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열세 명짜리 개발 회사를 운영합니다. 작년에 우리가 쓸 그룹웨어를 직접 만들기로 하고, 기능 목록부터 적었습니다. 메신저, 결재, 일정, 공수 기록, 대시보드… 금방 서른 개가 넘었습니다.
그런데 하나씩 만들기 전에 궁금한 게 생겼습니다. "우리 직원들은 실제로 하루를 어떻게 보내지?" 마침 1년 넘게 쌓인 업무 기록이 있었습니다. 누가 어느 프로젝트 방에서 무슨 얘기를 했고, 보고는 몇 건을 썼고, 차는 언제 탔는지. 그걸 세어 봤습니다. 그리고 목록의 절반을 지웠습니다. 왜 지웠는지, 숫자 몇 개로 말씀드리겠습니다.
■ "한 사람이 하루에 프로젝트 하나"는 제 착각이었습니다
처음엔 공수 기록을 "하루에 한 줄"로 만들려고 했습니다. 오늘 어느 프로젝트에 몇 시간, 끝. 단순하고 예쁘죠. 그런데 기록을 세어 보니 하루에 두 개 이상 프로젝트를 오간 날이 49%였습니다. 절반입니다. 오전엔 A 발주처 회의, 오후엔 B 프로젝트 버그, 저녁엔 C 제안서. 그게 우리 회사의 보통 하루였습니다.
"하루 한 줄"로 만들었으면 직원들은 매일 거짓말을 했거나, 아예 안 썼을 겁니다. 그래서 그 기능은 만들기 전에 버리고, 그날 실제로 만진 프로젝트만 줄로 쌓이게 바꿨습니다.
■ 예쁜 화면이 꼭 쓰이는 화면은 아니었습니다
한 사람이 들어가 있는 프로젝트 방이 많게는 32개였습니다. 그래서 "요일 × 프로젝트" 격자, 그러니까 엑셀처럼 한눈에 보이는 화면을 그렸습니다. 모니터에서는 멋졌습니다.
그런데 하루에 실제로 들어가는 방은 88%가 3개 이하였습니다. 32칸 중 29칸은 늘 비어 있는 화면을, 그것도 폰으로 보게 되는 겁니다. 그 화면도 버렸습니다. 지금은 오늘 쓴 방만 보입니다. 만드는 사람 눈에 편한 것과 쓰는 사람에게 편한 것은 다르다는 걸 숫자가 알려 줬습니다.
■ AI 가 틀린 게 아니라 제가 틀렸습니다
업무보고를 읽고 답해 주는 AI 를 붙였는데, 어느 날 두 프로젝트 내용을 섞어서 답했습니다. "AI 가 원래 좀 그렇지" 하고 넘어갈 뻔했습니다. 세어 보니 보고 한 건에 프로젝트가 여러 개 들어 있는 비율이 40%였습니다. 사람은 줄을 바꿔서 프로젝트를 구분하고 있었는데, 제 코드가 그 줄바꿈을 지우고 한 줄로 눌러서 AI 에 보내고 있었습니다. 모델 탓이 아니라 제 탓이었습니다.
■ 운행기록부는 12월에 열두 달 치를 썼습니다
이건 통계가 아니라 고백입니다. 저희도 그랬습니다. 그래서 차를 타면서 계기판 숫자를 적고, 내리면서 적고, 달이 끝나면 잠기게 만들었습니다. 위치 추적은 일부러 안 넣었습니다. 세금 때문에 쓰는 기록이지, 직원이 주말에 어디 갔는지 보려는 기록이 아니니까요.
■ 가격도 숫자부터 적었습니다
서버비는 한 달에 50~85만 원. 유료 사용자 160~170명이면 서버비와 결제 수수료를 넘깁니다. 열댓 명 회사 열 곳 남짓이면 되는 숫자였습니다. 그래서 5명까지는 기간 제한 없이 무료로 두고, 유료는 등급 하나에 1인 월 4,700원으로 정할 수 있었습니다. 계산이 틀리면 먼저 공지하겠다고 블로그에 적어 뒀습니다.
■ 그래서 지금은
"이 기능 넣을까?"를 회의에서 정하지 않습니다. 기록을 세어 보고, 직원 절반 넘게 부딪히는 일이면 넣고 아니면 안 넣습니다. 작은 회사라서 가능한 방식이고, 데이터가 우리 회사 하나뿐이라는 한계도 압니다. 다른 팀의 하루는 다를 겁니다. 써 보시고 "우리는 다른데요" 하시면, 그 숫자가 다음 결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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