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내가 회사에 들어오고 얼마 뒤, 나에게 MVC 세팅 퀘스트가 떨어졌다.
나름의 분석 결과, MVC는 MVC만 띡 만든다고 끝날 일이 아니구나라는 중간 결론을 얻게 되었다.
20명 남짓, 고개 돌리면 다른 팀원이 뭐 하는지 알 수 있는 회사에
조직문화 담당자, ‘피플 매니저’로 입사해서
웹사이트 한 구석에 이미지 작업해서 업로드 해 놓고
그 후로 아무도 보지 않았다는 ‘먼지 쌓인 비전,미션,핵심가치’를 만드는 것이
이 회사에서 내게 진정으로 요청한 일은 아니라고 당시 생각했던 것 같다.
다시 말해, ‘working 하는 MVC’를 만드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적임을 실감한 것이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 좀더 거시적인 관점이 필요하겠다는 직관에 다다랐다.
조직문화, 구조부터 짜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누구? 바로 사수.
사수 중에서도 으뜸은 역시 구대리님(a.k.a. 구글신)이라!
(왜냐면 이 때는 아직 챗GPT가 데뷔하기 전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글을 겁나 뒤졌고, 지금 회고하건대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레퍼런스는 다음의 2가지였다.
먼저, 조직문화를 검색하면 한번쯤은 거쳐가게 되는 에드거 샤인 교수님.
이 분의 말에 따르면 [조직문화 = 근본가정+가치의 표현+인위적 결과물] 이다.
그 다음으로는 사이먼 시넥의 ‘골든 서클’ 이었다.
요약하면 타인의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해 목적→솔루션→액션 순으로 얘기를 하라는 내용인데,
조직문화의 필요성을 팀원에게 설득하기 위한 시작점으로 적당해 보였다.
(마침 위펀딩 노션 문서 어딘가에서 과거 팀원이 골든 서클을 인용했던 히스토리도 있었다)

We-culture(두둥)
조직문화를 설명하기 위한 논리적 뼈대를 적당히 mix up 한 결과,
위펀딩의 조직문화에 대한 구조도를 아래와 같이 만들었다.
근본 가정을 왜(why), 믿음과 가치를 어떻게(how), 결과물을 무엇(what) 이라고
골든 서클 프레임워크에 끼워 맞춰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이어서 각 구조에 대한 부가적인 설명을 덧붙여 보았다.
1. 근본 가정
위펀딩이라는 회사,비즈니스,구성원이 가지는 공통적인 근본 가정은 다음과 같은 3가지였다.
- 모두 부동산, (금융)투자, 프롭테크 등의 키워드에 관심을 갖고 있음
- 스타트업(작은 회사에서 여러 경험을 통해 큰 성장으로 하고 싶은)에 몸담고 있음
- 맡고 있는 것은 다르지만 자신의 직무, 포지션을 바탕으로 지속적 성장을 원함
2. 믿음과 가치
그 다음은 믿음과 가치인데, 근본 가정이 설명하지 못하는 것들을 구성원이 합의하기 위해 필요하다.
예를 들자면, 회사,비즈니스, 구성원이 근본 가정의 각 요소들을 어떤 방식으로 이해하고 있는지,
근본 가정의 요소 각각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같은 것들이 있을 수 있다.
- 그래서 위펀딩은 이러한 믿음과 가치를 표현하기 위해 MVC와 인재상을 설정하여 활용하기로 했다.
3. 결과물
각 구성원의 믿음과 가치는 아무리 잘 구성되어도 여전히 관념적이다.
믿음과 가치가 얼라인되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믿음과 가치가 얼라인되었다는 것만으로 구체적인 성과가 도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실무자 입장에서의 <성공적 조직문화 구축> 이란
'구성원 각각의 마음이 어떻느냐' 라기 보다는
'제도들이 충분히 동질적으로 운영되고 있느냐' 에 가까울 것이다.
(구성원의 마음이 합일되었느냐와 별개로,)
제도가 동질적으로 하나의 논리로 잘 만들어져 있다면
구성원들은 그 제도를 기준으로 회사에 남아 일하거나,
자신에게 맞는 회사를 찾아 떠나거나 둘 중 하나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고,
기존 팀원이 떠난다면 회사는 제도(의 동질성)를 기준으로 적합한 구성원을 팀에 모실 수 있을 것이다.
즉, 일이 돌아가게 하려면, 굳이굳이 따졌을 때 [동일한 믿음,상이한 제도]보다는
[상이한 마음,동일한 제도]가 낫다는 말이다.
이런 것들을 고려해서 위펀딩에서는 ‘결과물’을 대표할 수 있는 제도로
목표관리(OKR 기반)와 일하는 방식을 꼽았는데,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 전사 팀원이 이해관계자로 소속되어 있다.
- 매 순간 끊김없이 참여해야 한다.
- 제도 참여로 인한 결과가 구성원에게 유의미한 영향을 준다(성과, 평가 등과 연계되어),
이것은 TMI지만
사실 나는 미션과 비전, 핵심가치와 일하는 방식, 일하는 방식과 인재상 등을 끊임없이 헷갈려하던
그런 시기를 거쳤었다. 당시 사수님이 “도대체 이걸 왜 이해 못하냐”며 자세히 설명을 해주셨고,
말미에 “그래도 이해 못하면 제발 이해한 척 하지 말고 차라리 모른다고 해요”라고 말씀하셨다.
거기에 대고 나는 “죄송합니다. 설명해도 불구하고 여전히 모르겠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그런 기억이 있어서 그랬는지,
나는 분명 조직문화 개념은 학습 난이도가 결코 낮지 않은, 꽤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직업인 사람에게도 이렇게나 어렵게 느껴지는데,
팀원들이 조직문화에 대해 알면 얼마나 잘 알겠느냐는 말이다.
그런데, 때로는 조직문화를 별다른 관리나 설명 없이 팀원들이 쉽게 이해할 것이란
달콤한 상상을 하는 사람들이 왕왕 있는 것 같다.
만약 당신이 조직문화 담당자(혹은 회사의 오너)인데,
다른 팀원에게 조직문화를 이해시키고 행동까지 잇게 만들어야 한다면
더구나 그 일을 처음 시도하는 상황이라면, 부디 마음을 단단하게 먹고 임하기 바란다.
이건, 어려운 일이 맞다.
마치며
이야기가 MVC로 시작해 구렁이 담 넘듯이 조직문화로 넘어갔다.
다분히 의도적인 구성이었는데, ‘working MVC’를 위해
최소 조직문화에 대한 이 정도의 이해도는 갖고 있어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조직문화는 여러 제도, 여러 개념, 여러 이해관계자가
여러가지 템포(숏텀,미드텀,롱텀) 유기적으로 엮여 있어서,
학습하기도 정말 어렵고, 실무 레벨에서는 늘상 일이 꼬여버리면서 좌절감을 느끼기 일쑤다.
때로는 돌아가는 것 같이 보이는 것이 오히려 지름길일 수도 있다.
나도 빨리 우리 팀의 MVC, 일하는 방식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야 나도 일하는 방식 관련해서 예-전부터 생각해놨던 주제로 글을 쉽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드디어 다음 편인 5편에서 우리 팀의 MVC를 소개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전, 다음 얘기가 궁금하시다면?
1화 : https://eopla.net/magazines/2842
2화 : https://eopla.net/magazines/4692
3화 : https://eopla.net/magazines/4723
4화 : https://eopla.net/magazines/4735 <지금 읽고 있는 이야기>
5화 : https://eopla.net/magazines/4765
6화 : https://eopla.net/magazines/54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