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TL;DR (한 줄 요약) … 이 글이 답하는 한 가지 질문
산업기술보호법1이 본체(핵심기술 보유기관)의 해외 매각을 사실상 봉쇄하는 시대에, 국내 미드마켓 PE는 어떤 영역에서 진입 각도를 만들 수 있는까…
결국은 본체 옆이다.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반도체 · 이차전지 · 조선 · 방산 · 바이오 · 우주 대기업 자체는 이제 사실상 해외 자본에 팔 수 없다. 2025년 1월 21일 공포되어 2025년 7월 22일 시행된 개정 산업기술보호법은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직권 판정 · 보유기관 등록제 · 이행강제금(1일 1천만 원) · 해외유출 벌금 15억 → 65억 원 상향까지 촘촘하다. (김·장 법률사무소; 산업기술보호법 개정)
동시에 그 본체는 자기 자산을 스스로 정리한다.
삼성 · SK · 현대차 · LG 등 비핵심 사업부를 대규모로 시장에 던지는 Carve-out 시대가 열렸다. 국내 Carve-out 거래는 2022년 8건 → 2023년 10건 → 2024년 17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Korea Capital Market Institute via Korea Bizwire) 그리고 150조 원 규모 국민성장기금까지 미드마켓 PE에 배분되면서 실탄과 매물이 동시에 넘치는 조합이 만들어졌다. (KED Global)
즉 규제는 본체를 잠그고, 대기업은 옆방(비핵심 사업부)의 문을 열고 있다.
PE가 정말로 들어갈 자리는 국가핵심기술의 본체가 아니라, 그 본체와 30년 lock-in을 공유하면서도 규제 심사에서는 훨씬 자유로운 인접 섹터다. 그 인접 섹터 자리를 4개의 사분면 지도(quadrant map)로 정리하고, 미드마켓 PE가 실제로 접근 가능한 진입 각도를 찾아보고자 한다.
PE는 국가핵심기술 자체(반도체 3D 낸드, 이차전지 하이니켈 전구체 등)를 사겠다고 덤비는 것 보다, 그 옆에서 lock-in을 나눠 갖는 “인접 서비스 · 부품 · MRO · 소부장 2~3차 밴더” -> 규제는 얕고, 반복 매출은 두꺼운 자리다.
▣ “규제가 세지면 PE 기회는 줄어든다”는 착시
“산업안보법이 강해지면 한국 PE는 딜 소싱이 어려워진다.” 표면만 보면 맞다.
실제로 2024년 이후 국가핵심기술 지정 건수는 76개 → 79개로 확대됐고, 소재 분야 신설 · 직권 판정 · 이행강제금까지 규제에 대한 밀도는 계단식으로 뛰었다(연합뉴스; 한국경제)
그런데 시장은 정반대로 움직였다. 삼성KPMG 리포트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한국 PE 투자 규모가 12조 원에 도달했고, 중간 규모 딜(15M~500M USD)이 전체의 45%를 차지하며 핵심축으로 자리잡았다(Asiae/삼정KPMG)
SK 스페셜티(2.6조 원, Hahn & Co 인수), SK 엔펄스 CMP 패드 사업부, SGC 그린파워, 태영 에코비트 등 대형 Carve-out이 연이어 성사됐다(Korea Bizwire)
이는 강한 규제는 딜의 총량을 줄이는 게 아니라, 딜의 좌표를 옆으로 이동시킨다. 본체가 잠기면 옆방으로 물꼬가 트인다. 규제는 자산의 매각 가능한 좌표를 재정의할 뿐, 매각 자체를 없애지 않는 것이다.
a) 균열/틈새 … “본체는 봉쇄, 인접은 열려있다”
산업기술보호법의 심사는 국가핵심기술을 보유·관리하는 대상기관 자체를 대상으로 한다. 여기서 대부분이 놓치는 지점은 —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회사”의 정의가 매우 좁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30나노 이하 D램 설계·공정, 128단 이상 3D 낸드, 하이니켈 이차전지 전구체, 아연 헤마타이트 공법, 128단 이상 이미지센서 등 구체적 기술 특허 및 공정을 직접 보유한 기업이 대상이다(국가핵심기술 지정 등에 관한 고시)
그 옆에서 동일한 밸류체인에 lock-in되어 있으나 국가핵심기술 자체는 보유하지 않은 회사 — 소부장 2~3차 밴더, 특수가스·정비 서비스, 부품·MRO, 캘리브레이션·검증 서비스 등 — 은 심사 사각지대에 놓인다.
헤럴드경제가 산업통상부 자료를 확인한 결과, 최근 3년간(2023~2025) 외국인투자 안보심의 사전검토 사례는 총 5건에 불과했다(헤럴드경제). 심사가 열리는 조건 자체가 지분 50% 이상 취득 + 방위산업·전략물자·국가기밀·국가핵심기술 등 6개 분야 해당이라는 이중 요건이라, 그 옆의 인접 자산은 사실상 규제라는 손가락 사이로 빠진다.
b) 균열/틈새 … “국내 PE는 심사 대상 자체가 아니다”
여기가 실무에서 가장 큰 오해가 벌어지는 지점이다. 산업기술보호법의 M&A 심사는 “외국인 인수·합병”에만 걸린다. 한국에 등록된 PE가 국내 GP·LP 중심으로 딜을 하는 경우는 원칙적으로 심사 대상이 아니다.
2025년 4월 시점 매일경제가 확인한 바로는 “외국인 지배 국내 사모펀드는 심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이 여전히 유효하다(매일경제)
산업부는 향후 외국인 실질 지배권 기준을 조정하는 방향으로 시행령 손질을 예고하고 있으나, 2026년 상반기까지의 실무 운영에서는 국내 PE의 국내 자산 인수는 별도 심사 트리거가 붙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면 남는 질문은 하나뿐이다 — “국내 PE가 국내 자산을 잡은 뒤, 5~7년 후 엑시트를 어떻게 설계하느냐”
여기가 실전에서 진짜 논쟁이 벌어지는 자리다. 해외 SI(전략적 투자자)에 매각하려면 심사가 걸리고, 국내 대기업 재매각·IPO는 밸류에 상한이 붙는다. 그래서 진입은 쉽지만 엑시트가 어렵다는 착시가 생긴다.
그러나, 이 착시가 오히려 가격 왜곡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엑시트 옵션이 제한적이라는 이유로 초기 진입가가 할인되면, 국내 SI 재매각·글로벌 SI(우호국) 매각·IPO 3-track 엑시트를 미리 설계할 수 있는 PE에게는 오히려 유리한 진입 각도가 생긴다. 규제가 만드는 정보 비대칭이 곧 딜 소싱의 알파다.
3) 세 번째 균열 — “고려아연 케이스”가 보여준 규제의 무기화
2024년 9월부터 15개월간 이어진 고려아연 vs MBK·영풍 경영권 분쟁은 규제 지형의 교과서적 사례로 판단된다.
고려아연은 이차전지 하이니켈 전구체 기술(2024년 11월 지정), 아연 헤마타이트 공법(2025년 5월 지정), 희소금속 회수기술(2025년 12월 신청)을 차례로 국가핵심기술로 지정 신청·확정시켰다(연합뉴스; 조선일보; 매일경제).
여기서 배울 부분은 국가핵심기술 지정이 경영권 방어의 방어무기로 정면 무기화됐다는 사실이다. MBK가 아무리 지분을 확보해도, 향후 해외 매각(엑시트) 자체에 정부 승인 관문이 생기면 IRR 시나리오가 뒤틀린다.
2025년 12월 미국 크루서블 JV 관련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기각 판결에서 법원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상황에서 특정 기업의 경영권은 국가 안보 및 동맹국(미국)의 이해관계와 결부된다”는 새로운 법리를 세웠다(스마트투데이).
해당 사례에서 PE에 남긴 3가지 교훈은 이렇다.
① 본체(국가핵심기술 보유 대기업)에 대한 적대적 M&A는 이제 규제 리스크가 알파의 대부분을 잠식한다.
② 그러나 본체와 lock-in된 인접 자산은 여전히 대기업이 카브아웃으로 던지는 순환 매물이다.
③ 규제 지형을 정확히 읽어야 “어디까지가 안전한 진입 좌표인지”를 알 수 있다.
소론: “규제가 세지면 PE 기회는 줄어든다”는 통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본체 직접 인수 경로는 봉쇄됐지만, 본체와 lock-in을 공유하는 인접 자산의 Carve-out·볼트온은 오히려 확대됐다.
규제는 딜의 좌표를 옆으로 밀었을 뿐, 총량을 줄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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