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란티어 CEO 알렉스 카프는 "한 번도 뭔가를 직접 만들어본 적 없는 사람은 절대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한 문장은, 당신이 지난달 내린 채용 결정 중 가장 흡족했던 것을 정조준하고 있다.
시리즈A를 받는다. 처음 하는 일은 채용이다. 삼성·메타, 애플, 구글 출신 임원, 글로벌 기업 헤드, 맥킨지·베인 파트너 출신을 데려온다. 이력서는 완벽하다. 첫 3개월은 인상적이다. 정교한 보고서, 세련된 프레젠테이션, 흠잡을 데 없는 프레임워크.
그리고 6개월 후,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실행 속도가 급락한다.
30년간 글로벌 투자와 아시아에서 CEO 자문을 하며 이 패턴을 셀 수 없이 봤다. 알릭스파트너스 조사에 따르면 사모펀드(PE)가 투자한 기업 CEO의 58%가 2년 내 교체되고, 투자 사이클 전체로 보면 73%가 경질된다. PE CEO 성공률은 2011년 44%에서 지금 27%로 떨어졌다. 이들은 무능한 리더가 아니다. 가장 화려한 이력을 가진 사람들이 가장 체계적으로 실패하고 있다.
70%가 사라지는 곳
맥킨지 자체 연구가 그 이유를 확인해준다. 전통적 위계 조직에서 관리자 시간의 70%는 창조가 아니라 내부 조율에 소진된다.
문제는 사람이 아니다. 그들이 훈련받은 방식이다. 대기업에서 임원으로 승진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합의를 만드는 능력,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감각, 리스크를 피하는 본능이다. 대기업에서는 이게 리더십이다. 성장기 스타트업에 이식되면 즉시, 실행을 죽이는 독이 된다.
포트폴리오 기업 임원회의에 앉아 있으면 늘 같은 장면이 반복된다.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전략 슬라이드가 이어진다. 아름답고 치밀하다. 결정은 제로다. 점심 후 오후 세션도 똑같다. 아무도 결정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오후 5시, CEO는 7시간 회의에 앉아 있었지만 실행한 것은 없다. 임원들의 시간을 실제로 감사해보면 60~80%가 '조율 쇼'에 사라진다. 회의를 알리기 위한 회의, 결정을 미루기 위한 정렬 세션.
"한 번도 만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믿지 않는다"
팔란티어 CEO 알렉스 카프는 지난해 한 팟캐스트에서 이렇게 말했다. 원칙적으로, 뭔가를 직접 만들어본 적 없는 사람은 신뢰하지 않는다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 의견만 가득한 사람들, 실제로 일해본 적도 만들어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그렇다고.
이 말이 불편한 이유는, 여기 걸리는 사람이 특정 소수가 아니라는 데 있다. 대기업 임원 경력자, 글로벌 기업 출신, M&A 자문, 맥킨지·베인 파트너 출신 — 스타트업이 시리즈A 이후 가장 먼저, 가장 비싸게 채용하는 바로 그 명단이다. 이력서에서 가장 빛나는 줄이, 실행 조직에서는 가장 위험한 신호일 수 있다.
이력서에서 지워야 할 것
사업개발 임원, 마케팅 총괄, CFO — 채용 공고에 붙는 이력서마다 같은 로고가 반복된다. 구글, 유니레버, 골드만삭스. 그런데 그 로고 밑에서 진짜 물어야 할 질문은 따로 있다.
이 사람은 매출 제로인 회사에서 첫 고객을 자기 손으로 따내본 적이 있는가. 한 달에 50% 성장하는 곡선을 처음부터 직접 만들어본 적이 있는가. 아무도 모르는 브랜드를 제로에서 키워본 적이 있는가. 담보도 트랙레코드도 없는 회사에서 대출을 일으키고, 매출 없는 숫자표 하나로 투자자를 설득해 돈을 유치해본 적이 있는가.
대부분은 없다. 내가 만난 많은 글로벌기업, 대기업 임원들은 자신을 30년 경력의 베테랑 전문가라고 스스로를 소개하지만, 그들이 다닌 회사는 이미 브랜드가 있었고, 이미 매출이 있었고, 이미 신용이 있었다. 그들은 이미 떠 있는 배를 더 잘 운항하는 법을 배웠다. 배를 처음부터 만드는 법은 배운 적이 없다. 어쪄면 1년동안의 동일한 오퍼레이션 경험을 30회 반복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력서에서 로고를 지워보라. 남는 게 있는가. 대부분의 이력서는, 로고를 지우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왜 대부분의 CEO는 알면서도 손을 못 대는가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손실을 이득보다 두 배 무겁게 느낀다고 말한다. 조직에서 이건 현상유지 편향으로 나타난다. 맥킨지 연구에 따르면 신임 CEO는 변화를 위해 2단계 아래 직급의 30%, 3단계 아래 직급의 65%를 교체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은 주저한다. 열심히 일하는 유능한 사람이 보이고, 사기 저하가 두렵기 때문이다.
손실회피가 두려운 건 CEO만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반대로 조언한다. 이력서를 오래 검증하지 말고 빨리 뽑아라. 틀렸으면 더 빨리 잘라라. 어차피 이력서로는 알 수 없다. 90일이면 안다.
여기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진실이 있다. 그 유능한 사람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환경에 최적화돼 있다. 제품 출시 전 세 번의 이해관계자 검토를 요구하는 그 뛰어난 전략가는 나쁜 채용이 아니다. 잘못 배치된 것이다. 성공하는 CEO와 실패하는 CEO를 가르는 건 전략의 우수성이 아니라, 이 불편한 인사 결정을 며칠 안에 내리느냐다. 기다리는 CEO는 6~12개월을 소모하고 투자 회수 기간을 1년 늘린다. PE 자본이 연 20~25%로 시간을 벌고 있는 동안.
500명이 궤도에 올랐다
NASA는 1만4000명으로 운영된다. 2008년 스페이스X가 민간 최초로 액체연료 로켓을 궤도에 올렸을 때, 회사는 500명이었다. NASA의 28분의 1 규모로 업계 전체가 불가능하다던 일을 해냈다.
스페이스X는 인원수에 최적화하지 않는다. 실행 역량에 최적화한다. 핵심 정규직 팀에 필요할 때 투입되는 최상위 도메인 전문가를 결합한다. 경력 연차보다 열정과 실무 역량을 본다. 실제로 임베디드 리크루팅을 쓰는 조직은 채용 기간을 38일에서 6일로 줄였고, 능동적으로 발굴한 인재는 지원자보다 채용 확률이 12배 높다는 조사도 있다. 이력서 프레젠테이션이 아니라 임팩트에 최적화된 사람을 찾는 방식이다.
24시간의 법칙
내가 자문하는 CEO들의 하루는 미팅으로 빼곡하다. 하루 여섯 개, 일곱 개. 나도 그 방에 앉는다. 앉아서 지켜보면 보이는 게 있다. 결정할 게 없다. 지난주에 이미 결론을 낸 안건이, 이번 주 안건으로 다시 올라온다. 같은 슬라이드가 세 번째 회의실을 돈다. 아무도 그게 이상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다들 바쁘고, 다들 참석했고, 다들 의견을 냈으니까.
그래서 나는 하나의 진단법을 갖게 됐다. 논의는 24시간 안에 행동으로 바뀌어야 한다. 완벽한게 아니라 가장 서툰거라도 바로 실행해라. 그러지 못하면, 그건 회의가 아니라 재확인이다. 결정 사이클이 압축되면 모호함은 더는 견딜 수 없어진다.
구글 프로젝트 아리스토텔레스는 심리적 안전이 성과의 가장 강력한 예측 변수라는 걸 밝혔다. 그러나 하버드의 에이미 에드먼슨 교수는 경고한다. 기준 없는 안전은 편안함을 만들 뿐, 결과를 만들지 않는다고. 그리고 이렇게 묻는다. 마지막으로 누군가가 나쁜 소식을 위기가 되기 전, 연기가 피어오를 때 가져온 게 언제였는가. 나쁜 소식이 없다는 건 없는 게 아니라, 듣지 못했을 뿐이라고.
질문
펀딩에 성공했다.
좋은 사람을 뽑았다.
이력서는 나무랄 데 없다.
직원 수는 분기마다 늘었다. 사무실은 넓어졌다.
그런데 매출은, 실행 속도는, 왜 그대로인가.
지난달 채용 공고 다섯 개 — 실행할 사람을 뽑았는가, 회의를 잘 이끌 사람을 뽑았는가.
그들의 연봉은 성장에서 나오는가, 당신의 불안에서 나오는가.
한 번도 뭔가를 끝까지 만들어본 적 없는 사람에게,
지금 회사의 미래를 맡기고 때를 기다리고 있지는 않은가.
데이비드 김
투자은행가 (30년) → 외신 테크 칼럼니스트 → 비주얼 스토리텔러 | 필름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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