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기 시작한 뒤 한동안은 네이버 블로그만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이 검색해서 들어오고, 내가 쓴 글이 검색 결과에 남고, 시간이 지나도 다시 읽히는 구조가 좋았습니다.
그런데 글을 계속 쌓다 보니 조금 다른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 글들을 계속 블로그 안에만 쌓아두는 게 맞을까?”
같은 글이라도 어디에 올리느냐에 따라 역할이 달라질 수 있었습니다.
어떤 글은 검색 유입을 만들고,
어떤 글은 나를 설명하는 포트폴리오가 되고,
어떤 글은 실제로 돈을 지불하고 읽는 콘텐츠가 될 수 있습니다.
그때부터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와 브런치스토리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직접 부딪혀보면서 오히려 이런 생각이 더 강해졌습니다.
프콘과 브런치는 글을 잘 쓰게 된 다음 시작하는 플랫폼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지금 시작하면서 글을 쌓고, 수정하고, 실패해보는 과정 자체가 자산이 되는 플랫폼에 가까웠습니다.
블로그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물론 충분할 수 있습니다.
특히 검색형 콘텐츠라면 블로그는 여전히 강력합니다.
누군가 궁금한 것을 검색했을 때 내가 쓴 글을 발견하고, 또 다른 글을 읽고, 결국 나라는 사람까지 알게 되는 흐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저 역시 블로그를 가장 중요한 콘텐츠 채널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블로그를 계속 운영하면서 한 가지 한계도 느꼈습니다.
모든 글을 검색형 글로 만들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직접 겪은 시행착오, 콘텐츠를 만들며 바뀐 생각, 일을 하면서 발견한 작은 인사이트까지 전부 검색 키워드에 맞출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담을 다른 그릇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브런치를 보기 시작했고, 콘텐츠 자체를 상품으로 만들어보는 실험을 하고 싶어서 프리미엄콘텐츠도 시작했습니다.
둘은 비슷해 보이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역할이 꽤 달랐습니다.
프콘은 ‘글에 가격을 붙이는 연습’이었습니다
무료 콘텐츠를 만드는 건 생각보다 익숙합니다.
블로그도 무료이고, SNS도 무료이고, 대부분의 콘텐츠는 일단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런데 유료 콘텐츠는 질문이 달라집니다.
“이 글에 누군가 돈을 낼 이유가 있는가?”
이 질문 하나가 콘텐츠를 보는 시선을 꽤 많이 바꿨습니다.
단순히 글을 길게 쓴다고 유료 콘텐츠가 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무료 글에서 얻을 수 없는 정리, 경험, 과정, 시행착오, 시간 절약 같은 것이 있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프리미엄콘텐츠를 단순한 수익화 플랫폼이라기보다 콘텐츠 상품화 연습장처럼 보기 시작했습니다.
당장 구독자가 많지 않아도 괜찮았습니다.
무엇을 무료로 공개할지,
어떤 내용을 더 깊게 다룰지,
사람들이 무엇에 비용을 지불할지를 계속 고민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 경험은 나중에 전자책을 만들든, 강의를 만들든, 다른 유료 서비스를 만들든 그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브런치는 조금 달랐습니다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는 돈보다는 글의 이력에 가까웠습니다.
저는 브런치 작가 신청에서 여러 번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당연히 아쉬웠습니다.
그런데 계속 지원하다 보니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브런치에 들어가기 위해 글을 고쳤고,
내가 어떤 주제를 쓰는 사람인지 다시 정리했고,
다른 매체에도 글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한 플랫폼에 들어가려고 시작한 일이 오히려 다른 활동을 만들어냈습니다.
돌이켜보니 떨어진 횟수보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내 글의 방향이 조금씩 선명해졌다는 점이었습니다.
브런치에 합격해야만 포트폴리오가 생기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브런치를 준비하면서 만든 글 자체가 이미 포트폴리오가 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계속 도전하고 있습니다.
AI 때문에 오히려 지금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AI가 글을 써주는 시대가 왔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글의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글 한 편을 만드는 비용은 확실히 낮아졌습니다.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초안을 만들고, 제목 후보를 뽑고, 문장을 다듬는 데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더 중요해지는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누가 더 많은 글을 만들어내느냐보다, 누가 자기 이름으로 더 오랫동안 콘텐츠를 축적하느냐라고 봅니다.
AI가 글을 대신 만들어준다고 해서 경험까지 대신 만들어주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일을 했는지,
무엇을 실패했는지,
어떤 생각이 바뀌었는지는 결국 사람에게서 나옵니다.
AI는 그것을 정리하는 속도를 높여줄 뿐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오히려 시작하기 좋은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예전보다 콘텐츠 제작 비용은 낮아졌지만, 먼저 쌓아둔 사람의 기록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성과가 나온 뒤 시작하면 늦을 수도 있습니다
프리미엄콘텐츠를 시작하려면 전문성이 더 생긴 뒤 해야 할 것 같고,
브런치에 도전하려면 글을 훨씬 잘 쓰게 된 뒤 해야 할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저도 비슷하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직접 해보니 순서가 반대였습니다.
준비가 끝나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시작하면서 준비가 되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프콘을 하면서 유료 콘텐츠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고,
브런치를 준비하면서 내 글의 주제와 정체성을 정리하게 됩니다.
결과가 바로 나오지 않더라도 이 과정은 남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글은 다른 플랫폼에서도 다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콘텐츠 하나가 다른 콘텐츠를 낳기 시작합니다.
이제는 플랫폼 하나만 키우려고 하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하나의 플랫폼을 크게 만드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블로그에서는 검색되는 글을 쓰고,
프리미엄콘텐츠에서는 조금 더 깊은 내용을 다루고,
브런치에서는 내가 어떤 생각을 하며 일하는 사람인지 보여주는 글을 쓸 수 있습니다.
각 플랫폼의 역할이 다릅니다.
중요한 것은 모든 플랫폼을 완벽하게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든 콘텐츠가 한 번 쓰이고 사라지지 않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글 하나를 쓰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관점으로 다시 쓰고,
다른 플랫폼에 맞게 바꾸고,
그 과정에서 또 새로운 소재를 발견합니다.
그러다 보면 콘텐츠가 하나씩 연결됩니다.
프콘과 브런치는 성공한 뒤 시작하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요즘 저는 콘텐츠를 만들면서 이런 생각을 자주 합니다.
“지금 만든 이 글이 1년 뒤에도 나를 설명해줄 수 있을까?”
조회수는 사라집니다.
SNS 게시물도 금방 아래로 내려갑니다.
하지만 꾸준히 쌓인 글은 생각보다 오래 남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글들이 내가 어떤 일을 해왔는지 대신 설명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저는 아직 엄청난 성과가 있어서 프콘과 브런치를 시작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성과를 만들어갈 재료를 쌓기 위해 지금 시작했습니다.
프리미엄콘텐츠에서는 내 콘텐츠에 가치를 붙이는 연습을 하고,
브런치에서는 내 생각과 경험을 글이라는 형태로 남기는 연습을 합니다.
당장 구독자가 많지 않아도,
당장 작가가 되지 못해도,
글은 남습니다.
그리고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에게 그 축적은 생각보다 강력한 자산이 됩니다.
그래서 누군가 제게
“프콘이나 브런치는 언제 시작하는 게 좋을까요?”
라고 묻는다면 지금은 이렇게 답할 것 같습니다.
잘 쓸 수 있을 때가 아니라, 계속 쓸 생각이 들었을 때 시작해도 충분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