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공부 떠먹여드립니다.에 발행 되었던 글입니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공부 떠먹어드려요.
안녕하세요. 낮에는 다른 회사에서 파사드 엔지니어로 일하고, 밤에는 제 회사에서 커피를 로스팅하는 공떠입니다.
오늘은 회사에서 자주 일어나는 회의록 작성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출근하자마자 이메일부터 확인합니다.
“오늘은 또 어떤 메일이 왔을까?”
“나에게 어떤 산더미 같은 일을 줄까?”
하면서 메일을 열어보는데, 어느 날 꽤 재미있는 제목의 메일이 하나 와 있었습니다.
「전 부서에게 알립니다. 어떤 회의시라도 반드시 회의록을 작성하세요.」
타 부서의 팀장님이 회사 전체에 보낸 메일이었습니다.
내용은 간단했습니다.
회사에서 정해놓은 회의록 양식이 있으니 내·외부 회의를 진행할 경우 회의록을 작성하고, 회의가 끝난 뒤 참석자들에게 서명을 받으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이 메일을 보고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도 수기로 회의록을 작성하나?”
회의가 격렬하게 진행되다 보면 중요한 내용을 놓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회의록을 열심히 작성하다 보면 정작 회의에 집중하지 못할 수도 있죠.
그런데 그걸 펜과 종이로 적고, 회의가 끝나면 사람들에게 일일이 사인을 받는 겁니다.
가끔은 제가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지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물론 회의록은 필요합니다.
회사는 수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조직을 이루어 같은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곳이니까요.
무엇을 결정했는지,
누가 무엇을 담당하는지,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사람에게 무엇을 공유해야 하는지.
이런 내용을 기록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문제는 회의록의 필요성이 아니라,
회의록을 만드는 방식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회의록은 왜 사람이 직접 작성해야 할까?
회의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구조가 있습니다.
회의에 참석한 사람 중 한 명이 회의 내용을 계속 받아 적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회의에 집중하는데, 한 사람은 계속 메모를 해야 합니다.
회의가 끝난 뒤에는 작성한 내용을 다시 정리하고, 참석자들에게 확인을 받고, 수정하고, 공유합니다.
그러다 보니 회의록을 작성하는 사람은 회의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렵습니다.
또 사람이 작성하다 보니 문제가 생깁니다.
중요한 내용을 놓칠 수도 있고,
사람마다 표현하는 방식도 다르고,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조금씩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열심히 작성한 회의록이 결국 회사 문서함 어딘가에 쌓여 있다가 몇 년 뒤에는 아무도 찾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다 누군가 이렇게 묻습니다.
“예전에 이 내용으로 회의했던 것 같은데… 회의록 어디 있죠?”
그러면 다시 파일을 찾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런 일을 꼭 사람이 해야 할까요?
회의록은 AI가 하면 안 될까?
회의를 시작합니다.
녹음을 합니다.
그리고 AI가 회의 내용을 정리합니다.
결정사항을 추출하고,
담당자를 정리하고,
일정을 정리하고,
회의에서 나온 주요 이슈를 정리합니다.
회의가 끝나면 참석자들에게 자동으로 공유합니다.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사람도 음성 기록과 요약본을 확인하면 전체적인 내용과 흐름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미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도구들도 많이 나와 있습니다.
노션이나 클로바노트 같은 도구를 활용할 수도 있고, 필요하다면 AI를 이용해 우리 회사에 맞는 간단한 시스템을 직접 만들어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AI로 회의록을 만들어보자.”
가 아닙니다.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합니다.
회의록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회의 내용을 실제 업무로 연결하는 것입니다.
회의에서
“김 대리가 A업무를 다음 주까지 진행해주세요.”
라는 이야기가 나왔다면,
그 내용이 자동으로 업무 시스템에 등록되고,
담당자에게 전달되고,
기한이 설정되고,
진행 상황까지 관리된다면 어떨까요?
그 순간 회의록은 단순한 문서가 아니라 업무 데이터가 됩니다.
그런데 왜 회사는 쉽게 바뀌지 않을까?
이런 이야기를 하면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되지. 왜 안 해?”
그런데 회사가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보통 이런 질문부터 나옵니다.
“이거 돈 드는 거 아닌가?”
“지금도 잘하고 있는데 굳이?”
“직원들이 새로 배워야 하잖아.”
“보안은 괜찮은 건가?”
모두 맞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기술을 무조건 도입하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한 가지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비용을 아끼는 것과 비용을 줄이는 것은 다릅니다.
예를 들어 월 2만 원짜리 AI 도구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정말 비용 절감일까요?
그 AI 도구를 사용하면 직원 한 명이 매주 몇 시간씩 하던 반복 업무를 줄일 수 있다면 어떨까요?
오히려 AI 도구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더 비싼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회사는 보통 눈에 보이는 비용에 민감합니다.
프로그램 구독료 10만 원.
장비 구입비 100만 원.
시스템 구축비 1,000만 원.
그런데 잘 보이지 않는 비용도 있습니다.
직원의 시간.
반복 업무.
커뮤니케이션 오류.
자료를 찾는 시간.
회의 내용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
사람의 실수로 발생하는 재작업.
이것도 모두 비용입니다.
예를 들어 버튼 한 번으로 회의 내용이 팀 전체에 공유되는 것과,
“○○ 부장님, 저번에 회의하셨다던데 어떤 내용이었죠?”
“회의록도 이메일로 좀 보내주세요.”
“제가 확인하고 다시 연락드릴게요.”
라고 여러 번 연락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업무 방식입니다.
비용 절감은 단순히 돈을 덜 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불필요하게 사용하는 시간과 에너지를 줄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AI 시대에는 ‘일을 잘한다’의 기준도 바뀌지 않을까?
예전에는 회의록을 꼼꼼하게 잘 작성하는 사람이 일을 잘하는 사람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조금 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회의록을 잘 작성하는 사람”이 아니라
“회의록을 사람이 작성하지 않아도 되게 만드는 사람.”
이런 사람이 일을 잘하는 사람으로 평가받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결국 회사의 비용과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사원보다 오히려 팀장이나 경영진에게 더 필요한 능력일지도 모릅니다.
과거의 팀장은 팀원들에게 일을 지시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했다면,
앞으로의 팀장은 팀원들이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회의록 작성하세요.”
라고 지시하는 대신,
“우리 팀 회의가 끝나면 회의 내용이 자동으로 정리되도록 만들어봅시다.”
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AI를 잘 사용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문제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일을 AI에게 맡기자는 것은 아닙니다.
보안 때문에 외부 AI를 사용할 수 없는 업무도 있을 겁니다.
사람이 직접 판단해야 하는 업무도 있습니다.
법적인 서명이 필요한 업무도 있고,
고객과 직접 소통해야 하는 업무도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AI를 무조건 사용하자.”
가 아니라,
“AI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고, 하나씩 시스템으로 만들어가자.”
라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거대한 시스템을 만들 필요도 없습니다.
회의록 하나부터 시작해도 됩니다.
반복적인 보고서 작성 하나를 줄여도 됩니다.
매일 사람이 복사하고 붙여넣던 업무 하나를 자동화해도 됩니다.
그렇게 하나씩 쌓이다 보면 결국 회사의 일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결국 경쟁력은 사람보다 ‘시스템’에 있지 않을까?
저는 회사의 경쟁력이 단순히 좋은 사람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사람들이 더 잘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가.
여기에 더 큰 차이가 생길 수 있다고 봅니다.
종이에 회의록을 쓰느냐,
컴퓨터로 쓰느냐,
AI로 작성하느냐가 본질적인 문제는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회사가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일하는 방식을 바꿀 의지가 있는가입니다.
앞으로는 규모가 크고 사람이 많은 회사보다,
작더라도 빠르게 변화하고,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고,
사람들이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회사가 더 강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 글을 읽으면서
“그걸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죠.”
“그게 말처럼 쉬운 줄 아세요?”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회사는 혼자 일하는 곳이 아니니까요.
보안도 있고, 비용도 있고, 기존 시스템도 있고,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생각하는 것과 실행하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한 번쯤은 질문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가 지금 사람이 하고 있는 이 일을, 정말 사람이 계속 해야 할까?”
저 역시 파사드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AI를 어떻게 업무에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이 글을 적어봤습니다.
여러분의 회사에서는 어떤 일을 아직 사람이 직접 하고 계신가요?
그리고 그중에서 AI가 대신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