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전략 #운영
우리가 푸는 문제, 한 문장으로 쓸 수 있나요?

지금까지 문제를 여러 방향에서 살펴봤어요. 표면 아래로 내려가 문제의 깊이를 찾았고, 어디까지를 우리의 문제로 볼 것인지 넓이를 정했고, 그 문제가 얼마나 아프고 자주 반복되는지 강도와 빈도로 살펴봤죠.

그런데 이걸 따로따로 알고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요. 사업계획서 첫 장에서도, IR 발표 초반에서도, 팀 회의에서도 결국 필요한 건 하나거든요. “우리가 푸는 문제는 이겁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한 문장.

오늘은 지금까지 모은 재료를 한자리에 놓고, 우리가 풀려는 문제를 한 문장으로 정리해볼게요.

 

 


 

한 문장으로 말하지 못한다면, 중심이 아직 흐린 걸 수도 있어요

 

“그래서 우리 문제가 뭐예요?” 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핵심을 먼저 말하지 못하고 5분 동안 배경부터 설명해야 한다면, 아직 중심이 충분히 정리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커요.

물론 사업은 복잡합니다. 한 가지 문제 안에도 여러 원인이 얽혀 있고, 고객마다 상황도 조금씩 다르죠. 그 모든 걸 한 문장에 설명할 수는 없어요. 그래도 긴 설명을 하기 전에 “우리는 이런 사람의 이런 문제를 풀고 있습니다.” 정도는 말할 수 있어야 해요. 심사위원은 수 많은 사업계획서를 보고, 투자자는 여러 팀의 설명을 듣습니다. 긴 이야기를 듣기 전에 어떤 문제를 푸는 팀인지 먼저 이해할 수 있어야 하죠.

 

 

그런데 한 문장이 필요한 이유는 밖을 설득하기 위해서만은 아니에요. 오히려 더 중요한 건 안쪽입니다. 팀원들에게 “우리가 푸는 문제가 뭐죠?” 라고 각각 물었는데 서로 다른 대답이 나온다면, 같은 사업을 하면서도 각자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을 수 있어요.

그래서 문제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는 건 단순한 카피라이팅이 아닙니다. 밖을 설득하는 문장이기 전에, 안을 정렬하는 기준이에요.


 

자주 보는 네 가지 문제 문장

 

문제를 한 문장으로 적어보면 어디가 어긋나 있는지 의외로 쉽게 보여요. 지금까지 다룬 내용을 기준으로 보면 크게 네 가지가 있습니다.

 

 

현장에서 멈춘 문장. “매출이 안 나온다”, “재구매율이 낮다” 5편에서 이야기했듯 이런 건 대부분 문제의 결과에 가까워요. 왜 매출이 안 나오는지, 왜 다시 구매하지 않는지까지 내려가지 않으면 문제의 원인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현상을 곧바로 문제라고 놓고 해결책을 만들면, 정작 원인과 상관없는 솔루션으로 갈 가능성도 커지고요.

너무 넓은 문장. “사람들이 외롭다”, “교육 격차가 심각하다” 틀린 말은 아니에요. 다만 누구의 어떤 상황을 이야기하는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문제가 너무 넓으면 우리가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도 함께 흐려져요.

너무 좁은 문장. 반대로 조건을 계속 붙이다 보면 대상이 몇 명 남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아주 선명하지만 그 문제를 겪는 사람이 너무 적다면, 처음부터 확장할 여지가 거의 없을 수 있어요. 중요한 건 넓게 잡는 것도, 무조건 좁게 잡는 것도 아닙니다. 문제가 가장 또렷하게 보이는 범위를 찾는 것이에요.

중요도가 보이지 않는 문장. 문장은 그럴듯한데 읽고 나서 “그래서 이게 얼마나 큰 문제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고객이 가끔 불편해하지만 그냥 참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라면 우선순위가 높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자주 반복되거나, 한 번 발생했을 때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고요. 지난 편에서 살펴본 강도와 빈도가 필요한 이유예요.


 

문제 문장을 만드는 네 단계

 

 

그럼 실제로 한 문장을 만들어볼게요. 반려견을 키우는 직장인의 돌봄 문제를 살펴보고 있는 팀이 있다고 해보죠. 아직 무엇을 만들지는 정하지 않았습니다. 우선 문제부터 제대로 정리해보는 거예요.

 

1단계. 고객이 말한 것에서 시작해요

고객을 만나 “바빠서 강아지 산책을 자주 못 시켜줘요”라는 말을 들었다고 해볼게요. 출발점은 여기예요. 고객이 실제로 겪고 있다고 말한 불편.

하지만 여기서 바로 “직장인은 강아지를 산책시키기 어렵다”를 문제로 확정하시면 안 됩니다. 지금까지 이야기했듯 이것은 아직 표면에 가까운 문장일 수 있으니까요.

 

2단계. 깊이 ─ 한 겹 아래로 내려가요

조금 더 물어봅니다. “산책을 못 시키는 게 왜 힘드세요?” 그러자 이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어요.

“집에 돌아오면 강아지는 하루 종일 저만 기다리고 있었잖아요. 그런데 너무 피곤해서 산책까지 못 나가면 괜히 미안해요. 내가 제대로 돌보고 있나 싶기도 하고요.”

처음에는 ‘산책할 시간이 없다’는 이야기였는데, 한 겹 내려가니 ‘미안함’이라는 감정이 나왔어요. 여기서 멈추고 싶어질 수 있습니다. 고객의 진짜 속마음을 들은 것 같으니까요.

그런데 5편에서 이야기했듯 본질은 더 이상 “왜?”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내려간 지점이에요. 감정은 대개 무언가의 결과지, 그 자체로 우리가 풀 수 있는 대상은 아니거든요. 그러니 한번 더 물어봅니다. 왜 미안할까요?

이야기를 더 들어보면 이런 것들이 나올 수 있어요. 반려견이 하루 대부분을 거의 움직이지 못한 채 혼자 지낸다는 것. 그동안 아이가 어떤 상태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 맡길 곳을 찾아봤지만 비용이 부담되거나 낯선 사람에게 맡기는 게 불안했다는 것.

이제 조금 다른 문제가 보입니다. 미안함은 감정이지만, 그 감정을 만들어낸 건 반려견에게 필요한 활동량을 꾸준히 확보하지 못하고, 마땅히 맡길 대안도 없다는 상황이에요. 이건 우리가 손댈 수 있는 지점이죠. 그렇다면 문제 문장은 이렇게 달라집니다.

“반려인이 평일 동안 반려견에게 필요한 활동량을 확보하지 못하고, 마땅히 맡길 대안도 찾지 못한다.”

아직 이것도 가설입니다. 다만 처음의 ‘시간이 없다’보다 중간의 ‘미안하다’ 보다, 우리가 무엇을 풀어야 하는지가 훨씬 또렷해졌어요.

 

3단계. 넓이 ─ 누구의 문제인지 맞춰요

그런데 여전히 대상이 너무 넓어요. 모든 반려인이 같은 문제를 같은 정도로 겪는 건 아니니까요.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과 매일 출근하는 사람의 상황도 다를 수 있고, 가족고 함께 키우는 경우와 혼자 돌보는 경우도 다르겠죠. 그렇다고 “성수동에 사는 32세 1인 가구 푸들 보호자”처럼 지나치게 좁힐 필요도 없습니다.

문제가 특히 선명하게 나타날 만한 범위를 잡아보면 “평일 낮 동안 집을 비우는 1인 가구 반려인” 정도로 생각해볼 수 있어요. 그럼 문장이 이렇게 바뀝니다.

“평일 낮 동안 집을 비우는 1인 가구 반려인이 반려견에게 필요한 활동량을 확보하지 못하고, 마땅히 맡길 대안도 찾지 못한다.”

누구의 문제인지 훨씬 선명해졌죠. 물론 이 정도 범위의 사람이 실제로 충분히 많은지는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지금은 문제의 범위를 잡아보는 단계니까요.

 

4단계. 강도와 빈도 ─ 이 문제를 계속 붙잡아볼 만한가

마지막으로 지난 편에서 살펴본 강도와 빈도를 떠올려봅니다. 이 문제는 얼마나 자주 일어날까요? 평일마다 출근하는 사람이라면 반복적으로 겪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나 아픈 문제일까요? 앞에서 나온 ‘미안함’이 여기서 다시 쓰여요. 감정 자체가 풀어야 할 문제는 아니지만, 고객이 이 상황을 얼마나 무겁게 느끼는지 보여주는 신호거든요. 여기에 더해 이미 펫시터를 알아보거나, 가족에게 부탁하거나, 퇴근 후 피곤해도 억지로 산책을 나가고 있다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제로 시간과 돈을 쓰고 있다는 뜻이죠.

여기서 중요한 건 강도와 빈도를 문장에 모두 억지로 집어넣는 것은 아니라는 거예요. 꼭 ‘매일’, ‘심각하게’, ‘반복적으로’ 같은 단어를 넣어야 좋은 문제 문장이 되는 건 아닙니다. 중요한 건 문장을 만들기 전에 이 문제가 충분히 중요하고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인지 생각해봤느냐예요.

필요하다면 문장에도 그 특성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렇게요.

“평일 낮 동안 집을 비우는 1인 가구 반려인은 반려견에게 필요한 활동량을 꾸준히 확보하지 못하고, 마땅히 맡길 대안도 찾지 못한 채 매일 같은 상황을 반복한다.”


 

모든 재료를 문장에 다 넣을 필요는 없어요

 

 

여기서 하나는 꼭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깊이, 넓기, 강도, 빈도를 모두 문장 속에 넣는 게 목표는 아니에요. 그러다 보면 오히려 문장이 길고 복잡해집니다.

이 네 가지는 좋은 문장을 만들기 위해 먼저 생각해봐야 하는 기준에 가까워요. 충분히 생각한 다음, 그중 문제를 가장 잘 설명하는 것만 남기는 겁니다. 좋은 문제 문장은 정보가 많은 문장이 아니라, 복잡하게 고민한 결과를 단순하게 설명하는 문장에 더 가까워요.


 

문제 가설 문장을 한번 점검해보세요

 

문장을 만들었다면 네 가지를 확인해보세요.

  • 누구의 문제인지 보이나요?
  • 어떤 상황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보이나요?
  • 표면의 현상에서 멈추지 않고 안 겹 아래까지 내려갔나요?
  • 계속 들여다볼 만큼 중요하고 반복되는 문제인가요?

 

처음부터 자유롭게 문장을 쓰기 어렵다면 이런 틀을 사용해도 됩니다.

“OO한 고객은 OO한 상황에서, OO 때문에 OO한 어려움을 겪는다.”

상황에 따라 “OO한 어려움을 반복해서 겪는다”처럼 바꿔도 괜찮아요. 중요한 건 틀을 정확히 채우는 게 아니라, 누가 언제 왜 어떤 문제를 겪는지가 보이는 거예요. 앞의 반려인 사례를 넣는다면 이런 식이겠죠.

“평일 낮 동안 집을 비우는 1인 가구 반려인은 반려견에게 필요한 활동량을 꾸준히 확보하지 못하고, 마땅히 맡길 대안도 찾지 못한 채 매일 같은 상황을 반복한다.”

지금 사업계획서나 노트에 적어둔 문제 문장이 있다면 한번 꺼내보세요. 현상에서 멈추지는 않았는지, 대상이 너무 넓거나 좁지는 않은지, 고객에게 정말 중요한 문제인지 다시 읽어보면 됩니다. 고쳐야 할 게 보인다면 오히려 좋은 신호예요. 문제 문장은 한 번에 완성되는 게 아니라, 조금씩 다듬으면서 선명해지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런데 아직 ‘정답’은 아니에요

 

여기까지 왔다면 꽤 그럴듯한 한 문장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하나는 잊으면 안 돼요. 지금 이 문장은 아직 우리 책상 위에서 만든 ‘문제 가설’이에요.

 

 

깊이도 살펴봤고, 넓이도 정했고, 강도와 빈도도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고객이 실제로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지는 별개의 이야기예요. 우리가 “이게 고객의 문제일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과, 고객이 실제 생활 속에서 그 문제를 반복해서 겪고 있는 것은 다르니까요.

그래서 문제 문장을 잘 썼다고 바로 솔루션으로 넘어가면 안 됩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제 이 한 문장을 들고 밖으로 나가볼게요. 우리가 정의한 문제가 정말 고객에게도 존재하는지, 솔루션을 만들기 전에 반드시 통과해야 할 마지막 관문입니다.


 

스타트업의 “성장”을 기획합니다. 기획하는별 (블로그 : https://sparkle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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