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먼스 마케터, 브랜드 마케터, 그로스 마케터, 콘텐츠 마케터까지. 마케터만큼 시대의 변화에 따라 역할이 세분화되고 빠르게 달라져 온 직무도 없을 텐데요.
그렇다면 AI 시대를 맞이한 지금, 마케터의 역할은 또 어떻게 바뀌고 있을까요?
이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하며 자신만의 역량을 넓혀온 분이 있습니다. 바로 커넥트AX 대표 강슬기님입니다. 슬기님은 데이터 분석 역량을 바탕으로 대행사와 매체사를 거쳐, 현재는 AX 컨설팅 관련 프로젝트까지 이어가며 마케터가 확장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오는 10월 엘리펀트팀이 기획한 2027 마케팅 세미나: AI 시대에 살아남는 브랜드 콘텐츠의 연사로 모실 수밖에 없는 적임자이기도 하죠. 마케팅 현장부터 조직의 AX 전환까지,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마케터의 직무 변화를 지켜보고 더 큰 성장을 만들어가고 있는 슬기님을 미리 만나봤습니다.

Q. 안녕하세요. 강슬기 대표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커넥트AX 강슬기 대표입니다! 마케팅 대행사에서 약 10년 간 일했고, 이후 매체사에서 데이터 분석가로 직무를 전환해 데이터 기반 마케팅을 경험했습니다.
지금은 독립적으로 AI 마케팅과 데이터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 ‘퇴근후 AI’라는 AI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현업 마케터들이 AI와 데이터를 실제 업무에 연결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AI가 실행을 돕는 시대, 마케터는 일하는 방식을 설계해야 합니다
Q. 다양한 조직에서 마케터의 직무 변화를 경험하셨는데요. AI 시대, 마케터는 어떤 역량에 더 집중해야 할까요?
“업무량이 많아서 못했다는 핑계는 더 이상 통하지 않아요. (웃음) 모든 일을 직접 해내는 능력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을 설계하는 역량이 중요해집니다.”
예전에는 마케팅 업무가 많고 바쁘다는 이유로 실행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AI가 콘텐츠 제작, 데이터 정리, 반복 업무를 상당 부분 대신해주고 있잖아요. 그래서 “바빠서 못 했다”는 말은 점점 통하지 않게 될 것 같습니다.
이제 마케터에게 필요한 건 모든 일을 직접 해내는 능력보다, 반복되는 수작업을 발견하고 자동화 가능한 업무를 설계하는 역량이 중요합니다.
자동화도 처음부터 완성된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접근보다는, 지금 하고 있는 수동 업무를 일단 자동화 루프에 넣고 팀 단위로 계속 개선하는 방식이 더 현실적입니다. 이때 중요한 출발점이 브리프예요. 무엇을 만들 것인지, 왜 만드는지, 어떤 지표를 성공으로 볼 것인지가 분명해야 AI를 활용해도 결과물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목표와 지표가 계속 바뀌면 속도는 빨라져도 방향은 오히려 흐려질 수 있습니다.

Q. 기획까지 AI에게 맡기는 경우가 있는데, 마케터가 끝까지 책임져야 할 판단은 무엇일까요?
“브랜드의 문제를 정의하고 가설을 검증하는 그 실험 자체, 실패까지 책임져야죠.”
마케팅은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도 “지금 이 브랜드의 문제는 이것일 것”이라고 가설을 세우는 일에서 시작합니다. AI가 데이터를 정리하고 여러 실행안을 제안해줄 수는 있지만, 어떤 문제를 풀 것인지는 결국 사람이 정해야 합니다. 가설이 모호하면 캠페인이 실패했을 때 무엇이 틀렸는지도 알기 어렵습니다.
AI 시대에는 대부분의 브랜드가 더 빠르게, 더 많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예전처럼 블로그 글이나 쇼츠를 많이 만드는 것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렵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문제를 얼마나 정확하게 설정했는지, 그리고 결과를 얼마나 솔직하게 해석하는지입니다. 가설이 맞았는지, 틀렸다면 어떤 전제가 잘못됐는지를 확인해야 다음 실행이 나아질 수 있습니다.
실패까지 솔직하게 회고할 때 진짜 인사이트가 남습니다
Q. AI가 실행을 돕더라도 회고는 다른 문제인 것 같아요. 경험이 적은 주니어나 판단하기 어려운 프로젝트는 어떻게 회고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시니어와 조직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는 것 같아요. 실패도 솔직하게 인정할 수 있는 문화가 있어야 진짜 인사이트가 남을 수 있어요.”
경험이 적은 주니어는 캠페인이 잘됐다는 평가를 받으면 정말 잘된 것으로 받아들이고, 실패했다는 말을 들으면 그대로 실패로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그래서 초기에는 시니어가 결과만 평가하기보다 문제를 어떻게 정의했는지, 어떤 가설을 세웠는지, 실행 과정에서 무엇을 확인했는지를 함께 봐줘야 합니다.
대행사와 브랜드 모두 조직 안에서 실패를 직접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보고할 때 “전환율이 1.3배 좋아졌다”는 결과만 강조하고, 사실은 캠페인의 근본 가설이 틀렸다는 이야기는 빠지기도 합니다. 이런 방식이 반복되면 조직 안에 인사이트가 남지 않습니다. 실행 주기가 짧아진 만큼 주간 단위로 성과를 보되, 숫자만 보고하지 말고 가설과 학습 내용을 함께 남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이제 커리어를 시작하는 마케터는 어떤 순서로 전문성을 쌓아야 할까요?
“지금은 조직 내에서 권한과 책임을 직접 가지고 문제를 해결해보는 경험이 중요합니다. 어떤 테크니컬을 배우고 익히는 것보다 주도적인 문제 해결이 가장 중요해요.”
커리어 초반에는 회사의 규모나 안정성만큼, 신입에게 실제 의사결정 권한이 주어지는지도 봐야 합니다. 첫 회사에서 반복적이고 제한된 업무만 하게 되면, 이후 빠르게 변화하는 조직으로 옮겨도 주도적으로 일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반대로 초기 2~3년 동안 문제를 정의하고, 도구를 선택하고, 결과를 평가하는 경험을 해보면 변화에 대응하는 기본기가 생깁니다.
그다음 3년에서 7년 사이에는 인지도가 있는 회사나 프로젝트에서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7년 이후에는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역할로 확장해볼 수 있습니다. 핵심은 특정 도구의 사용법을 오래 익히는 것이 아닙니다. 변화하는 환경에서 전략을 세우고, 실행하고, 회고하는 경험을 계속 쌓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조직 AX의 출발점은 기록과 문서화입니다
Q. 구성원이 AI를 통해 쌓은 노하우나 전문성이 조직에도 자산이 되려면 어떤 시스템이 필요할까요?
“조직 AX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한데요. 바로 기록과 문서화에요. 업무 전반은 물론 개인의 경험까지 단계별로 데이터화 되어야 합니다.”
AX 전환에서 가장 큰 병목은 기술보다 문서화인 경우가 많습니다. 캠페인 기획부터 종료까지 어떤 일정으로 무엇을 확인하는지, 어떤 시스템과 데이터를 활용하는지 단계별로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AI에게 자동화를 맡기기도 어렵습니다. 현업에서는 마케팅 업무 과정이 담당자의 경험 속에만 남아 있고, 문서로 정리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업무 과정이 남아 있지 않으면 온보딩도 어려워지고, 담당자가 퇴사할 때 데이터와 노하우도 함께 사라집니다. 개인이 관리하던 엑셀 파일이 유실되어 과거 성과와 아이디어를 다시 확인하지 못하는 일도 생깁니다. 그래서 업무 프로세스와 히스토리 데이터를 하나의 솔루션에 쌓고, 누구나 이전의 판단과 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이렇게 개인이 일하는 방식이 바뀐 만큼 조직도 달라져야 할 것이 많을 것 같은데요. 기업은 지금 어디에 더 투자해야 할까요?
“이제 정말 지속가능성을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단기 성과에 매몰되지 말고, 조직이 가진 데이터와 업무 맥락을 체계적으로 축적하는 데 투자해야 합니다.”
두 달 안에 매출을 만들고 세 달 안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질수록, 조직은 장기적인 기반을 마련하는 일을 뒤로 미루기 쉽습니다. 업무 체계가 문서화되지 않고 데이터가 축적되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가 큽니다.
단기 성과도 중요합니다. 다만 실행 과정이 다음 업무의 기반으로 남고 있는지도 함께 봐야 합니다. 업무를 자동화하고 성과에 더 집중하려면, 그전에 무엇을 했고 어떤 결과가 나왔으며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조직 차원에서 관리해야 합니다.
Q. AX를 잘 하고 있는 기업이나 조직은 어떤 특징이 있다고 보시나요?
“AX 전담 부서가 있는 조직들은 오히려 변화가 더뎌요. 지금 앞서가는 곳들은 구성원개개인이 업무에 바로 AI를 활용하는 환경부터 만듭니다.”
AX 전담 부서가 도구를 도입하고 구성원에게 사용을 권장하는 방식만으로는 현업의 변화가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AI를 잘 활용하는 조직은 구성원 모두가 AI 도구를 사용해 자신의 업무를 직접 개선하도록 만들고, 개발팀은 배포나 기술 조언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중요한 것은 AI 활용을 특정 부서의 프로젝트로 분리하지 않는 것입니다.
다만 개인이 만든 자동화 도구가 조직 안에서 고립되는 문제는 해결해야 합니다. 팀과 회사가 함께 사용할 도구를 관리하고, 업무 흐름과 데이터의 연결 기준을 정하는 거버넌스 역할은 필요합니다. AX는 개인의 생산성 향상에서 시작하지만, 조직의 자산으로 전환될 때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AI보다 먼저, 고객을 이해해야 합니다
Q. 반대로 AI를 도입해도 성과가 나지 않는 조직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고객의 문제와 질문을 충분히 정의하지 않은 채 양만 무한대로 늘리는 조직이겠죠.”
하나의 예로 마케팅 팀 업무 중에 반복되는 일이 콘텐츠 제작이잖아요. 단순히 AI로 블로그 글을 매일 발행하면 트래픽이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콘텐츠의 양만으로는 고객의 선택을 이끌기 어렵습니다. 중요한 것은 고객이 서비스를 고려하는 순간 어떤 질문을 던지는지, 잠재고객이 어떤 정보와 메시지에 반응하는지를 촘촘하게 파악하는 일입니다.
고객의 질문과 문제를 먼저 정리한 뒤, 그에 맞는 콘텐츠 규격과 제작 프로세스를 설계해야 자동화도 성과로 이어집니다. 고객에 대한 이해 없이 양으로만 승부하면, AI는 같은 방향의 콘텐츠를 더 빠르게 만들어낼 뿐입니다.
Q. AI는 기록과 데이터가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 마케팅 자산이 부족한 팀은 지금 당장 어떤 것부터 쌓아야 할까요?
“고객의 유입부터 구매, 재구매, 이탈까지 이어지는 기본 행동 데이터를 먼저 연결하고,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초기 조직은 GTM 이벤트 태그나 지표 측정 환경이 정리되지 않은 경우가 많고, Google Analytics나 Google Search Console 같은 기본 도구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때가 있습니다. 사업이 빠르게 성장할 때는 문제가 드러나지 않지만, 성장세가 둔화되면 무엇을 개선해야 할지 판단할 데이터가 부족해집니다.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고객이 어디에서 유입됐는지, 어떤 메시지에 반응했는지, 첫 구매 이후 어떤 경험을 했는지, 재구매와 이탈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연결해서 보는 환경입니다. 대시보드와 알림을 만들어 이상 징후를 빠르게 확인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검색과 웹사이트 방문 데이터는 이미 어느 정도 관심이 형성된 고객을 보여주기 때문에, 고객의 더 앞선 니즈를 이해하려면 설문과 외부 데이터까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Q. AI 시대에도 브랜드가 고객에게 선택 받기 위해 지켜야 할 원칙은 무엇인가요?
“AI 자동화나 기술 자체를 목표로 삼지 말고, 고객이 무엇을 생각하고 원하는지 이해하는 일을 마케팅의 중심에 두어야 합니다.”
마케팅 컨퍼런스나 세미나처럼 특정 이슈 이후 AI 자동화나 GEO를 새로운 프로젝트로 띄우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트렌드에 쫓겨 유행하는 기술 도입에 시간을 쓰다보면 정작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브랜드에 대한 인상을 만드는 시간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사실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브랜드가 어떤 AI 도구를 쓰는지는 구매에 중요한 이유는 아니 잖아요. 고객이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 어떤 메시지에 반응하는지, 우리 제품을 왜 선택해야 하는지를 이해하는 일이 먼저입니다. 기술은 이 고민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실행하도록 돕는 수단이어야 합니다.
2027년을 준비한다면, 업무 순서도부터 그려보세요
Q. 2027년 마케팅 전략을 준비하며 조직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한가지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올해 프로젝트를 역으로 살펴보고 개인, 팀, 조직의 업무 순서도를 그리는 일이요. 그리고 중복으로 하던 업무나 비어 있는 구간을 찾아 AI 시스템으로 구현해보세요.”
캠페인 런칭을 기준으로 역순으로 돌아가며 단계별 업무, 소요 기간, 사용하는 솔루션, 필요한 데이터를 정리해보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각 구성원이 자신의 업무 순서도를 작성한 뒤 팀 단위로 합치면, 같은 일을 여러 사람이 반복하고 있거나 꼭 필요한데 아무도 맡지 않은 업무가 보일 수 있습니다.
팀 단위의 업무 흐름을 다시 조직 전체의 흐름으로 확장하면 없어도 되는 업무와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업무를 함께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순서도를 단순한 문서로 끝내지 않고, 데이터와 도구가 연결된 실제 업무 시스템으로 구현하는 것. 이것이 AI 네이티브 조직으로 가는 첫 단계입니다.
강슬기 대표님의 인사이트를 더 듣고 싶다면?
강슬기 대표님과 함께하는 2027 마케팅 세미나: AI 시대에 살아남는 브랜드 콘텐츠 세미나는 GEO 성공 사례와 최신 트렌드를 바탕으로 AI 시대의 브랜드 콘텐츠 전략을 함께 살펴봅니다.
마케팅 리더와 예산 편성을 준비하는 조직, AI 검색 시대의 채널 전략을 고민하는 마케터라면 이번 세미나에서 실무에 적용할 인사이트를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