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안내문이나 고객 공지를 AI에게 다듬어 달라고 넘길 때, "더 부드럽게", "조금 짧게"처럼 바꿀 것만 적으면 유지할 조건이 드러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바꾸지 않을 조건을 함께 적어 두면, 돌아온 문장을 받아들일지 판단하는 기준이 요청문 안에 남습니다.
이 글을 위해 만든 가상의 모임 자료 안내로 살펴보겠습니다.
① 모임 자료는 참여자끼리만 나눠 보세요.
② 외부에 공개하려면 작성자에게 먼저 동의를 받아주세요.
③ 동의 여부를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면 외부에 올리지 마세요.
②의 말투만 다듬고 싶다면 작업을 넘길 때 이렇게 씁니다.
수정 범위: ② 한 문장만 고쳐 주세요. ①과 ③은 그대로 두세요.
남길 조건: 모임 밖 공개, 공개 전, 작성자의 동의는 유지해 주세요.
바꾸지 말 것: '동의'를 '알림'으로 바꾸거나 공개 허용 범위를 넓히지 마세요.
받을 형태: 고친 ② 한 문장과 수정 이유 1줄만 주세요. 원문이 모순되면 먼저 질문만 해주세요.
동료에게 넘기든 AI에게 넘기든 쓰는 법은 같습니다. 한 사람이 수정과 승인까지 맡는 경우에도 확인 기준이 머릿속이 아니라 요청문에 적혀 있어야 나중에 다른 사람도 같은 기준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이런 문장이 돌아왔다고 해 봅시다. 연습용으로 일부러 틀리게 만든 예시입니다.
작성자에게 알린 뒤 자료를 자유롭게 공개해도 됩니다.
문장은 부드러워졌지만 두 곳이 달라졌습니다. 동의는 작성자가 허락해야 성립하는데, 알림은 공개하려는 쪽이 전하기만 하면 끝납니다. 작성자가 원하지 않아도 알렸으니 공개할 수 있다는 문장이 된 셈입니다. '자유롭게'는 공개 전에 할 일을 정하던 문장을 공개를 허용하는 문장으로 바꿔 놓았습니다. ①이 남아 있으니 안내문 전체가 무너졌다고 볼 일은 아닙니다. 다만 이제 ②와 ③이 서로 다른 기준을 말합니다.
남길 조건을 적어 두었다면 대조할 지점이 분명해집니다. 세 조건 가운데 '작성자의 동의'가 빠졌으니 채택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확인할 항목은 세 가지입니다.
• 적어 둔 남길 조건이 모두 그대로 있는가
• 지정한 ② 밖의 문장이 달라지지 않았는가
• 바꾸지 말라고 한 표현이 바뀌지 않았는가
하나라도 걸리면 원문으로 되돌리고, 걸린 지점을 '바꾸지 말 것' 줄에 더 구체적으로 적어 다시 요청합니다.
통과할 만한 후보는 이런 모습입니다.
모임 밖에 자료를 공개할 때는 먼저 작성자의 동의를 받아주세요.
모임 밖이라는 범위, 먼저라는 순서, 작성자의 동의가 남아 있고 ①과 ③은 손대지 않았습니다. '모임 밖에'는 ①의 '참여자끼리'와 맞물리도록 고른 표현입니다.
요청문을 이렇게 써도 AI가 조건을 반드시 지킨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래도 확인할 기준이 요청문에 적혀 있으면, 결과를 받은 사람이 같은 기준으로 원문과 맞대어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이팀장 콘텐츠랩의 유료 글에는 편집 가능한 Word 실습지와 추가 연습·해설을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