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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지원사업, '업(業)의 유형'으로 나누자

20년 가까이 변리사로 일하며 50곳이 넘는 스타트업에 엔젤투자를 해왔다. 그 시간이 내게 남긴 결론 하나는, 창업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는 것이다. 문화창업, 서비스창업, 기술창업이다. 길을 잃고 헤매는 창업가들을 만나보면, 의외로 자기 사업이 이 셋 중 어디에 속하는지조차 모른 채 출발한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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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업은 콘텐츠를 기반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창업이다. 예술, 디자인, 출판, 영화, 음악, 공연, 웹툰이 여기에 속한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세계적 흥행은 잘 만든 콘텐츠 하나가 얼마나 큰 산업적 폭발력을 갖는지 보여줬다. 저작권은 국제 규범이 잘 정비돼 있어 글로벌 진출도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이 업의 코어는 저작권과 상표권이고, 성패는 팬덤을 얼마나 두텁게 쌓느냐에 달려 있다.

 

서비스창업은 고객에게 특정 경험이나 편의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개발해 기존 시장의 판을 뒤집는 창업이다. 숙박, 배달, 교육, 금융, 컨설팅, 미용, 레저 등이 무대다. 쿠팡의 로켓배송은 유통이라는 낡은 판을 통째로 갈아엎었고, 배달의민족은 전단지 산업을 역사 속으로 보냈다. 이 업의 코어는 브랜드, 곧 상표권이며 BM특허와 데이터가 이를 뒷받침한다.

 

기술창업은 과학기술이나 공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창업이다. IT, 바이오, 인공지능, 로봇공학, 신소재 같은 첨단 분야다. 자율주행 로봇으로 코스닥 상장까지 이른 클로봇이 좋은 예다. 기존보다 더 싸게 만들거나, 비싸도 사고 싶게 만들어야 살아남는다. 이 업의 코어는 단연 특허, 그리고 이를 만들어내는 연구개발 역량이다.

 

이처럼 세 유형은 핵심이 되는 지식재산권의 종류부터 다르다. 사업의 코어 자체가 다르다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 창업 정책은 여전히 '창업 3년 이내' '7년 이내'라는 업력의 잣대 하나로 스타트업을 나눈다. 그러다 보니 문화창업 기업에 특허 보유 여부를 묻고, 기술창업 기업에 초기 매출과 구독자 수를 들이대는 미스매치가 심사 현장에서 반복된다. 지원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웹툰 스튜디오와 바이오 벤처가 같은 강의를 듣고, 같은 서식의 사업계획서를 쓰고, 같은 기준 앞에서 나란히 평가받는다. 어느 쪽에도 맞지 않는 옷을 모두에게 입히고 있는 셈이다. 성실히 준비한 창업가가 자기 업과 무관한 항목에서 감점을 받는 일은 정책의 낭비이자 창업 생태계의 손실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창업 정책의 지원전략도, 기관들이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심사의 기준도 업력이 아니라 세 가지 업의 유형에 맞게 다시 설계돼야 한다. 문화창업에는 IP 확장과 팬덤 구축을, 서비스창업에는 시장 검증과 스케일업 자본을, 기술창업에는 R&D와 특허 전략을 지원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 심사위원 구성부터 평가 지표까지 유형별로 달라질 때, 지원금은 비로소 제 주인을 찾아간다. 창업가 자신도 마찬가지다. 내 사업이 세 갈래 중 어디에 속하는지 정확히 아는 것. 거기서 전략이 갈리고, 성공의 확률이 갈린다.

 

원문 https://uhm.kr/REVIEW/?bmode=view&idx=173475973 

글: 엄정한 변리사 eomtan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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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한 변리사 큐리어스 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 겸 엔젤투자자. 개인투자조합 운영중 u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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