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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젤투자 연구는 어떻게 발전되어 왔을까?

[논문으로 읽는 창업 | 엔젤투자편 ②] 


창업에 관한 논문을 읽다 보면, 이렇게 재밌는 이야기가 왜 논문 속에만 있을까 싶을 때가 많습니다. 창업에 관한 여러 연구와 생각들을 개인의 관점에서 쉽게 풀어봅니다.


아직 제품이 완성되지 않았거나 시장에서 가능성을 충분히 증명하지 못한 초기기업들은 회사를 운영할 돈을 구하기가 어렵다.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기에는 실적과 담보가 부족하고, 전문 벤처캐피털의 관심을 받기에는 투자 규모가 작거나 성장 가능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아직 불확실한 기업에 자신의 돈을 투자한다. 우리는 이들을 엔젤(angel)이라 부른다.

엔젤투자자는 일반적인 기관투자자가 관심을 갖기 훨씬 이전, 기업 생애주기의 가장 초기 단계에 투자한다. 돈만 제공하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하고, 필요한 사람을 연결하며, 때로는 후속투자 유치까지 돕는다. 이러한 이유로 엔젤의 자본은 경험과 네트워크가 함께 움직이는 '스마트 머니(smart money)'라고도 불린다. 

 

문제 제기: 연구는 쌓였는데, 무엇을 알고 있는가

엔젤의 중요성이 알려지면서 이들에 대한 연구도 쌓이기 시작했다. 어떤 연구는 엔젤투자자가 누구인지, 그들의 나이와 직업 등을 조사했다. 어떤 연구는 엔젤투자 시장의 규모를 추정했다. 또 다른 연구는 투자자가 기업을 선택하는 기준을 분석하거나 엔젤투자를 받은 기업의 성과를 살펴봤다.

연구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증가했지만, 이렇게 흩어진 연구결과를 하나의 시각에서 종합적으로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Tenca, Croce, Ughetto(2018)는 그동안 축적된 비즈니스 엔젤 연구에 보다 통합적인 시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여, 이들은 1981년부터 2015년까지 발표된 비즈니스 엔젤 연구 148편을 모아 기존 지식을 구조화하고, 엔젤 연구가 지금까지 무엇을 밝혀왔는지를 정리했다.

 

방법론: 35년의 엔젤 연구 148편을 펼쳐놓다

Tenca, Croce, Ughetto(2018)는 학술 데이터베이스인 Scopus에서 'business angel', 'angel investing', 'angel financing', 'informal risk capital', 'informal investor' 등의 검색어를 활용해 관련 논문을 찾았다. 처음 검색된 논문은 350편이 넘었다. 연구자들은 모든 초록을 직접 확인하고 비즈니스 엔젤을 명확하게 다루지 않은 연구를 제외했다. 최종적으로 남은 논문은 148편이었다.

각 논문의 저자와 발표연도, 저널, 연구대상, 국가, 연구질문, 데이터, 방법론과 주요 결과를 정리한 뒤, 이 논문들이 어떤 질문을 다루고 있는지 귀납적으로 분류하고, 저자와 저널, 인용관계까지 살펴보는 계량서지분석(bibliometric analysis)을 함께 수행했다. 그리고 기존의 엔젤 연구들을 크게 세 영역으로 정리했다.

지금부터 지난 35년 동안의 연구가 찾아낸 답을 하나씩 살펴보자.

 

첫 번째 질문: 엔젤은 대체 누구인가

초기 엔젤 연구자들이 가장 먼저 궁금해한 것은 이들의 정체였다.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엔젤투자자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투자자였다. 공식적인 투자회사에 소속된 것도 아니고, 자신의 돈을 개인적으로 투자했다. 투자자 명부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앞서 소개한 William E. Wetzel의 1983년 연구가 직접 비즈니스 엔젤을 찾아 나섰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cf. 보이지 않는 엔젤투자자를 찾아서
[논문으로 읽는 창업 | 엔젤투자편 ①] 

보이지 않는 사람을 연구하려면 우선 찾아야 했다. 연구자들은 엔젤의 나이와 성별, 자산, 학력과 창업 경험을 조사했다. 얼마나 투자하는지, 어떤 산업을 선호하는지, 투자한 기업과 얼마나 가까운 곳에 사는지도 살펴봤다. 연구가 쌓이면서 '전형적인 엔젤투자자'의 모습이 그려졌다.​

  • 중년의 고액자산가 남성
  • 상당한 창업 경험과 사업 네트워크를 보유한 사람
  • 초기단계와 첨단기술 기업을 선호하고, 자신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기업에 투자하는 사람
  • 투자금을 회수하기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릴 수 있으며, 투자한 기업의 경영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

 

Tenca와 동료들이 검토한 초기 연구에는 이러한 엔젤의 모습이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연구가 늘어날 수록 전형적인 이미지에 들어맞지 않는 엔젤도 보이기 시작했다. 소득과 교육 수준이 달랐다. 투자동기와 투자경험이 달랐다. 기업을 평가하는 역량과 방식도 달랐고, 투자 이후 기업에 관여하는 정도에도 차이가 있었다.​

학자들이 얻은 첫 번째 답은 '엔젤은 하나의 유형으로 특정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엔젤투자자 사이에는 상당한 이질성(heterogeneity)이 존재했다.

 

두 번째 질문: 엔젤투자 시장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엔젤이 누구인지 조금씩 알게 되자 연구자들은 개인에서 시장으로 시선을 넓혔다. 엔젤자본은 얼마나 존재할까. 돈이 필요한 창업자와 투자자는 어떻게 만날까. 엔젤은 초기기업의 자금 공백을 정말 메울 수 있을까. 정부가 엔젤투자를 지원하면 시장은 커질까.

처음에는 엔젤이 전문 벤처캐피털이 남긴 초기투자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연구결과는 단순하지 않았다. 스웨덴의 연구에서는 엔젤투자가 대도시와 대학 지역에 계속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났고, 스코틀랜드에서는 비즈니스 엔젤 네트워크가 존재함에도 성장·확장단계 자금의 구조적 공백이 여전하게 관찰되었다. 엔젤이 존재한다고 해서 시장의 자금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이에 연구자들은 시장의 연결 방식과 정책을 묻기 시작했다. 창업자와 엔젤을 연결하는 소개 서비스는 효과가 있을까. 금융 매칭 서비스(financial match-making services)를 만들면 투자가 늘어날까. 엔젤들의 공동투자(syndication)를 촉진해야 할까. 비즈니스 엔젤 네트워크(Business Angel Networks; BANs)를 지원해야 할까. 투자자를 교육하는 엔젤 스쿨이나 아카데미가 필요할까.

실제로 여러 정책과 제도가 연구됐다. 그러나 Tenca와 동료들은 정부의 엔젤 활성화 정책 연구가 실무적 중요성에 비해 여전히 충분히 탐구되지 않은 영역(far underexplored)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여러 정책과 제도가 도입됐지만, 어떤 정책이 실제로 효과가 있었는지에 관한 연구는 충분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엔젤투자 친화 정책인 세제혜택을 통해 투자금액이나 건수가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새로운 투자자가 시장에 들어온 것인지, 원래 투자하던 사람이 투자액을 늘린 것인지, 늘어난 자금이 성장 가능성 있는 초기기업에 흘러갔는지를 두루 살펴, 정책의 성패를 검토해야 한다. 정부가 창업자와 투자자를 연결했더라도, 그 만남이 실제 투자로 이어졌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연구자들은 엔젤투자 정책 분야가 실무적으로 중요함에도 아직 많이 연구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엔젤 시장의 존재를 확인한 뒤에는 시장을 어떻게 작동하게 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질문이 남았다.

 

세 번째 질문: 엔젤은 어떻게 투자 기업을 고르는가

연구가 쌓이면서 학자들의 관심은 점차 투자자의 판단으로 이동했다. Tenca와 그의 동료들이 검토한 연구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엔젤 투자 과정(BA investment process)에 관한 연구였다. 특히 시간이 지날 수록, 엔젤의 특성을 설명하는 연구보다 투자 과정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려는 연구가 늘었다.

엔젤은 무엇을 보고 투자하는가. 제품일까, 시장 규모일까, 사업계획서일까, 창업자의 경력일까, 혹은 창업자의 열정일까.

기존 연구들에서 가장 자주 다뤄진 투자 기준은 창업자·경영진(entrepreneur/management team)과 사업기회(business opportunity)였다. 사업계획서, 투자자와 기업의 적합성(investor fit), 창업자와 엔젤 사이의 신뢰와 공감, 외부의 딜 추천 역시 중요한 판단요인으로 연구됐다.

더 흥미로운 것은 투자 판단의 단계에 따라 중요하게 보는 것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초기 평가에서는 비교적 객관적이고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중요했다. 사업기회는 얼마나 매력적인가, 조직과 전략은 준비되어 있는가, 기술은 실제 사업화가 가능한 수준인가와 같은 질문이다. 하지만 투자 결정이 진행될수록 창업자의 몰입, 설득력과 열정 같은 주관적인 특성의 중요성이 커졌다.

처음에는 기업을 보았고, 점차 사람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연구들이 쌓이면서 투자 판단을 바라보는 방법도 점차 세분화됐다. 단순히 '어떤 기준을 중요하게 생각합니까?'라고 묻는 데서 나아가, 평가 단계에 따라 판단 기준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창업자의 열정이나 성격, 발표 능력, 투자자와 창업자 사이의 신뢰가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일부 연구는 여러 투자 조건을 조합해 투자자의 판단 기준을 분석하는 방법인 컨조인트 분석(conjoint analysis)을 활용하기도 했다. 다만 연구자들이 검토한 전체 연구를 보면, 여전히 설문과 사후 인터뷰에 의존한 연구가 많았다. 실제 투자 판단이 이루어지는 순간을 관찰하는 연구는 드물었다.

연구자들은 엔젤에게 어떻게 의사결정을 내리는지 물어왔고, 이제는 실제 판단의 순간을 포착할 필요가 있었다.

 

네 번째 질문: 엔젤은 정말 기업을 성장시키는가

엔젤 투자자들의 투자 의사결정 이후에는 엔젤들의 투자가 실제로 기업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질문이 등장했다. 엔젤들이 투자 이후에도 기업에 조언과 멘토링을 제공하거나 필요한 사람을 연결하고 일상적인 사업 운영을 돕는 역할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엔젤들은 기업의 신뢰성과 정당성(credibility and legitimacy)을 높이고, 벤처캐피털 투자를 유치하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엔젤투자를 받은 기업은 더 잘 성장할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쉬이 드러나지 않았다. 엔젤이 기업을 잘 키운 것인지(엔젤투자로 인한 인과효과, causal effect), 아니면 좋은 기업을 골라낸 것인지(선택효과, selection effect)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구마다 결과가 다르게 나타났다. 일부 연구에서는 엔젤투자를 받은 기업이 더 높은 생존율, 성공적인 투자회수, 고용 증가, 특허와 웹 트래픽 등의 긍정적인 성과를 보였다. 반면 엔젤투자를 받은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반드시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은 아니라는 연구도 있었고, 기업공개(IPO) 성과를 분석한 연구에서도 서로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연구설계 측면에서 비교집단을 어떻게 구성했는지, 성과를 생존·고용·특허·투자회수 중 무엇으로 정의했는지, 관찰 기간을 얼마나 길게 잡았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었다. 즉 '엔젤이 기업을 성장시키는가'라는 질문에는 하나의 답이 아니라, 무엇을 성장으로 볼 것인가라는 또 다른 질문이 숨어 있었던 셈이다. Tenca와 동료들은 엔젤투자와 기업 성과의 인과관계를 보다 엄밀하게 밝히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다섯 번째 질문: 어디의 엔젤인가

여러 연구들에서 국가와 지역이 달라지면 엔젤의 모습과 행동도 다르게 나타났다. 미국과 유럽의 엔젤 사이에서 투자금액과 투자기간, 위험 선호 등에 차이가 나타났다. 중국의 엔젤은 미국과 유럽의 엔젤보다 공동투자를 통해 비교적 큰 규모의 지역 투자를 하는 경향이 관찰됐고, 투자기업에 관여하는 정도 역시 달랐다. 동남아시아 신흥경제에서는 비공식 네트워크(informal networking)와 공동투자(co-investment)가 특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공동투자라는 행동도 환경에 따라 그 이유가 달랐다는 것이다. 선진국의 엔젤이 주로 재무적 위험을 줄이기 위해 공동투자한다면, 일부 신흥경제에서는 금융위험뿐 아니라 법률, 환율, 정치, 경제와 시장의 불확실성을 관리하기 위해 공동투자가 활용됐다.

Tenca, Croce, Ughetto(2018)는 서로 다른 제도적 환경이 비즈니스 엔젤을 서로 다르게 형성하는지 되묻는다. 엔젤 연구는 그동안 주로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저자들은 기존 연구가 엔젤자본의 수요와 공급을 설명하면서 역사적·문화적·경제적·사회적·제도적 요인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같은 '엔젤투자자'라는 이름을 사용한다고 해서 모두 같은 방식으로 행동한다고 볼 수 있을까. 창업생태계의 행위자는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를 둘러싼 법과 제도, 문화와 시장의 역사 안에서 행동한다. 누군가를 이해하려면 누구인가만 물어서는 부족하다. 그들이 어떤 환경에 놓여져 있는가도 함께 물어야 한다.

 

남겨진 질문들

연구자들은 엔젤이 누구인지에서 출발해 이들이 어떤 시장에서 활동하는지, 어떤 기준으로 기업을 선택하는지, 투자 이후 기업의 성장에 실제로 기여하는지를 여러 각도에서 살펴왔다. 그 과정에서 엔젤은 하나의 전형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질적인 집단이며, 초기기업의 중요한 자금 공급자이지만 그 존재만으로 자금 공백이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투자 판단에서는 사업기회와 기업의 준비도뿐 아니라 창업자의 몰입과 설득력, 열정 같은 사람의 특성도 중요하게 작용했지만, 엔젤이 기업을 성장시킨 것인지 좋은 기업을 골라낸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답이 엇갈린다. 국가와 제도적 환경에 따라 엔젤의 모습과 행동이 달라질 가능성 역시 앞으로 더 밝혀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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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논문이 보여주는 것은 완성된 답이라기보다, 엔젤이라는 창업생태계의 중요한 행위자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가 어디까지 질문해왔고 어디에서 다시 질문해야 하는가이다. 앞으로 엔젤투자자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게 될지는 아직 148편의 논문의 다음 페이지로 남아 있다.


Reference

Tenca, F., Croce, A., & Ughetto, E. (2018). Business angels research in entrepreneurial finance: A literature review and a research agenda. Journal of Economic Surveys, 32(5), 1384–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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