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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인터뷰 20명, 90%가 좋다는데… 왜 아무도 안 샀을까?

멘토링을 하다 보면 이런 팀을 자주 만나요.

“고객 인터뷰 다 해 봤어요. 다들 좋다고 하던데요?”

자신감이 넘쳐요. 사업계획서에도 “잠재 고객 20명 인터뷰 결과 90%가 긍정적”이라고 적혀 있고요. 그런데 막상 제품을 내놓으면, 그 좋다던 사람들이 아무도 사지 않아요.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저는 대부분 인터뷰를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봐요. 정확히는, 잘못된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에요.

앞의 세 편에서 문제를 깊이 파고드는 이야기를 했어요. 그런데 아무리 깊이 파서 “이게 진짜 문제다”하고 정의해도, 그게 정말 맞는지는 확인해야 해요. 그 확인을 대부분 고객 인터뷰로 하는데, 여기서 제일 많이 미끄러지더라고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볼게요.


 

‘좋아요’는 왜 거짓 신호일까

 

먼저 짚고 갈 게 있어요. 고객이 “좋아요”라고 말했다고 해서, 그게 검증됐다는 뜻이 아니에요.

사람은 앞에 있는 사람에게 좀처럼 모진 말을 못 해요. 특히 상대가 자기가 만든 걸 열심히 설명하고 있으면, “별로예요”라고 말하기가 미안하죠. 그래서 그냥 “좋네요”, “괜찮은데요”라고 해요. 이건 거짓말이 아니라 예의예요. 그런데 만드는 사람은 그 예의를 검증으로 착각해버려요.

 

 

게다가 우리가 던지는 질문 자체가 문제일 때가 많아요. “이런 제품 있으면 쓰실래요?”, “이거 나오면 돈 내고 사시겠어요?” 이런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은 “네”라고 답해요. 왜냐면 그건 미래에 대한 가정이거든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니까 부담 없이 긍정할 수 있어요. “언젠가 운동 시작하실 거예요?”라고 물으면 다들 “그럼요”라고 하는 것과 똑같아요. 실제로 하느냐는 완전히 다른 문제고요.


 

제가 자주 보는 실수

 

 

초기 창업자들의 인터뷰를 옆에서 보면, 패턴이 하나 보여요.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본론으로 직행해요.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평소 어떤 상황에서 무슨 어려움을 겪는지는 묻지 않고, 곧바로 자기가 구상한 솔루션부터 설명해요. “제가 이런 앱을 만들고 있는데요, 이런 기능이 있고, 이렇게 편하고요.” 그러고는 물어요. “어떠세요? 쓰실 것 같으세요? 돈 내고 사실 만한가요?”

이렇게 물으면 답은 정해져 있어요. 눈앞에서 열심히 설명한 사람에게, 대부분 “네, 좋아 보여요”라고 해줘요. 그럼 창업자는 그 대답을 듣고 돌아와 “고객이 검증해줬다”고 믿어요.

그런데 이 인터뷰는 아무것도 검증하지 못했어요. 오히려 위험해요. 자기가 이미 믿고 있던 가설을, “고객도 좋다더라”는 말로 한 번 더 확신하게 만들었으니까요. 확인이 아니라 자기 확신을 강화하는 과정이 된 거예요. 이걸 저는 ‘유도신문형 인터뷰’라고 불러요. 자기가 듣고 싶은 답이 나오게 인터뷰를 몰아간 거죠.


 

그래서, 미래가 아니라 과거를 물어야 해요

 

 

그럼 어떻게 물어야 할까요? 핵심은 하나예요. 미래의 의견이 아니라, 과거의 행동을 물어라.

“이거 쓰실래요?”는 미래의 가정이에요. 답이 공짜라 다들 좋다고 해요. 대신 이렇게 물어보세요. “최근에 그 문제 때문에 곤란했던 적 있으세요? 그때 어떻게 하셨어요?”

이건 이미 일어난 일이라 훨씬 구체적이고 솔직한 대답이 나와요. 예를 들어 “이런 가계부 앱 쓰실래요?”라고 물으면 다들 “좋죠”라고 해요. 하지만 “지난달에 가계부 써보려고 하신 적 있어요? 있다면 뭘로 하셨고, 왜 그만두셨어요?”라고 물으면 진짜가 나와요. “사실 앱 두 개 깔았다가 다 지웠어요. 입력하는 게 귀찮아서요.” 여기엔 진짜 정보가 있어요. 이 사람은 문제를 느끼긴 했지만(앱을 깔 만큼), 지금 나온 해법들은 다 실패했다는 것(귀찮아서 지웠다는 것). 진짜 문제는 ‘기록’이 아니라 ‘귀찮음’이라는 것까지요.

과거를 물으면 이런 것들이 드러나요. 실제로 그 문제 때문에 돈을 썼는지, 시간을 썼는지, 뭔가를 시도했는지. 사람이 이미 돈이나 시간을 쓴 적이 있다면, 그건 진짜 문제예요. 말로 “좋다”고 하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되게 강한 신호죠.


 

솔루션은 최대한 늦게 꺼내세요

 

한 가지 더요. 앞의 실수에서 봤듯이, 많은 팀이 인터뷰 초반부터 자기 솔루션을 꺼내요. 이게 인터뷰 전체를 오염시켜요.

솔루션을 먼저 보여주면, 그때부터 대화는 그 솔루션을 중심으로 돌아가요. 고객은 “이 사람이 만든 걸 평가해달라”는 모드가 되고, 자기가 진짜 겪는 문제 이야기는 뒷전이 돼요. 그래서 솔루션은 최대한 뒤로 미뤄야 해요.

 

 

인터뷰의 앞부분은 온전히 고객에게 내줘야 해요. 어떤 상황에서 사는지, 그 문제를 언제 어떻게 겪는지, 지금은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 이걸 충분히 들은 다음에야, 필요하다면 마지막에 슬쩍 솔루션을 꺼내볼 수 있어요. 순서가 중요해요. 고객의 진짜 이야기를 먼저 듣고, 내 가설은 나중에.


 

그런데, 누구에게 묻고 있나요

 

 

질문을 아무리 잘 설계해도, 애초에 잘못된 사람에게 물으면 소용이 없어요. 그리고 초기 창업자들이 여기서 가장 많이 실수해요. 인터뷰 대상이 지인으로 쏠리는 거예요.

가까운 사람들은 만나기 쉬우니까 자연스럽게 그들부터 물어봐요. 그런데 지인은, 설령 그들이 진짜 타깃 고객이라 해도, 낯선 사람보다 더 솔직하지 못해요. 관계가 얽혀 있으니까요. “네 아이디어 별로야”라고 말하면 사이가 어색해질 것 같으니, 앞에서 봤던 그 예의상의 “좋아요”가 더 심해질 수 있어요. 그래서 지인 인터뷰만 잔뜩 하고 “다들 좋대요”라고 하는 건, 가장 오염되기 쉬운 데이터를 모아온 셈이에요.

그럼 어디로 가야 할까요? 우리 고객이 실제로 모여 있는 곳으로, 낯선 사람에게 가야 해요.

패션 커뮤니티 스타일쉐어의 초기 이야기가 좋은 예예요. 창업 초기, 이들은 홍보에 쓸 돈이 없었어요. 그래서 타겟이 되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홍대나 가로수길로 직접 나갔대요. 거기서 옷 잘 입은 사람들을 골라 사진을 찍고, 서비스 주소를 알려주며 “여기에 당신 사진이 올라간다”고 말을 걸었어요. 하루에 만날 수 있는 사람은 한정적이고, 이렇게 해서 언제 알리나 싶었지만, 발품을 팔며 꾸준히 했다고 해요.

 

(출처 : 벤처스퀘어, 2018. 07. 03)

 

여기서 두 가지를 배울 수 있어요. 하나는, 그들이 지인이 아니라 ‘옷에 관심 많은 낯선 사람들’ ─ 즉, 진짜 타깃 고객 ─을 직접 찾아 나섰다는 것. 다른 하나는, 고객이 이미 모여 있는 곳(옷 잘 입은 사람이 많은 거리)으로 갔다는 것. 그런 곳에서는 물어보기 전에 이미 고객의 자연스러운 행동을 관찰할 수도 있어요. 누가 어떤 옷에 반응하는지, 뭘 궁금해하는지요.

그리고 이건 태도의 문제이기도 해요. 낯선 사람에게 다가가 말을 거는 건 불편하고, 거절도 당해요. 그런데 창업자는 그 불편을 감수해야 해요. 자기 아이디어가 진짜 힘을 받아 커지는 것에 절실하다면요. 거절당하는 걸 두려워하지 마세요. 그보다 훨씬 무서운 건, 아무도 원하지 않는 걸 열심히 만들어놓고 뒤늦게 깨닫는 거예요. 낯선 사람의 “아니요”는 잠깐 아프지만, 잘못 만든 서비스는 몇 달, 몇 년을 삼켜요. 무엇을 더 두려워해야 하는지 분명해요.


 

결국 말보다 행동이에요

 

앞선 편들에서 계속 말했던 게 여기서도 똑같이 적용돼요.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라는 것.

 

 

인터뷰에서 아무리 좋은 말을 들어도, 그건 여전히 ‘말’이에요. 진짜 검증은 사람들이 실제로 움직이는지를 볼 때 이뤄져요. 루트릭스를 떠올려보세요. 그들이 진짜 문제를 알아챈 건 인터뷰실이 아니라, 실제로 나무를 팔아보는 현장이었어요. 고객이 “깊은 데이터를 원한다”고 말해서가 아니라, 실제 거래에서 고객이 무엇에 지갑을 여는지를 보고 알아챈 거예요.

그래서 인터뷰는 검증의 시작일 뿐이에요. 말로 확인한 문제는, 결국 작게라도 실제로 만들어 내놓고 사람들이 정말 움직이는지 봐야 진짜로 검증돼요. 인터뷰에서 과거 행동을 묻는 것도, 결국 ‘말’에서 최대한 ‘행동’에 가까운 걸 끌어내려는 노력이고요.

참고로 고객 검증에는 인터뷰 말고도 여러 방법이 있어요. 작은 시제품을 내놓아 보거나, 간단한 소개 페이지만 만들어 반응을 보거나, 사전 예약을 받아보거나. 다만 그 모든 방법의 출발점은 결국 같아요. 고객에게 ‘제대로’ 묻고, 고객의 진짜 행동을 보는 것. 그 나머지 방법들은 또 언젠가 풀어볼게요.


 

오늘 확인해보면 좋겠어요

 

앞의 세 편에서 우리는 문제를 깊이 파고드는 이야기를 했어요. 그리고 오늘은, 그렇게 판 문제가 진짜인지 확인하는 이야기를 했고요. 발견과 검증은 늘 짝이에요. 깊이 파기만 하고 확인하지 않으면, 그건 여전히 내 머릿속 가설일 뿐이거든요.

 

 

그래서 오늘 이 질문을 남기고 싶어요.

  • 우리가 들은 “좋아요”는, 미래의 가정이었나요, 과거의 진짜 경험에서 출발했나요?
  • 우리는 고객의 이야기를 먼저 들었나요, 아니면 우리 솔루션부터 들이밀었나요?
  • 고객은 그 문제 때문에 실제로 돈이나 시간을 써본 적이 있나요?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하지 못한다면, 아직 검증이 끝나지 않은 거예요. 한번 고객에게 다시, 제대로 물어보러 가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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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하는별 기획하는별 · 전략 기획자

예비창업 부터 IPO, 상장사 IR 컨설팅 경험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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