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우리는 문제를 제대로 찾는 법을 이야기했어요. 표면에 드러난 불편에서 한 겹씩 내려가 문제의 깊이를 찾았고, 어디까지를 우리의 문제로 볼 것인지 넓이도 살펴봤죠.
그런데 깊이와 넓이를 잘 잡았다고 해서 그 문제가 곧 사업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에요. 여기서 한 가지를 더 봐야 합니다. 이 문제가 과연 풀 만한 문제인가?

많은 사람이 겪는다고 중요한 문제는 아니에요
지난 편에서 문제의 넓이가 곧 시장의 크기를 뜻하는 건 아니라고 이야기했어요. 많은 사람이 겪는 문제라고 해서 반드시 모두가 해결하고 싶어 하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문제의 넓이를 봤다면, 이제 그 문제의 무게를 한 번 더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여기서 볼 수 있는 기준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얼마나 아픈가, 다른 하나는 얼마나 자주 겪는가예요. 이 둘을 각각 강도와 빈도라고 불러볼게요.
아무리 깊이 파서 본질적인 문제를 찾고 많은 사람이 겪는 문제를 잡았더라도, 고객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은 문제라면 해결의 우선순위가 높지 않을 수 있어요. 반대로 대상이 크지 않아 보여도, 겪는 사랍에게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일 수도 있고요.
강도 ─ 얼마나 아픈가
같은 불편이라도 아픈 정도는 달라요.
“좀 귀찮긴 하죠”와 “이것 때문에 매번 일을 다시 해야 해요”는 같은 문제가 아닙니다. 앞의 문제는 그냥 참고 지나갈 수 있지만, 뒤의 문제는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고 싶어지죠.
그렇다면 강도는 어떻게 가늠할 수 있을까요? 단순히 “많이 불편하세요?”라고 물어보는 것만으로는 잘 알기 어렵습니다. 사람들은 웬만한 불편에도 “네, 불편하죠”라고 답하니까요.

오히려 하나의 신호가 되는 건 그 문제 때문에 이미 무엇인가를 하고 있는가예요. 시간을 쓰고 있거나, 돈을 쓰고 있거나, 임시방편이라도 자기만의 방법을 만들어 쓰고 있을 수 있습니다. 엑셀에 따로 정리하고 있거나, 메모장에 자료를 모아놓거나, 주변 사람에게 해결방법을 물어보고 다닐 수도 있고요. 이런 흔적이 있다면 그 문제가 고객에게 꽤 중요한 문제일 가능성이 높아요.
물론 아무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반드시 문제가 약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아직 해결할 방법을 모르거나,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했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여기서는 결론을 내리기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움직이게 만들 정도로 아픈가?”를 가늠해보면 됩니다.
빈도 ─ 얼마나 자주 겪는가
두 번째는 빈도입니다. 고객이 이 문제를 매일 겪는지, 일주일에 한 번 겪는지, 몇 년에 한 번 겪는지를 보는 거예요.
반복해서 마주치는 문제는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 매일 같은 작업을 반복해야 한다거나 매주 같은 불편을 겪는다면, 고객은 자연스럽게 “이거 어떻게 좀 해결할 수 없을까?”를 생각하게 되죠. 그래서 자주 반복되는 문제는 해결책을 찾게 만들 가능성도 높습니다.
다만 여기서 조심해야 할 게 있어요. 빈도가 낮다고 중요하지 않은 문제는 아닙니다.

이사, 결혼, 장례처럼 한 사람이 평생 몇 번 겪지 않는 일도 있어요. 하지만 막상 그 순간이 오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죠. 또 한 사람에게는 드문 일이어도, 시장 전체에서는 매일 새로운 사람이 그 문제를 겪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빈도는 단순히 “자주 일어나면 좋고, 드물면 나쁘다”로 볼 게 아니라, “고객이 얼마나 반복해서 마주치는가, 그리고 발생했을 때 얼마나 중요해지는가”를 함께 봐야 합니다.
강도와 빈도를 함께 놓고 보기
이제 강도와 빈도를 함께 놓아볼게요.

만성 통증. 자주 겪는데 겪을 때마다 꽤 아픈 문제예요. 고객이 이미 해결책을 찾아다니고 있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우리가 우선해서 살펴볼 만한 문제죠.
급성 통증. 자주 겪지는 않지만, 한번 발생하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이사나 결혼처럼 빈도만 놓고 보면 낮지만, 실제로 발생했을 때는 중요도가 매우 높을 수 있어요.
잔통. 자주 겪지만 그럭저럭 참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입니다. 계속 신경은 쓰이는데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닌 상태죠. 반복된다고 해서 반드시 중요한 문제는 아니에요. 고객이 정말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하는지 조금 더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벼운 불편. 가끔 발생하고, 발생하더라도 크게 아프지 않은 문제입니다. 이 경우에는 지금 잡은 문제가 정말 우리가 붙잡아야 할 문제인지 한 번쯤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지금 잡은 문제를 한번 놓아보세요

지금까지 찾아온 문제를 강도와 빈도라는 두 축에 한 번 올려보세요.
- 고객은 이 문제를 얼마나 중요하게 느끼고 있나요?
-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미 돈이나 시간을 쓰고 있는 흔적이 있나요?
- 이 문제는 얼마나 자주 발생하나요?
- 자주 일어나지는 않더라도, 발생했을 때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가요?
- 강도와 빈도를 함께 봤을 때, 네 자리 중 어디에 가까운가요? 만성 통증인가요, 아니면 가벼운 불편인가요?
정답을 내릴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단계에서는 문제의 우선순위를 한번 가늠해보는 것이면 충분해요.
강도가 생각보다 약하다면 한 겹 더 아래를 볼 수도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게 여전히 표면의 불편에 가까운 문제일 수도 있으니까요. 반대로 아무리 들여다봐도 고객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은 문제라면, 굳이 그 문제를 억지로 붙잡을 필요도 없어요.
이제 흩어진 재료를 하나로 모을 차례예요
여기까지 왔다면 문제를 정의하기 위한 재료는 거의 다 모였습니다.
문제를 깊이 팠고, 어디까지를 볼지 넓이를 정했고, 그 문제가 얼마나 아프고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지도 살펴봤어요.
그런데 아직 이 재료들은 각각 흩어져 있습니다. 누구의, 어떤 상황에서, 어떤 문제가, 왜 중요한지.
다음 편에서는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하나로 모아서, 우리가 풀려는 문제를 한 문장으로 만들어볼게요.
스타트업의 “성장”을 기획합니다. 기획하는별 (블로그 : https://sparkle3.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