. 그러고서 함수를 넣어서 랜덤으로 뽑아요. 거기에서 나온 단어의 조합으로 아이디어를 만들어보기도 해요. 굉장히 기계적으로 하는 편입니다.

 

Q.토스로 이직하셨던 이유도 ‘하던 대로 하지 않기 위함’이었죠. 중요한 화두 같아요.

저는 임팩트가 굉장히 중요한 사람이라서 더하기 혹은 곱하기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어요. 하나의 인간으로 태어나서 어디까지 임팩트를 미칠 수 있는지 실험해보고 싶거든요. 그렇다면 어떤 방법을 통해서든 제곱으로 가는 임팩트를 내려면 나를 갈아서 할 게 아니라 시스템을 만들어서 그걸 통해 내 꿈을 이뤄야겠다는 생각이에요. 

(토스에서 일하면서) 그 끝까지 저 혼자서는 절대 갈 수 없다는 결론을 얻었어요. 그래서 이 꿈을 함께 이룰 동료들, 리더들와 무조건 같이 가야 된다는 결론이에요. 업이나 팀, 회사가 제가 이루고 싶은 목적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이 되는 거죠. 개인적인 동기부여나 꿈을 이루기 위해서 회사에서 최대한 많은 임팩트를 끼쳐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동료들이 창의성을 발휘하도록 효율적인 ‘기계’를 만드는 것. 수영 님은 어째서 창의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고민하는 디자이너가 됐을까요? 그 답변은 뜻밖이었어요. 새로운 직업을 만들면서까지 여기에 몰입하는 이유, 바로 ‘소멸’을 위함이었습니다.

 

크리에이티브 : 인간 디자이너가 남기는 최후의 임팩트

 

Q.어째서 수영 님은 효율을 중시하는 디자이너가 됐을까요?

제가 효율적인 사고방식을 갖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지금은 코딩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지는 않지만) 조금이라도 프로그래밍의 구조에 대해서 배웠던 경험인 것 같아요. 

프로그래밍 자체에 무한 효율화, 무한 추상화 같은 개념들이 있어요. 사실 디자이너로서 이런 개념에 접근할 기회는 많지 않잖아요. 근데 코드와 프로그램에 대한 개념을 아주 겉핥기라도 배운 게 디자이너로서 유익한 경험이었어요.

평소에 엄청 게으른 덕분(?)도 있고요. 너무 게을러서 똑같은 걸 다시 하고 싶지 않거나 시간 낭비를 조금이라도 안 하고 싶으면 자동으로 ‘어떻게 효율화 할지’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든요.

예를 들어 고등학교 3학년 때, 내 하루는 24시간으로 정해져 있는데 내가 공부도 하면서 하고 싶은 걸 하는 시간을 늘리려면 무엇을 줄일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친구들과의 시간, 잠, 밥 먹는 시간까지 검토해봤을 때 밥 먹는 시간을 제일 빨리 줄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막 시간 재면서 밥 먹고. 좀 웃길 수 있지만 그렇게 게으르게 효율화하려 했던 것 같아요. 

 

Q.흥미롭네요😀 앞으로 TDS를 어떻게 만들어가실 예정인가요?

그동안은 이미 존재해 왔던 것들의 패턴을 발견해서 효율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면 앞으로는 창의성(크리에이티브)을 핵심으로 봐야 할 것 같아요. 

이미 토스 팀에서는 충분히 편하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이전에는 비효율의 문제가 너무 뚜렷해서 그걸 해결하는 단계였다면 지금은 추상적인 문제들을 디자인플랫폼팀이 가설로 짚어서 그걸 해결하는, 굉장히 다양한 창의적인 방법을 시도해봐야 할 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Q.그렇게 느끼신 이유가 혹시 있으실까요?

디자이너의 존엄성(Dignity)에 대해서 조금 더 많은 논의가 이뤄졌으면 좋겠더라고요. 디자이너의 직업 중에 자동화, 기계화가 될 부분이 있을 텐데, 그 날이 오면 디자이너는 과연 무엇을 해야 될까? 인간을 위해서 어떤 꿈을 꿔야 될까? 여기에 대한 많은 시도들, 논의들이 있다면 좋겠습니다.

 

(출처 : eo스튜디오)

 

Q.미래에는 디자이너라는 직업도 기계가 넘볼 수 있는 걸까요?

컴퓨터라는 말이 옛날에는 수학 계산을 하는 직업의 이름이었다고 해요. 저는 디자이너도 미래에는 비슷하게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부터라도 디자이너가 자동화, 기계화에 대비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이런 논의가) 좀 이를 수도 있지만, 기계 말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인간 디자이너만이 할 수 있는 문제 해결은 뭘까 궁금해요. 기계랑 협업하는 디자이너는 어떤 모습이어야 될까? 아니면 자동화를 위한 기계를 만드는 디자이너가 있다면 어떤 태도를 가져야 될까? 이런 질문을 많이 해나가야 될 듯해요. 질문에 답변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유효한 시도들이 나오지 않을까 해요.

 

Q.앞으로 디자이너로 수영 님의 미래가 궁금해지는 지점이네요.

만약 (기계를 만드는 디자이너로서 하는 유효한 시도들이) 성공한다면 저희 팀뿐만 아니라 다른 팀, 다른 회사에도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그런 임팩트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계에게 유효한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인간 디자이너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존엄성을 떠올려요. 마지막까지 남아서 (그런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인간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결국 기계가 제 역할까지 대체하는 날이 오면 그때 영광스럽게 은퇴하고 싶습니다.

지금 (그런 미래를) 상상하고 설계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 다음에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저까지 대체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드는 것, 그리고 장렬하게 사라지는 것이 앞으로의 커리어 패스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본 아티클은 2022년 2월 공개된 <효율적으로 일하고 싶다면 이 영상을 보세요>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토스 디자인플랫폼팀을 이끄는 강수영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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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Contributor
김지윤

콘텐츠, 소셜미디어, 커뮤니티, 버츄얼, 뉴즈 공동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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