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처음 업무에 넣었을 때는 기대가 단순했습니다.
“초안을 대신 써주면 콘텐츠 만드는 시간이 확 줄겠지.”
실제로 초안은 빨리 나왔습니다. 몇 분이면 제목도 나오고, 본문도 나오고, 요약도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AI를 더 많이 쓰는데도 하루가 별로 짧아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새로운 일이 생겼습니다.
AI가 만든 문장을 다시 읽고, 틀린 내용을 찾고, 다른 도구에 같은 자료를 옮기고, 플랫폼에 맞게 다시 고치고, 복사하고, 붙여넣고….
글을 쓰는 시간은 줄었는데, AI를 관리하는 시간이 늘어난 겁니다.
🤖 문제는 AI 성능이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더 좋은 도구를 찾았습니다.
ChatGPT를 쓰다가 다른 AI도 써보고, 자료가 많아지니 별도의 자료 정리 도구도 붙였습니다.
도구 하나를 추가할 때마다 처음에는 일이 빨라지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조금 지나면 또 비슷한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 자료를 또 넣어줘야 하네.”
“아까 설명한 걸 다시 설명해야 하네.”
“결국 마지막 검수는 내가 다시 해야 하네.”
그때부터 질문을 바꿨습니다.
“어떤 AI가 제일 좋은가?”가 아니라
“내가 지금 실제로 어떤 일을 반복하고 있는가?”
✍️ 자동화하기 전에 일을 한 번 그대로 따라가 봤습니다
예를 들어 콘텐츠 하나를 만든다고 해보겠습니다.
겉으로 보면 그냥 ‘글쓰기’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소재 찾기 → 자료 확인 → 구조 잡기 → 초안 → 문장 다듬기 → 사실 확인 → 이미지 준비 → 복사 → 발행
생각보다 많은 작은 작업이 붙어 있었습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모든 단계가 AI에게 맡길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자료를 정리하거나 형식을 맞추는 일은 AI가 잘합니다.
반면,
- 어떤 소재를 선택할지
- 어떤 경험을 강조할지
- 이 문장이 실제로 필요한지
- 독자가 어디에서 이탈할지
이런 건 여전히 사람의 판단이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자동화의 목표도 바뀌었습니다.
사람의 판단까지 없애는 것이 아니라, 판단하기 전후에 붙어 있는 반복 작업을 없애는 것.
⚙️ 버튼이 많다고 자동화가 아니었습니다
한때는 작업대에 기능이 많으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검색 버튼도 만들고, 생성 버튼도 만들고, 자료 버튼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쓰지 않는 버튼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보기에는 그럴듯했지만 정작 매일 하는 일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그때 자동화 기준을 하나 세웠습니다.
“이 버튼을 누르면 실제 일이 하나 줄어드는가?”
아니라면 만들지 않는 겁니다.
예를 들어 제가 반복적으로 하는 작업 중에는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질문을 찾고, 자료를 확인하고, 글을 만들고, 정해진 입력칸에 맞게 제목과 요약을 다시 만들고, 마지막에 복사해서 발행합니다.
여기서 ‘어떤 글을 쓸 것인가’는 사람이 판단합니다.
하지만 제목 길이를 맞추고, 요약문을 만들고, 태그를 정리하고, 플랫폼 형식에 맞춰 본문을 다시 만드는 작업은 자동화할 수 있습니다.
이 차이를 구분하기 시작하니 시스템이 오히려 단순해졌습니다.
🧩 하나의 AI 직원보다 역할이 나뉜 작은 팀에 가까웠습니다
지금은 하나의 AI에게 모든 일을 시키지 않습니다.
새로운 소재를 찾는 역할, 자료에서 근거를 찾는 역할, 초안을 만드는 역할, 문장을 다듬는 역할을 나눠서 봅니다.
중요한 건 도구의 이름이 아니었습니다.
각 단계에서 가장 필요한 역할이 무엇인지 먼저 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AI는 ‘만능 직원’보다는 작은 팀에 가깝습니다.
리서치를 잘하는 팀원에게 조사시키고, 정리를 잘하는 팀원에게 자료를 맡기고, 마지막 판단은 사람이 하는 식입니다.
💡 결국 줄여야 했던 건 ‘사람이 안 해도 되는 일’이었습니다
AI 자동화를 이야기하면 사람을 대체하는 장면부터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 업무에서 먼저 보이는 건 훨씬 사소한 것들이었습니다.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입력하는 일.
복사해서 다른 화면에 붙이는 일.
형식을 다시 맞추는 일.
이미 있는 자료를 또 찾는 일.
이런 작업은 하나하나는 몇 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문제는 매일 반복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자동화를 만들 때는 거창한 목표부터 잡지 않습니다.
먼저 실제 일을 한 번 해봅니다.
그리고 묻습니다.
“이 중에서 내가 굳이 다시 하지 않아도 되는 건 무엇일까?”
그 질문 하나가 생각보다 많은 일을 없애줬습니다.
자동화는 AI를 더 쓰는 일이 아니라, 일을 다시 설계하는 일이었습니다
AI를 쓰는데도 일이 줄지 않는다면 새로운 도구를 하나 더 추가하기 전에 현재 작업 순서를 한번 펼쳐보는 게 좋습니다.
어디에서 같은 내용을 다시 입력하는지.
어디에서 결과물을 계속 고치는지.
어디에서 사람이 판단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직접 하고 있는지.
이 세 가지를 찾으면 자동화할 구간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좋은 자동화는 사람이 없어지는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이 판단해야 할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만드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제가 자동화를 만들면서 가장 많이 보는 것도 결국 이 부분입니다.
AI가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사람이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얼마나 정확하게 골라낼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