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클로드(Claude), 챗GPT(ChatGPT), 노트북LM(NotebookLM), 젠스파크(Genspark) 등 생성형 AI를 활용해 IR이나 창업 발표자료를 제작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수많은 스타트업과 창업가들의 피칭을 평가하는 심사위원석에 앉아 있다 보면, 이러한 발표 자료를 마주할 때 가끔 '짜증'이 밀려오는 경우가 있다.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과연 발표자가 저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고 본인의 철학을 담아 만든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둘째, 무분별한 텍스트 생성으로 글씨가 너무 작아 스크린의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 셋째, 장표의 텍스트와 발표자의 실제 코멘트가 겉도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심사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발표자의 진정성'이다. "아, 이 자료는 AI가 대충 만들어준 거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발표자료는 물론 발표자 본인에 대한 신뢰성까지 확 떨어진다. 물론 발표자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밤을 새워가며 다듬었겠지만, 장표에서 짙은 'AI 향기'가 느껴지면 일단 기본 점수에서 20%는 깎이고 들어간다고 봐야 한다.
심사위원의 시선에서, LLM의 도움을 받은 티를 줄이고 발표자료의 진정성을 높이기 위한 8가지 실무적인 팁을 공유한다.
1. 글씨가 너무 작다 (가독성 문제)
LLM은 자신이 가진 방대한 데이터를 최대한 많이, 논리적으로 우겨넣으려는 습성이 있다. 하지만 PPT는 워드 문서가 아니다. 한 장의 슬라이드에 너무 많은 텍스트를 담다 보면 폰트 크기는 당연히 작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텍스트 논리와 정확성이 높은 클로드를 사용할 때 이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 심사위원석에 앉는 이들 중 상당수(나 포함)는 노안을 겪고 있어, 빼곡하고 작은 글씨는 아예 읽지 못한다. LLM으로 초안을 잡았다면, 핵심 키워드만 남기고 과감히 덜어내어 폰트를 키우는 후공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2. 이미지 속 텍스트가 어그러진다
노트북LM이나 제미나이 등 이미지 처리 퍼포먼스가 뛰어난 툴을 사용하더라도, 한글을 이미지화하는 과정에서 글씨가 외계어처럼 깨지거나 뭉개지는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장표 한구석에 깨진 글씨가 방치되어 있으면 심사위원은 묘한 불쾌감과 함께 완성도의 부족을 느낀다. 최근에는 이러한 글씨 어그러짐 현상을 깔끔하게 후보정해 주는 서비스들도 많으니, 텍스트가 포함된 생성 이미지는 반드시 수정 후 삽입해야 한다.
3. 현장감이 담긴 '진짜 사진'이 거의 없다
심사위원들이 정말 보고 싶은 것은 그럴싸한 스톡 이미지가 아니라, 당신의 실제 경험과 치열한 문제의식이다. LLM이 텍스트 기반으로 짜준 사업계획서는 장표에 적절한 현장 사진을 배치하는 디테일이 부족하다. 특히 하드웨어가 포함된 사업이라면, 투박하더라도 시제품을 직접 깎고 조립하는 과정의 사진이 들어가야 '사람 냄새'가 난다. 하드웨어가 아니더라도 팀원들이 치열하게 회의하는 모습, 고객을 만나는 장면, 협력사와의 MOU 체결 세레모니 등 땀방울이 밴 이미지를 중간중간 배치해 주어야 발표에 생명력이 생긴다.
4. 뒤죽박죽 엉망인 페이지 번호
클로드 등으로 목차와 장표별 내용을 구성하면 초안 단계에서는 페이지 넘버링이 깔끔하게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를 PPT로 옮기고 사람이 이리저리 순서를 섞고 빼며 수정하는 과정에서 페이지 번호가 뒤죽박죽 엉망이 되는 경우가 잦다. 사소해 보이지만, 이런 디테일에서의 실수는 준비 부족으로 비친다. 최종 제출 전 반드시 페이지 번호의 흐름을 다시 점검하자.
5. 기업 로고의 부재와 AI 워터마크 방치
사람이 직접 공들여 만든 발표자료는 보통 우측 상단이나 하단에 자사의 기업 로고가 정갈하게 박혀 있다. 하지만 AI가 생성해 준 레이아웃에는 로고가 들어갈 자리가 비어 있는 경우가 많다. 더 큰 문제는 노트북LM 등을 사용했을 때 우측 하단에 생성툴의 로고가 찍혀 나오는 경우다. 어떤 발표자는 이를 지우지도 않고 그대로 스크린에 띄우는데, 이는 심사위원들에게 극도로 안 좋은 인상을 남긴다. AI의 흔적을 지우고 당신 회사의 로고를 새겨 넣어라.
6. AI 생성 이미지 특유의 '별 모양' 마크
제미나이 나노바나나 등 특정 AI로 생성된 이미지에는 이것이 AI 창작물임을 알리는 특유의 '별 모양' 워터마크가 붙는다. 이제는 삼척동자도 그 마크의 의미를 아는 시대가 되었다. 부득이하게 AI 생성 이미지를 써야 한다면 프레젠테이션의 맥락에 맞게 해당 부분을 잘라내어(Crop) 사용하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 팁이 있다면, 이미지 생성 프롬프트를 작성할 때 워터마크가 생성되는 우측 하단 쪽에 '흰색 여백'이 배치되도록 유도하면 '별 모양'이 보이지 않아 훨씬 수월하다.
7. 과도한 다이어그램과 표의 남발
클로드나 챗GPT에게 PPT 구성을 맡기면, 장표의 상당 부분을 다이어그램이나 표 형식으로 채워버리는 경향이 있다. 가뜩이나 글씨도 작은데 매 페이지마다 복잡한 표 안의 작은 텍스트들을 쳐다봐야 한다면 심사위원 입장에서는 눈이 아프고 화가 날 지경이 된다. 모든 페이지가 기계적인 다이어그램과 표로 도배되지 않도록 호흡을 조절해야 한다. AI가 표를 제안했더라도, 중요한 장표는 큰 글씨의 텍스트와 이미지 중심으로 자신만의 방식에 맞게 과감히 재배치해 보길 권한다.
8. 뻔한 넘버링 컬러와 폰트 (AI 특유의 템플릿)
다이어그램이 배치된 장표들을 자세히 보면, 넘버링이 둥근 사각형이나 원형 안에 특정 색상으로 배치되는 식의 패턴이 있다. 클로드는 클로드 특유의 레이아웃과 색상 톤이 있고, 챗GPT 역시 고유의 뻔한 스타일이 존재한다. 수백 개의 발표자료를 검토해 온 노련한 심사위원들은 이 시각적인 'AI 냄새'를 귀신같이 맡는다. 발표자료 전체를 관통하는 자기 기업만의 고유한 브랜드 컬러와 폰트 스타일을 구축하고, 이 서식에 맞춰 AI가 만든 초안을 완전히 갈아입혀야 AI의 냄새를 걷어낼 수 있다.
이 밖에도 포인트들이 더 있지만, 지면 관계상 나머지 내용들은 2편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AI를 도구로 사용하여 발표자료의 뼈대를 잡는 것은 분명 효율적이고 좋은 일이다. 하지만 발표라는 행위는 결국 '인간이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하는 소통이다. 이재명 정부에서 밀고 있는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든, 깐깐한 대기업 사내벤처 발표든 간에, "나 AI 써서 만들었어요"라는 사실은 이제 심사위원들도 기정사실로 인지하고 있다. 문제는 AI를 썼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사람의 언어와 고민으로 정제하지 않고 날것 그대로 들고 왔을 때 느껴지는 성의 부족이다.
위 8가지 사항들에 조금만 더 신경을 쓴다면, 심사위원의 마음에 닿는 '사람 냄새' 나는 발표자료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내용이 발표 무대에 오르는 많은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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