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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어떤 돈'인지 알고 받자

개인투자조합을 만들고 액셀러레이터를 설립해 50곳이 넘는 스타트업에 투자해 왔다. 그 과정에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창업가 열에 아홉은 자기 회사에 들어오는 투자금이 '어떤 돈'인지 모르고 받는다는 사실이다. 통장에 찍히는 숫자는 같아도 그 돈의 성격은 전혀 다른데 말이다. 기업은 결국 주식회사이고, 주식회사의 의사결정은 주식 수로 이루어진다. 받은 돈이 훗날 '어떤 주식'이 되는지 모르면, 어느 날 자기 회사의 경영에서 배제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회사를 빼앗겼다", "기업사냥꾼에게 당했다"는 이야기의 상당수는 악당 때문이 아니라, 모르고 도장을 찍은 데서 시작된다. 그래서 오늘은 고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말로 '돈의 종류'를 하나씩 풀어 보려 한다.

먼저 가장 기본이 되는 두 단어부터 짚고 가자. '주식'은 회사의 주인이라는 증표다. 친구 셋이 돈을 모아 떡볶이 가게를 차렸다면, 각자 낸 돈만큼 가게의 주인이 되는 것이고 그 몫을 종이 한 장으로 나타낸 것이 주식이다. 반면 '채권(사채)'은 회사가 돈을 빌리고 써 준 차용증이다. 주식을 가진 사람은 주인이고, 채권을 가진 사람은 돈을 빌려준 사람이다. 주인은 가게가 잘되면 크게 벌지만 망하면 한 푼도 못 건질 수 있고, 빌려준 사람은 가게가 아무리 잘돼도 약속한 이자와 원금만 받는다. 투자도 이에 따라 주식으로 받는 '자본적 투자'와 빚에서 출발하는 '채권적 투자'로 나뉘고, 최근에는 그 사이에 놓인 '신종 투자'가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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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본적 투자 – 주식으로 받는 돈

1. 보통주(CS, Common Stock)
가장 평범한 주식이다. 창업자가 회사를 세우면서 갖게 되는 주식이 바로 이것이다. 보통주를 가진 사람은 주주총회에서 1주당 1표씩 투표할 수 있고(의결권), 회사가 이익을 나누어 줄 때 자기 몫을 받는다(배당권). 학급 회의에 비유하면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정식 학급 구성원'이다. 대표이사를 누구로 할지, 회사를 팔지 말지 같은 중요한 결정은 모두 이 표로 정해진다. 그래서 보통주를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가 곧 회사에 대한 힘의 크기다.

2. 우선주(PS, Preferred Stock)
이름 그대로 '먼저 받는' 주식이다. 회사가 배당을 할 때, 또는 회사가 문을 닫고 남은 재산을 나눌 때 보통주 주주보다 앞줄에 선다. 대신 투표권은 없거나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급식 줄에서 맨 앞에 설 수 있는 대신 학급 회의 발언권은 양보한 학생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경영에 일일이 참견하기보다 돈을 안전하게 돌려받는 쪽이 더 중요할 때 우선주를 택한다.

3. 상환전환우선주(RCPS, Redeemable Convertible Preferred Stock)
우선주에 두 가지 선택권을 더 얹은 주식이다. 하나는 '상환권'으로, 일정 조건이 되면 회사에 "내 투자금을 돌려주세요"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다른 하나는 '전환권'으로, 우선주를 보통주로 바꿀 수 있는 권리다. 회사가 크게 성장하면 보통주로 바꿔 주가 상승의 열매를 누리고, 기대만큼 크지 못하면 돈을 돌려받는 길을 열어 둔 것이다. 투자자에게 유리한 안전장치가 많아서 우리나라 벤처투자에서 가장 흔하게 쓰인다. 창업자는 '언제, 어떤 조건에서 상환을 요구받는지', '우선주 1주가 보통주 몇 주로 바뀌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전환 비율에 따라 내 지분율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4. 전환우선주(CPS, Convertible Preferred Stock)
RCPS에서 상환권을 뺀 형태다. 투자자는 돈을 돌려 달라고 할 수는 없고, 나중에 보통주로 바꿀 권리만 가진다. 회사 입장에서는 갚아야 할 부담이 없으니 RCPS보다 마음이 편하다. 투자자가 "돈을 돌려받을 생각은 없다, 회사의 성장에 끝까지 걸겠다"고 말하는 셈이어서 창업자에게는 더 우호적인 방식이다.

여기서 숫자 하나를 기억해 두자. 「Venture Capital Market Brief」에 따르면 2025년 10월 기준 신규 벤처투자의 69.3%가 우선주였고 보통주는 16.3%에 그쳤다. 당신이 받을 돈도 RCPS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뜻이다. 상환 조건과 전환 비율을 읽지 않고 서명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 채권적 투자 – 빚에서 출발하는 돈

5. 전환사채(CB, Convertible Bond)
처음에는 회사가 돈을 빌린 채권이지만, 투자자가 원하면 그 회사의 주식으로 바꿀 수 있다. 친구에게 100만 원을 빌려주면서 "가게가 잘되면 돈 대신 가게 지분으로 받을게"라고 약속해 둔 것과 같다. 회사가 잘되면 주식으로 바꿔 더 큰 이익을 얻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 원금과 이자를 받는다. 주식으로 바뀌는 순간 새 주식이 생겨나므로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은 그만큼 줄어든다.

6. 신주인수권부사채(BW, Bond with Warrant)
채권에 '새 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쿠폰'이 붙어 있는 것이다. CB와 헷갈리기 쉬운데, CB는 채권이 주식으로 '변신'하면서 채권이 사라지는 반면, BW는 채권은 채권대로 남아 있고 쿠폰을 써서 돈을 더 내고 주식을 따로 사는 구조다. 예를 들어 1주에 1만 원에 살 수 있는 쿠폰을 갖고 있는데 주가가 3만 원이 되면, 쿠폰을 쓰는 것만으로 큰 이익을 본다.

7. 교환사채(EB, Exchangeable Bond)
CB와 비슷하지만 바꿔 받는 주식이 다르다. 돈을 빌린 회사 자신의 주식이 아니라, 그 회사가 가지고 있는 '다른 회사의 주식'으로 교환한다. A회사가 B회사 주식을 많이 갖고 있다면, A회사에 돈을 빌려준 투자자가 나중에 B회사 주식으로 받아 갈 수 있는 것이다. 새 주식을 찍어내는 것이 아니어서 A회사 주주들의 지분율은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8. 프로젝트 파이낸싱(PF, Project Financing)
회사가 믿을 만한지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업 자체가 돈을 벌 수 있는지'를 보고 돈을 빌려주는 방식이다. 아파트 건설, 발전소, 고속도로처럼 큰돈이 들고 완성 후에 분양 대금이나 통행료 같은 수입이 꾸준히 들어오는 사업에 주로 쓰인다. 학교 축제 부스를 열 때 "너희 반 성적이 좋으니 빌려줄게"가 아니라 "그 부스는 장사가 잘될 것 같으니 빌려줄게, 번 돈에서 갚아"라고 하는 것과 같다.

채권적 투자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지금은 빚이지만 언젠가 주식으로 바뀌어 지분율을 흔들 수 있다는 점이다.

 

■ 신종 투자 –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돈

9. SAFE(조건부지분인수계약, Simple Agreement for Future Equity)
막 시작한 회사는 매출도 없고 제품도 완성되지 않아서 "이 회사가 얼마짜리인가"를 정하기가 매우 어렵다. SAFE는 이 어려운 계산을 뒤로 미루는 방법이다. 투자자는 지금 돈을 먼저 넣고, 나중에 다음 투자자가 들어와 회사 가치가 정해지면 그때 그 가격을 기준으로 주식을 받는다. 먼저 위험을 감수한 대가로 보통 '할인율'이나 '가치 상한'이라는 혜택을 받는데, 다음 투자자보다 싼 가격에 주식을 받게 해 주는 장치다. 빚이 아니므로 이자도 만기도 없다.

10. 컨버터블 노트(CN, Convertible Note)
SAFE와 목적은 같지만 형식이 '빚'이라는 점이 다르다. 일단 채권으로 돈을 빌려주고, 후속 투자가 이루어지면 미리 정한 조건에 따라 주식으로 바뀐다. 채권이기 때문에 이자와 만기가 있고, 만기까지 후속 투자가 없으면 회사가 돈을 갚아야 할 수도 있다. SAFE가 '나중에 주식으로 받을 예약권'이라면, CN은 '나중에 주식으로 바뀔 수 있는 차용증'이다. 둘 다 간편한 만큼, 훗날 내 지분이 얼마나 희석될지 반드시 미리 계산해 봐야 한다.


■ 세 가지만 물어보자

열 가지 이름을 다 외우지 못해도 괜찮다. 투자 제안을 받으면 세 가지만 물어보자. 첫째, 이 돈은 갚아야 하는 돈인가(상환권, 만기). 둘째, 이 돈은 언제 어떤 비율로 주식이 되는가(전환 조건). 셋째, 그 결과 내 지분율과 투표권은 얼마나 남는가. 이 세 가지 질문만 던질 줄 알아도, 적어도 '어떤 돈'인지 모르고 받는 일은 피할 수 있다.

투자계약서는 축하 카드가 아니다. 회사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정하는 문서다. 

공부할 자료는 이미 열려 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의 『벤처캐피탈 투자유치 길라잡이』 (gourl.kr/fund)와 매쉬업벤처스 이택경 대표·한국벤처투자의 『스타트업 투자유치』(gourl.kr/startup)는 첨부한 PDF 링크를 클릭하면 누구나 무료로 받을 수 있다. 투자를 받기 전, 단 하루만 시간을 내어 읽어 보시라. 

 

제발, '어떤 돈'인지 알고 받자.

원문: www.U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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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리사 겸 엔젤투자자. 개인투자조합 운영중 u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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