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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엔젤투자 연구는 어디쯤 와 있을까?

[논문으로 읽는 창업 | 엔젤투자편 ③] 


창업에 관한 논문을 읽다 보면, 이렇게 재밌는 이야기가 왜 논문 속에만 있을까 싶을 때가 많습니다.
창업에 관한 여러 연구와 생각들을 개인의 관점에서 쉽게 풀어봅니다.

 

지난 글에서는 Tenca, Croce, Ughetto(2018)가 정리한 엔젤투자 연구의 흐름을 살펴보았다. 연구자들은 1981년부터 2015년까지 발표된 논문 148편을 분석해, 지난 35년 동안 학자들이 엔젤투자자에게 어떤 질문을 던져왔는지 정리했다.
 

엔젤투자 연구는 어떻게 발전되어 왔을까?
[논문으로 읽는 창업 | 엔젤투자편 ②] 

그 결과 연구의 관심은 엔젤투자자의 연령과 직업, 자산, 창업 경험 등 기초적인 특성을 파악하는 데서 출발해, 엔젤자본의 수요와 공급, 투자기업의 탐색과 평가, 투자 이후의 관여와 기업 성과로 확장되어 왔다. 엔젤이 ‘누구인지’를 밝히는 단계에서 출발해, 그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는지’를 설명하는 방향으로 연구가 발전해 온 것이다.

또한 이들은 엔젤투자가 각 국가의 역사와 문화, 경제 상황, 법·제도, 금융시장 구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같은 공동투자라도 어떤 국가에서는 재무적 위험을 분산하기 위한 수단이 되고, 다른 국가에서는 법률·환율·정치·시장 불확실성을 관리하기 위한 장치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기존 연구의 상당수는 미국과 유럽 사례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한국의 제도와 시장 환경 안에서 활동하는 엔젤은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을까. 
국내 연구는 한국의 엔젤투자에 대해 어디까지 밝혀냈을까.

 

국내 엔젤투자 연구 25년을 살펴보다

김민·최병철·이우진(2023)은 1997년부터 2022년 3월까지 발표된 국내 엔젤투자 연구를 체계적으로 검토했다. 연구진은 KCI, DBpia, KISS, 스콜라, RISS 등 국내 5개 학술 데이터베이스에서 ‘엔젤투자’, ‘엔젤투자자’, ‘엔젤투자유치’를 검색했다. 최초 검색된 457편의 자료들 중에서 중복되거나 엔젤투자를 일부 언급한 문헌을 제외하자, 엔젤투자를 핵심 주제로 다룬 자료들은 총 32편(학술논문 16편, 학위논문 15편, 연구보고서 1편)으로 줄었다.

즉, 최초 검색된 457편 가운데 약 7%만이 최종 분석에 포함된 셈이다. 분석 대상 기간이 약 25년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에서 엔젤투자를 독립적인 연구 주제로 다룬 문헌은 많지 않았다. 엔젤투자가 초기기업의 중요한 자금 공급자로 반복해서 강조돼 온 것과 비교하면, 학문적 지식의 축적은 여전히 제한적이었다.

 

국내 엔젤투자 연구의 특징​

국내 엔젤투자 연구는 무엇을 살펴봤을까

국내 연구가 가장 많이 다룬 주제는 엔젤투자자의 특성과 투자대상 벤처기업의 특성이었다. 그다음으로 엔젤투자 의향, 투자 유형, 창업 및 엔젤투자 일반에 관한 연구가 이어졌다. 특히 “엔젤은 무엇을 보고 투자하는가”라는 질문이 반복해서 등장했다. 선행연구에서 제시된 주요 판단요인은 창업가의 열정과 진실성, 전문성과 경력, 투자자가 느끼는 호감도, 시장의 성장 가능성, 매출 창출 가능성,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 등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엔젤투자가 재무적 수치만으로 결정되는 거래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초기기업은 매출과 과거 실적, 담보와 객관적인 성과자료가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투자자는 시장 규모와 제품 경쟁력뿐 아니라 창업가가 사업에 얼마나 몰입하고 있는지, 실제로 계획을 실행할 능력이 있는지, 약속을 신뢰할 수 있는지를 함께 판단한다. 사업의 가치와 사람의 가능성을 분리해서 보기 어려운 것이 초기투자의 특징이다.

투자 주체에 따른 차이도 확인됐다. 개인 엔젤투자자는 창업가의 특성을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평가한 반면, 개인투자조합의 출자자는 재무적 특성과 제품·서비스의 특성을 우선해서 보는 경향이 있었다. 이는 같은 초기투자 범주에 속하더라도 투자자의 지위와 투자 구조에 따라 판단 기준이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자기 자금을 직접 투자하고 창업가와 관계를 맺는 개인 엔젤과, 조합을 통해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출자자가 동일한 방식으로 기업을 평가한다고 가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내 연구에서 가장 부족했던 주제는 엔젤투자의 성과였다. 엔젤이 어떤 요인을 중요하게 평가하는지에 관한 연구는 있었지만, 실제 투자가 기업의 생존과 고용, 매출, 혁신, 특허, 후속투자와 투자수익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한 연구는 매우 적었다. 투자자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응답했는지와, 그 기준에 따라 실제로 어떤 기업에 투자했는지는 다른 문제다. 투자 이후 기업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연구 방법에서도 이러한 한계가 드러났다. 최종 선정된 32편 가운데 질적연구는 18편으로 56.3%, 양적연구는 12편으로 37.5%, 혼합연구는 2편으로 6.3%였다. 세부 분석 방식으로는 선행연구 분석과 설문조사가 각각 11편으로 가장 많았고, 사례연구가 6편, 인터뷰와 통계조사가 각각 2편이었다. 전체 32편 가운데 선행연구 분석과 설문조사가 22편으로 약 68.8%를 차지한 것이다. 실제 투자계약과 투자 이후의 변화를 장기간 관찰한 연구보다는 문헌과 투자자의 자기보고에 의존한 연구가 많았다고 볼 수 있다.

 

해외 문헌고찰과 국내 연구를 함께 놓아보면

Tenca et al.(2018)은 동료평가를 거친 영문 학술논문 148편을 분석한 반면, 김민·최병철·이우진(2023)은 국내 학술논문 16편과 학위논문 15편, 연구보고서 1편을 포함한 32편을 분석했다. 두 논문은 검색 데이터베이스와 분석 기간, 문헌 선정 기준이 다르므로 연구 편수를 일대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다만 두 연구가 확인한 주제와 질문의 흐름을 나란히 살펴보면 국내 엔젤투자 연구가 무엇을 밝혀왔고, 어떤 부분을 아직 충분히 다루지 못했는지는 확인해볼 수 있다.

 

1. 해외 연구는 투자 과정으로 확장됐고, 국내 연구는 판단요인에 집중됐다

Tenca et al.(2018)이 검토한 148편 가운데 엔젤의 특성과 유형을 다룬 연구는 37편으로 25%, 엔젤 시장의 수요·공급과 정책을 다룬 연구는 34편으로 23%, 기업 탐색과 평가, 투자 결정, 투자 이후 관여와 성과를 포괄한 투자 과정 연구는 77편으로 52%였다. 특히 후기 연구로 갈수록 관심은 “엔젤은 누구인가”에서 “엔젤은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하며 어떤 결과를 만드는가”로 이동했다.

Tenca et al.(2018)이 검토한 해외 문헌에서는 초기의 엔젤 프로파일 연구에서 투자 과정 연구로 관심이 확장됐다. 반면 국내 문헌고찰에서 확인된 연구는 엔젤투자자의 인지적·행동적 특성과 투자 판단요인에 상대적으로 집중돼 있었다. 그러나 실제 투자기업을 발견하고 평가하며, 투자 조건을 협상하고, 투자 이후 창업가와 관계를 형성하는 전 과정을 분석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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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해외 연구는 시장과 정책의 작동을, 국내 연구는 활성화 방안을 주로 물었다

Tenca et al.(2018)이 검토한 해외 연구에서는 엔젤자본의 수요와 공급, 지역별 자금 공백, 비즈니스 엔젤 네트워크, 공동투자, 세제지원과 매칭 서비스의 효과가 주요 주제로 다뤄졌다. 창업가와 투자자를 연결하는 제도가 실제 투자 증가로 이어졌는지, 정책이 신규 투자자를 유입했는지, 공동투자가 위험 분산과 기업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검증하려는 질문이 제기됐다.

국내 연구에서도 제도와 정책은 중요하게 다뤄졌지만, 엔젤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제안하는 연구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세제혜택, 전용펀드, 투자자 교육, 회수시장과 후속투자 환경의 필요성은 반복해서 제시됐지만, 정책 도입 전후의 변화나 지원 대상과 비지원 대상의 차이를 분석한 연구는 충분하지 않았다. 국내 연구에서 정책은 시장을 성장시키기 위한 처방으로 다뤄지는 경향이 강했다.

 

3. 국내 연구의 가장 큰 공백은 투자 이후와 성과였다

Tenca et al.(2018)이 검토한 연구들은 엔젤의 투자 이후 활동과 기업 성과로 질문을 확장했다. 엔젤이 제공하는 조언과 멘토링, 네트워크와 정당성이 기업의 생존, 고용, 특허, 후속투자와 투자회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연구됐다. 다만 엔젤이 기업을 성장시킨 것인지, 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잘 선택한 것인지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인과관계의 문제가 남아 있었다.

국내에서는 투자성과가 가장 부족한 연구주제로 확인됐다. 엔젤이 무엇을 중요하게 평가하는지에 관한 연구는 있었지만, 그 기준이 실제 투자로 이어졌는지, 투자 이후 어떤 지원이 제공됐는지, 그 지원이 기업의 생존과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따라서 국내 연구에는 “무엇을 중요하게 보는가”를 넘어 “실제로 어떻게 투자하는가”, “투자 이후 무엇을 하는가”, “그 행동은 어떤 성과를 만드는가”라는 질문이 남아 있다.

 

한국의 엔젤투자 연구는 어디쯤 와 있는가

국내 엔젤투자 연구가 부족한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엔젤투자가 애초에 관찰하기 어려운 활동이기 때문이다. 초기 엔젤투자 연구를 개척한 Wetzel(1983)도 공식적인 명부가 없는 투자자를 직접 찾아 나서는 과정을 ‘엔젤 사냥’에 비유했다. 엔젤은 기관에 소속되지 않은 채 자신의 자금을 비공개기업에 투자한다. 누가 엔젤인지 확인하는 것부터 어렵고, 투자금액과 지분, 계약조건, 기업 성과와 회수 결과를 장기간 추적하는 일은 더 어렵다. 이러한 특성은 해외와 국내 연구가 공통으로 직면하는 구조적 제약이다.

보이지 않는 엔젤투자자를 찾아서
[논문으로 읽는 창업 | 엔젤투자편 ①] 

여기에 한국 고유의 환경이 겹치면서 연구 축적이 더디게 진행됐다. 국내 연구는 벤처 붐 시기에 등장했다가 2003년부터 2010년까지 공백을 보였고, 2011년 이후 정부와 민간의 관심이 다시 높아지면서 집중적으로 발표됐다. 국내 엔젤투자 연구는 장기간 고르게 축적되기보다 벤처 붐과 정부·민간의 관심이 높아진 시기에 집중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연구의 불연속성은 장기 자료와 지속적인 연구 기반을 형성하는 데 불리하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엔젤투자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도 난점이다. 개인 엔젤, 전문개인투자자, 개인투자조합, 액셀러레이터와 초기 벤처캐피털은 현장에서 역할과 활동이 서로 겹칠 수 있다. 최초 검색된 457편 가운데 엔젤투자를 핵심 주제로 다룬 문헌이 43편에 그친 것도, 많은 연구가 벤처캐피털이나 액셀러레이터, 창업생태계를 다루면서 엔젤을 부분적으로만 언급했기 때문이다. 연구대상을 어디까지 엔젤로 정의하느냐에 따라 표본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또 한국에서는 엔젤투자가 자생적인 민간 시장이라기보다, 세제혜택·매칭펀드·투자자 교육 등 정책을 통해 육성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 결과 “엔젤은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묻기보다 “엔젤투자를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연구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정책의 필요성을 제안하는 지식은 쌓였지만, 정책이 실제 투자자의 행동과 기업 성과를 어떻게 바꾸는지까지 검증한 연구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마지막으로 엔젤투자의 성과를 확인하는 연구는 필연적으로 난도가 높다. 기업의 생존과 고용, 매출, 혁신, 후속투자와 투자회수는 투자 직후에 드러나는 결과가 아니다. 수년간 기업을 추적해야 하고, 엔젤투자를 받은 기업과 유사하지만 투자를 받지 않은 기업을 비교할 수 있어야 한다. 좋은 성과가 엔젤의 조언과 네트워크 때문인지, 애초에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잘 선별했기 때문인지도 구분해야 한다. 이러한 선택효과와 인과효과까지 고려해야 하니 연구 설계와 데이터 확보에 큰 노력이 필요하다.

엔젤투자 연구의 부족은 학계 내부의 문제를 넘어, 정책과 현장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친다. 투자자의 실제 행동과 성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어떤 제도가 새로운 투자자를 시장으로 끌어들이는지, 어떤 투자자가 초기기업의 성장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지, 공동투자와 투자자 교육이 어떤 효과를 내는지를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 엔젤투자 금액과 건수만 늘어난다고 해서 건강한 초기투자 생태계가 저절로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투자자의 전문성, 창업가와의 관계, 투자 이후의 지원, 후속투자와 회수까지 함께 살펴볼 때 비로소 생태계의 질을 이야기할 수 있다.

 


Reference

김민, 최병철, & 이우진. (2023). 국내 엔젤투자 연구의 특징과 향후 방향은 무엇인가?. 벤처창업연구, 18(6), 57-70.

Tenca, F., Croce, A., & Ughetto, E. (2018). Business angels research in entrepreneurial finance: A literature review and a research agenda. Journal of Economic Surveys, 32(5), 1384–1413.

Wetzel, W. E., Jr. (1983). Angels and informal risk capital. Sloan Management Review, 24(4),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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