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을 만들고 → 패키지를 완성하고 → 유통사나 바이어에게 연락하고 → 매장에 입점하고 → 그다음 광고를 통해 고객을 데려오는 것.
그런데 오늘 소개할 창업가는 이 순서를 통째로 뒤집었습니다.
매장에 들어가기 전에 고객부터 만들었습니다.
정식 패키지도 없던 시절부터 자신의 창업 과정을 개인 SNS에 공개했고, 약 6개월 동안 이메일 구독자 2,000명을 모았습니다.
첫 생산에서 나온 요거트 1,200개는 온라인 주문을 받은 뒤 창업자 두 사람이 뉴욕 거리에서 직접 고객에게 건넸습니다. 배송도 없었습니다. 고객이 결제를 하면 정해진 시간과 장소를 고른 뒤, 직접 창업자를 만나러 나와야 했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샀습니다. 이 방식으로 단 4주 동안 8,000개의 요거트를 판매했습니다.
그리고 나서야 첫 번째 식료품점 문을 두드렸습니다.
“저희를 입점시켜 주세요.”라고 부탁하는 대신 이렇게 말할 수 있었습니다.
“뉴욕에 이미 돈을 내고 우리 제품을 사는 고객이 500명 있습니다. 입점시켜주시면 이 사람들을 매장으로 보내드릴게요.”
첫 발주 물량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완판됐고, 두 번째 물량도 이틀 만에 판매됐습니다.
이후 매장은 하나씩 늘어났고, 인터뷰 당시 사워밀크는 뉴욕 지역 약 120개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워밀크의 이야기를 정리하다 보니, 한 편에 담기에는 가져갈 만한 인사이트가 너무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이야기는 1부와 2부로 나눠서 소개하려고 합니다.
1부에서는
사모펀드에서 일하던 키키가 왜 요거트 사업을 시작했는지
어떤 기준으로 안정적인 직장을 떠났는지
왜 까다로운 냉장 요거트 시장을 선택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매장에 들어가기 전에 어떻게 첫 고객을 만들고 실제 수요를 증명했는지를 살펴봅니다.
또 키키가 제품도 완성되기 전부터 SNS에서 창업 과정을 공개한 이유와
Building in Public을 단순한 홍보가 아니라 재고 리스크를 줄이고 미래 고객을 확보하는 사업 전략으로 사용한 방법까지 자세히 이야기해볼게요.
그리고 2부에서는 온라인에서 만든 관심을 실제 오프라인 팬덤으로 연결한 방법 / 두 명뿐인 팀이 어떻게 브랜드와 공급망을 나눠 운영했는지 / 돈이 부족한 상황에서 박람회와 대형 브랜드 협업을 만들어낸 방법 / 그리고 전국으로 빠르게 확장할 수 있는데도 일부러 지역을 깊게 장악하며 성장한 이유까지 이어서 살펴보겠습니다.
오늘 파운시스에서는 장 건강을 위한 요거트 브랜드 사워밀크(Sourmilk)를 공동창업한 키키 카우치먼(Kiki Couchman)의 이야기를 통해, 단순히 ‘SNS를 잘하는 브랜드’를 넘어 초기 사업가가 고객, 유통, 콘텐츠의 순서를 어떻게 다시 설계할 수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키키는 소비재 사업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제품 → 유통 → 마케팅>의 순서를 버리고, <고객 → 수요 증명 → 유통>의 순서로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그 작은 순서의 변화가 재고 리스크, 바이어 협상력, 콘텐츠 전략까지 모두 바꿨습니다.
이 글은 이런 분들께 추천드려요
✅ 제품은 준비하고 있는데 첫 고객을 어떻게 만들지 막막한 분
✅ 오프라인 입점이나 리테일 유통을 고민하고 있는 소비재 브랜드 창업자
✅ 광고비를 거의 쓰지 않고 초기 수요를 만들고 싶은 분
✅ 개인 SNS를 사업 자산으로 연결하고 싶은 분
✅ ‘제품이 완성된 다음 콘텐츠를 시작해야지’라고 생각하고 있는 분
🟠여성 사업가 커뮤니티 참여하기(오픈채팅방)
여성 (예비)사업가를 위한 커뮤니티에 초대합니다. 여성들의 성장과 도전을 지지하며, 뉴스레터에서 다루지 않는 인사이트와 온오프라인 이벤트가 안내됩니다:)
키키는 처음부터 식품업계에 있던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키키는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인간생물학(Human Biology)을 공부했고, 졸업 후에는 사모펀드 업계에서 약 4년 반을 일했습니다.
그것도 소비재 기업을 다루는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기업에 투자하는 중견 사모펀드의 포트폴리오 운영팀에서 일했습니다.
인수한 회사의 경영진과 함께, 회사를 어떻게 성장시킬지, 어떤 지표를 관리할지, 어떻게 기업가치를 높이고, 나중에 어떤 방식으로 투자금을 회수할지를 고민하는 일이었습니다. 직접 브랜드를 만들어본 경험은 없었지만, 회사가 성장하려면 어떤 기반이 필요한지를 가까이에서 배울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키키의 공동창업자 엘런(Elan Halpern) 역시 처음부터 식품 창업을 준비한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두 사람은 스탠퍼드의 식품 시스템 관련 수업에서 처음 만났고, 졸업 후에도 함께 살 만큼 가까운 친구가 됐습니다. 더구나 창업 당시 공동창업자 엘런은 가상화폐 업계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키키와 엘런의 사업의 출발점은 거창한 창업 아이디어가 아니었습니다.
한 사람의 몸에서 시작됐습니다.
‘요거트는 원래 프로바이오틱 식품 아닌가?’
공동창업자 엘런은 장내 미생물과 관련된 건강 문제를 겪고 있었습니다. 특히 SIBO라고 불리는 소장 세균 과증식과 관련된 문제였습니다. 의사는 항생제와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 등 여러 치료 방법을 제안했습니다. 운동선수 출신이었던 공동창업자 엘런은 평소 요거트를 자주 먹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합니다.
“프로바이오틱스를 알약으로 먹는 대신 요거트로 먹으면 안 될까?”
요거트는 대표적인 발효식품이니까요.
그런데 마트의 요거트 성분을 하나씩 살펴보다가 예상하지 못한 사실을 발견합니다. 시중 요거트에 들어가는 균이 반드시 ‘장 건강을 위해 설계된 균’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요거트 회사는 우유를 안정적으로 발효시키고, 소비자가 좋아하는 맛과 질감을 만드는 데 적합한 균을 선택하고 있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맛있는 요거트를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는데, 굳이 생산 난이도를 높이고 원가를 추가하면서 다른 균주를 넣을 이유가 크지 않으니까요.
이를 키키는 이 차이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대형 요거트 회사가 왜 굳이 장 건강에 좋은 다른 균주를 더 배양하겠어요? 맛있는 요거트를 만들면 되는데요.”
여기서 봐야 할 것은 ‘대기업이 잘못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기존 사업자가 최적화한 기준과, 소비자가 실제로 원하는 효용 사이에 생긴 틈입니다.
기존 요거트 회사가 ‘맛’을 중심으로 최적화하고 있었다면,
두 사람이 원하는 것은 ‘맛있으면서 장 건강까지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요거트’였습니다.
공동창업자 엘런은 자신이 원하는 균주를 사용해 직접 요거트를 만들기 시작했고, 실제로 몸의 변화를 체감했습니다.
여기까지는 개인적인 해결책입니다.
그다음 질문이 사업을 만들었습니다.
“이걸 우리만 먹지 말고, 더 많은 사람에게 제공하면 어떨까?”
SOURMILK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비교표
개인의 문제를 사업으로 만들기 전에, 숫자를 봤습니다
두 사람은 당시 모두 직장 생활 4년 차를 지나며 ‘다음 커리어’를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우리 둘이 요거트 회사를 만들자’라고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먼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어떤 분야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지?”
두 사람의 답은 모두 건강 분야였습니다. 그때 비로소 집에서 만들던 요거트를 사업으로 확장할 가능성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시장 데이터를 살펴봤습니다.
지표
수치
장 건강 문제를 겪는 미국인
약 3분의 2
요거트를 구매하는 미국 가정
92%
미국 요거트 시장 규모
약 120억 달러(약 17조 원)
시장 성장률
연 14%
GLP-1(체중 감량 약물) 사용 경험자
미국인 8명 중 1명
미국인의 상당수가 장 건강 문제를 경험하고 있음
미국 가정의 요거트 구매 비율은 매우 높음
미국 요거트 시장은 이미 수십억 달러 규모
오래된 식품 카테고리임에도 시장은 계속 성장 중
GLP-1 계열 약물 사용 확대로 고단백·고영양 식품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음
여기에서 가장 흥미로운 건 개별 숫자가 아닙니다.
두 숫자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많은 미국인이 장 건강 문제를 겪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가정이 이미 요거트를 삽니다. 사람들이 이미 ‘장 건강에 좋을 것 같은 발효식품’을 충분히 먹고 있는데도 장 문제는 여전히 많습니다.
키키는 여기에서 시장의 틈을 봤습니다.
수요가 없는 시장이 아니라, 기존 제품이 소비자의 기대를 완전히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시장.
이 차이는 큽니다.
많은 창업자는 고객에게 새로운 습관을 만들려고 합니다.
“이제부터 이걸 매일 사용하세요.”, “앞으로는 이런 방식으로 관리하세요.”
그런데 사워밀크는 새로운 습관을 만들 필요가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이미 요거트를 사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새로운 행동이 아니라, 기존 제품을 다른 제품으로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것보다, 이미 존재하는 습관 안에서 더 나은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이 훨씬 쉽습니다.
거기다 마운자로 같은 GLP-1 약물 확산이 순풍이 됐습니다. 체중 감량 약물을 쓰는 사람은 적은 양으로 단백질을 채워야 하고, 소화 문제도 자주 겪습니다. 고단백에 장 건강까지 잡은 요거트는 이 흐름과 정확히 맞물렸습니다. 사워밀크 한 컵은 약 150칼로리, 단백질 15g, 그리고 장 건강.
초기 브랜드라면 이 질문을 한 번 던져볼 만합니다.
나는 고객에게 완전히 새로운 행동을 요구하고 있는가?
아니면 고객이 이미 하는 행동 속 제품을 바꿔 끼울 수 있는가?
"스타트업의 90%가 망해도, 창업자의 90%가 망하는 건 아니다"
키키에게는 이미 꽤 좋은 커리어가 있었습니다.
사모펀드는 보수도 높고, 안정적이며,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직업입니다.
게다가 스탠퍼드 졸업 후 약 4년 반 동안 쌓아온 경력도 있었습니다.
그 모든 것을 두고 경험 없는 식품 창업으로 들어가는 것은 작은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사람들이 키키에게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회사를 그만둘 수 있었어요?”
“실패할까 봐 무섭지 않았어요?”
키키의 답이 흥미로운 이유는, “성공할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이렇게 말합니다.
“실패하지 않을 거라는 걸 어떻게 알아요? 우리는 아직 실패할 수 있는 지점에도 도달하지 못했어요.”
사업은 성장 단계마다 계속 다른 실패 가능성이 생깁니다.
제품 개발에서 실패할 수도 있고, 첫 판매에서 실패할 수도 있고, 유통 확장 후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실패 가능성이 없어지는 순간을 기다린다면 창업은 영원히 시작할 수 없습니다.
키키는 대신 감당 가능한 리스크인지를 계산했습니다.
그리고 세 가지 기준으로 퇴사를 결정했습니다.
키키 카우치먼 (출처- Substack)
첫 번째 기준은 돈보다 ‘시간’이었습니다
키키는 자신의 시간을 가장 비싼 자산으로 봤습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나는 지금 계속 배우고 있는가?
내가 가진 능력을 충분히 사용하고 있는가?
내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고 있는가?
그리고 마지막 질문.
“내가 지금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내가 미래에 되고 싶은 사람들인가?”
이 질문에서 답이 명확해졌습니다.
회사 사람들이 싫었던 것은 아닙니다. 좋은 사람들이었고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하지만 계속 그 커리어를 따라갔을 때 도착하는 미래의 모습이 자신이 원하는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키키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어떤 환경에 몇 년 동안 머무르면, 결국 그 환경의 사람이 되어간다.
"5년을 여기 있었으면, 인정하든 안 하든 나는 이미 그런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거잖아요."
‘나는 이 길을 평생 갈 생각이 없어.’라고 생각하면서도 매일 그 일을 하고 있다면, 실제로는 그 방향으로 계속 이동하고 있는 셈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래서 키키에게 ‘남아 있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었습니다.
안전한 기본값이 아니었습니다.
내 시간을 어디에 투자할지 결정하는 적극적인 선택이었습니다.
두 번째 기준은 “지금이 가장 싸게 실패할 수 있는 시기인가?”였습니다
키키는 26살에 퇴사했습니다. 지금은 27살입니다.
리테일 기반 소비재 브랜드는 궤도에 오르기까지 보통 10년이 걸립니다. 온라인으로 빠르게 스케일하는 사업과는 다릅니다. 냉장 유통, 생산 사이클, 매장 확대 등 물리적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키키에게는 개인적인 계획도 있었습니다.
"저는 여성이고, 아이를 갖고 싶어요. 그 선택지를 스스로 남겨두고 싶었어요."
그래서 '나 하나만 책임지면 되는 시기'를 창업 자본으로 계산했습니다. 키키에겐 현재가 가장 긴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아직 자신 외에 다른 사람을 경제적으로 책임질 필요가 적은 시기.
생활비를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할 수 있는 시기.
밤과 주말까지 자신의 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시기.
재정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가장 자유로운 5~10년이 앞에 놓여 있는 지금이 비용이 가장 낮은 시점이라는 것.
"기다리는 하루하루가 저를 손해 보게 하고 있었어요."
이 관점이 인상적입니다.
미래를 위해 지금을 미룬 것이 아니라, 미래의 선택지를 지키기 위해 지금 시작했습니다.
세 번째 기준은 “MBA 2년과 창업 2년 중 무엇이 더 많이 남을까?”였습니다
당시 키키의 주변 동료들 중에는 경영대학원 진학을 고민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키키도 두 가지 선택지를 비교했습니다.
출처- 영화 <매트릭스>
선택지 A - 큰 비용을 지불하고 2년간 MBA를 다닌 뒤 다시 기존 커리어로 돌아간다.
선택지 B - 2년 동안 직접 회사를 만든다. 실패하면 돈과 시간은 사라진다. 대신 나 자신과 사업에 직접 투자한 셈이 된다.
“실패하더라도, 경영대학원에 다녀온 것보다 훨씬 많은 선택지가 생길 거라고 생각했어요.”
회사는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제품, 고객, 영업, 공급망, 마케팅, 재무, 협상을 직접 배웁니다.
키키는 두 번째가 자신에게 훨씬 많은 선택지를 남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워밀크는 실패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실패하지 않을 거예요.”
키키는 선택 기준에서 ‘사업의 실패’와 ‘나의 실패’를 분리했습니다.
사업은 하나의 시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업을 만들면서 얻게 되는 고객을 이해하는 능력, 제품을 만드는 경험, 사람을 설득하는 능력,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네트워크는 다음에도 남습니다.
한 회사의 실패가 곧 한 사람의 실패는 아닙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창업은 ‘한 번의 시험’보다는 ‘나의 사업 역량에 투자하는 과정’에 가까워집니다.
가장 어려운 카테고리를 고른 것은, 그게 해자였기 때문이다
냉장 요거트를 판매하는 사워밀크는 운영하기 쉬운 제품이 아닙니다.
오히려 소비재 중에서도 상당히 어려고 까다로운 카테고리입니다.
SOURMILK 제품 이미지 (출처- sourmilk 홈페이지)
첫 번째 제약은 배송입니다.
요거트는 약 섭씨 2~5도 수준을 유지해야 합니다. 너무 따뜻하면 안 됩니다. 그렇다고 얼어서도 안 됩니다. 얼면 제품의 질감이 망가질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D2C 제품처럼 아이스팩을 넣고 전국에 택배를 보내는 방식이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키키는 이 사실을 보고 오히려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소비자도 원래 요거트를 택배로 사지 않는다.’
요거트를 온라인으로 사더라도 보통은 집 근처 식료품점의 배송 서비스를 이용합니다. 그렇다면 굳이 고객에게 새로운 구매 습관까지 만들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사워밀크는 처음부터 리테일 중심 사업으로 설계됐습니다.
두 번째 제약은 유통기한입니다.
사워밀크 제품의 유통기한은 생산일부터 약 8주였습니다. 겉으로 보면 충분해 보입니다.
하지만 유통업체에 제품이 도착할 때는 일정 수준(대략 절반) 이상의 유통기한이 남아 있어야 합니다.
그레서 사실 상 유통기한은 8주지만,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4주였습니다
생산합니다 ⭢ 유통사로 보냅니다 ⭢ 다시 각 매장으로 이동합니다 ⭢ 매장에 진열됩니다 ⭢ 그리고 소비자가 구매합니다.
냉장 요거트라는 제품은 생산하는 순간부터 재고의 가치가 매일 줄어들었습니다.
세 번째 제약은 최소 생산 수량입니다
당시 사워밀크는 한 번 생산할 때 약 24,000개의 요거트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이 숫자가 커 보이지만 사실 공장 MOQ, 즉 최소 생산 수량에 가까운 규모였습니다.
그렇다면 사업자 입장에서는 무서운 질문이 생깁니다.
“이 24,000개를 몇 주 안에 다 팔 수 있는가?”
팔리지 않으면 창고에 오래 둘 수 없습니다. 나중에 다시 판매할 수도 없습니다. 유통기한이 지나면 폐기됩니다.
그래서 식품 브랜드에게 ‘판매 속도’는 단순한 성장 지표가 아닙니다. 생존 지표입니다.
보통 여기서 ‘이 사업 어렵네요’로 끝납니다.
그런데 키키는 이 어려움을 단순한 단점으로만 보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걸 해자(moat)라고 생각해요."
해자(moat)는 성을 둘러싼 물웅덩이, 즉 경쟁자가 쉽게 넘어오지 못하게 막는 진입장벽을 뜻합니다.
GPT가 만들어준 해자 설명 이미지
왜 해자일까요? 그건 이런 많은 제약이 높은 회전율을 보장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땅콩버터 브랜드는 홀푸드에서 주당 6달러(약 8,400원)어치 팔리면 최상위 회전율입니다. 하지만 사워밀크는 한 매장에서 싱글서브 제품만 주당 90개가 나갑니다.
키키는 이 대비가 핵심으로 봤습니다.
어려운 카테고리는 아무나 못 들어오는 대신, 들어온 사람에게는 압도적인 반복 구매를 줍니다.
땅콩버터 한 통은 몇 주를 먹습니다. 하지만 요거트는 매일 먹습니다. 키키는 제약 조건을 없애려 하지 않고, 그 제약이 만들어주는 반대급부를 계산했습니다. 이 어려운 제품에는 ‘반복 구매’라는 보상이 있었습니다.
우리 사업에서도 한번 적용해볼 수 있습니다.
지금 가장 큰 제약은 무엇인가?
그 제약 때문에 오히려 경쟁자가 쉽게 들어오지 못하는 부분은 없는가?
"우리의 첫 번째 전화는 바이어가 아니라 고객이었습니다"
제품이 어느 정도 준비됐습니다. 그다음 일반적인 식품 브랜드라면 바이어를 찾았을 겁니다. 유통사를 만나고, 브로커를 알아보고, 매장에 샘플을 보내고, 입점을 준비했을 겁니다.
그런데 키키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의 첫 번째 전화는 바이어가 아니라 고객에게 했습니다.”
리테일 사업인데도 D2C 브랜드처럼 행동했습니다. (D2C는 소비자 직거래, 즉 유통을 거치지 않고 고객에게 직접 파는 방식)
다만 일반적인 D2C처럼 택배로 보내지는 않았습니다. 배송할 수 없는 제품이었으니까요.
대신 D2C의 핵심만 가져왔습니다. 중간 유통을 거치기 전에 오프라인에서 고객과 직접 관계를 만들었습니다.
첫 번째 목표는 ‘첫 매장’이 아니라 ‘2,000명의 고객 후보’였습니다
키키는 정식 브랜드 계정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자신의 개인 SNS에서 창업 과정을 공개했습니다.
당시 키키에게 콘텐츠 경험은 사실상 없었습니다. 인플루언서도 아니었고, 전문 마케터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초기 브랜드에는 선택지가 있었습니다.
당시 키키에게 콘텐츠 경험은 사실상 없었습니다. 인플루언서도 아니었고, 전문 마케터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초기 브랜드에는 선택지가 있었습니다.
마케팅 비용을 지불해서 사람을 살 것인가.
아니면 무료 플랫폼을 직접 배워서 자신만의 유통망을 만들 것인가.
부트스트랩으로 시작한 두 사람은 후자를 택했습니다.
콘텐츠를 만들고, 모든 콘텐츠 마지막에 하나의 행동을 요청했습니다.
‘메일링 리스트에 가입하세요.’
그리고 약 6개월 동안 이메일 구독자 2,000명을 모았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숫자만이 아닙니다. 무슨 내용을 보냈느냐입니다.
꾸준히 뉴스레터로 소통하고 있는 키키와 엘런 (출처- sourmilk 홈페이지)
2,000명에게 계속 ‘구매하세요’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사워밀크의 뉴스레터는 판촉 메일이 아니었습니다.
2주에 한 번 정도,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에서 겪고 있는 이야기를 전달했습니다.
이번 주에는 어떤 문제를 만났는지.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무엇을 잘못했는지.
무엇을 배웠는지.
키키는 제품을 팔기 전에 관계를 먼저 쌓았습니다.
사람들은 출시일에 갑자기 등장한 사워밀크를 처음 본 것이 아닙니다.
몇 달 동안 제품이 만들어지고, 창업자가 시행착오를 겪고, 브랜드가 조금씩 완성되는 과정을 지켜봤습니다.
이 차이는 출시 후 매우 강력해집니다.
‘새로운 요거트가 출시됐다’가 아니라, ‘내가 몇 달 동안 지켜보던 그 요거트가 드디어 나왔다’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라벨도 없는 요거트 1,200개가 생겼습니다
첫 생산은 정식 대량 생산이 아니었습니다. R&D 목적의 시험 생산이었습니다.
제품도 아직 지금처럼 완성된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정식 패키지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생산 과정에서 약 1,200개의 요거트가 나왔습니다.
공장은 뉴욕에서 약 5시간 떨어진 곳에 있었고, 냉장 밴을 이용해 제품을 가져와야 했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문제 하나가 생깁니다.
“이걸 누구에게 팔지?”
냉장식품이기 때문에 천천히 고민할 시간이 없습니다.
이때 6개월 동안 모아둔 2,000명의 이메일 리스트가 처음으로 실제 사업 자산이 됩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어떤 매장은 약 6개월 동안 영업해야 했습니다. 샘플을 가져다주고,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연락이 없어서 다시 컨택했습니다. 하지만 거절당했습니다. 그리고 또 연락했습니다.
결국 문을 연 것은 기존 관계에서 나온 추천이었습니다. 과거 해당 바이어와 함께 일했던 지인이 사워밀크를 먹고 직접 추천해줬습니다.
여기서 리테일 사업의 또 다른 특성이 보입니다.
관계 역시 유통 인프라입니다.
좋은 제품과 판매 데이터가 있어도, 사람의 신뢰와 추천이 마지막 문을 열어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리테일에서 가장 위험한 실패는 ‘입점 실패’가 아닙니다
매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보다 더 위험한 일이 있습니다.
매장에 들어갔는데 안 팔리는 것.
리테일에서 실패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운영 실패입니다.
재고가 부족하거나, 배송이 늦거나, 제품에 문제가 생기거나, 공급망이 판매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두 번째는 더 단순합니다.
제품이 팔리지 않는 것.
매장의 진열 공간은 한정돼 있습니다. 새로운 브랜드 하나를 넣는다는 건 기존 제품 하나를 빼야 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최근 리테일러가 브랜드에게 묻는 질문은 점점 달라지고 있습니다.
“당신의 브랜드가 우리 매장에 새로운 손님을 데려올 수 있습니까?”
리테일러 입장에서 브랜드는 단순한 납품업체가 아닙니다. 집객 수단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사워밀크를 사러 온 사람이 매장에 들어오면, 다른 제품도 함께 구매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지점에서 키키의 SNS 전략이 리테일 전략과 연결됩니다.
원래 리테일 브랜드에게 가장 큰 광고판은 ‘매대’입니다
소비재 브랜드의 전통적인 마케팅을 생각해볼까요?
매장에 많이 입점합니다.
SKU를 늘립니다.
더 넓은 진열 면적을 확보합니다.
매대 끝 엔드캡을 차지합니다.
사람들이 쇼핑하면서 브랜드를 반복해서 봅니다.
유통이 곧 마케팅입니다.
그런데 초기 브랜드는 이 전략을 쓸 수 없습니다.
SKU가 하나뿐일 수도 있습니다.
매장도 몇 곳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작은 전문 식료품점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키키는 이런 현실을 정확하게 봤습니다.
사람들은 작은 로컬 마켓에 매일 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매일 봅니다.
그래서 사워밀크는 생각했습니다.
‘물리적인 매대가 부족하다면, 소비자의 피드에 먼저 유통하자.’
SOURMILK 인스타그램에 올라와있는 지역별 요거트 판매점 안내지도
소셜미디어를 ‘두 번째 유통망’으로 만들었습니다
사워밀크의 제품은 뉴욕 몇 개 매장에만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콘텐츠는 지역의 제한을 받지 않습니다.
오늘 키키의 영상을 봅니다. 며칠 뒤 또 다른 영상을 봅니다. 창업 과정에 대한 콘텐츠를 봅니다. 팟캐스트에서 이야기를 듣습니다. 몇 주 뒤 매장에서 사워밀크를 발견합니다.
이제는 처음 보는 제품이 아닙니다.
키키는 이런 식으로 설명합니다.
“홀푸드에서 우리를 보게 될 때쯤이면 이미 일곱 번 정도 우리를 봤을 수도 있어요.”
여기에서 SNS의 역할이 명확해집니다.
오늘 바로 온라인 판매를 만드는 것이 목표가 아닙니다. 미래의 오프라인 구매를 위한 사전 노출을 만드는 것 입니다.
즉, 유통이 오기 전에 브랜드 인지도를 먼저 보내는 전략입니다.
전통 리테일 브랜드
사워밀크
유통의 정의
매장 진열대
소비자의 피드
확보 비용
입점비·매대비·유통 마진
시간과 콘텐츠
확보 속도
느림(협상 사이클)
빠름(스스로 통제)
순서
매대 → 인지
인지 → 매대
키키는 원래 콘텐츠를 잘하던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키키는 콘텐츠 제작 경험이 거의 없었습니다. 인스타그램도 몇 달에 한 번 사용하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창업을 준비하면서 선택지가 생겼습니다.
마케팅 비용을 지불해 외부에서 사람을 데려올 것인가.
아니면 무료 플랫폼을 직접 배울 것인가.
키키와 엘런, 두 사람은 후자를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중요한 실행 원칙이 있었습니다.
키키의 인스타그램 계정
첫 번째, 퇴사하기 전에 시작했습니다
키키는 직장을 다닐 때부터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이게 반응을 얻는 데 이틀이 걸릴지 300일이 걸릴지 알 수 없잖아요. 그러니 이게 제 직업이 되기 전에 근육을 만들어두고 싶었어요."
키키는 창업 후 처음부터 “이제 이 콘텐츠로 고객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시작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직 월급이 있을 때 연습했습니다.
자신에게 맞는 말투를 찾고, 어떤 영상이 반응하는지 보고, 카메라 앞에 서는 것에 익숙해졌습니다.
초기 영상 하나가 약 35,000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직장인 상태에서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여기서 중요한 질문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사업 전체를 준비하기 전에, 창업 이후 반드시 필요한 능력 하나를 지금부터 훈련할 수는 없을까?
두 번째, 역할을 회의로 정하지 않고 테스트했습니다
키키와 엘런, 두 사람 모두 처음에는 콘텐츠를 만들어봤습니다.
둘 다 TikTok에 영상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누가 더 자연스럽고, 누가 더 반응이 좋은지 확인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키키는 영상 콘텐츠가 잘 맞았습니다. 그리고 엘런은 링크드인 글쓰기와 운영에 더 강했습니다.
그래서 역할이 나뉘었습니다.
키키는 브랜드와 수요, 엘런은 제품과 공급망.
처음부터 “나는 마케팅 담당이야.”, “너는 운영 담당이야.”라고 결정한 것이 아닙니다. 해보고 나서 정했습니다.
두 사람은 역할을 직함으로 나누기보다, 실제 행동과 데이터로 강점을 찾는 것입니다.
세 번째, SNS를 소비하지 않고 연구했습니다
키키는 자신의 피드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전과는 다르게 봤습니다.
“왜 내가 이 영상에서 멈췄지?”
첫 장면 때문일까? 첫 문장 때문일까? 시각적인 후킹은 무엇일까?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했기에 끝까지 보게 됐을까?
그냥 콘텐츠를 소비하지 않았습니다. 소비자의 반응을 연구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콘텐츠 역시 지표를 세분화해봤습니다.
조회수 / 조회수 대비 팔로우 / 조회수 대비 전환 / 참여율 / 공유 / 반응.
이렇게 데이터를 보다 보니 예상하지 못한 능력이 좋아졌습니다.
바로 제품을 설명하는 능력입니다.
SNS는 마케팅 채널이 아니라 메시지 실험실이었습니다
키키는 어떤 문장을 썼을 때 사람들이 제품을 바로 이해하는지 알게 됐습니다.
어떤 표현은 아무 반응이 없고, 어떤 표현은 댓글을 만들고, 어떤 이야기는 공유됩니다.
이걸 매일 반복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고객은 우리 제품의 어떤 가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그리고 이 학습은 SNS 밖에서도 사용됩니다.
매장 바이어에게 제품을 설명할 때.
팟캐스트에서 브랜드를 설명할 때.
파트너에게 협업을 제안할 때.
고객을 직접 만났을 때.
키키는 점점 더 짧고 정확하게 사워밀크의 가치를 말할 수 있게 됐습니다.
"소셜미디어가 제품을 더 잘 설명하는 법을 가르쳐줬어요. 피칭도 더 잘하게 됐고요."
그래서 콘텐츠의 또 다른 역할은 실시간 메시지 테스트였습니다.
초기 창업자에게 팔로워 1만 명보다 더 중요한 자산은 ‘고객이 어떤 말에 반응하는지 100번 실험해본 경험’일 수도 있습니다.
단순한 ‘창업 일기’가 아니라, 경험에서 교훈을 꺼냈습니다
키키가 만드는 콘텐츠의 또 다른 특징이 있습니다.
“오늘 공장 다녀왔어요.”, “오늘 이런 일이 있었어요.”로 끝나지 않습니다.
자신의 경험을 다른 사람도 적용할 수 있는 교훈으로 바꿉니다.
대표적인 것이 Zero to One Founder 시리즈입니다.
키키의 0 to 1 Founder Series 인스타그램 콘텐츠
예를 들어 길거리 판매를 이야기할 때도, 결론은 “우리 정말 열심히 했죠?”가 아닙니다.
이런 흐름입니다.
우리 제품은 냉장이라 배송하기 어려웠다. ⭢ 하지만 매장에 들어가기 전에 고객을 확보해야 했다. ⭢ 그렇다면 배송을 고집하지 말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 그래서 고객에게 직접 전달했다. ⭢ 그리고 이 사례에서 가져갈 교훈은, ‘제품의 제약 조건과 목표를 분리해 생각하라.’입니다.
배송이 목표가 아니었습니다. 고객 확보가 목표였습니다.
사례는 사워밀크이지만, 교훈은 어떤 사업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콘텐츠가 광고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창업 인사이트를 얻으러 오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워밀크를 반복해서 보게 됩니다.
키키가 Building in Public을 시작하게 만든 두 가지 사례
키키에게 영향을 준 사례가 두 개 있습니다.
하나는 이전 직장의 창업자(그레이엄 위버 / Graham Weaver.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강사이자 틱톡 인플루언서)였습니다. 그는 SNS에서 사업, 리더십, 자신에게 베팅하는 법에 대해 실제로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키키는 그 과정을 가까이에서 보며 이런 걸 배웠습니다.
정말 가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특히 성공한 뒤 과거를 이야기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하지만 지금 막 0에서 1을 만드는 사람이 오늘 배운 걸 오늘 공유하는 콘텐츠는 적습니다.
키키는 그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사례가 더 흥미롭습니다.
문도 열지 않은 사탕가게 앞에 줄이 있었습니다
키키가 어느 날 뉴욕 웨스트빌리지를 걷다가 아주 작은 사탕가게를 봤습니다. 가게는 크지 않았습니다. 키키 표현으로는 ATM 정도 크기였습니다. 그런데 문도 열기 전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습니다.
키키는 궁금했습니다.
“대체 왜?” SNS를 찾아보니 이유가 있었습니다.
창업자가 약 6개월 동안 가게를 만드는 과정을 모두 공개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사람들을 구경꾼으로 두지 않았습니다.
“어떤 색이 좋을까요?”
“벽지는 무엇이 좋을까요?”
“어떤 디자인이 더 마음에 드나요?”
계속 의사결정에 참여시켰습니다. 그러면 고객의 감정이 달라집니다.
“예쁜 가게네.”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저 가게 만들 때 나도 참여했어.”라는 감각이 생깁니다.
키키는 그 장면을 보고 든 생각이 사업 전체의 설계도가 됩니다.
"첫 매대에 올라가는 날, 저에게도 '가상의 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완판될 거라는 걸 알아야 했으니까요."
제품이 매장에 들어간 뒤 고객을 찾는 것이 아니라, 매장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기다리는 사람들을 만들어야 한다.
사워밀크의 빌딩 인 퍼블릭(Building in Public) 전략은 여기에서 시작됐습니다.
결국 Building in Public은 ‘홍보’가 아니라 재고 리스크 관리였습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사워밀크의 SNS 전략이 완전히 다르게 보입니다.
팔로워를 늘리기 위한 콘텐츠가 아니었습니다.
냉장 제품은 매장에 들어간 순간부터 시간과 싸워야 합니다. 팔리지 않으면 폐기됩니다. 그래서 유통 전에 수요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Building in Public은 미래 재고를 팔 사람을 미리 만드는 전략이었습니다.
마케팅 전략이면서, 동시에 재고 리스크를 줄이는 운영 전략이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콘텐츠와 비즈니스가 분리되지 않습니다.
콘텐츠는 사업을 예쁘게 포장하는 일이 아니라, 사업의 실제 위험을 해결하는 장치가 됩니다.
그런데 키키는 모든 창업자에게 Building in Public을 권하지 않습니다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자신의 가장 큰 성장 레버였지만, ‘모든 창업자가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전략은 제품과 고객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사워밀크는 매일 먹는 비교적 접근 가능한 가격의 제품입니다. 창업자의 정신없고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브랜드와 잘 맞습니다.
하지만 럭셔리 제품이나 고가 제품이라면 같은 방식이 항상 효과적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요즘 유행하니까 우리도 해야 할까?”가 아니라, “우리 사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이 방법이 적합한가?”
키키는 전략을 트렌드에서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사업 문제에서 출발했습니다.
"정답 같은 건 없어요. 어떤 요거트 브랜드도 이렇게 한 적이 없으니까요. 사람들은 '비법을 왜 다 공개하냐'고 했어요. 근데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걸 만드는 게 창업이잖아요."
키키의 이야기(1부)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점 8가지
1. 좋은 사업 아이디어는 ‘없던 문제’보다 기존 시장의 모순에서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사워밀크는 사람들이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새로운 음식을 만든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이미 요거트를 먹고 있었습니다. 시장은 이미 컸고, 구매 습관도 충분히 형성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두 가지 사실이 동시에 존재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장 건강 문제를 겪고 있었고, 동시에 대부분의 가정에서 요거트를 구매하고 있었습니다.
키키는 여기서 질문했습니다.
“사람들이 이미 이 제품을 충분히 소비하고 있는데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기존 제품이 충족하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 아닐까?”
초기 아이디어를 찾을 때 꼭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물어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이미 돈을 쓰고 있는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불만을 느끼고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사업보다,기존 습관 안에서 더 좋은 선택지를 제공하는 사업이 훨씬 낮은 비용으로 시작될 수도 있습니다.
2. 창업의 리스크를 ‘이 사업이 실패하는가’만으로 판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키키가 사모펀드를 떠날 때 성공을 확신했던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실패 가능성이 계속 존재한다고 인정했습니다.
대신 질문의 단위를 바꿨습니다.
“만약 이 회사가 실패하면 내게 무엇이 남는가?”
제품을 만드는 경험 / 고객을 이해하는 능력 / 영업 / 공급망 / 콘텐츠 / 협상 / 사업을 직접 운영해본 경험.
키키는 이 모든 것을 자신의 자산으로 계산했습니다.
그래서 ‘사워밀크는 실패할 수 있지만 나는 실패하지 않는다.’라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창업을 고민하고 있다면 성공 확률만 계산하기보다 이렇게 물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최악의 경우 이 사업이 끝나더라도 내가 얻게 될 능력과 선택지는 무엇인가?
리스크의 단위를 ‘회사’에서 ‘나’로 옮기면, 보이지 않던 수익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3. ‘언젠가 시작할 것’이라면 지금 기다리는 비용도 계산해야 합니다
우리는 창업 리스크는 잘 계산합니다.
월급이 사라지는 것 / 투자한 돈을 잃는 것 / 커리어가 끊기는 것.
그런데 기다리는 비용은 잘 계산하지 않습니다.
키키는 오히려 이쪽을 봤습니다.
지금보다 나이가 들면 책임져야 할 사람이 많아질 수도 있습니다. 사업을 만드는 데 5년, 10년이 필요하다면 시작을 2년 미루는 것은 단순히 2년을 기다리는 일이 아닙니다. 미래의 선택 가능한 시간을 2년 줄이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키키에게는 ‘지금 시작해서 실패하는 비용’과 ‘시작을 미뤄 잃는 시간의 비용’을 함께 비교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우리도 한번 물어볼 수 있습니다.
나는 지금 시작해서 잃을 것만 계산하고 있지 않은가? 시작하지 않아서 잃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4. 사업의 제약은 무조건 제거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급부’를 함께 봐야 합니다
냉장 요거트 사업은 어렵습니다. 배송이 까다롭습니다. 유통기한도 짧습니다. 생산 MOQ도 큽니다. 팔리지 않으면 재고를 나중에 다시 판매할 수도 없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모두 단점입니다.
그런데 키키는 질문을 바꿨습니다.
“그렇다면 이 어려움 때문에 얻는 것은 무엇이지?”
결과는 높은 진입장벽과 높은 반복 구매였습니다.
요거트는 운영하기 어렵지만 고객이 매일 먹을 수 있는 제품입니다. 운영의 어려움을 버틸 수 있다면 높은 구매 빈도를 얻을 수 있습니다.
모든 제약을 없애려고 하기 전에, 내 사업의 제약이 오히려 어떤 경쟁우위를 만들어주는지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5. 첫 번째 판매 채널보다 먼저 ‘첫 번째 수요’를 만들 수 있습니다
사워밀크는 매장보다 고객이 먼저였습니다. 일반적인 브랜드라면 먼저 입점처를 찾아 제품을 깔고, 그다음 사람들에게 알렸을 겁니다.
사워밀크는 반대로 움직였습니다.
먼저 제품을 기다리는 사람을 모았습니다. 그다음 실제 구매를 만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 구매 데이터를 들고 매장을 찾아갔습니다.
그러자 영업의 문장이 달라졌습니다.
“우리 제품이 좋습니다.”가 아니라,“이미 이 제품을 사는 고객이 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었습니다.
사업 초기라면 채널을 찾기 전에 먼저 물어볼 수 있습니다.
이 제품을 지금 당장 사고 싶은 사람 10명을 먼저 만들 수는 없을까?
100명의 관심보다 10명의 실제 결제가 더 강한 영업 자료가 될 수도 있습니다.
6. 초기의 비효율은 때로 가장 높은 학습 효율을 만듭니다
뉴욕 곳곳을 돌아다니며 요거트 8,000개를 직접 전달하는 방식은 절대 확장 가능한 모델이 아닙니다.
하지만 초기에는 확장이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고객을 배우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직접 만나니 알 수 있었습니다.
누가 제품을 사는지. 왜 사는지. 어떤 말을 사용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는지. 그리고 동시에 고객과 관계까지 생겼습니다.
그래서 초기에는 “이 방식이 나중에도 가능한가?”보다 먼저, “이 방식이 지금 나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가르쳐주는가?”를 봐야 하는 시점도 있습니다.
규모가 작을 때만 할 수 있는 비효율적인 일이 나중에는 가장 강한 브랜드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7. 자원이 부족할수록 ‘하나의 실행이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가’를 봐야 합니다
사워밀크의 길거리 판매는 단순한 판매 활동이 아니었습니다.
매출을 만들었습니다. 수요를 검증했습니다. 제품 피드백을 얻었습니다. 고객 인터뷰가 됐습니다. 콘텐츠 소재가 생겼습니다. 입소문을 만들었습니다. 재고를 소진했습니다. 그리고 리테일 영업 자료까지 만들었습니다.
한 번의 활동이 여러 문제를 동시에 해결했습니다.
초기 사업에서는 사람도 돈도 시간이 부족합니다.
그럴수록 단순히 “무엇을 해야 하지?”보다 “이 한 가지 활동을 하면 동시에 무엇까지 얻을 수 있지?”를 묻는 것이 중요합니다.
8. 콘텐츠는 홍보보다 먼저 ‘사업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키키가 Building in Public을 시작한 이유는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어서가 아니었습니다.
명확한 사업 문제가 있었습니다. 냉장 제품은 매장에 들어간 순간부터 팔려야 합니다. 그런데 초기 브랜드는 매대도 적고 인지도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매장에 들어가기 전에 사고 싶은 사람을 만들어놓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키키에게 콘텐츠는 광고가 아니라 미래 수요를 미리 만들어두는 장치였습니다. 더 나아가 매일 콘텐츠를 만들며 어떤 메시지에 사람들이 반응하는지도 알게 됐습니다. 콘텐츠가 메시지 실험실 역할까지 한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도 SNS를 시작하기 전에 “무슨 콘텐츠를 올리지?”보다 먼저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콘텐츠를 통해 해결하고 싶은 내 사업의 문제는 무엇인가?’
첫 고객 확보일 수도 있습니다. 시장 검증일 수도 있고, 전문성 증명, 파트너십, 리드 확보, 재구매일 수도 있습니다.
콘텐츠의 목적이 명확해지면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도 훨씬 선명해집니다.
1부를 읽고 우리 사업에 적용해볼 질문
오늘 이야기에서 가장 마음에 걸렸던 질문 하나만 골라 답해보셔도 좋습니다.
① 사람들이 이미 돈을 쓰고 있지만 여전히 불만을 가지고 있는 시장은 어디에 있을까?
② 내가 만드는 제품은 고객에게 새로운 습관을 요구하는가, 기존 습관을 교체하는가?
③ 지금 내 사업의 가장 큰 제약은 무엇이고, 그 제약이 만드는 경쟁우위는 무엇인가?
④ 나는 아직 제품을 완성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지는 않은가? 제품을 기다릴 사람은 몇 명인가?
⑤ 지금 정식 출시 전이라도 실제 돈을 내는 첫 고객 10명을 만들 방법은 없을까?
⑥ 내가 하고 있는 실행 중 매출·시장조사·콘텐츠·고객 관계를 동시에 만들 수 있는 활동은 무엇인가?
⑦ 내 콘텐츠는 무엇을 홍보하고 있는가보다, 어떤 사업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가?
SOURMILK 제품 이미지 (출처- SOURMILK)
사워밀크의 이야기를 처음 접하면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숫자일지도 모릅니다.
2,000명의 이메일 구독자. 4주 동안 판매한 8,000개의 요거트. 첫 매장의 빠른 완판. 그리고 120개의 입점 매장.
하지만 오늘 1부에서 더 중요하게 보고 싶었던 것은 그 숫자가 나오기 전의 순서였습니다.
키키와 공동창업자는 처음부터 유통망이 있었던 것도, 콘텐츠를 잘했던 것도, 식품 업계 경험이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오늘 1부에서 더 중요하게 보고 싶었던 것은 그 숫자가 나오기 전의 순서였습니다. 키키와 공동창업자는 처음부터 유통망이 있었던 것도, 콘텐츠를 잘했던 것도, 식품 업계 경험이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대신 계속 질문했습니다.
“우리가 진짜 해결하려는 문제는 무엇이지?”
“이 제약을 반드시 없애야 하나?”
“배송이 안 된다면 고객을 만날 다른 방법은 없을까?”
“매장에 들어가기 전에 팔린다는 것을 증명할 수는 없을까?”
“광고비가 없다면 우리가 직접 고객을 모을 수는 없을까?”
그리고 이런 질문들이 결국 사워밀크만의 방법을 만들었습니다.
배송이 목표가 아니었습니다. 고객 확보가 목표였습니다.
매장 입점이 목표가 아니었습니다. 제품이 실제로 팔린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먼저였습니다.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목표가 아니었습니다. 제품이 매대에 들어갔을 때 기다리는 고객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목표와 방법을 분리하자, 기존 업계에서 하지 않던 방법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초기 사업에서 가장 필요한 능력도 이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정답을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진짜 달성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정의하고, 그 목적을 달성할 새로운 방법을 만드는 것.
그리고 키키의 이야기는 아직 절반밖에 오지 않았습니다. 사워밀크가 매장에 들어가기 전 수요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면, 그다음에는 또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이 관심을 어떻게 진짜 팬으로 만들 것인가?”
“두 명뿐인 팀이 커지는 수요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큰 리테일러가 먼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을 때 얼마나 빠르게 확장해야 할까?”
“투자금을 받을 수 있는데도 왜 일부러 기다렸을까?”
2부에서는 키키가 온라인에서 만든 관심을 오프라인 팬덤으로 연결한 Building in Public + IRL 전략, 돈이 부족한 두 명의 창업자가 대형 브랜드와 박람회를 활용한 방식, 그리고 ‘1인치 넓이로, 1마일 깊게’ 성장하는 지역 확장 전략까지 이어서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